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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73화 (273/300)

273화. 절대마신이 탄생함 (1)

삐이이――――!

사신의 검은 붓질 아래에 수십 마리의 대악마들이 이렇다 할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스러져갔다.

10초?

아니.

이 모든 것은 불과 1초도 되지 않는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광속을 뛰어넘은 초광속의 속도가 아니던가?

아무리 대악마라고 한들 그 속도에는 반응할 수 없었다.

심지어 하위 서열의 대악마들은 자신이 죽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수천, 수만 년을 살아온 대악마들의 최후치고는 상당히 어이없는 결말.

눈앞에서 아들인 바싸고마저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가레스가 전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여태껏 보여주었던 여유와 위엄은 이미 한참 전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괴, 괴물……!”

대악마에게 괴물 소리를 듣는 인간이라니.

누군가 말했다면 소설 쓰지 말라는 핀잔이나 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덜덜덜……!

태운은 현실로 만들어냈다.

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먹먹한 이명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악마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당한 상황.

아가레스의 동공이 두세 번 좌우로 지진을 일으키는 매우 짧은 순간,

바사삭……!

부지불식간에 덮쳐온 묵빛의 붓질이 그의 신형을 꿰뚫었다.

후두둑 ―

아가레스가 들고 있던 흑염주가 바닥에 떨어지며 낱알 낱알 흩어졌다.

“억……!”

순식간에 가슴께부터 골반까지 몸이 지워져버린 아가레스가 외마디의 짧은 비명과 함께 두 눈이 뒤집어지는 순간,

삐――――!

회복할 여지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듯 연이어 그려진 붓질이 아가레스의 남은 육체마저도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꽈직! 꽈지직!

단 1초.

겨우 단 1초 만에 수십 마리의 대악마들을 전멸시킨 태운이 전신에서 검은 번개를 튀기며 마신성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스읍… 후우…….”

일정한 숨소리를 반복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태운.

당연하게도 그의 호흡은,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력 호흡을 할 때 울려 퍼지는 일정한 속도의 들숨과 날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음 전투를 위해 빠르게 마력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태운이 그렇게 숨을 가다듬으며 마신성을 내려다보는 그때,

짝 ― 짝 ― 짝 ― 짝 ―

어느새 권좌 위에서 일어난 바알이 느리지만 요란한 박수를 쳐대기 시작했다.

* * *

짝 ― 짝 ― 짝 ―

바알의 두 손바닥이 맞부딪치며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박수 소리가 마신성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바알의 입가에는,

씨익 ―

진심으로 만족한다는 듯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대악마들을 일순간에 끝내다니. 신들의 강함에 필적한다는 대악마들이었다고?”

72마리나 되었던 대악마 중 이제 남은 이는 바알 단 하나.

조금 전까지도 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바알은 어째선지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군.”

태운이 시커먼 안광을 번뜩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쿠구구구구구 ― !

태운의 기세가 마신성 전체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바알의 도주를 우려한 태운의 자기중력장이 전개된 것이었다.

“흐음… 이것 참.”

바알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설마 내가 도망갈 거라고 생각한 건가? 이거 되게 섭섭한걸.”

바알의 말을 들은 태운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악마들에게 동료애 따위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본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악마들이 눈앞에서 전멸했음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역겨움과 메스꺼움이 들게 했다.

“코드 제로라 했지.”

바알이 태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인정하겠다. 너는 강하다. 그 누구보다도 말이야.”

갑자기 태운의 강함을 인정하고 나서는 바알.

놈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던 태운은 전신 근육에 긴장을 바짝 세우고 기습에 대비했다.

“네가 마지막에 죽인 아가레스는 정말 나랑 한 끗 차이거든. 이야… 놈은 나조차도 나름 전력을 다해야 이길 수 있다고? 특히 아가레스의 ‘느림의 미학’ 능력은 정말 사기란 말이지.”

바알이 못 당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체 어떻게 빠져나온 건지 알 수가 없네. 나는 항상 무식하게 놈의 공격을 맞아가면서 카운터를 노리는 식으로 이겼단 말이지. 이러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지잉 ―

바알의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마치 태운의 전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에,

오소소 ―

태운의 전신에 미미한 닭살이 돋아났다.

“후우…….”

바알의 혼잣말을 들으며 호흡이 다 돌아오자, 태운은 더 이상 바알의 말을 들어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 균형 좀 맞추자고. 괜찮겠지?”

쿠구구구구구구 ― !

선수를 친 건 오히려 바알 쪽이었다.

바알이 전신에서 검보랏빛 마기를 가득히 피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르릉 ― !

꽈릉!

마계의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주로 마계의 왕이자 대악마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본래 고대 가나안 지역의 토속 최고신이었던 바알(Baal).

기상을 제어하고 죽음과 부활을 관장하는 그의 ‘신(神)’으로서의 능력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휘오오오오오 ― !

세찬 비를 동반한 거센 폭풍우가 마신성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연신 가르며 떨어져 내리는 벼락.

그 모든 자연의 힘이 태운 한 사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뭐 하자는 거지?”

태운에게 고작 그 정도의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반중력산개(反中力散開)]

푸화아아아악 ― !

태운의 몸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중력이 외부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휘이이이이이 ―

투두둑 ―

태운을 향해 달려들던 폭풍우는 태운이 펼친 자기중력장 내부로 물방울 하나조차 들일 수 없었고,

파지지직!

하늘에서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리던 번개는 근처에 피뢰침이라도 나타난 듯 급히 방향을 꺾어 자기중력장 바깥으로 그 줄기를 뻗어 나갔다.

단숨에 바알의 능력을 무력화시킨 태운.

하지만 바알의 진정한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검보랏빛 기운으로 뒤덮인 바알의 두 눈에서 핏빛 안광이 폭사되며 그의 기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태운조차도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다.

“크흐흐… 크하하하하……!”

우르릉… 우르르르릉……!

단순한 웃음소리만을 천둥을 일으키는 바알.

“설마……!”

태운의 두 눈빛이 진해졌다.

“…죽은 대악마들의 영혼을 흡수했군.”

“……!”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랑의 말에 태운의 두 눈이 커졌다.

“영혼을 흡수했다고?”

“그렇소. 바알은 죽음과 부활을 관장하니까. 다만 대악마들의 부활을 자신의 체내에서 일어나게 한 것일 뿐이지.”

신과 악마는 사실상 죽지 않는다.

육체적인 소멸은 있을 수 있더라도 영혼만 무사하다면 윤회를 통해 기억까지도 그대로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날 수 있었으니까.

태운의 묵뢰는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부분의 소멸을 가져왔을 뿐 영혼까지는 건드릴 수 없었기에,

“크하하하하하……!”

마신성 근처를 배회하던 대악마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바알이 자신의 몸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고오오오오오……!

체내로 끌어들인 다른 대악마들의 영혼을 바알의 영혼이 집어삼키기 시작하며 그의 기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자, 내 안에서 부활을 이루거라.]

[크아아악! 바알, 너 이 자식……!}

윤회의 이치에 따라 얌전히 환생을 기다리던 대악마들이 부활의 기운에 이끌려 왔다가 모조리 바알에게 집어삼켜졌다.

인간계에서 죽은 2마리를 제외한 총 69마리의 대악마의 영혼을 집어삼킨 바알.

쿠구구궁 ― !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악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가, 감히 저런 금기를……!”

십자가에 묶여 있던 붉은 턱수염의 중년인이 치를 떨기 시작했다.

죽은 자, 특히 그들의 영혼을 건드리는 것은 우주의 금기 중의 금기였다.

이 우주는 하나의 순환 고리처럼 돌아가는데, 그 순환의 요체이자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윤회의 원리였으니까.

죽음으로써 생을 끝마친 이는 다시 태어나 다음 생을 시작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무한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이 우주가 유지되고 존속되는 이치나 다름없었다.

생애의 주기가 터무니없이 길 뿐, 이 우주조차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른 우주로 태어날 터.

그런데 지금 그 우주 속에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자가 그 원리를 대놓고 침범했으니,

쿠구구구구구 ― !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크하하하하하하!”

단순한 웃음소리만으로도 마신성 자체를 무너뜨릴 듯한 바알의 기운이 마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영향에서,

키기기기기깅 ― !

“크아아아악!”

쇠사슬에 묶인 신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바알 네 이노오오오옴!”

붉은 턱수염의 중년인, 명계의 신 ‘염라(閻邏)’가 입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바알을 향해 호통을 쳤다.

키기기기기기깅 ― !

진동하는 쇠사슬로 인해 다른 신들이 고통에 울부짖고 있음에도,

꾸구국……!

염라는 두 눈 가득 핏발을 세운 채 그 고통을 참아가며 바알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으응……?”

한껏 힘에 취해 있던 바알이 권좌 밑을 내려다보았다.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염라와 시선을 마주친 바알은,

“풋……!”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핫! 염라! 그 꼴로 눈에 힘 좀 준다고 내가 쫄 것 같았나? 응? 크하하하핫!”

우르릉 ― 우르릉 ― !

웃음소리가 천둥을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천둥 자체가 웃음소리인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

한편, 바알의 말을 들은 태운의 눈에는 이채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염라(閻邏)라고?’

태운의 시선이 권좌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십자가를 향했다.

긴 머리와 짧은 턱수염이 불그스름하고 풍채가 좋은 한 중년인.

다른 이들이 고통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에도 홀로 바알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대왕’의 품격을 자아내고 있었다.

‘염라대왕(閻羅大王)……!’

중년인의 정체를 알게 된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적으로 초힘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으니까.

―[마계로 넘어가라. 그리고 염라를 찾아.]

―염라…? 염라대왕을 말하는 건가?

―[맞다. 그는 죽은 자를 관리하는 명계의 신이니까.]

―하지만 왜 하필 염라대왕이지? 죽음의 신이라든지 명계의 신은 다른 이들도 많잖아?

태운의 물음에 초힘은 대답했다.

―[어떤 것이든 같은 신위를 지닌 신들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그 안에서도 격은 나눠지는 법이다. 죽음과 명계를 지배하는 신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가 바로 염라대왕이니까 우선 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는 죽음과 명계를 지배하는 동시에…….]

초힘은 절대 잊지 말라는 듯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윤회의 인과율을 관장하는 관리자니까.]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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