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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8화 (248/300)

248화. 불곰이 너무 강함 (3)

쿠구구구구구구……!

그렇지 않아도 흐린 하늘이 더욱 뿌옇게 변했다.

“크핫… 크하하하하하하핫!”

드미트리의 웃음소리가 뻥 뚫려버린 새로운 골짜기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대단해… 정말로 대단해……!’

오싹! 오싹!

드미트리는 자신의 힘에 전율했다.

방금 전 공격이 지금 같은 그냥 불곰 상태가 아닌 거대화 상태였다면?

그 힘은 더욱더 증폭되어 능선 하나가 아니라 이 골짜기를 덮은 산맥 자체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익힌 권능은 ‘고진감래’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부르르 ―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드미트리의 전신을 휘감았다.

“…진짜 이거, 치트키라도 사용하고 게임하는 기분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데미지까지 힘으로 치환하는 이 권능은 사기였다.

물론 상대의 공격을 데미지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미리 권능을 사용한 채 반격 없이 일정 시간 동안 오로지 방어만 해야 한다는 약간의 조건이 있긴 했다.

하지만 자가회복을 사용하지 않고도 회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생긴 것만으로도 이 권능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자, 그럼…….”

드미트리는 날아간 장군산에서 몸을 돌리며 다시 골짜기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쥐새끼들 사냥을 다시 시작해볼까?”

아까 전 아쉽게 잡지 못한 쥐새끼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도 그런 드미트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

타다다닥!

두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하다 말고 잔해더미 속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크큭! 도망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드미트리는 그런 연구원들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살짝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꽤나 오만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얼른 저놈들까지 마저 죽이고 메디스카이 본사로 향해야…….”

드미트리가 거만한 표정으로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그때,

콰후우우우우우우웅 ― !

붉은 선 한 줄기가 그의 신형을 덮쳤다.

* * *

콰후우우우우우우웅 ― !

붉은 선이 골짜기를 관통하고,

쿠와아아아아아아 ― !

곧이어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후폭풍이 몰려들었다.

푸화악 ― !

산이 날아가며 허공을 가득 메웠던 먼지들은 그 후폭풍에 밀려 어디론가 모조리 날아가버렸다.

“허억… 허억… 쿨럭……!”

치이이이이……!

전신에서 희미한 증기를 내뿜으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강천.

장군산이 날아가며 능선 저 아래로 튕겨져 날아갔던 강천은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양손으로 거대한 포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S급 던전의 두룡미사들을 거의 소멸시키다시피 했던 공격, 레일건(Railgun)을 사용한 것이다.

으득 ―

자가회복을 전개해 몸을 완전히 회복할 여유도 없었는지, 강천은 여전히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이를 꽉 물었다.

‘아직… 아직이다……!’

놈은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 강한 기운을 가진 이가 저쪽에 살아 있음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강천은 다시 양손에 기운을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잉 ―

지지지직……!

다시금 충전되기 시작하는 레일건.

지지지직……!

수 초 정도 지직거렸을까.

급속도로 재충전된 레일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어마어마한 고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초대형전자가속포(超大型電子加速砲)]

[레일건(RAILGUN) ― 최대출력 ver]

콰후우우우우우웅 ― !

거대한 포대가 다시 한번 전방에 붉은 선을 그렸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인류의 배신자, 드미트리를 세상에서 지우는 것이었다.

* * *

“크허억…! 우웨에에엑……!”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불곰 한 마리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주, 죽을 뻔했다……!’

순간적으로 전신을 강화하고 전력으로 자가회복을 전개했기에 망정이지,

치이이이이……!

하마터면 초고열의 열선에 직격당해 아예 몸 자체가 지워질 뻔했다.

으드득 ―

방심했다가 죽을 뻔한 드미트리는 몸을 일으키며 이를 바득바득 갈기 시작했다.

“감히 평범한 세계급 헌터 따위가……!”

드미트리는 본인도 얼마 전까지 평범한 세계급 헌터였음을 잊은 듯, 오만한 뉘앙스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론 일반 세계급 헌터와 그에 더해 권능까지 힘입은 방주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방주가 된 지 막 한 달이나 되었을 신인 방주인 드미트리가 내뱉기엔 좀 이른 감이 있었다.

권능이 완전히 몸에 익어 체화되었으면 모를까, 새롭게 방주가 된 7대 헌터들은 스스로 노아즈 아크의 방주라는 사실을 아직도 약간 어색해하고 있었으니까.

7대 헌터 중 가장 먼저 방주가 되겠다고 승낙했으며 7대 헌터일 때 코드 제로에게 덤볐을 정도로 가장 성질이 급했던 마쓰무라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드미트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어딘가 이상했다.

“후욱… 후욱… 후욱……!”

자가회복을 하며 씩씩거리는 드미트리의 두 눈에 핏발이 살짝 올라와 있었다.

완전히 권능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레스의 권능을 사용한 반동으로 ‘올림포스의 망나니’라고 불렸던 아레스 신의 기질이 그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었다.

전쟁과 파괴의 신답게 본신의 무력만큼은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3대 신 다음가는 아레스.

그러나 특유의 망나니 기질과 툭하면 상대를 얕잡아보고 방심하는 성격 탓에 아테나는 물론, 인간 영웅들에게도 종종 상처를 입곤 했던 아레스는 상대를 깔보고 얕잡아보는 기질만큼은 단연코 올림포스 제일이었다.

그런 기질이 권능에 흘러들어서일까,

“건방진 놈이……!”

드미트리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

콰후우우우우우웅 ― !

사라진 산 너머에서 또다시 한 줄기의 붉은 광선이 날아들었다.

“……!”

산과 함께 통째로 지워진 줄 알았던 강천의 기습 공격에 한 번 당한 드미트리는 눈앞에 닥친 또 한 줄기의 붉은 선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치이이이이이……!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 공격이라 ‘고진감래’를 전개하지 못해 자가회복 중이었던 드미트리.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지우려는 듯 다시 한번 날아든 그 공격에,

“감히이이이!!!”

드미트리는 거대한 노호성과 함께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물형 능력자의 4차 각성 능력, ‘거대화’가 시전된 것이다.

쿠구구구구구구……!

순식간에 몸집을 수십 배나 키우는 드미트리.

어느새 날아가버린 장군산만큼이나 커진 거대한 불곰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광선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욱 ― !

거대한 괴수의 앞발이 날아오는 듯 대기를 가르는 드미트리의 앞발에 담긴 힘은 척 보기에도 무시무시했다.

예전 S급 헌터 시절에 강천이 사용했던 레일건의 위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

하지만 강천도 예전의 강천이 아니었다.

콰후우우우우우웅 ― !

퍼억 ― !

“……!”

강천의 레일건이 거력을 품은 채 휘둘러진 드미트리의 앞발을 통째로 꿰뚫었다.

당시에는 S급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강천도 세계급 헌터.

언제나 동급 헌터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었던 강천의 힘은 이미 세계급 최상위 헌터나 다름없는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런 강천이 최대출력으로 전개한 레일건을 본신의 힘만으로 맞서려 했던 드미트리가 밀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푸슈슈슈슉 ― !

거대한 앞발이 날아감과 동시에 피가 뿜어져 나오며 무너져버린 골짜기에 혈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공격 모션이었기에 ‘고진감래’의 적용이 불가능했다.

치이이이이이……!

결국 다시 자체적으로 자가회복을 시전하는 드미트리.

그의 입장에선 다행히도,

“허억……!”

강천 또한 체력이 떨어졌는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공격을 멈췄다.

비틀.

양손을 원래대로 만든 강천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젠장……!’

놈의 맞공격을 파훼하고 손마저 날리는 데에 성공했음에도 강천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직 드미트리가 멀쩡히 살아 있었으니까.

벌써 레일건 최대출력을 두 번이나 사용한 강천이었다.

단일 공격으로는 강천이 가진 가장 강력한 패였기에, 이 두 방으로 드미트리를 끝장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었다.

‘네 번째 능력은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데……!’

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보던 강천이 비틀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유니크형 능력자인 강천의 네 번째 능력 ‘화생방 무기.’

이 능력은 대량 학살에 특화된 능력이었다.

물론 살상력으로만 따지면 레일건보다 강력한 화생방 무기 중 하나인 핵무기가 있긴 했지만 이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여기다 핵을 떨구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그 길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릴 테니까.

결국 핵무기가 제한된 상황에서 강천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는 레일건이었다.

하지만 이미 최대출력으로 두 번이나 사용한 상황.

세계급이 되면서 최대출력의 정도도 달라졌던 만큼, 그 소모하는 마력의 크기도 늘어 아무리 세계급이 된 강천이라고 한들 최대출력으로 세 번까지 사용은 불가능했다.

“허억… 허억… 아… 진짜 X됐네.”

키이잉 ―

강천은 양손을 다른 무언가로 변형시켰다.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백린탄.

검으로 베어낸 상처에 백린탄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드미트리가 받는 데미지를 힘으로 치환할 수 있는 권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강천으로서는 최대한 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다.

스윽 ―

강천은 양손에 무기를 장착한 채 살짝 위를 올려다보았다.

치이이이이이……!

사라진 앞발을 어느새 거의 다 회복해가는 거대한 불곰이 산등성이가 날아가며 생긴 벌판 건너편에 서 있었다.

“허억… 허억… 후아아아아…….”

길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다 회복한 강천.

그의 입에서 마지막 숨이 다 끝마쳐지는 순간,

스팟 ― !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주우우욱 ―

그의 하얀 가면이 벌판에 하얗고 기다란 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 * *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드드드득!

강원도 동쪽 끝자락, 거의 수도권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메디스카이의 신약개발단지.

연이어 터져 나오는 두 세계급 헌터의 싸움의 여파는,

드드드드드드 ― !

수도권과 강원도 전체는 물론이고 한반도 남부에까지 그 진동을 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콰아아아앙!

통째로 날아갔다지만 그래도 양쪽 끝의 산자락 정도는 남아 있었던 장군산의 흔적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산 자체가 원래부터 없었던 듯이 평평해진 일대.

아니, 차라리 평평했으면 다행이었을 터였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불곰의 공격에 의해 몇 번이고 터져 나간 일대는 유성우라도 떨어진 듯 커다란 곰보 자국들이 지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무지막지한 불곰의 공격을 피해내며,

강천은 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덜컥 ―

“크윽!”

드미트리가 내지른 또 한 번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낸 강천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드드드드드드 ― !

또 한 번 일어난 인공 지진이 그의 발판을 뒤흔들어놓은 탓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코스모스도 별거 아니구나!”

드미트리가 호탕하게 광소를 터뜨렸다.

어느새 아레스의 권능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강천을 가지고 놀고 있는 드미트리.

그동안 코스모스에게 쌓인 울분을 풀겠다는 듯, 강천의 힘이 떨어져 보이자 마치 두더지 잡기를 하듯 강천을 가지고 놀고 있는 그였다.

최대출력의 레일건을 두 번이나 쏘며 마력이 부족한 강천과는 달리, 드미트리는 기껏해야 자가회복 몇 번 한 것이 전부였다.

거대화로 인한 마력 소모도 있었으나 최대 크기가 아니었으므로 그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선이었고 말이다.

부족한 마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강천의 입장으로서는,

콰아아아아앙!

적극적으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안전 지향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는 드미트리의 태도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증거로 강천은 아직 단 한 번의 공격도 그의 몸에 꽂아 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흠칫!

드미트리와 강천은 동시에 무언가를 느낀 듯 몸을 움찔거렸다.

“……!”

깜짝 놀란 강천의 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와중에 브레이크라고…? 아니, 이건 하나가 아니잖아……!’

저 멀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파장들.

분명 이 파장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생기는 브레이크 웨이브(Break wave)가 틀림없었다.

“…벌써 씨앗을 쓰는 건가.”

한편 드미트리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크기가 워낙 컸기에, 그 중얼거림은 무너진 골짜기 전체를 메울 정도로 커다랗게 울리고 있었다.

“…씨앗?”

드미트리의 중얼거림을 듣고 강천이 그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되뇌는 순간,

“크큭. 미안하지만 이제 놀이는 끝이다. 빨리 끝내야겠어.”

드미트리가 키득거리며 앞발에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

마력과는 조금 다른 성질의 기운.

“……!”

강천은 직감적으로 그 기운이 드미트리가 가진 권능의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권능의 대부분은 부하가 있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해서 말이지. 얼른 임무를 마치고 다른 전장으로 가봐야 하거든.”

키이이이이잉 ― !

후욱 ― !

어느새 아까 전과는 또 다른 성질의 기운을 가득 응집한 그의 앞발이 강천의 위를 덮쳤다.

당황하는 바람에 피할 타이밍을 놓친 강천은,

“으아아아아아!”

자신을 덮쳐오는 커다란 불곰의 앞발을 향해 백린탄을 쏟아부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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