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총체적 난국임 (1)
“케에에에엑!”
한편 곳곳에서 다중 브레이크가 일어난 수도권 전선 라인.
그곳에서는 완연한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아즈 아크 잔당만으로도 힘에 겨워하던 한국의 헌터들과 협회 직원들은 그들과 함께 들이닥치는 몬스터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으니까.
콰득!
“끄아아아아악!”
감마조와 청호 길드가 전멸하고 이태성과 김바울이 퇴각한 포천시 바로 밑에 있던 양주시.
양주시에서 후방 라인을 지키던 한 헌터가 왼쪽 어깨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악어가 그의 왼쪽 팔을 먹어버린 것이다.
“크으으윽!”
팔을 뜯긴 헌터는 재빨리 몸을 피하려 했지만,
펄쩍!
거대한 악어는 헌터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녀석은 악어의 입과 몸통 그리고 꼬리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호랑이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키메라형 몬스터였으니까.
콰악!
통칭, ‘크로커타이거’가 도망치려던 헌터의 목을 물었다.
휘리릭 ― !
그리고 이어지는 데스롤(Death Roll).
콰드드득!
순식간에 목이 뜯겨 나간 헌터가 공중에 붉은 선혈을 흩뿌리며 절명했다.
“으아아아아아!”
방금 죽은 헌터의 동료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크로커타이거의 옆으로 달려들었다.
콱!
헌터의 날카로운 마력검이 크로커타이거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카가각!
말도 안 될 정도로 단단한 크로커타이거의 외피는 헌터가 내리찍은 마력검에도 작은 상처 하나조차 나지 않았다.
“크르륵!”
후욱 ―
크로커타이거의 거대한 앞발이 마력검을 가지고 달려든 헌터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콰아앙!
“커헉!”
그 일격에 내장이 완전히 터져버린 헌터의 신형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날아가 어느 건물에 처박혔다.
“쿨럭! 쿨럭! 우으으으……!”
몇 사발은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토해낸 헌터가 흐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체… 허억… 왜 이런 일이……!”
하지만 말을 채 다 잇기도 전,
콰직!
어느새 달려든 크로커타이거의 거대한 아가리가 그의 상체를 통째로 씹었다.
“크르륵…….”
콰득! 콰득!
양주시 곳곳에서 헌터들과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시민들의 몸뚱이를 씹어먹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주시를 지키던 헌터들 중 마지막 남은 한 용병 헌터는 어느 건물 옥상에 숨어서 벌벌 떨며 이 모든 장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덜덜덜……!
용병 헌터는 떨리는 팔을 들어 자신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후두둑 ―
산산이 부서진 핸드폰이 조립하기 전의 퍼즐 조각들처럼 쏟아져 나왔다.
도망치던 도중 노아즈 아크 잔당이 쏜 마력 탄환에 가슴을 맞으면서 핸드폰이 대신 부서진 것이었다.
“흑… 흐윽……!”
구원을 요청할 최후의 수단마저도 잃어버린 용병 헌터가 숨죽여 흐느꼈다.
사방은 온통 브레이크된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과 노아즈 아크의 잔당들로 가득한 상태.
용병 헌터로서는 이 자리를 홀로 탈출할 능력도, 그렇다고 장시간 숨어 있을 능력도 안 되었다.
용병 헌터의 등급은 겨우 B등급에 불과했으니까.
아무리 숨죽여 숨어 있다고 한들, 최소 A급 던전 몬스터는 될 것 같은 크로커타이거를 비롯한 예민한 감각을 가진 몬스터들이 곧 자신을 찾아낼 것이었다.
“누가… 누가 좀……!”
용병 헌터는 숨죽여 흐느끼다가 자기도 모르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익?”
한쪽 눈이 애초부터 없는 것처럼 X자 표시가 되어 있는 동물형 몬스터, 애꾸 원숭이가 용병 헌터가 숨어 있는 옥상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히익!”
깜짝 놀란 용병 헌터는 쭈그려 앉아 있다가 뒤로 나동그라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끼이익! 끼이익!”
마치 숨겨져 있던 장난감을 찾은 것처럼 웃으며 방방 뛰는 애꾸 원숭이.
카각! 카가각!
애꾸 원숭이의 비정상적으로 기다란 날카로운 손톱이 옥상 바닥과 벽을 긁어대자 돌가루가 마구 흩날렸다.
B급 헌터인 용병 헌터 그리고 마찬가지로 B급 몬스터인 애꾸 원숭이.
같은 B급이지만 두 존재가 지닌 전투적 역량의 격차는 최소 몇 배.
같은 급의 던전을 최소 10인 1조를 이뤄서 토벌해야 하는 헌터가, 홀로 동급의 던전 몬스터를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전투를 벌였다간 다른 몬스터들이나 노아즈 아크 잔당이 몰려올 수도 있는 상황.
완전히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려버린 용병 헌터는 사고가 마비되었는지 주무기인 쌍권총은 꺼내 들지도 못한 채 벌벌 떨며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애꾸 원숭이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카각… 카가각……!
“끼이익! 끼이익!”
애꾸 원숭이는 돌바닥을 긁으면서 소름 끼치는 소음을 만들어내며 서서히 용병 헌터의 신경을 죄여갔다.
잘 벼려진 칼보다도 날카롭고 기다란 손톱 10개가 시야를 가득 메우니 용병 헌터는 눈앞이 점점 아득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꽈악 ―
결국 이내 완전히 의지가 무너진 용병 헌터가 죽음을 받아들이며 두 눈을 감은 그때,
슈욱 ― !
콰득!
그의 앞에서 무언가 짓이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들이 헌터들과 시민들을 물어뜯던 소리와 비슷한 소리.
“……?”
분명 용병 헌터의 앞에는 애꾸 원숭이 한 마리뿐이었는데.
몬스터들끼리 서로 자신을 죽이겠다며 싸움이라도 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용병 헌터의 뇌를 지배하며 더 큰 공포심이 밀려왔다.
그러나 곧,
치직……!
왠지 익숙한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용병 헌터는 가까스로 눈을 뜰 수 있었다.
스윽 ―
용병 헌터가 살짝 눈을 뜨자,
“아아, 생존자 1인 확보. 위치는 XX빌딩 옥상이다. 다시 말한다. 생존자 1인 확보. 위치는 XX빌딩 옥상이다.”
전신이 하얗게 물든 한 남자가 무전기를 들고 서 있었다.
“저, 정호백 헌터……?”
용병 헌터는 곧 남자의 정체를 알아봤는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친 데는 없으시지? 그럼 잠시 여기 계셔봐. 곧 구조팀이 올 테니까.”
슈욱 ― !
정호백은 용병 헌터에게 대충 한마디만을 남기고서 곧바로 빌딩 아래로 몸을 날렸다.
몸통을 제외하고 얼굴과 팔다리가 백호로 변한 그의 신형이 하얀 잔상을 그리며 빌딩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그가 빌딩에서 내려와 도심에 모습을 드러내자,
“크르륵?”
도심을 활보하던 몬스터들과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그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그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 새끼들… 드럽게 많이도 처나왔네.”
꾸득… 꾸드득……!
몬스터들과 노아즈 아크 잔당들에게 포위되자마자 완전 변신을 시전하는 정호백.
몸통만은 인간 형태를 유지하며 불완전했던 정호백의 모습이 작은 트럭만 한 커다란 백호의 모습으로 변모하자 그 완전한 위엄을 되찾는 건 한순간이었다.
“백호 길드!”
커허어어어엉 ― !
커다란 백호가 된 정호백이 커다란 포효를 터뜨리자,
파바바밧 ― !
도심 이곳저곳에서 옷 어딘가에 하얀 백호 문양을 새긴 헌터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치이이……!
콰아아아앙!
핏줄이 울룩불룩 솟아오른 채 전신에서 희미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남자,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 구정태가 마력 폭주를 사용한 채 크로커타이거 한 마리의 대가리를 단숨에 깨버리며 시작을 알렸다.
“다 쓸어버려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아!”
“뒈져라아아아아!”
콰앙! 콰앙! 콰아아앙!
파주시 전선을 맡고 있던 백호 길드.
무사히 남하하는 노아즈 아크 잔당들과 그들이 터뜨린 다중 브레이크를 정리하는 데에 성공한 그들이 양주로 지원을 온 것이었다.
* * *
그 시각 협회 본부.
전선 곳곳에서 발생한 다중 브레이크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곳곳에서 돌려오는 패퇴 소식에 절망감으로 물들었던 본부는 어느새 조금이나마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그건 바로,
“코드 원과 김천용 헌터! 승리했습니다!”
천리안으로 모든 전선의 상황을 중계하던 장지희의 입에서 흘러나온 승전보 덕분이었다.
다중 브레이크에 이어 처참한 패퇴 소식만이 흘러나오던 장지희의 입에서는, 청룡 길드가 강원도를 밀고 내려오는 노아즈 아크 잔당들을 상대로 속초 전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 이후 계속 긍정적인 소식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백호 길드, 파주시에서 승리했습니다!”
“코드 투, 의식 돌아왔습니다! 재정비 후 현장에 재진입 예정입니다!”
타다다다다 ―
장지희의 입에서 새로운 소식이 흘러나올 때마다 현숙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고,
“백호 길드 측 다른 전선 지원 요청해! 양주시로 이동시켜!”
현숙이 작성하는 상황판과 지도를 살피던 현주는 곧바로 각 헌터들과 연락을 중계하고 있는 협회 직원들에게 즉각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막을 수 있어… 막을 수 있어……!’
지도를 바라보는 현주의 두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드미트리를 제외하고 노아즈 아크의 잔당들이 밀고 내려온 공격 루트는 총 4개.
첫 격전지는 파주, 연천, 철원 그리고 고성이었다.
그 4개의 루트 중 처음부터 백호 길드 측에서 맡았던 파주를 제외한 연천, 철원, 고성 세 곳이 패퇴하여 뒤로 밀렸다.
연천에서 동두천, 철원에서 포천 그리고 고성에서 속초로 밀린 전선.
다행히 속초에서 청룡 길드가 성공적으로 놈들을 막아내며 신경 써야 하는 라인을 2개로 줄일 수 있었다.
스윽 ―
현주는 백호 길드를 나타내는 하얀 클립을 파주시에서 양주시로 가져다 놓았다.
현재 양주시에는 동두천과 포천에서 흘러 내려온 일부 적들이 몰려와 있는 상황.
의정부까지 피해가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양주시부터 틀어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일단 상황 자체는 절망적이지 않았다.
각자 맡은 하나의 전선을 무사히 정리하는 데 성공한 백호 길드와 청룡 길드 덕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 늦긴 했지만 마침내 전라도에서 올라와 전투 참여가 가능해진 현무 길드까지.
현주는 최대한 희생자를 줄이고 단시간 내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코드 원과 청룡 길드장의 상태는 어때?! 곧바로 지원 가능한가?”
현주가 장지희에게 크게 외쳐 물었다.
“두 분 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마력을 모두 사용하셨는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마력 호흡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까득 ―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최고의 패나 다름없는 두 사람이 전투 불능이라는 소식에 현주는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청룡 길드는 수도권에 도착하는 대로 포천시로 배치해. 현무 길드는 당장 의정부시에서부터 수색하며 양주시로 최대한 빨리 올라가게 하고! 양주시가 정리되는 대로 백호와 현무는 동두천시로 지원할 거니까! 그리고 코드 투는 바로 현장으로 들어가지 말고, 청룡 길드가 도착하면 합류해서 포천시로 재투입하게 해!”
“네!”
중계를 맡은 협회 직원들이 재빠르게 현장의 헌터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덜덜덜……!
급한 지휘를 마친 현주가 덜덜 떨리는 팔을 붙잡았다.
현재 가장 오랜 시간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인 동두천시.
바로 그곳에 유린과 기성이 있었으니까.
‘무사해야 해… 얘들아……!’
정작 자신의 아이들이 있는 동두천시로는 아무런 지원 병력도 보내지 못한 현주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천리안을 사용 중인 장지희 쪽을 바라보았다.
‘제발……!’
그녀의 입에서 더 이상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라면서.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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