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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6화 (246/300)

246화. 불곰이 너무 강함 (1)

쿠우우우우우……!

뿌연 먼지가 골짜기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콰득! 콰드득!

무언가 밟아 부서지는 소리가 그 먼지 속에서 섬뜩하게 새어 나왔다.

“으아… 으으으……!”

겨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연구원들이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린 개발단지 건물의 잔해 밑에 모여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덜덜덜……!

메디스카이의 주인, 허준석 회장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란 말인가……!’

허준석 회장은 지금의 이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가 피땀 흘려 만들어낸 신약개발단지였다.

수많은 연구원과 함께 이곳에서 수많은 신약을 개발해냈다.

암을 치료하는 약도 이곳에서 개발해냈고, 무려 마력 감염증을 치료하는 리바이브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의약사의 가장 커다란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도 의약사에 가장 진한 발자국들을 남겨 나갈 곳.

그런 곳이 바로 이곳, 메디스카이의 신약개발단지였다.

하지만,

쿠우우우우……!

이제 그 신약개발단지는 사라졌다.

연구동, 보관동, 식사동, 창고 등등.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그 건물들 안에 있는 수많은 연구 자료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연구 자료는 전산상으로 데이터 백업을 해놓았다지만, 그 안에 있는 시약들이나 연구 샘플들은 되살릴 수가 없었다.

“우으으으……!”

바로 눈앞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수도 없이 목격한 연구원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연신 침음성을 흘려댔다.

흉수가 근처에 있으니 조용히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

허준석 회장은 그런 연구원들의 입을 막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또한 아직 자신의 정신적 충격을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웠으니까.

그러던 와중,

“딸꾹!”

한 연구원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연구원들이 작게 침음성을 흘리는 소리보다는 확실히 더 큰 딸꾹질 소리.

“……!”

그 딸꾹질 소리를 듣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돌아온 허준석 회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재빨리 그 연구원의 입과 코를 틀어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는 일반인인 그들보다 훨씬 더 감각이 예민한 존재.

후욱 ―

허준석 회장이나 동료 연구원들이 무언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거대한 존재감이 잔해 뒤편으로 순식간에 귀신처럼 나타났다.

“아직 살아 있었구나?”

신약개발단지 전체를 한순간에 초토화시킨 흉수가 걸음을 옮기자,

콰득! 콰드득!

그의 발에 밟힌 건물 잔해들이 마구 부서졌다.

“크큭! 크크크큭!”

그러면서 흘리는 흉수의 웃음소리는,

오싹!

그야말로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콰악! 쿠르르르……!

흉수의 우악스럽고 거친 손이 허 회장과 연구원들의 몸을 숨겨주던 잔해를 단번에 걷어냈다.

“쥐새끼들이 여기 있었네?”

한국어가 아니었다.

‘러시아어……?’

잔해가 걷어지며 마침내 흉수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게 된 허 회장은 크게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미트리……?”

상대는 그 유명한 세계 7대 헌터 중 하나, 러시아의 EX급 헌터 드미트리였으니까.

“크크큭! 알아봐줘서 고맙긴 한데…….”

드미트리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허 회장과 먼지가 가득 묻은 하얀 가운을 입은 다른 연구원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스윽 ―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그의 우악스러운 손을 들어 올렸다.

꾸드득 ―

그의 커다란 손이 커다란 주먹을 만들어내며 공기가 작게 터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안하지만 살려줄 생각은 없다.”

슈확 ― !

드미트리의 주먹이 신약개발단지의 마지막 생존자들을 향해 휘둘러졌다.

쿠아아아아!

드미트리의 커다란 주먹이 생존자들의 신형을 단숨에 휩쓸어버리려는 그 순간,

타아아아아앙!

커다란 총성 한 발이 골짜기를 울렸다.

* * *

처컥 ―

“…피해? 이걸?”

드미트리가 허 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을 죽이려는 찰나, 그를 저격한 강천이 이를 악물었다.

강천은 드미트리의 머리를 노리고 쏘았는데 간발의 차로 드미트리가 고개를 젖혀 강천의 저격을 피해낸 탓이었다.

저격 총의 조준경으로 변한 그의 눈이 골짜기 아래에 있는 드미트리의 모습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푸슈슛!

“크윽! 어떤 새끼야……!”

드미트리는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빗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유효한 데미지를 먹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강천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처컥 ―

다시 그를 조준하는 강천.

골짜기 능선에서 양손을 모아 대구경 저격소총으로 만든 강천은 지금 세계 최강의 스나이퍼나 다름없었다.

타아아아앙!

커다란 총성과 함께 날아가는 총탄.

하지만 이미 적이 존재함을 감지한 드미트리는 그 저격을 순순히 맞아주지 않았다.

사악 ―

이번엔 가볍게 강천의 저격을 완전히 피해내는 드미트리.

어느새 너덜너덜해진 어깨도 완전히 회복했는지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강천을 찾는 모습은 방금 일어난 아이처럼 쌩쌩해 보였다.

“쥐새끼 같은 놈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적을 찾고자 드미트리는 자신의 고유 능력을 전개했다.

꾸드드득… 꾸드드득!

그의 고유 능력 ‘불곰’이 발현되며, 점차 그의 모습이 커다란 곰의 모습으로 변했다.

동시에 발현되는 동물형 능력자의 2차 각성 능력, ‘야생의 감각.’

곰의 예민한 감각을 덧입은 드미트리의 감각이 빠르게 골짜기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골짜기 안에는… 없군.’

골짜기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기척이 그의 감각에 탐지되었다.

현재 골짜기 안에 존재하는 이는 자신과 방금 전 자신이 죽이려 했던 연구원 넷이 전부.

‘저격총 소리였으니까… 양쪽 능선 중 하나렷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드미트리는 골짜기를 감싸고 있는 두 산의 능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파앗 ― !

동물의 육감을 믿고 어딘가에 있을 사냥감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신약개발단지를 감싸고 있는 능선.

둘 중 하나를 맞출 확률은 50%였지만,

콰과과과과과 ― !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드미트리는 단숨에 강천이 있는 곳으로 거칠게 내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너였구나!”

그 기다란 능선에서 강천이 있는 방향을 단번에 맞추기까지 했다.

역시 동물의 야생적 감각은 무시무시했다.

“…쳇.”

기습에 실패한 강천은 곧바로 자신의 양손을 변화시켰다.

키이이잉 ― !

[개틀링건 ― M61 벌컨 ver]

드르르르르르르르륵 ― !

그의 양손에서 초당 100발이 넘는 마탄이 쏟아졌다.

콰과과과과과과곽 ― !

산의 나무들을 두부 부수듯 뚫고 날아오는 개틀링건의 수많은 마탄들이 단숨에 드미트리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크흥!”

강천을 향해 돌진하던 드미트리는 그런 마탄들을 보고 가소롭다는 콧바람을 뿜어냈다.

기껏해야 이곳 신약개발단지를 구하러 온 어중이떠중이 같은 A급 헌터 중 누군가겠거니 생각한 드미트리.

그는 쏟아지는 마탄들을 막아내려 돌진을 멈추고 두 팔을 강화하며 가드를 올렸다.

겨우 A급, 아니 S급 헌터가 쏘는 마탄이더라도 세계급인 그의 신체강화를 뚫어낼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퍼버버버버버버벅!

“…어억?”

상대는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의 A급 헌터가 아니었다.

강천의 마탄이 드미트리의 온몸을 파고들었다.

아니 파고들다 못해,

퍼버버버버벅!

그의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크아아아악!”

한순간의 방심으로 온몸의 바람구멍이 뚫려버린 드미트리의 사고가 빠르게 가속했다.

‘아까 총탄을 맞았을 때 눈치챘어야 했나……!’

온몸에서 붉은 선혈을 흩뿌리며 뒤로 나동그라지는 드미트리의 시야에 찰나였지만, 능선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훤칠한 키, 검은 정장.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하얀 가면……!’

보라색 글씨로 크게 1이 그려져 있는 굉장히 낯이 익은 가면까지.

“코드 워어어어언!!!”

그제야 상대를 알아본 드미트리가 강천의 코드 네임을 부르짖으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치이이이이이이이!!!

전신을 자가회복으로 회복하며 연기를 내뿜는 동시에 커다란 불곰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드미트리의 모습은,

“크아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괴수 그 자체였다.

“뭐야? 난 줄 몰랐어?”

처컥 ―

강천은 드미트리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가면 뒤에서 씨익 웃었다.

“모르면 뒈져야지.”

드르르르르르르르륵 ― !

강천의 마탄이 산등성이를 가득히 수놓았고,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 !

폭우가 된 마탄 다발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 * *

“코드 원… 코드 원이다……!”

죽다 살아난 허 회장의 안색에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코드 원…? 정말 그 코드 원입니까……?”

“딸꾹! 저, 정말 딸꾹! 코드 원이……!”

침음성을 흘리던 연구원들과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더 심해진 연구원의 얼굴에 그림자가 조금 걷어졌다.

코드 원.

그가 누구인가?

최강자 코드 제로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2인자.

최근 김천용과 함께 나란히 세계급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전 세계적 강자로 등극한 초인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어느새 저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 쪽에서 들리고 있는 전투 소음.

크아아아아아……!

희미하지만 드미트리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듯했다.

“역시… 코드 원이 이기고 있어……!”

드미트리의 비명을 들음과 동시에 바스러지고 있는 숲을 보며 허 회장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 회장은 언젠가 코드 제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나저나 코드 제로 님. 코드 제로 님은 혹시 힘들지 않으십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냥… 뭐든지 혼자 짊어지시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말입니다. 사실 코드 제로 님의 능력을 따라갈 사람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코드 제로 님도 사람인데 힘들지는 않으실까 해서…….

―하핫. 힘들다고 말씀드리면 보약이라도 지어주시렵니까?

―그럼요! 보약이 뭡니까? 각종 영양제란 영양제는 평생 무료로 무한 제공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전 음식으로 섭취한다는 주의라서요. 뭐…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이 고생도 얼마 안 있으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 그게 무슨…….

―저를 바라보고 제 뒤를 따라오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언젠가 더 성장하게 되어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저는 그때부터 뒹굴뒹굴 놀 겁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가끔씩 리바이브는 만들러 가야겠지만…….

―코드 제로 님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 그런 이들이 많이 생길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미 한 놈은 제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까지 따라왔는걸요.

―예…? 그게 누굽니까?

―코드 원이죠. 그 친구는 곧 있으면 제 등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기대가 참 커요.

당시의 코드 제로는 진심으로 믿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기대에 보답하듯,

콰과과과과과과과과……!

드미트리를 몰아붙이는 코드 원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좋았어……!”

“가라! 코스모스……!”

연구원들도 어떻게든 전투 장면을 보려고 미간을 찌푸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코드 원을 응원하기 시작하는 허 회장과 연구원 셋.

그러나,

“…아.”

그 응원은 곧 기도로 바뀌었다.

그 기도는,

쿠구구구구구구……!

제발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기도였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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