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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55화 (255/300)

255화. 총체적 난국임 (3)

끼이익…….

공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문의 바로 앞뒤에 있던 두 사람의 시야에 서로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꿀꺽 ―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던 대한의 목뒤로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제발… 제발……!’

제발 상대가 아군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외침이 그의 목구멍에서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런 그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어?”

“…어?”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공실 앞으로 다가왔던 외부인.

그녀의 정체는 바로,

“베, 베타조장님?”

유린이었다.

* * *

자신의 주위를 맴돌며 자신을 지켜주던 기성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홀로 전투를 이어 나가던 유린.

베타조장으로서 기성이나 불패 길드장 그리고 몇몇 불패 길드의 정예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한국 측 전력이었던 그녀는 힘겨운 전투를 이어오다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다중 브레이크로 인해 꽤 상당한 위기에 처했었다.

상대측의 굵직굵직한 전력들은 대부분 기성과 불패 길드 측에서 맡아주었기에 상대하는 데에 힘이 벅찬 적을 맞닥뜨리지는 않았지만, 숫자가 숫자이다 보니 마력 결핍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치리릭!

전봇대만큼이나 거대한 대왕 사마귀들이 몸을 내빼려는 유린을 계속해서 추격했다.

슈카칵 ― !

웬만한 식칼보다도 예리한 놈들의 앞발이 유린의 피부를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살갗에 선명한 상처를 남겨댔다.

겨우 D급 몬스터에 불과한 대왕 사마귀들이었기에 평소라면 유린에 상대도 되지 않았겠지만, 오랜 전투로 잔뜩 지쳐버린 지금의 유린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크윽!

이미 마력이 간당간당하기 시작해 어지럼증을 느끼던 유린은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내어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대왕 사마귀들을 향해 능력을 전개했다.

키이이잉 ― !

[척력폭(斥力爆)]

터어어어어엉 ― !

유린을 중심으로 응집되었던 무형의 거대한 기운이 마치 폭탄이 터지듯 한꺼번에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치리리릭!

우둑 ― 뚜둑 ― !

금방이라도 회를 썰 듯 유린의 전신을 난자하려던 대왕 사마귀들은 갑작스런 충격에 몸 이곳저곳이 꺾였고,

콰아앙! 콰아아앙!

거대한 트럭에 부딪힌 고라니처럼 사방으로 튕겨 날아가 도로 바닥과 건물 벽면에 처박혔다.

후두둑 ―

유린을 중심으로 작은 구덩이가 생겨나며 돌가루가 사방에서 떨어져 내렸다.

―허억… 허억……!

구덩이 속 유린의 사지가 파르르 떨렸다.

남아 있던 마력이란 마력은 모조리 끌어다 쓴 상황이었으니까.

덜덜덜……!

덜덜 떨리는 팔로 품속에 손을 집어넣은 유린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력 포션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언젠가 태운이 비상시에 사용하라고 줬던 포션이었다.

덜덜덜……!

유린은 떨리는 팔을 들어 포션 한 병을 얼른 입안에 털어 넣었다.

사아아아 ―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알싸한 향이 몸 안으로 퍼지며 경련을 일으키던 마력 회로가 미약하게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마력 포션을 하나 마셨다고 한들 여전히 마력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

또 다른 적들이 몰려오기 전에 일단 몸을 피해야 했다.

파앗 ― !

유린은 겨우 회복한 마력을 그 자리를 탈출하는 데에 사용했다.

급한 대로 우선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부 구조가 복잡해 보이는 건물 하나를 찾아 들어가는 유린.

구조가 복잡해야 숨거나 도망치기에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저벅 저벅…….

다행히 건물 안은 조용했다.

―좋아…….

이 정도라면 몸을 숨긴 채 마력을 회복하기에 문제는 없을 터.

유린은 재빨리 1층 잔해더미에 몸을 숨긴 채 마력 호흡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치이익……!

마력 호흡에 집중하던 유린의 귓가에 낯익은 소음이 들려왔다.

―자가회복 소리……?

상처를 입은 헌터가 자가회복을 사용해 회복하는 듯한 소리가 건물 내부에서 울려 퍼진 것이었다.

파밧 ― !

유린은 재빨리 신형을 날렸다.

상대가 다친 상태라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잠시 마력 호흡을 했다고 한들 그녀도 마력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여섯 번의 공격을 날릴 정도의 수준은 회복했기에 그녀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척 ―

소음이 들렸던 2층의 어느 공실 앞에 순식간에 다다른 유린.

공실 안에서는 미약한 기운의 두 존재가 느껴지고 있었다.

흠칫.

막 문을 박차고 들어가 단번에 상대를 끝장낼 생각으로 가득했던 유린은 갑자기 상대가 아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야.

아군이라면 혹시나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을까 싶어 작게 목소리를 내어보는 유린.

그러나,

―…….

상대측 반응이 없었다.

그저,

치이이익……!

희미한 자가회복 소리만이 새어 나오고 있을 뿐.

꿀꺽 ―

긴장한 유린은 마른침을 삼키며 자세를 잡은 채 공실 문을 발끝을 툭 밀었다.

끼이익…….

그렇게 천천히 공실 문이 열렸고,

―…어?

문 앞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 * *

“세, 세상에… 괜찮아요?”

아군을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유린은 민아의 부상을 확인하곤 재빨리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두 다리가 사라진 그녀의 상태는 누가 봐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와… 베타조장님이다……!”

약간의 자가회복으로 지혈에 성공한 민아가 살짝 돌아온 혈색으로 유린을 반겼다.

세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일단 협회 입사 동기이기도 했고, 아직 정식으로 소개받은 적은 없지만 서로가 태운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전해 들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대한은 민아의 상태를 살피는 유린을 보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델타조에 불과한 자신들과는 달리, 그래도 베타조 중에서도 가장 강한 베타조장인 그녀를 만났다는 생각에 뭔가 안심이 된 것이다.

“베타조장님…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한은 괜히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꾸만 몸을 딱딱하게 굳어버리게 하는 긴장감과 갖가지 부정적인 기운을 해소하기 위한 그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유린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좋지 않죠. 동두천시는 이미 완전한 각개전투 양상으로 들어선 지 오래니까요. 부끄럽지만 지금 다른 베타조원들의 상황이 어떤지도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이대로 흘러간다면… 수적으로 불리한 우리가 패배할 겁니다.”

“……!”

유린의 말을 들은 민아의 얼굴이 굳어지고,

“그, 그런……!”

대한 또한 마찬가지로 입술을 깨물며 안타까운 탄식을 토해냈다.

유린은 그런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민아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니까 얼른 회복해서 다시 전선에 복귀해야죠. 델타조장님도 마력이 부족한 상황이죠? 얼른 회복하세요.”

“먼저 회복하세요. 저는 보초를 서겠습니다.”

대한은 고개를 저으며 공실 문 앞으로 다가섰다.

유린과 민아가 회복하는 사이 주위를 경계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보초는 필요 없어요. 건물 내부에 누군가 또 있었다면 이미 우리가 낸 목소리에 들이닥쳤을 테니까요.”

유린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대한에게 회복을 종용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이라도 있으면……!”

대한의 걱정스러운 말에 유린은 괜찮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믿음직한 사람이 근처를 지키고 있는 중이니까.”

말을 하는 유린의 고개가 공실 문 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바로 공실에 나 있는 창문 쪽.

“……?”

유린의 시선에 대한은 그녀를 따라 공실 문 반대편에 있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

대한은 창문 바깥에서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낯익은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찡긋 ―

거미줄에 매달린 동혁이었다.

* * *

타앗 ― !

어느 한 건물 안에 있는 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한 동혁의 신형이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사이를 날았다.

‘건물 거리가 가까우니 그나마 다행인가.’

동혁의 시선이 세 사람이 있던 건물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유린, 대한, 민아가 있는 건물 건너편에 위치한 비슷하게 생긴 건물 안.

그곳의 1층으로 기성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었으니까.

쉬이이익 ― !

동혁은 그 두 건물의 주위를 맴돌며 근처에 무수히 많은 거미줄을 깔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는 몰라도 최소한 네 사람이 회복하는 동안 외부 침입을 막아주기 위함이었다.

퓨뷰뷰뷰뷰븃 ― !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극세사 거미줄이 네 사람이 들어선 두 건물의 주위를 얼기설기 메우며 마치 보석상의 보석을 지키는 레이저 센서처럼 깔렸다.

“후!”

거미줄을 다 깔아놓은 동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전투를 이어왔음에도 약간의 피로감이 있을 뿐 그다지 지친 느낌이 보이지는 않는 동혁의 얼굴.

모든 것은 그의 고유능력인 ‘타란튤라’가 지닌 부가 능력 덕분이었다.

몬스터의 몸에 타란튤라의 독니를 꽂아 넣고 타란튤라가 먹이를 먹듯 빨아들이면 몬스터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으니까.

헌터에게도 되나 싶어 잔당 하나의 목에 독니를 꽂고 빨아보았지만 아쉽게도(?) 마력 흡수는 몬스터를 상대로만 가능했다.

“…우욱.”

갑자기 아까 전 곤충형 몬스터의 마력을 흡수했던 것이 생각난 동혁은 건물 옥상에 매달린 채 헛구역질을 했다.

아무리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라지만 곤충형 몬스터의 몸에 독니를 꽂아 넣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이들이 다 마력 부족으로 골골대고 있는 상황에서 마력 호흡 외에도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것 자체는 가히 축복이라 할 만했지만, 그와 별개로 비위가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동혁이 옥상에 거꾸로 매달려 헛구역질을 하고 있던 그때,

지잉 ―

동혁의 감각에 그가 깔아놓은 거미줄 중 몇 곳이 흔들리는 것이 감지되었다.

파앗 ― !

그 감각을 느끼자마자 몸을 날리는 동혁.

동혁의 신형이 거미줄이 흔들린 곳에 도착하자, 그의 시야에 네 사람이 마력 호흡을 하느라 끌어올린 마력을 느끼고 찾아온 몬스터 몇 마리가 그가 깔아놓은 거미줄에 엉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푸드덕!

어김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곤충형 몬스터들도 있었다.

“…….”

동혁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거미줄에 걸린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독니가 동물형과 곤충형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박혔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콰득!

단 한 놈의 마력도 놓칠 수 없었으니까.

슈우우우욱……!

일대에 거미줄을 치느라 뭉텅이로 빠졌었던 그의 마력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우욱……!”

곤충형 몬스터의 몸에 독니를 박아넣을 때마다 올라오는 헛구역질은 덤이었다.

그렇게 가장 오랜 시간 격전이 벌어지던 동두천시의 전투 양상은 한국 헌터 측이 수적 열세로 인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더욱 절망적이게도,

쿠웅 ― ! 쿠웅 ― !

동두천시를 습격한 노아즈 아크 측에 지원군이 당도했다.

지원군의 정체는 바로,

“구어어어어어!”

포천시에서 발생한 상위 던전 브레이크의 몬스터들 중 일부였다.

또한 포천시에서 넘어온 상위 던전 몬스터들 중 일부가 동두천시에 도달한 그 시각 한국 측에서는,

“…젠장!”

청룡 길드와 조우한 이태성이 그들과 함께 포천시 안으로 재돌입하려 하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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