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51화 (251/300)

251화. 2인자들이 힘을 합침 (3)

쿠구구구구……!

골짜기가 사라졌다.

아니, 단순히 골짜기가 사라졌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그냥 산맥 일대가 지워졌으니까.

아까 전 장군산을 날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의 폭발이 한반도 안에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골짜기가 도심과 엄청나게 떨어진 곳이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수만… 아니, 수십만의 사람들이 그 폭발에 휩쓸릴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쿠구구구구구……!

한반도에 가해진 거대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 곳곳에서 연신 여진이 일었다.

“쿨럭! 쿨럭!”

쿠르륵…….

저 멀리 튕겨 날아간 푸른 장발의 남자, 천용이 어디서부터 날아와 쌓인 것인지도 모를 잔해를 치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자가회복을 했는지 그 어마어마한 힘의 폭발에도 외상은 그리 없어 보였지만,

“쿠웨에에엑……!”

속이 진탕이 된 듯 피를 게워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허억… 허억……!”

치이이이이……!

자가회복으로 내상까지 마저 치료해낸 천용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 앞을 주시했다.

그어어어어어어……!

저 멀리 지평선 끝자락에 거대한 불곰 한 마리가 포효를 내지르고 있었다.

정작 이 어마어마한 힘의 폭발을 일으킨 원흉은 상처 하나 없이 기세등등해 보였다.

으드득……!

천용의 입안에서 이 갈리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그러다,

퍼뜩!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코, 코드 원……!”

그 어마어마한 힘의 폭발에도 천용이 그나마 상처 없이 튕겨 나갈 수 있었던 이유.

드미트리가 힘을 터뜨리는 순간, 백뢰를 두른 채 후방으로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너무도 갑자기 일어난 폭발이라 뇌룡화까지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재빨리 뒤로 몸을 날린 덕에 대부분의 충격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천 씨는 어디에……!’

천용처럼 고속 이동 기술이 부재한 강천은 뒤로 날렸더라도 그 충격을 거의 해소할 수 없었을 터.

마력을 조금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드미트리를 홀로 상대하느라 녹초가 된 강천은 이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후욱 ―

천용은 재빨리 공기를 일으켜 일대로 바람을 퍼뜨렸다.

휘이이이잉 ― !

완전히 초토화된 지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잔잔한 바람이 천용을 중심으로 파문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움찔.

호흡하고 있는 누군가가 느껴졌다.

파앗 ― !

천용의 신형이 곧바로 그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하아… 하아… 하아……!”

잔해에 완전히 파묻혀 얼굴과 하체의 일부분만이 드러난 강천의 모습이었다.

“코드 원 씨! 정신 차려요! 코드 원 씨!”

쿠르르륵!

천용의 바람이 재빨리 잔해들을 옆으로 치워냈다.

그러자 잔해 밑에 깔려 있던 강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이런……!”

강천의 상태는 심각했다.

우선은 완전히 부서진 가면.

가면의 파편이 튀며 긁혔는지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몸 상태에 비하면 얼굴은 약과였다.

무엇에 맞았는지 완전히 짓이겨진 왼쪽 어깨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온 철근이 강천의 오른쪽 옆구리에 박혀 있는 상태였다.

하체는 그나마 커다란 외상은 없었으나, 왼쪽 발목이 기묘한 각도로 돌아가 있는 것이 발목 자체가 부러진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씨X… 전력으로 마력강화를 했는데도… 쿨럭……!”

피가래가 섞인 침이 그의 입에서 줄줄 새어 나왔다.

“코드 원 씨… 침착하시고 얼른 자가회복하세요…! 저놈이 달려들기 전에……!”

강천에게 의식이 있음을 확인한 천용은 골짜기 속에 서 있는 드미트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나,

“하아… 하아… 아니요. 자가회복 안 합니다. 마력 아까우니까……!”

강천은 자가회복을 하지 않은 채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부들부들……!

그의 전신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가 조금씩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짓이겨진 어깨와 철근이 박힌 옆구리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대,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천용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천을 바라보았다.

이런 심각한 부상에도 자가회복을 하지 않겠다니.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자가회복을 하지 않겠다는 강천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천용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강천이 방금 여파에 휩쓸려 머리를 다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강천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적이고 냉철했다.

“잘… 들으세요… 기회는 딱 한 번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단번에 즉사시킬 수밖에 없어요.”

“…뭔가 수가 있는 겁니까?”

천용으로서는 강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드미트리는 공격을 받으면 그 데미지를 축적했다가 터뜨리는 괴물인 데다가 실수로 파괴기에 닿았다간 그대로 절명할 수도 있는 막강한 상대였다.

심지어 동물형 능력자의 각성 능력인 거대화 때문에 헌터의 급소인 뇌와 심장도 엄청나게 커져 단번에 죽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드미트리를 무슨 수로 한 방에 죽인단 말인가?

천용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천을 바라보고 있자,

씨익 ―

강천은 피가 잔뜩 묻은 이를 씨익 드러내 보이며 미소 지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저 안 죽습니다. 죽으면 서아한테 죽는다고요.”

“…제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군요. 저런 괴물을 어떻게 한 방에 죽인다는 것인지…….”

천용의 말에 강천의 미소가 조금 씁쓸하게 변했다.

“조금 오염은 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지요. 다 죽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회복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천용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오르자, 강천은 그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청룡 길드장님. 마력 아직 충분하죠?”

* * *

“크하하하하하하하!”

한반도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드미트리가 골짜기였던 자리에 홀로 서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드미트리를 괴롭히던 2인의 세계급 헌터는 흔적도 없이 죽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감지가 안 될 정도로 멀리 날아간 것인지, 최소 근방 몇백 미터 이내에서는 감지조차 되지 않았다.

하기야 그만한 폭발이었다.

아무리 놈들이 세계급 헌터라고 한들, 즉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하다고……!”

괴로운 척 연기하며 그의 전신을 불태우는 거대한 화염이 주는 데미지를 모조리 축적하고 있었던 드미트리.

근방 10km라는 어마어마한 범위를 날려버리고도 그의 전신에는 여전히 다 해소하지 못한 힘이 상당량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10km 정도는 두세 번이라도 더 날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크하하하하하……!”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대가 그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드미트리의 전신에 차올랐다.

‘이 정도 힘이면… 코드 제로가 와도 두렵지 않아……!’

제아무리 코드 제로라고 한들 지형마저도 바꿔버리는 힘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놈이 아무리 서해에서 난리를 피우고 하와이를 지울 만큼의 어마어마한 격전에서 살아나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은 전력이 아닌데도 이 정도라고……!’

아레스의 진정한 힘은 부하들이 함께 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단신으로도 이 정도인데 노아즈 아크의 잔당들과 합류한다면, 코드 제로는 물론이고 그 어마무시한 노아신과도 자웅을 겨뤄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하하하… 그럼 얼른 가볼까……!”

드미트리는 다른 곳에서 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을 다른 전장을 생각하니 피가 끓는 것 같았다.

얼른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다른 전장에 합류하여 날뛰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히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쿠웅 ―

거대한 불곰의 발이 한 발자국 움직이자 대지가 크게 울렸다.

“아… 거대화는 풀어야지.”

거대화는 그 형태의 유지만으로도 마력을 상당히 잡아먹었다.

아무리 세계급에 이르고 권능을 하사받았다 한들, 마력이 무한정하지 않은 이상 마력을 조금은 아낄 필요가 있었다.

슈루루룩 ―

웬만한 산보다도 더 컸던 불곰이 순식간에 사람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스르륵 ―

변신도 풀리며 드미트리의 모습은 다시 완전한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다.

“끄응…….”

여전히 몸 안에는 치환해둔 데미지가 남아 힘이 넘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피곤한 듯 목과 어깨를 돌리는 드미트리.

아무래도 치환하지 못한 채 그대로 맞았던 공격들에 대한 피로가 몸에 쌓인 듯했다.

치이이이……!

드미트리는 자가회복으로 피로를 느끼게 만드는 몸 안의 독소들을 제거해냈다.

“후우… 이제야 살겠군.”

그렇게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뚝.

그의 발밑으로 무언가 액체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

순간 빗물인가 싶었지만 드미트리는 그 자국을 보고 곧바로 비가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빨간색……?’

그 액체의 정체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전,

콰드드득!

익숙한 소리와 함께 그의 전신이 순식간에 결박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유우우우우웅……!

불길한 추락음이 그의 고막을 가득 채웠다.

* * *

몇 분 전,

치직!

전신에 하얀 번개를 두른 무언가가 눈 깜짝할 사이에 구름 위로 솟구쳤다.

그의 정체는 뇌룡화를 시전한 천용.

그리고 청룡으로 변한 천용의 머리 위에는,

“하아… 하아…….”

온몸이 걸레짝이 된 강천이 타고 있었다.

뚝… 뚝…….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청룡 위에 걸터앉은 강천의 발끝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하아… 아셨죠? 제가 폭탄을 떨구는 순간, 하아… 하아… 최대한 멀리 떨어짐과 동시에 공기를 조절해서 열폭풍이 골짜기 바깥으로 최대한 새어 나가지 않게 해주셔야 합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탄 강천의 말에 천용은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근거리도 아니고 원거리에서 그만한 충격파를 가두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하아… 하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나저나, 정말 핵을 사용하실 겁니까…? 그… 방사능은……!”

“하아… 하아… 걱정 마세요. 깨끗한 수소폭탄을 사용할 거니까.”

강천의 계획은 이러했다.

그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핵폭탄을 떨어뜨려 드미트리를 단번에 즉사시키는 것.

아예 회복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흔적조차 남지 않게 날려버리는 것.

핵무기를 사용하면 다른 것보다도 어마어마한 방사능으로 인해 한반도가 크게 오염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깨끗한 수소폭탄… 하아… 하아… 즉 ‘Clean H―bombs’는 그냥 핵폭탄보다 방사능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이에 강천은 폭발력은 비슷하지만 후유증이 덜 남는 ‘깨끗한 수소폭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방사능이 적은 거지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아… 하아… 그럼 어떡합니까? 하아… 이대로 다 같이 죽자고요? 우리 대장은 연락도 안 되는 상황에 저놈 풀어놓는 게 핵보다 더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천용은 아무래도 한반도 안에 핵을 떨군다는 것이 꺼려지는 듯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강천은 단호하게 천용의 머리 위에 돋아난 청룡의 뿔을 잡고 흔들었다.

“됐습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작전에만 집중하세요. 하아… 하아… 잘못하면 우리도 죽으니까……!”

휘이이이이 ―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난 폐허의 높다란 상공.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 천용과 강천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에는 거대화를 풀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려는 드미트리가 있었다.

“고맙게도 거대화까지 풀어줬군요. 자… 갑니다……!”

키이이잉 ―

강천의 멀쩡한 오른손에 순간적으로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최대한 빠르게 마력을 응집시켜 드미트리에게 마력의 흐름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쿠궁……!

순식간에 커다란 핵탄두가 생성되고,

‘모르겠다……!’

천용은 이를 악문 채 저 아래에 있는 드미트리를 향해 마력을 전개했다.

콰드드득!

순식간에 땅속에서 솟아올라 놈의 전신을 결박하는 리그넘바이티.

그와 동시에,

피유우우우우웅……!

강천의 손에서 핵탄두가 떨어져 내렸다.

“튀어요……!”

핵탄두를 떨어뜨린 강천이 바짝 달라붙으며 천용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파직!

드미트리를 순간적으로 결박한 뒤, 뇌룡화로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천용.

불과 2~3초 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빛무리와 함께 한반도 한복판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