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5화 (245/300)

245화. 한국이 난리남 (4)

“허억… 허억……!”

태성을 업고 달리는 김바울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연신 계속해서 토해졌다.

‘이런 미친……!’

남쪽을 향해 도망치듯 포천시를 빠져나온 김바울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앙……!

등 뒤 너머에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와 폭발음이 김바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저게 말이 돼……?’

김바울은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성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김바울.

태성은 그에게 몸을 회복하고 뒤로 물러나라 했었지만 길드원들을 모두 잃은 김바울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한 놈이라도 더 잡아서 복수할 요량으로 자가회복으로 몸을 회복한 뒤, 김바울은 태성의 주위를 배회하며 노아즈 아크를 상대했다.

그러던 그때,

키긱 ― 찌직……!

어디선가 미세하고도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더니,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코드 투의 신형이 튕겨 나가는 걸 목격했다.

덜덜덜……!

그 장면을 정면에서 보았던 김바울은 조금 전의 상황이 생각났는지 턱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단순한 폭발이었다면 이렇게 떨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김바울은 보았다.

무언가가 터지며 빛이 폭사되는 순간,

쑤욱 ―

그 빛 안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손을 말이다.

태성은 빛무리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그 손에 얻어맞고 튕겨 나가 기절한 것이었다.

‘S급 헌터를 단번에 기절시키는 개체라니……!’

꿀꺽 ―

최소 S급.

아니, S급이 한 방에 당했으니 아마 EX급 몬스터일 수도 있었다.

그 이후 허공에 붉은 게이트가 생성되며 무언가 쏟아져 나왔지만,

“허억… 허억……!”

기절한 태성을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둘러업고 내달리기 시작했던 김바울은 그 모습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다.

“키에에에에에엑!”

그저 놈들이 자신을 쫓아오지 않기를 바랐을 뿐.

‘코드 제로 님……!’

김바울은 살짝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구름 가득히 흐릿한 하늘.

단 하나의 푸른 조각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제발……!’

하늘이 그에게 솟아날 구멍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 * *

키잉 ―

마력이 응집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파앗 ― !

한 헌터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터어어어엉 ― !

“쿨럭……!”

노아즈 아크의 조직원 둘이 피를 토해내며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손바닥을 내지른 헌터는 그에 만족할 수 없다는 듯 튕겨 날아가는 두 조직원에게 빠르게 따라붙었다.

투웅 ― ! 투웅 ― !

발바닥에 추진 로켓이라도 단 듯 허공을 박차며 순식간에 두 조직원의 위를 점하는 헌터.

휘리릭 ― !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는가 싶더니,

터어어엉 ― !

허공을 발판 삼아 빠르게 아래로 강하했다.

콰악!

두 조직원의 울대를 잡아채는 헌터.

두 사람의 몸뚱이가 바닥에 꽂히는 순간,

투아아아앙 ― !

양 손바닥에서 무형의 힘을 뿜어내며 거대한 충격을 더해냈다.

우두두둑 ― ! 뚜둑 ― !

순식간에 목이 부러지다 못해 터져버리는 두 조직원.

“후우…….”

각각 B급과 C급 최상위에 해당하던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절명시킨 헌터가 턱 끝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콰아아아아앙!

그 헌터의 옆에서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후두두둑 ―

“오… 많이 늘었는데? 낫 배드, 낫 배드~”

콰직!

그곳에서는 무거운 강철의 다리로 A급 조직원 하나의 머리를 짓밟은 기성이 씨익 미소 짓고 있었다.

“…자꾸 평가 좀 하지 말아줄래.”

땀을 닦던 헌터, 유린은 자꾸만 근처를 배회하며 평가를 내리는 친오빠 기성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그러나,

“확 씨! 네가 누구 덕에 강해졌는데? 난 너 평가할 자격 있어. 인마.”

“…….”

기성의 으름장에 유린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 아들한테 이렇게 평가당하고 있자니 괜히 심술이 나는 유린이었다.

파앗 ― !

유린은 기성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몸을 날렸다.

터텅 ― !

고유 능력 ‘척력(斥力)’을 사용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유린.

그녀의 신형이 90도로 꺾어지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궤적을 남겼다.

목적지는 건물 너머.

부우우우우웅 ― !

“크하하하핫!”

방마트럭을 뒤쫓고 있는 조직원들이었다.

터터터터터터텅 ― !

그녀의 발바닥에서 척력이 반복해서 터져 나오며 그녀의 돌진을 가속했다.

쐐애애애액 ― !

어느새 한 줄기의 바람이 된 유린.

후욱 ― !

콰악……!

“크하하하… 으엉?”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길을 순식간에 통과한 유린은 대피 중인 시민들을 태운 방마트럭 뒤에 따라붙은 조직원의 옆얼굴을 단숨에 낚아챘다.

휘리리릭 ― !

그녀의 다리가 주짓수를 하듯 순식간에 조직원의 몸통을 옭아매었고,

키이이잉 ― !

[척력파(斥力波)]

공기포를 발사하듯 모은 순간적인 힘의 파동이 조직원의 옆얼굴에 전개되었다.

투확 ― !

조직원의 머리가 단번에 날아갔다.

유린의 다리가 그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둔 탓이었다.

“이년이!!”

파앗 ― !

함께 방마트럭을 쫓던 무려 세 명의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이 유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유린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조차 않았다.

그저 어느새 저 멀리 가고 있는 방마트럭의 상태를 살필 뿐이었다.

세 조직원의 마력 무기가 그녀의 몸에 닿을 찰나,

콰드드득!

“…어?”

세 조직원의 몸은 옆에서 날아온 무언가에 의해 단번에 몸이 짓이겨졌다.

슈악 ― !

콰아아아아아앙 ― !

마치 거대한 덤프트럭이나 기차 하나가 지나간 듯 세 사람의 신형이 순식간에 밀려 사라졌다.

콰직! 콰직! 콰직!

거의 쥐포가 되다시피 짓눌린 세 사람의 얼굴을 박살내며 확인 사살한 기성.

이를 빠득빠득 갈며 유린을 향해 소리쳤다.

“너 이씨… 일부러 그랬지!”

방마트럭이 무사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유린은 자신을 향해 씩씩대고 있는 기성을 돌아보았다.

“뭐가.”

“그놈들이 달려드는데 왜 안 보는 건데? 너, 나 아니었으면……!”

“엄마 아들이 지켜줄 텐데 뭐 어때.”

“…뭐?”

기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빠도 아니고 뭐?

엄마 아들?

그러나 유린은 오히려 약간 비릿해 보이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엄마가 오빠를 여기로 보낸 거 아니야? 나 좀 챙기라고.”

“……!”

기성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

‘뭐지? 얘가 갑자기 왜 또 삐딱선을 타는…….’

갑자기 사춘기가 찾아온 듯한 유린의 태도에 기성이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던 그때,

“풋.”

괜히 장난 한번 쳐본 유린은 그런 기성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장난이야. 근데 진짜 오빠 믿으니까 신경 안 쓴 거야. 강철 인간이 지켜주는데 이 정도 여유는 부릴 수 있잖아?”

“너…….”

“오빠.”

살짝 웃음을 짓던 유린이 이번엔 돌연 정색하며 기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 어?”

기성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유린의 태도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내가 어린애로 보여?”

“……!”

유린의 눈빛은 기성을 넘어 엄마, 현주까지 탓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엿한 한 명의 헌터.

심지어 이제는 알파조 다음으로 강하다는 베타조장의 자리까지 오른 정예 헌터였다.

더 이상 한씨 일가의 막내 한유린이 아니었다.

“날 지킬 바엔 차라리 다른 조원들을 지켜줘. 비효율적이게 이게 다 무슨 짓이야?”

“…….”

기성은 머뭇거렸다.

솔직히 그 또한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전처럼 A급 놈이 달려들기라도 하면…….’

좀처럼 발을 뗄 수 없었다.

현주의 부탁이 없었다고 해도 미우나 고우나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이었으니까.

이왕이면 시야에 두고 언제든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유린의 말에 기성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지금 여기에서 내 목숨만 소중한 게 아니잖아.”

“……!”

결연한 의지를 다진 듯한 유린의 눈빛에 기성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또렷한 유린의 눈빛을 잠시 바라보는 기성.

그리고는,

저벅 ― 저벅 ―

그녀에게 다가가 냅다 꿀밤을 먹였다.

따악!

“으앗…! 뭐, 뭐 하는 거야?!”

한껏 진지했던 분위기가 허물어지며 유린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이 자식이… 감히 누구한테 훈수야? 안 그래도 갈려고 했어! 이 자식아.”

빙글 ―

유린에게서 등을 돌리는 기성이 한 손을 들고 살짝 흔들었다.

“네 말마따나 나는 너 하나 지키고 있기엔 너무 귀중한 전력이라 말이지~ 그리고 원래 엄마 아들은 엄마 말 안 듣는 게 국룰이거든. 난 마마보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슬쩍 ―

기성은 살짝 뒤를 돌아 유린을 옆눈으로 흘기며 말했다.

“…뒤지면 뒤진다.”

샤샥 ―

정이 담긴 듯 섬뜩한 한 마디를 남긴 기성의 신형이 사라지고,

“…말로 할 것이지 진짜……!”

유린은 꿀밤을 맞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괜히 구시렁거렸다.

쉬이이익 ― !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유린에게서 멀어지는 기성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다 컸네, 한유린. 그런 생각도 할 줄 알고.’

새삼 어렸던 여동생이 다 컸다고 생각하며 기성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향했다.

하지만 기성이 유린에게서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찌직……!

다중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 * *

모든 전선에 다중 브레이크가 발생해 한국이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 그때,

쐐애애애액 ― !

강천은 전속력으로 신약개발단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곳에 다른 누구도 아닌 세계급 헌터, 드미트리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쐐애애애애액 ― !

이미 전국적으로 비상 상황을 발령한 터라 다들 리바이브를 투약한 상태였기에 신체를 강화한 채 내달리는 강천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젠장……!’

다른 전선들의 상황도 그리 여의치 않음을 알고 있는 강천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타닥! 탁! 탁!

달리는 와중에도 핸드폰을 두드리며 어떻게든 태운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태운과는 도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씨X!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태운이 이렇게 오래도록 연락을 받지 않을 리는 없었다.

평소에도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항시 연락을 제때 받기 위해 그가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강천으로서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강천은 그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뿐이었다.

쐐애애애애애액 ― !

어느새 초음속 제트기만큼이나 빨라진 강천.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그의 신형이 어느 산자락에 닿았다.

마침내 메디스카이의 신약개발단지가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한 강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런 미친 새끼가……!”

너무나도 끔찍하게 부서져버린 골짜기 그 자체였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