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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9화 (249/300)

249화. 2인자들이 힘을 합침 (1)

[백린탄(白燐彈) ― 초대형 ver]

두두두두두두두 ― !

진재훈의 전신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던 백린탄이 원래 크기의 몇 배나 되는 크기로 화하여 공중으로 솟구쳤다.

쉬이이이익 ― !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 수많은 백린탄.

하늘을 가득 뒤덮으며 떨어지는 거대한 불곰의 앞발이 그 수많은 백린탄 중 가장 앞서가던 백린탄 하나와 충돌했다.

콰직!

“…뭣……!”

강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예상했던 소음이 아니었으니까.

백린탄이면 폭발과 함께 무언가 타고 녹는 소리가 들렸어야 했다.

그런데 콰직이라니?

“크하하하하핫!”

강천이 쏘아 올린 백린탄을 단숨에 짓뭉갠 드미트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게 바로 진정한 아레스 신의 권능이다!”

아레스의 두 번째 권능, ‘파괴(破壞).’

전쟁과 파괴의 신인 아레스는 그 신위 그대로 ‘파괴’라는 무시무시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루카스가 하사받은 파괴의 신 시바의 권능과 비슷한 권능.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시바의 파괴광선은 대상 자체를 부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아레스의 ‘파괴기(破壞氣)’는 대상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투욱 ―

드미트리의 앞발에 둘러진 파괴기에 닿은 백린탄들이 제 기능을 상실하며 모든 폭발력과 살상력을 잃었고,

콰지지지지지직!

그렇게 단순한 고물이 되어버린 백린탄들은 드미트리의 공격력을 버티지 못하고 평범한 고철이 부서지듯이 스러져버렸다.

드미트리가 신약개발단지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갑자기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건물이란 구조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데에 그 기능이 있는 법이니까.

파괴기에 닿은 건물들은 형태를 잃고 무너짐으로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잘 가라! 코드 원! 크하하하하핫!”

한순간에 초대형 백린탄들을 날려버린 드미트리가 파괴기를 두른 앞발을 가차 없이 그대로 찍어눌렀다.

후욱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

푸화아아악 ― !

대지가 뒤집히며 거대한 바위와 토사들이 원래 존재했던 산의 높이보다도 높게 치솟았다.

마치 거대한 산사태가 아래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 솟구치는 듯한 광경.

드드드드드드 ― !

그와 동시에 한반도 전역에 거대한 지진이 일었다.

“으아아아아악!”

쿠당탕탕!

어떻게든 도망가려 했던 허 회장과 연구원들은 드미트리의 일격이 일으킨 거대한 충격파를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끄으으으… 흐으으으으……!”

바닥에 넘어지면서 무릎이 깨지고 팔다리를 다친 연구원들이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했다.

‘이젠 다 죽을 거야……!’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희망 이전에 애초에 바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흐렸던 하늘이 드미트리와 강천의 싸움이 일으킨 먼지로 인해 더욱 뿌옇게 뒤덮여가고 있었으니까.

흐린 하늘과 두꺼운 먼지.

낮임에도 해는 단 한 줄기의 햇살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쿠우우우우……!

가을을 맞아 울긋불긋했던 산은 그 원형마저 잃고 상처를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구슬프게 신음하고 있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다 개소리야……!’

쥐구멍은 볕이 들지 않기에 쥐구멍이고, 하늘은커녕 살던 집의 지붕만 무너져도 솟아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코드 원 씨……!”

뚝 ― 뚝 ―

어느새 허 회장의 두 눈에서도 눈물과 핏물이 섞여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언제나 총명하며 도전 의식과 탐구 정신으로 똘똘 뭉친 불도저 같은 허 회장의 얼굴에서도 희망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한반도… 아니, 눈앞에서 세상이 멸망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히 잠식했다.

그저 모든 걸 잃고 좌절한 채 죽음만을 기다리는 이처럼 멍하니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그들.

하지만 그들은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뿌옇게 허공을 가득 뒤덮은 먼지가 치솟기 직전,

파직!

하얀 번개 한 줄기가 골짜기 안으로 날아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쿠우우우우……!

뿌연 먼지 사이.

‘…어?’

순간적으로 죽음을 직감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던 강천은 아직 자신의 의식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슬며시 두 눈을 떴다.

스윽 ―

두 눈을 뜨긴 했지만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워낙 자욱하게 치솟은 먼지가 시야를 제대로 방해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계급 헌터인 강천에게 그런 시야 방해 따위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다른 뛰어난 감각들이 시야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다, 당신……!”

강천은 곧바로 자신의 옆에 누가 와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진짜 왜 이리 늦은 겁니까? 혼자 싸우다 뒈지는 줄 알았잖습니까.”

“…면목 없습니다.”

강천의 옆에는 태운 이전의 한국의 최강자, 김천용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속초에서의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말입니다. 협회에서 제 위치를 따로 배정한 걸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청룡 길드를 이끌고 속초로 향했던 천용.

그는 고성군에서 우천 길드와 산왕 길드를 전멸시키고 내려오는 노아즈 아크 잔당들과 몬스터들을 속초시에서 저지하고 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됐습니다. 그것보다, 당신이 여기 왔다는 건 속초시는 정리되었다는 거겠죠?”

“네. 속초시는 정리 끝났습니다. 다른 길드원들은 수도권 쪽 전선으로 곧바로 향했어요.”

역시 코드 원과 쌍벽을 이룬 대한민국의 2인자였다.

아직 다른 전선들은 고전 중인데 청룡 길드는 천용의 힘을 업고 가장 먼저 전선을 정리하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보다 다른 곳에서는 다중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 같던데. 속초는 괜찮았습니까?”

“아, 그거 말입니까?”

천용은 품에서 아공간 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웬 씨앗들을 보여주었다.

“…씨앗?”

“놈들이 가지고 있던 겁니다.”

천용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다 마력을 살짝 불어넣으면 던전이 생성됩니다.”

“……!”

처음 듣는 이야기에 강천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던전이 왜 씨앗 형태로…….”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누군가의 능력이겠죠. 청룡은 저번 다중 브레이크가 인위적이라고 반쯤 의심하고 있었습니다만… 이게 사실이라는 건 이번에서야 확신했습니다.”

과거 도명조가 다녀갔던 봉산에서 그의 흔적을 호성과 함께 확인했었던 천용.

그곳에서 부서진 씨앗 하나를 발견했던 천용은 그저 하나의 가설을 세워두고만 있었다.

놈들이 씨앗의 형태로 생긴 던전을 인위적으로 발생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전투에서 천용은 노아즈 아크 잔당 중 몇몇이 품속에 낯익은 씨앗들을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운이 좋았습니다. 놈들이 브레이크를 일으키기 전에 모두 처치했으니까요.”

“…대단하군요. 이 정보는 아마 우리 대장도 모르고 있을 것 같은데…….”

“하와이 전투에서도 다중 브레이크가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코드 제로 님과 코드 원 씨 두 분 다 보신 게 아니셨습니까?”

천용의 물음에 강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회담장을 무너뜨린 게 다중 브레이크였을 겁니다. 회담장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다중 브레이크가 일어나 있더군요.”

강천의 말에 천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랬군요. 일단 시간이 없으니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아무래도 저쪽에서 눈치를 챈 것 같으니까요.”

천용의 말을 마침과 동시에,

“넌 또 뭐야아아아아!”

후우우우웅 ― !

거대한 불곰의 포효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먼지를 빠르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이 ― !

거센 먼지바람을 손으로 살짝 가리며 드미트리가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돌리는 두 사람.

“…저기.”

강천은 잔뜩 굳은 얼굴로 옆에 서 있던 천용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예?”

천용이 의아한 표정으로 살짝 눈길을 주자,

“크, 크흠…….”

강천은 가면 뒤에서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서아는… 괜찮습니까?”

“…아.”

강천의 물음에 천용은 먼저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정과 동시에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서아 씨가 코드 원 씨에게 한 가지 말 좀 전해달라더군요.”

“……?”

천용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가 서아의 말을 전한다고 하니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코드 원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죽으면 죽는다… 라더군요.”

“…푸흡.”

한 박자 늦게 반응하며 실소를 터뜨리는 강천.

스윽 ―

그는 어느새 거의 다 걷힌 먼지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불곰을 올려다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방금 죽을 뻔했는데… 두 번 죽을 뻔했네요.”

“솔직히 믿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드미트리가 세계급이라고는 하지만… 코드 원 씨도 같은 세계급인데…….”

강천은 미간을 좁히며 괴수처럼 거대화한 드미트리를 응시했다.

“저 새끼, 방주입니다. 그냥 세계급이 아니에요.”

“……!”

천용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드 제로조차 (표면상) 고전했던 방주라면 코드 원이 당할 뻔했다는 것이 이해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이거… 저도 죽을 수 있겠군요.”

“그런 말씀 마시죠. 저 이제 청룡 길드장님 믿고 가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파짓!

천용의 몸에서 하얀 번개 한 줄기가 튀어 올랐다.

“……!”

S급일 때와는 무언가 다른 모습에 강천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방금 그거……!”

청룡으로 변해야 다른 자연계 능력 사용이 가능했던 천용.

하지만 EX급으로 오른 지금은 인간 상태로도 능력의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코드 원 씨.”

천용은 코드 원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엔 제가 캐리해드리겠습니다.”

천용의 말이 끝나는 그 순간,

“말이 많구나아아아!”

쿠아아아아아아아 ― !

드미트리가 또다시 무시무시한 파괴기를 두른 채 거대한 앞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파지직!

한 줄기의 백색 섬전이 된 천용의 신형이 골짜기에 하얀 선을 그렸다.

[뇌신화(雷身化) ― 백뢰 ver]

태운의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천용.

덕분의 인간 상태로도 그의 속도는,

치지직!

그의 기술, 뇌룡화와 맞먹는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

드미트리의 앞발이 텅 빈 대지를 때렸다.

드드드드드드 ― !

또다시 커다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지만,

파바밧 ― !

세계급에 이른 두 헌터의 기동성을 빼앗기엔 역부족이었다.

‘속도 하나만큼은 형이랑 맞먹을 수도 있겠는데?’

태운의 기술, 광뢰신과 초광뢰신을 모르는 강천의 눈에는 천용의 속도가 거의 태운과 맞먹을 정도로 보이고 있었다.

“쓸데없이 크기만 하면 뭐 해?”

치직!

순식간에 드미트리의 등 뒤를 점한 천용이 커다란 불곰의 등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는,

“내가 커봤는데 별 쓸데없더라고.”

키이이이잉 ― !

불곰의 등에 접촉한 손바닥에 마력을 모았다.

[백뢰파(白雷波)]

콰르르르르릉 ― !

파지지지지직!

백색 번개의 파형이 거대한 불곰을 한순간에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드미트리.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이 모기 같은 새끼가!”

커진 크기만큼 신체 능력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면서 체력과 방어력도 덩달아 증가한 드미트리에게 이 정도 데미지는 그리 커다란 치명타가 될 수 없었다.

지이이잉 ―

드미트리의 등을 파괴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그 기운에 닿지 마세요!”

이미 파괴기의 위력을 맛본 강천이 재빨리 경고를 날렸고,

파직!

천용은 재빨리 드미트리의 몸에서 떨어지며 살짝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이 정도 수준쯤 되면 단순한 번개로는 안 되는 건가?”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리는 천용.

그리고는,

스윽 ―

땅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내렸다.

“그럼 다른 걸로 해봐야겠군.”

그그그그그그……!

골짜기 전체가 미약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드미트리가 일으킨 지진과는 그 강도 자체가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의 흔들림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

콰드드득!

무언가가 거대한 불곰의 전신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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