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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56화 (256/300)

256화. 총체적 난국임 (4)

씨앗의 폭발과 함께 튕겨 날아가 정신을 잃었던 태성.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개씨X……!”

중얼중얼.

파앗 ― !

앞으로 몸을 날리는 태성은 연신 씨근덕대며 혼자 욕설을 중얼거렸다.

포천시 외곽에 위치한 어느 한 폐건물 안.

태성은 김바울에게 업힌 상태로 도시 외곽으로 대피해 숨어 있다가 한참 뒤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뭐, 뭣……?

자신이 기절한 것도 몰랐던 태성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지친 얼굴로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김바울을 바라보았다.

―제, 제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습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두세 시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

시급을 다투는 와중에 두 시간이나 기절해 있었다니.

그것도 협회 측의 가장 큰 전력 중 하나인 자신이 두 시간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생겼을지 가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빠, 빨리 전선으로 복귀해야……!

얼굴이 희게 질린 태성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터업 ―

김바울은 태성의 손목을 붙잡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태성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다.

―포천시는 이미 먹혔습니다.

―뭐, 뭐라고요……?

―포천시에 있던 한국 측 병력은 저희 둘을 제외하고 모두 전멸했어요. 아무리 코드 투 님이라고 한들… 지금 가서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을 겁니다.

―…전멸했다고?

태성의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포천시에 있던 한국 측 병력은 청호 길드와 감마조.

김바울의 말은 즉, 헌터 협회의 감마조원들이 모조리 죽었다는 뜻이었으니까.

―허억……!

태성은 두 눈에 눈물이 차오름과 동시에 숨이 가빠짐을 느꼈다.

오랜 시간 알파조장으로 있으며 그 누구보다 전투부서 사람들과 친분을 다졌던 그였다.

―가, 감마조가… 감마조가……!

동료를 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헌터는 언제나 죽음을 옆에 두고 싸우는 직업이었으니까.

하지만,

―우욱……!

같이 싸우던 동료들의 전멸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이야기였다.

―우욱… 우웨에에엑……!

속이 메스꺼워진 태성이 바닥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줄줄줄…….

미친 듯이 새어 나오는 눈물과 콧물이 그의 눈앞을 가리고 호흡을 가두었다.

―끄윽… 끄으윽……!

구토를 하다못해 숨이 막혀 꺽꺽대기 시작하는 태성.

그런 그를,

―…….

김바울은 안타까워하면서도 공감한다는 눈빛으로 안쓰럽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김바울 또한 포천시에서 청호 길드원들을 모두 잃었으니까.

그러나 김바울은 태성과 달리 커다란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압도적인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스윽 ―

김바울은 폐건물 벽에 기대어 자신의 두 무릎을 두 손으로 안았다.

태성을 업은 채 전속력으로 도주하느라 마력이 간당간당하게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마력 호흡으로 마력을 회복할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커다란 무기력함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던 탓이었다.

툭 ―

구역질을 하고 있는 태성을 바라보던 김바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무릎 위에 턱을 올려놓으며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다 끝났습니다… 모든 게 다…….

탄식과도 같은 김바울의 중얼거림.

그런 그의 무기력한 소리에,

―커허억… 허억… 개소리……!

구역질하던 태성이 두 눈을 부릅뜬 채 김바울을 노려보았다.

콰악 ―

어느새 눈물과 콧물을 닦아낸 태성은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김바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김바울을 째려보는 태성의 눈과 코는 잔뜩 시뻘게져 있었다.

―당신, 청호 길드의 길드장이잖아! 길드원들이 다 죽었는데도 이렇게 포기한다고? 당신이 그러고도 길드장이야?!

태성의 비난에 김바울은 멱살이 잡힌 채 흐릿한 눈빛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흠칫!

그 공허한 눈빛에 태성은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

김바울을 집어삼킨 무기력함이 단순히 그가 나약해서임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코드 투 님, S급인 당신마저도 한 방에 정신을 잃을 정도의 적입니다. 그걸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입니까?

―무, 무슨… 제가 기절한 건 그 정체 모를 씨앗의 폭발 때문……!

―아니.

김바울은 단호한 눈빛으로 태성의 말을 끊어냈다.

―저는 봤습니다. 코드 투 님이 튕겨 나가 기절했던 건, 단순히 놈들이 던진 씨앗의 폭발 때문이 아니었어요.

파르르 ―

태성에게 멱살을 붙잡힌 김바울의 전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악마… 악마였습니다. 그건 악마의 손이었단 말입니다……!

김바울 또한 그 후의 브레이크된 게이트 안에서 튀어나온 존재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태성이 기절하자마자 그를 업고 도주하느라 뒤를 돌아볼 새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태성이 튕겨 나가던 순간, 그 폭발 속에서 본 것은 명백한 악마의 손이었다.

―악마…라고요?

정작 그 악마의 손에 당했던 태성은 전혀 보지 못했던 듯 말꼬리를 올렸다.

―다중 브레이크는 이미 모든 전선에서 발생했습니다. 모든 전선에서 그런 악마들이 튀어나왔다면… 다른 전선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

김바울의 말에 태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김바울의 말대로 다른 전선마저 모두 전멸한 상황을 자신도 모르게 상상해버린 것이다.

툭 ―

김바울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던 태성은 손에 힘이 빠졌는지 그의 멱살을 내려놓았다.

씨앗의 폭발 이후 줄곧 기절해 있었던 태성으로서는 김바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스스로 키운 공포심으로 인해 절망감에 빠져 있는 그때,

치직…….

―……!

태성의 품 안에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코드 투! 코드 투! 들리십니까! 깨어나셨죠?! 괜찮으십니까!}

태성에게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바로 협회 본부의 행정부서 직원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천리안 능력자인 장지희가 태성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듯했다.

―여기는 코드 투! 무전 받았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협회 본부 직원의 목소리에 일말의 희망을 얻은 태성이 얼른 무전기를 꺼내 대답했다.

그러자 협회 본부의 직원은 곧바로 태성에게 본부 측 지시를 전달해주었다.

―{다행입니다! 지금 포천시 쪽으로 청룡 길드의 병력이 향하고 있습니다! 30분 후면 도착할 예정이니, 청룡 길드와 조우하기 전까지 충분히 마력을 회복해놓으세요!}

―……!

협회 본부 직원의 말에 흐릿해져 있던 김바울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청룡 길드가 지원을 온다니?

―청룡 길드는 강원도 전선을 맡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김바울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성의 무전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처, 청호 길드장 김바울입니다. 끼,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청룡 길드는 강원도 전선을 맡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청룡 길드가 여기까지……?

김바울의 물음에 협회 본부 직원은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전달해주었다.

―{청룡과 백호가 각각 속초와 파주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지원을 가는 중입니다! 청룡은 포천으로, 백호는 양주로 향했습니다!}

―아……!

이미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여 드리워졌던 절망의 그림자가 김바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걷혔다.

주르륵 ―

그와 동시에 안도의 눈물이 김바울의 두 눈에서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현재 전체적인 전선들의 상황을 들은 태성.

그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바람을 담아 조심스레 협회 본부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죄송합니다만… 하나만 더 여쭈겠습니다. 혹시… 포천시에서 싸우던 다른 이들은 정말로…….

그러나,

―{…예. 두 분을 제외한 전원, 사망 확인되었습니다.}

그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강원도에서부터 포천시 인근까지 지원을 온 청룡 길드를 만난 태성.

청룡 길드가 오기 전까지 마력 호흡으로 대부분의 마력을 회복한 태성과 김바울은 청룡 길드의 선두에 서서 빠르게 그들을 이끌었다.

슈욱 ― !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달리는 태성의 옆으로 청룡 길드의 부길드장, 호성이 다가왔다.

“코드 투 씨! 이렇게 빨리 달려도 괜찮으십니까? 기절하셨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청룡 길드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형님은 속초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에 메디스카이 신약개발단지로 가셨습니다! 지원 요청이 와서요! 세계급 헌터, 드미트리가 사실 새롭게 임명된 방주였다고 하더군요!”

“……!”

호성의 이야기를 들은 태성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곳에는 코드 원, 강천이 드미트리를 상대하기 위해 먼저 가 있었으니까.

‘세계급이 된 너로서도 당해내기 버거웠던 거냐……?’

까득 ―

강천의 상황을 아직 모르는 태성은 그가 걱정되었는지 이를 갈며 호성에게 되물었다.

“그 이후 소식은 혹시 들으신 게 있습니까?”

“네! 다행히 코드 원 씨와 형님이 협력해서 승리를 거두긴 했다고 합니다! 다만 둘 다 상태가 말이 아니라, 회복에 전념하느라 곧장 지원은 어렵다고…….”

“…그건 다행이네요.”

강천의 무사함을 확인한 태성은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훌쩍 ―

마찬가지로 강천과 천용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이 팅팅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던 서아는 호성과 태성의 이야기를 엿듣다 괜히 또 울컥한 듯 코를 훌쩍거렸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도 다시 포천을 탈환해야겠군요!”

“그 점 말입니다만! 협회 지휘 본부에 따르면 포천에서 일어난 브레이크에서는 다른 몬스터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가 확인되었다고 했습니다!”

“……!”

호성의 말에 태성과 김바울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실 저희는 그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코드 투 씨는 기절하고, 저는 도주하느라 바빠서… 시내로 돌입 전에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바울의 물음에 호성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본인도 확신할 수 없다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 본부의 말로는… 마치 지옥의 악마 같다고…….”

태성의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김바울이 말했던 악마의 손과 호성의 말이 일치했던 탓이었다.

‘지희 씨가 잘못 보았을 리는 없으니… 정말 악마가 튀어나왔다고……?’

아무리 사람들이 초능력을 쓰고,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게이트에서 악마가 튀어나오다니.

믿기 힘들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청룡 길드원들과 두 사람의 머릿속이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만약 정말 악마라면…….

‘최소 S급 개체……!’

몬스터 중에서도 전설형 몬스터에 해당하니, 최소 S급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일행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안고 마침내 포천시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시내 안을 돌아다니는 존재들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아, 악마……!”

자신들도 모르게 ‘악마’라는 명칭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크에에에에에엑!”

태성과 청룡 길드의 포천시 탈환 전투가 시작되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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