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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66화 (266/300)

266화. 검은 악몽을 꿈 (2)

콰르르릉! 콰르르르릉!

꽈지직! 꽈지지직!

태운의 전신에서 뻗어 나간 묵뢰의 다발이 일대를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퍼석… 퍼석……!

묵뢰에 닿자마자 지우개로 지워지듯 소멸하는 건물들.

우르르릉 ― !

순식간에 태운의 밑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지면이 푹 하고 가라앉았다.

묵뢰로 인해 너무 많은 구멍이 뚫린 나머지 지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밑에서부터 무너지고 만 것이다.

콰과과과과광 ― !

여기저기서 건물들이 무너지며 마치 대규모 전쟁이라도 하는 듯한 폭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태운의 발작의 여파가 어찌나 거대했는지, 이러다간 곧 그의 손으로 이 한반도 자체를 지워버릴 지경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그의 이성을 완전히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

그런 태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수십 명의 존재가 있었다.

“이야… 미쳤다, 미쳤어. 저게 인간계 최강자라는 거지?”

동석을 단숨에 집어삼켰던 커다란 뱀을 몸에 두른 72위계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가 킬킬거렸다.

움찔움찔.

몸이 근질거리는 듯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그의 근육이 꿈틀대고 있었다.

“어머… 상당히 마음에 드는걸?”

56위계 대악마, 그레모리가 피 묻은 손바닥을 할짝거렸다.

그녀의 손에 몰살당한 헌터들의 피가 그녀의 팔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푸히히힝! 그레모리! 또 다른 남자를!”

무려 단순한 뒷발차기로 천용을 일격에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던 55위계 대악마, 오로바스가 콧김을 쉭쉭 내뿜으며 또 다른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그레모리에게 질척거렸다.

“아이, 참… 무슨 말을 못 하게 한다니까.”

그레모리는 피가 묻은 손으로 그런 오로바스의 목을 쓰다듬어주며 그를 진정시켰다.

“푸히히힝!”

말의 모습을 한 단순한 오로바스가 금세 기분이 좋아진 듯 이를 드러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노아신에 의해 처음 이 도시에 소환된 세 마리의 대악마.

그런 그들의 뒤에는 또 다른 대악마들이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서 있었다.

모두 노아신의 능력으로 소환된 대악마들이었다.

“쿠루루루룩!”

거대한 비둘기의 모습을 한 대악마가 커다란 날개를 퍼덕였다.

푸우우웅 ― ! 푸우우우웅 ― !

거대한 날개의 퍼덕임 몇 번에 일어난 작은 돌풍이 일대의 먼지를 거칠게 밀어내고 있었다.

태운의 흑색 번개를 피해 노아신을 비롯한 대악마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옮긴 38위계 대악마, 할파스였다.

“인간 하나를 상대로 대악마 전원을 부르다니!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아와드여!”

할파스의 말에 추가로 소환된 대악마들이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좀 그렇긴 해? 주인! 우리를 못 믿는 거야?”

그레모리가 창백한 입술을 핥으며 노아신, 아와드의 앞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틈만 나면 자신을 유혹하려 드는 그레모리의 얼굴을 밀어낸 아와드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의 권능을 지닌 방주들의 합공도 두 번이나 이겨낸 녀석이다. 만만히 보아선 안 돼.”

의외로 아와드는 태운의 전력을 제대로 가늠하고 있었다.

하와이와 그리스에서 벌어진 방주들과 코드 제로의 두 번의 대격돌.

그곳에서 코드 제로는 놀랍게도 두 번 다 승리를 거두었다.

심지어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커다란 핸디캡을 가진 채로 말이다.

아무리 대악마라고 한들, 코드 제로를 상대로는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이 아와드의 판단이었다.

그런 아와드의 말에 안드로말리우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학! 아와드! 농담이지? 그런 멍청한 신들의 힘의 편린이나 빌린 놈들이랑 우릴 비교하면 안 되지!”

스스슷 ―

안드로말리우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뱀이 아와드를 노려보았다.

“단탈리안이야 워낙 물량전에 특화된 녀석이라 그런 거니 예외로 치고! 우리는 그 멍청한 신들과 달리 현세에 직접 강림했다. 힘의 크기가 다르다고!”

쿠웅 ― !

안드로말리우스가 마력을 크게 전개했다.

“다들 나서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나 혼자 정리할 테니까. 아까 놈들은 몸풀기도 안 되었었는데 저놈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군.”

“자, 잠깐……!”

안드로말리우스의 갑작스런 돌발 행동에 아와드가 그를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척 ―

어느새 아와드의 옆에 다가선 거대한 표범 인간 하나가 창대를 들이밀며 그를 막아섰다.

64위계 대악마, 플라우로스였다.

“아와드여. 그대가 바알의 계약자이기에 우리가 따르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우리를 존중해주었으면 좋겠군.”

화륵 ― !

플라우로스의 두 눈에서 말 그대로 불꽃이 타올랐다.

“우리는 대악마다. 한낱 인간 하나를 상대로 여기까지 모두가 불려온 것도 매우 불쾌한 상태야. 더 이상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라.”

“…내가 싫다면?”

고오오오오……!

아와드의 몸에서 일어난 기파가 플라우로스에게로 향했다.

72 대악마의 수장이자 악마왕인 제1위계 대악마, 바알의 기운이 아와드의 몸에서 칙칙한 살기의 형태로 뿜어져 나왔다.

노아신, 아와드는 악마왕의 힘을 빌리는 존재.

이는 즉, 지금 바알이 아와드의 눈을 통해 플라우로스를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크윽!”

아와드의 몸에서 새어 나온 바알의 기운에 짓눌린 플라우로스가 작은 신음을 흘렸다.

주륵 ―

플라우로스의 얼굴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그때,

“클클클. 그만하지.”

뒤쪽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쿵 ― 쿵 ―

거대한 악어를 타고 있는 마른 노인.

그의 정체는 바로,

“별로 보기가 안 좋아.”

제2위계 대악마, 아가레스였다.

* * *

끼기긱 ―

그의 손에서 새까만 흑염주 하나가 소름 끼치는 소음을 만들어냈다.

끼기긱 ― 끼기긱 ―

그 흑염주를 한 손에 쥔 채 천천히 마찰시키며 다가온 아가레스가 아와드와 두 눈을 마주쳤다.

오싹 ―

아와드는 살짝 긴장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맹인의 눈처럼 흐릿한 듯하지만 어쩐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현묘한 아가레스의 두 눈이 아와드의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것 같았으니까.

제2위계 대악마, 아가레스.

그는 악마왕의 계약자인 아와드조차도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였다.

제1위계 대악마인 바알과는 단 한 끗 차이.

실제로 아가레스는 모든 대악마 중에서도 바알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

잠시 아와드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가레스.

아와드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 보는 그때,

투확 ― !

아와드의 전신에서 거친 살기가 폭사되었다.

아와드의 두 눈을 통해 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바알이 분노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가레스는 그 존재 자체로 항상 바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존재.

그런 녀석이 감히 자신의 계약자를 상대로 최면을 시도하고 있었으니,

쿠구구구구구 ― !

악마왕의 아성을 위협받은 바알이 가만히 참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플라우로스를 위협했던 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살기가 아와드의 전신에서 폭사되자,

“어이쿠! 클클클.”

아가레스는 짐짓 놀란 척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가레스, 네놈이 미쳤구나.]

아와드의 입에서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소름 끼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알이 아와드의 몸에 강림한 것이었다.

[감히 내 계약자를 넘보려 해?]

전신이 검보랏빛으로 물든 아와드가 두 눈을 부릅뜨며 아가레스를 노려보았다.

“클클클. 바알. 혼자만 쏙 빠진 채 마계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끼기긱 ―

계속해서 들리는 그의 흑염주 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살벌하게 바꾸었다.

[감히…….]

“적어도 우리가 자네의 권위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자네도 우리를 어느 정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대악마들을 전체 소집한 것도 모자라서 겨우 인간 하나를 상대하라니… 그것도 집단 공격으로 말이야.”

고오오오오 ― !

아가레스의 전신에서도 검회색빛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가레스도 분노한 것이다.

“바알이여,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대항할 거란 소릴세. 물론 자네가 이기겠지. 자네와 나는 한 끗 차이라고는 해도 자네는 그 한 끗의 힘으로 다른 모든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

의외로 바알은 가만히 아가레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 아가레스가 바알과 전쟁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었으니까.

최후의 승자가 바알이 될지언정 마계는 무사할 수 없을 터였다.

기껏 약화시켜두었던 천계가 마계가 약해진 틈을 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주륵 ―

아와드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다.

바알을 몸에 너무 오랜 시간 담은 탓에 신체에 무리가 간 것이다.

시간이 없음을 깨달은 바알은 한숨을 쉬며 한 발짝 물러섰다.

[좋다. 집단 공격은 하지 않아도 좋아. 대신 그 방식이 어찌 되었든 저 인간을 죽이라는 아와드의 지시는 따라라.]

“클클클.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양보해주어서 고맙다네. 바알.”

[…….]

스륵 ―

바알은 아가레스를 한번 노려본 뒤 아와드의 몸에서 사라졌다.

“크윽……!”

갑자기 바알을 몸에 담으며 신체에 과부하가 온 아와드가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치이이이이……!

자가회복으로 내상을 치료하는 아와드.

핏발이 솟은 그의 두 눈이 아가레스를 원망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가레스…! 저놈은 반드시 협공을 해야 한단……!”

“클클클. 바알이 허락한 이상, 우린 적어도 자네의 그 지시만큼은 따를 필요가 없네. 괜히 무리하지 말고 쉬시게나.”

“호호호! 주인~ 무리하지 말고 쉬라구~”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그레모리가 교태 섞인 웃음을 흘리곤 아와드에게 팔짱을 끼며 바닥에 앉혔다.

“푸히히히힝! 그레모리!”

“에휴~ 알았다고, 알았어~”

오로바스의 성화에 그레모리는 한쪽 손은 아와드와 팔짱을 끼고, 한쪽 손으로는 오로바스의 앞다리를 만져주었다.

“푸히히히히힝!”

질투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누가 봐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그레모리의 모습에도 오로바스는 그저 쓰다듬을 받는 게 좋다는 듯 기분 좋게 울어댔다.

“자, 그럼… 안드로말리우스여.”

끼기긱 ―

아가레스가 흐릿한 회색빛 눈으로 흑염주를 돌리며 멀뚱히 서 있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가서 신나게 날뛰고 오시게나.”

“크하하핫! 역시 아가레스 대공! 화끈하시다니까?”

안드로말리우스는 아가레스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럼 금방 갔다 오겠수다!”

쿠웅 ― !

거대한 마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나와라!”

그의 외침과 함께,

“케에에에에엑!”

그의 주위에서 시꺼먼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거느리고 있는 병력.

“크하하하하하!”

36개의 악마 군단이 현세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새까만 밤하늘을 더욱더 새까맣게 물들이는 악마들.

그 수많은 악마의 등장에,

“끄으으으으윽……!”

뒤집어졌던 태운의 두 눈에 희미한 초점이 돌아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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