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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54화 (254/300)

254화. 총체적 난국임 (2)

파주시를 틀어막는 데에 성공한 백호 길드가 양주시에 도착하고, 남부의 현무 길드가 마침내 수도권에 진입한 그 시각.

콰아아앙!

원래 있던 병력에 다중 브레이크 발생, 게다가 옆 도시인 포천시에서 넘어온 추가 병력까지 맞닥뜨린 동두천시의 상황은 대난투를 방불케 했다.

현재 동두천시에서 버티고 있는 한국 측 병력은 크게 이러했다.

한국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패 길드와 충청도에서 도착한 중소 길드 8곳.

그리고 헌터 협회의 베타조와 델타조가 있었고, 알파조 중 1인인 기성이 있었다.

S급 헌터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위태위태한 상황.

그나마 동두천시로 들어온 병력이 다른 라인에 비해 약했기에 이 정도 수준의 병력으로도 어찌저찌하여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푸확 ― !

기성의 강철 주먹이 몬스터 두 마리의 머리통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젠장… 이거 완전 끝이 없네……!”

기성의 전신에서 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한국 측 병력 중에서 불패 길드 마스터와 함께 제일 강한 이로, B급 이상의 강력한 적들만 찾아다니며 상대하다 보니 온몸은 이미 땀으로 샤워를 한 상태였던 것이다.

“저놈부터 죽여야 해!”

대체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레이크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노아즈 아크 잔당들이 벌써 수십 명의 A급, B급 조직원들과 수백 마리의 B급 몬스터들을 쳐죽인 기성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아즈 아크 측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적을 최우선적으로 처치하려는 것이었다.

“…쳇!”

아무리 자신보다 약한 이들이라지만 압도적인 숫자 앞에선 장사 없는 법.

꽤 오랫동안 홀로 노아즈 아크의 집중 공격을 버텨내던 기성의 팔다리가 조금씩 경련을 일으킬 때쯤,

“크아아아앙!”

B급 던전의 보스, 폭탄 고릴라가 부하들을 이끈 채 가슴을 두드리며 기성에게 달려들었다.

퍼퍼퍼펑!

가슴을 두드릴 때마다 일어나는 폭발음.

놈의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음이 일대의 대기를 울리며 그 영역 안에 있는 존재들의 균형기관을 경직시키고 있었다.

노아즈 아크 입장에선 이 효과가 그 누구보다 기성에게 적용되었어야 했으나,

“거, 되게 시끄럽네……!”

정작 말살해야 하는 적인 기성은 폭탄 고릴라의 폭발음에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폭탄 고릴라의 폭발음이 어느덧 A급 최상위에 오른 기성의 부분강화를 뚫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퍼퍼퍼퍼펑!

“키이이익!”

“크윽!”

오히려 기성의 움직임을 제한하기는커녕 같은 편인 자신의 부하들과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의 움직임을 경직시키고 있는 상황.

‘기회……!’

폭탄 고릴라의 폭발음의 효과를 눈치챈 기성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폭탄 고릴라를 처리하지 않고 꽁무니에 매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앙!”

그럴수록 더 약이 오른 폭탄 고릴라는 더욱 거세게 가슴을 두드려대며 기성의 꽁무니를 쫓아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퍼퍼퍼펑!

“크윽! 균형이… 크아아악!”

기성을 상대하기 위해 접근했던 이들은 폭탄 고릴라의 폭발음에 발목을 사로잡혀 제힘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기성의 손에 명을 달리했다.

서거걱 ― !

어느새 양팔을 기다란 강철검으로 변형시킨 기성의 신형이 놈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틈이 나는 대로 강천에게서 지도를 받은 쌍검술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슈칵 ― !

기성을 향해 몰려왔던 수십에 이르는 노아즈 아크 측 병력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성질에 못 이겨 가슴을 두드리며 무턱대고 기성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폭탄 고릴라.

“크아아아아… 아아앙?”

녀석은 자신의 주위가 어느새 조용해졌음을 뒤늦게 깨닫고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부하 고릴라들을 포함해 같이 놈을 공격하던 이들이 모조리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삐질삐질.

주위를 확인한 폭탄 고릴라의 등허리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 고맙다?”

기성은 적들을 처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폭탄 고릴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서걱 ―

놈의 목을 단칼에 베어 고통 없이 보내주었다.

“허억… 허억……!”

어떻게든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긴 기성이 지친 듯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피잉……!

너무 오랜 시간 싸운 반동으로 인해 마력이 바닥을 치며 현기증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회복해야 해…….’

꾸깃 ―

기성은 괴로운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힘겹게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구우우우우 ―

외관이 멀쩡해 보였던 건물 안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전기는 모조리 끊어지고 창문과 벽 등이 여기저기 부서진 것은 물론이며 건물 내에도 몬스터나 노아즈 아크 조직원들이 들어왔던 듯 갖가지 기물들이 모조리 부서져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것인지 바깥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음들을 제외하면 건물 내부는 꽤 조용했다.

‘좋아.’

기성은 재빨리 잔해더미 아래에 몸을 숨기며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력 호흡을 하며 빠르게 마력을 회복시키기 시작하는 기성.

그런 그를,

반짝!

어두운 건물 안에 먼저 자리해 있던 누군가 쳐다보고 있었다.

* * *

“스읍… 후우… 스읍… 후우…….”

어느 한 건물 2층.

한 여성 헌터가 마력 호흡으로 마력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성 헌터의 주위를 한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력 호흡을 이어가는 여성의 주위를 한참 동안이나 서성이던 남성은,

“……?”

무언가를 느낀 듯 1층이 내려다보이는 2층 난간 쪽으로 다가가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저벅 저벅 ―

누군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두웠던 실내 탓에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

지금 같은 상황에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꽈악 ―

남성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몸을 최대한 낮추었다.

자그락 ―

1층의 잔해더미 밑에 주저앉는 외부인.

그러더니,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력 호흡을 하는 듯 규칙적인 숨소리가 1층 안에 희미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씨… 아군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네.’

워낙 건물 안이 어두웠던 탓에 외부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남성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을 최대한 찌푸렸다.

마력으로 눈을 강화할 수는 없었다.

마력을 운용하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저 외부인이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었으니까.

마력을 회복하는 걸 보니 마력이 얼마 없어 회복하러 들어온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그래도 전투는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의 등 뒤에는,

“스읍… 후우… 스읍… 후우…….”

그의 동료가 회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 대한은 2층의 한 공실에서 마력 호흡을 하고 있는 여성, 민아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리고는,

터업 ―

“……!”

마력 호흡을 하고 있는 민아의 입을 살포시 막고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소리 내지 말고 잘 들어……!”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아에게 대한은 검지를 세워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누군가 들어왔어… 근데 아군인지 적인지 확인이 안 돼.”

대한의 말에 민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욱신!

민아는 커다란 통증을 느낀 듯 두 팔로 바닥을 짚은 채 상체를 뒤로 젖히며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덜덜덜……!

바닥에서 살짝 들어 올린 그녀의 다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무언가 허전한 그녀의 두 다리.

무릎 아래쪽이 완전히 사라져 길이가 반토막이 나버린 두 다리가 바닥에서 살짝 떨어진 채 처량하게 떨리고 있었다.

“괘, 괜찮아……?”

괴로워하는 민아의 모습에 대한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으득……!

대한은 민아를 지키지 못한 아까 전의 자신을 원망하며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이미 몇 차례 결판이 난 다른 전선들과 달리, 가장 오랜 시간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두천시.

동두천시에서 싸우고 있는 무리 중 나름 분전하는 베타조와 불패 길드원들과는 달리, 델타조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노아즈 아크 잔당들을 상대하는 것도 벅차 베타조나 불패 길드의 정예들의 전투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하던 델타조.

그런데 그 와중에 다중 브레이크가 터지며 몬스터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니 델타조는 더 이상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수 없었다.

노아즈 아크나 몬스터들을 직접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겨우 D급에 불과한 델타조원들이 D급이나 C급, 심지어 B급 브레이크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제대로 전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아아악!

여기저기 흩어져 전장을 서포트하던 델타조원들이 허무하게 당하기 시작했고,

콰직!

―꺄아아악!

―민아야!!!

결국 민아도 옆에서 갑자기 달려든 몬스터에게 커다란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인 빠른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던 두 다리가 몬스터에게 물려 뜯긴 것이다.

―끄흐으으윽!

민아는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에 거의 졸도할 듯 꺽꺽대기 시작했다.

―야! 채민아아아아!

찰싹! 찰싹!

재빨리 민아를 구해 몸을 빼낸 대한은 금방이라도 정신이 날아갈 듯 꺽꺽대는 민아의 뺨을 두드리며 그녀의 정신을 붙들었다.

두 다리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이대로 자가회복을 하지 않고 기절해버리면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정신 차려! 빨리 자가회복해!!!

민아를 품에 안은 대한이 차오르는 울음을 참으며 의식이 몽롱해진 민아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그런 그의 외침이 닿았던 것일까.

치이이이……!

다행히 민아는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자가회복을 시전했다.

그러나,

치이익!

이미 오랜 전투로 바닥을 치고 있던 기력이 다했는지 민아는 사라져버린 두 다리를 무릎까지 회복하는 데에 그쳐야 했다.

―제기랄!

대한은 민아를 안고 재빨리 전장을 이탈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민아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

그 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저찌하여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한 공실에 자리 잡은 두 사람.

그렇게 민아는 자가회복을 위한 기력을 채우기 위해 재빨리 마력 호흡을 시작했고, 대한은 그 주위를 서성이며 보초를 서게 된 것이었다.

뚝… 뚝…….

완전히 지혈되지 않은 민아의 두 다리 끝에서 조금씩 핏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민아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숨을 쉬며 퀭해진 눈으로 대한을 바라보았다.

“야, 이대한…….”

민아의 잔뜩 지친 목소리가 대한의 가슴을 찌르르 울렸다.

그렇게나 치고 박고 싸우며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던 두 사람.

그럼에도 항상 붙어 있었다는 것은 표현하지 않았을 뿐 서로 간의 상당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아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어지러운 듯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너… 너 혼자 가. 나는 내버려 둬…….”

민아의 말에 대한은 시뻘게진 두 눈을 부릅떴다.

“뭔 개소리야, 인마…! 내가 왜 혼자 가……!”

대한의 말에 민아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자가회복하다 들키면 어떻게 해? 그리고 나 데리고 가는 것보다 혼자 도망가는 게 더 가능성 클 거 아니야…….”

외부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

겨우 D급에 불과한데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민아와, 민아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마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대한이 외부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민아는 담담하게 대한에게 짐이 되는 자신을 희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개소리하고 있네… 미친 X이……!”

대한은 절대 민아의 고집을 들어주지 않았다.

“야! 델타조장은 나야. 조장이 조원을 버리고 가겠냐? 개소리 말고 일단 회복한 마력으로 자가회복부터 해. 놈이 혹시라도 눈치채면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야, 이대한……!”

민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어떻게든 뭐라고 대한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빨리 해. 너 이대로 뒤지면 나도 따라서 뒤질 거니까 자꾸 개소리 말고.”

“……!”

눈물로 가득 찬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울컥 ―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대한의 눈을 마주 본 민아는 차오르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

민아는 눈을 감고 짧지만 조금이나마 회복한 마력을 모두 자가회복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자가회복이 시전되며 상처가 회복되는 소리가 조용한 건물 안에 작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민아의 자가회복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후욱 ―

“누구야.”

어느새 공실 앞까지 다가온 외부인의 목소리가 두 사람이 있는 공실 문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여자 목소리……!’

문 뒤에서 외부인의 목소리를 들은 대한.

꽈악 ―

남은 힘을 모조리 두 주먹에 담은 그가 말없이 공실 문 쪽을 향해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이익…….

공실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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