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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72화 (272/300)

272화. 마계를 청소함 (4)

“크큭… 크하하하하핫!”

태운의 돌발 행동에 잠시 말을 잃었던 바알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구 ― !

그와 함께 떨리는 마신성.

이에 공명하듯,

키기기기깅 ― !

신들의 몸을 구속한 쇠사슬들의 진동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쿠웨에에엑!”

내부가 진탕된 몇몇 신들이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곧,

치이이이……!

신들의 몸은 순식간에 그 데미지를 회복하며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비록 힘없이 묶인 상태지만 신들 또한 대악마와 같은 초월적 존재들.

그들 자체가 지닌 회복력도 엄청났던 것이다.

‘저런 식으로 오랜 시간 반복해서 고문을 받아온 건가.’

태운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바알을 노려보며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 !

그 힘의 여파에,

“……!”

옆에 있던 이랑이 깜짝 놀라 태운에게서 떨어졌다.

‘뭐냐, 이 힘은……!’

천계의 대장군인 이랑마저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

최상급 신위를 가진 이랑조차 놀랄 정도의 거대한 기운이 한낱 인간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인간계 최강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스읍… 후우… 스읍… 후우……!”

태운의 입과 코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마계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계속 마력 호흡을 하고 있던 태운.

그 어떤 던전보다도 농밀한 마계의 마력 밀도 덕분에,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

태운은 이미 마력 수치를 모두 채운 것을 넘어 시시각각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바알은 힘을 끌어올리는 태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지간히도 나를 죽이고 싶은가 보지?”

씨익 ―

바알의 언행 하나하나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무언가가 풍겨 나왔다.

태운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바알을 노려보며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시간 끌 것 없으니까, 지금 당장…….”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멈칫 ―

바알의 목소리에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던 태운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그런 태운을 바라보며 바알이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나보다 먼저 상대할 것이 있지 않은가?”

쿠구구구구구구 ― !

어느새 도착한 총 69마리의 대악마들이 마신성 상공을 둘러싸고 거대한 마기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인간… 곱게는 안 죽인다!”

“건방진 인간! 그 오만방자함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오직 태운만을 노려보고 있는 대악마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아가레스는 살짝 바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까 전 이랑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가레스 대공에게 마신의 전언이 있소.

―……?

―마신성에 오면 일단 처맞을 준비를 하라 했소.

―뭐, 뭐? 갑자기 무슨……!

―…마신의 계약자에게 지랄했다는 이유요.

슬쩍 ―

미미하게 떨리는 아가레스의 동공이 바알을 향했다.

“여어, 아가레스.”

“바알…….”

아가레스는 어떻게든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몸의 떨림을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파르르 ―

막상 바알과 시선을 마주하자 떨리는 두 동공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두 대악마의 실력 우위는 단 한 끗 차이.

하지만 그 한 끗 차로 인해 두 존재 간에는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아주 얼굴 안 보인다고 제대로 개기던데?”

“크, 크흠…….”

기세에 밀린 아가레스가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런 아가레스를 잠시 노려보던 바알은 이내 다시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 번 봐줄까?”

“크, 크흠…….”

“뭐, 좋아. 한 번 정도야 봐줄 수도 있지. 나는 자비로운 왕이니까. 그 대신.”

바알의 턱 끝이 태운을 가리켰다.

“저 코드 제로를 죽여. 그럼 개긴 건에 대해서는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지.”

“크흠… 그 정도야 뭐 어렵지 않지…….”

어떻게든 다른 대악마들의 앞에서 체면을 잃지 않으려 가슴을 쫙 펴고 굽신거리지 않으려는 아가레스였지만,

‘쫄았네.’

‘제대로 쫄았네.’

‘맨날 당하면서 왜 자꾸 저러는 거야?’

다른 대악마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것일 뿐.

“아버지…….”

아들, 바싸고마저 아가레스를 잠시 측은하게 바라보다 끝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의외로군.”

인간, 태운의 목소리가 대악마들의 귓가를 자극했다.

“바알, 네놈까지 다 같이 덤빌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인간계에서 겁먹고 도망친 패배자들이 다시 덤빈다고 해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

“악마들의 왕이니 마신이니 해서 그래도 좀 다른 놈들과는 다를 거라고 기대했는데 말이야.”

태운의 싸늘한 눈빛이 바알을 아래위로 훑었다.

“이거 진짜 그냥 병신이었잖아?”

“큭, 크하하하하하하하!”

바알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발 하나는 참 잘하는군! 크하하하핫! 한 100년 전만 되었어도 홀라당 넘어갈 뻔했어!”

바알이 권좌의 팔걸이를 탕탕 치며 끅끅댔다.

“겁먹고 도망쳤다라…! 패배자들이라?! 맞긴 해! 하지만 말이다. 정말 인간계에서 보았던 그게 대악마들의 전력이라 생각하고 있느냐?”

바알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대악마 전원. 전투 준비.”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고는 육합전성을 펼쳤다.

우르르르릉 ― !

천둥과도 같은 바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쿠아아아아아아 ― !

마계의 하늘 전체를 뒤덮은 마기가 태운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적을 말살하라.”

게다가 바알의 마지막 말 한마디와 함께,

쿠우우웅 ― !

““케에에에에에엑!””

시커먼 하늘이 태운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 * *

제72위계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

그가 거느린 악마군단의 수만 무려 36개의 군단이었다.

즉, 총 36만 마리의 악마병을 거느렸다는 뜻.

가장 약한 안드로말리우스마저도 36개나 되는 군단을 거느리고 있는데 다른 대악마들이 거느리고 있는 군단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 자체였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케에에에에에에엑!””

수십만, 아니 수천만 악마병들이 드넓은 마계의 하늘을 완전히 뒤덮으며 오직 태운 한 사람에게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대악마는커녕 악마병들 사이에 파묻혀 죽어라!”

권좌에 앉은 바알이 마치 재밌는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몸을 뒤로 젖히며 폭소를 터뜨렸다.

쿠아아아아아아 ― !

쏟아지는 장대비의 물방울 개수보다도 많은 악마들.

“…….”

그러나 태운은 그저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악마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태운과의 모종의 거래를 했던 이랑이 차마 티를 내진 못하고 다급한 표정을 짓던 그 순간,

“…다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피식 ―

태운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병아리 수억 마리가 달려든다고 한들, 용을 당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치직!

태운의 몸에서 순간 자줏빛 섬광이 번뜩였다.

[자뢰거탄(紫雷巨彈)]

파지지지지직!

사람의 머리통만 한 커다란 자뢰의 구가 검지를 치켜올린 태운의 손가락 끝을 따라 머리 위로 치솟았다.

“케에에에에엑!”

선두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던 악마병.

놈을 시작으로,

파지지지지지지직!

자뢰는 순식간에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며 수천만 악마들의 전신에 옮겨붙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케에에에에엑!”

순식간에 자줏빛으로 물든 마계의 하늘.

그 광경을 본 대악마들의 얼굴에 뜨악하는 표정이 튀어나왔다.

“이, 이게 뭐야……!”

마계로 돌아오면서 대악마들만이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모든 악마들은 마계에서 전심전력을 다할 수 있는 존재들.

인간계에서 달려들었던 악마병들보다도 지금의 악마병들이 더 강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게다가 그 수적인 차이조차도 수십 배.

그러나 코드 제로라는 인간은 그 전력 차가 무색할 정도로 가뿐히 모든 악마병들을 일격에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것이다.

“케에에에에엑!”

고통에 울부짖는 악마병들의 소리가 신들의 비명 소리를 단숨에 덮었다.

스윽 ―

놀라고 있는 대악마들의 표정을 살짝 흘겨본 태운은 펼쳤던 검지를 접고 중지와 엄지를 맞대었다.

“…시끄러워.”

[뇌질변환(雷質變幻)]

딱!

[묵뢰화(墨雷化)]

태운의 핑거 스냅과 함께 자줏빛 번개가 순식간에 묵빛으로 물드는 순간,

파사사사사사삭!

순식간에 악마병들의 존재가 지워졌다.

시커먼 하늘이 한순간에 다시 원래 마계의 하늘색인 검보랏빛으로 바뀐 것이다.

“……!”

그 어마무시한 광경에 자줏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고서도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바알도 깜짝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대악마들은 물론이고 이랑까지도 모두가 벙쪄 있는 그때,

“먼저 안 올 거지?”

태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수를 쳤다.

“그럼 내가 먼저 간다.”

삐이―――――!

묵빛 섬광이 된 태운의 신형이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사라졌다.

* * *

대악마.

천계의 신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마계의 초강자들.

무수히 많은 악마들을 대표하는 강자들인 대악마들은 존재 하나하나가 EX급 던전의 보스를 넘어서는 절대적인 존재들이었다.

존재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이,

삐이―――!

파사사삭……!

놀랍게도 인간 하나에게 도륙당하고 있었다.

[뇌신화(雷身化) ― 묵뢰 ver]

[입자가속(粒子加速)]

번쩍!

[광뢰신(光雷神)]

키이잉 ― !

[입자가속(粒子加速)]

[초광뢰신(超光雷神)]

크로노스의 시간의 권능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태운의 궁극 기술 중 하나가 사용되자,

삐이――――――!

아무리 초음속을 넘어 번개마저도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대악마들조차도 그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태운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건 절대적인 소멸의 힘.

파사사사삭……!

태운의 신형이 스쳐 지나간 자리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립자가 되어버린 대악마들의 신체 부위가 흩어져 힘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자신의 다리나 다름없는 악어 ‘크로’를 잃은 바싸고가 균형을 잃고 마신성 안으로 떨어졌다.

“바싸고!”

아가레스는 이를 악물며 재빨리 흑염주를 문질렀다.

끼기긱 ― !

그의 능력인 ‘느림의 미학’이 재차 발동된 것이다.

우뚝 ―

허공을 묵빛의 선으로 가득 메우던 태운의 신형이 한순간 허공에 멈췄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거 이제 안 통해.”

멈춘 것도 잠시였을 뿐, 태운의 신형은 다시 묵빛의 붓질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그가 그리는 먹물에 닿으면 죽는다.

삐이―――――!

진정한 사신의 붓질이 마신성 위를 검게 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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