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3화 (243/300)

243화. 한국이 난리남 (2)

동혁이 싸우고 있던 동두천시 바로 옆.

콰아아아앙!

포천시가 폭탄이라도 맞은 듯 터져 나가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철원을 초토화시킨 노아즈 아크가 남쪽으로 밀고 내려와 저지선을 형성한 감마조, 청호 길드와 격돌한 것이었다.

터어어엉 ― !

누군가가 들이민 어깨가 상대를 밀쳐내고,

빠각 ― !

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은 상대의 뼈를 부쉈다.

사샤샥!

누군가가 휘두른 검은 상대의 살을 베어냈고,

우드득!

누군가가 시전한 각종 기술은 상대의 관절을 아작냈다.

캬악!

푸른 늑대의 형상을 한 한 남자가 단숨에 상대의 목을 물어뜯었다.

“끄아아악… 이 새끼가……!”

노아즈 아크 조직원 중 하나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욕설을 지껄였다.

그는 푸른 늑대의 아가리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등 뒤로 마력 검을 휘둘렀지만,

우드득!

“크아아아아……!”

목덜미를 통째로 뜯어내는 푸른 늑대를 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목의 70% 이상이 사라진 조직원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치이이이……!

어떻게든 빠르게 회복하려 했지만,

콰직!

곧바로 내리찍은 푸른 늑대의 발이 겨우 이어져 있던 목과 몸뚱이의 연결면을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크르르… 이 미친 새끼들…….”

몸뚱이만 인간인 채 머리와 팔다리가 모두 푸른 늑대의 형상을 하여, 마치 웨어울프처럼 보이는 남자.

그의 정체는 바로 청호 길드의 마스터, 김바울이었다.

* * *

본래 청랑 길드의 수장이었던 그.

어느 날 우연히 어쩌다 정호백과 만나 간단한 내기를 했다가 패배한 후, 청랑 길드에서 청호 길드로 길드명을 바꾼 그였다.

―순수 피지컬 싸움이면 S급도 나한텐 안 되지!

괜히 술자리에서 술김에 그런 말을 내뱉었던 김바울.

―아, 그러셔?

그 자리에 정호백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하지만 김바울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

헌터로 각성하기 전, 나름 MMA 루키까지 올라가보았던 그였으니까.

그러나,

콰아아앙!

―…어?

승부는 한순간이었다.

어느새 천장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김바울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 두 눈만 끔벅거렸다.

단숨에 업어치기를 당해 뒤집힌 시야에 놀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여간… 입만 산 새끼들 많다니까!

―와하하하하하!

정호백과 백호 길드 길드원들의 웃음소리가 바닥에 처박힌 김바울을 자극해댔다.

그러나,

―…….

아무런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술은 핑계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있었으니까.

겨우 소주 1병 정도 마신 김바울에 비해,

―어우! 어지러워……!

정호백은 벌써 소주병을 4병이나 비워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불쾌해진 정호백의 얼굴이 그가 잔뜩 술에 취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뿌득 ―

차분해진 이성과는 달리, 그의 자존심은 결코 이 패배를 용인하지 않았다.

―이, 이건 취한 상태니까! 무효다……!

―아… 그래……? 그럼 한 번 더 하든가…….

정호백은 빨갛게 충혈되어 살짝 풀린 눈으로 김바울을 응시했다.

그렇게 다음 날, 둘 다 취기가 가신 상태로 다시 붙게 되었고,

콰아아앙!

―쿨럭……!

김바울은 어김없이 이번에도 바닥에 처박히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청랑 길드 마스터, 김바울.

―허억… 허억… 뭡니까……?

―우리 길드 밑으로 들어와라.

그게 연이 되어 청랑 길드는 백호 길드 산하로 들어가게 되었고, 곧 청랑 길드는 청호 길드로 길드명을 바꾸게 되었다.

그렇게 연을 맺은 지도 벌써 어언 4년.

김바울은 괜히 그때를 회상하며 옅은 추억에 잠겼다.

“…호백 형님.”

푸른 늑대 인간이 아련한 눈빛으로 도심을 훑었다.

“저희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노아즈 아크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싸우는 이는 적어도 이 부근에서는 오직 자신뿐.

도심 대로 곳곳엔 그와 수년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던 길드원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콰아아아앙!

마지막 남았던 청호 길드원 하나가 어디선가 날아와 머리가 터지며 그의 앞에 뇌수를 흩뿌렸다.

후두둑 ―

그 뇌수를 멍하니 바라보는 김바울.

머리가 터져 누군지는 알아볼 수 없었으나, 김바울은 그가 자신의 수하였다는 것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바닥에 엎어진 그의 등짝에 푸른 호랑이 문양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으드득……!

김바울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청호 길드 전멸.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은 허공에 그런 글자가 쓰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크흐흐흐흐……!”

치릭 ―

한 남자가 혀를 날름거리며 청호 길드원이 날아온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아직 하나 남아 있었잖아?”

치릭 ― 치리릭 ―

남자가 혀를 날름거릴 때마다 어디선가 방울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디에고……!”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김바울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허름한 옷을 입고 미소를 지은 채 혀를 할짝거리고 있는 남자.

그는 바로 멕시코의 S급 헌터, 디에고였다.

전 세계적인 수사가 진행되던 때에 다른 노아즈 아크 잔당들처럼 모습을 감췄었던 디에고.

특히 A급이나 S급 등의 고위 헌터들의 잠적은 세간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멕시코 또한 국내의 단둘뿐인 S급 중 하나가 사라지자 발칵 뒤집힌 바가 있었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디에고였던 것이다.

치릭 ―

그의 몸 어디선가에서 또 방울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고유 능력 ‘방울뱀’이 이미 발현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치릭 ― 치리릭 ―

디에고의 방울 소리가 김바울의 근육을 잔뜩 경직시켰다.

“크르르르르…….”

이에 김바울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디에고의 방울 소리에 대항하여 그 또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곱게 죽이지는 않겠다……!”

분노에 찬 김바울의 말에,

씨익 ―

디에고는 혀를 날름거리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나를?”

쉬식 ― !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듯 디에고의 신형이 단숨에 옅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당연히 그의 목적지는,

파밧 ― !

김바울이 있는 자리였다.

“……!”

디에고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놓친 김바울.

본능적으로 재빨리 가드를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쉬리릭 ― !

콰악 ― !

어느새 한 마리의 작은 방울뱀으로 변한 디에고가 그 가드 사이를 파고들어 김바울의 목을 물었다.

“끄…윽……!”

목을 물어뜯기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뱀 능력자.

곧바로 방울뱀으로 변한 디에고의 이빨에서 김바울의 몸 안으로 독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주르륵 ―

주입되지 못하고 바깥으로 흘러내린 디에고의 독이 김바울의 푸른 털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방울뱀의 독은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성 독.

이대로 두면 김바울은 몸 안의 모든 피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죽게 될 것이었다.

치이이이이이……!

김바울은 전력으로 자가회복을 전개했다.

그와 동시에,

화악 ― !

자신의 목을 물고 있는 작은 방울뱀을 뜯어내려 했다.

그러나,

파방 ― !

방울뱀의 꼬리가 김바울의 양손을 마구 쳐냈다.

작은 크기임에도 그 힘이 어찌나 강하던지,

찌이이이잉……!

그 꼬리 채찍에 맞은 거대한 늑대의 손이 뼛속까지 찌릿찌릿하게 울릴 정도였다.

“으으으윽……!”

계속해서 디에고를 잡아 뜯어보려 시도하는 김바울.

파방! 팡 ― !

그러나 디에고의 꼬리 방어는 굉장히 견고했다.

우둑 ― !

급기야 꼬리 채찍에 맞은 김바울의 손목이 부러지기까지 할 정도.

치이이이이이……!

점점 더 많이 주입되는 독에 김바울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마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아…….’

흐릿 ―

김바울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속 피의 상당 부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호백… 형님…….’

털썩 ―

온몸에 힘이 빠진 늑대인간 하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스르르 ―

마력마저 부족한지 늑대인간에서 인간의 신체로 되돌아오기 시작하는 그의 몸.

그렇게 A급 헌터이자 백호 산하 길드 중 하나의 수장으로서 지내오던 김바울이 뱀 한 마리에게 물려 어이없이 쓰러지려는 그때,

후욱 ― !

콰드득 ― !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짐승 하나가 김바울의 목덜미를 물고 있던 디에고를 통째로 물어 뜯어버렸다.

콰득! 콰득! 콰드득!

마치 육포를 씹듯 작은 방울뱀 상태의 디에고를 잘근잘근 찢어버리는 거대한 짐승.

아무리 디에고가 작은 방울뱀 상태였다지만 그는 분명 S급 헌터였다.

“억……!”

그런 그의 죽음이라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이었다.

콰득! 콰드득!

디에고에게 허무한 죽음을 선사한 거대한 짐승이 방울뱀을 통째로 씹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김바울을 바라보았다.

흐릿 ―

흐릿해진 김바울의 시야에 들어온 그 짐승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호랑이의 형상을 닮아 있었다.

“호백… 형님?”

김바울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구해준 이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았다.

그러나,

“뭔 소리입니까?”

들려온 목소리는 그가 예상했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헛소리 말고, 빨리 회복해서 뒤로 물러나세요.”

예상과는 다른 목소리에 김바울은 살짝 정신을 차리고 눈에 힘을 주어 시야를 약간 회복했다.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짐승은 호랑이가 맞았다.

하지만 그 호랑이의 털은 정호백의 것처럼 눈처럼 새하얀 털이 아니라,

촤르르르 ―

해 질 녘의 노을처럼 주홍빛으로 빛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바로,

“기분 나쁘게 왜 다들 그런 근육뇌랑 헷갈리고 그래?”

코스모스의 신입, ‘코드 투’ 이태성이었다.

* * *

S급에 오른 태성은 강력했다.

콰과과과과광!

대호의 일격은 손쉽게 도로를 갈아엎고 적의 뼈를 통째로 부수었으니까.

“커헉……!”

“쿠웨에엑!”

실시간으로 밀리던 포천시의 전황이 단숨에 균형을 되찾았다.

“코드 투다! 코드 투가 왔다!”

S급이라는 전력도 전력이지만 그의 존재로 인해 함께 고양되는 아군의 사기 증대가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쐐액 ― !

대호의 모습을 한 태성의 신형이 돌풍을 일으키며 포천시 곳곳을 누볐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단숨에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한 태성.

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가 도착하기 전에 당해버린 아군이 너무나 많았던 탓이었다.

‘청호 길드는 길드 마스터 김바울을 제외하고 괴멸… 감마조도 절반 이상이 당했다.’

후속 병력으로 여러 중소 길드가 도착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은 그리 큰 힘이 되지 못했다.

포천시로 쳐들어온 노아즈 아크의 힘은 평균적으로 B급을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A급과 B급 사이가 평균이라는 말은,

콰아아앙!

“끄아아아악!”

그들의 절반 가까이가 A급 헌터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적들을 평균 C급에서 D급밖에 되지 못하는 중소 길드 헌터들이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 감마조원들은 C급이지만 한데 모여 뭉쳐서 싸우고 있었기에 피해가 덜했다.

그러나 그들도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기는 마찬가지.

40명에 육박하던 그들의 수는 어느새 10명 근처까지 줄어 있었다.

“젠장!”

대부분의 전투부서 직원들과 친분이 있던 태성으로서는 울분이 터지고 이가 갈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죽어라!”

콰아아앙!

태성은 자신에게 달려들던 A급 조직원 하나의 대가리를 가볍게 바닥에 찍어눌렀다.

그리고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콰지지직!

곧장 대지를 밟아 놈의 두개골을 쥐포로 만들어주었다.

“전부 다 덤벼!”

커허어어어엉 ― !

울분에 찬 산군의 포효가 포천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런 태성을 어디선가 바라보며,

“…다음 작전 준비해.”

조직원 중 일부가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