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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74화 (274/300)

274화. 절대마신이 탄생함 (2)

“감히! 감히이이이! 우주의 인과율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더냐아아아!”

염라가 두 눈에 핏발을 가득 세운 채로 바알을 향해 노호성을 터뜨렸다.

우르릉… 우르릉……!

바알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그의 호통에도 미약한 천둥이 일었다.

대부분의 힘을 봉인당한 채 잔뜩 지친 상태에서도 호통만으로 천둥을 일으키는 염라.

전력을 개방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신위였다.

하지만 바알은 그런 염라보다 강력했다.

심지어 69마리의 대악마의 영혼을 흡수한 지금,

“크크큭……!”

염라 따위는 발밑의 벌레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인과율… 인과율이라…! 적어도 영혼에 관련된 인과율을 담당하는 자는 염라 네가 아니던가? 지금 너의 꼴을 보라고!”

바알은 한 손으로는 이마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배를 붙잡은 채 킥킥거렸다.

“크큭… 그 잘난 인과율의 관리자께서 그 모양 그 꼴이신데, 내가 대체 뭘 두려워해야 한다는 거지?”

으득 ―

바알의 조롱에 염라는 물론이고 태운의 옆에 있던 이랑도 조용히 이를 갈기 시작했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바알에게 항복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타락하지는 않은 이랑.

다른 신들을 내버려 두고 홀로 고통에서 해방된 이랑은 죄책감이라는 다른 고통과 홀로 싸우고 있었다.

부들부들……!

악마에게 굴복했다는 모멸감과 다른 신들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그의 어깨를 잘게 떨리게 만들었다.

바알.

너무나도 강하고 끔찍한 악마였다.

이미 한 차례 패배한 데다가 목줄까지 묶여버린 상황에서,

으드득……!

이랑이 다른 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완전히 타락하지 않은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

그러나,

툭 ―

지금 이랑에겐 태운이 있었다.

부들부들 떠는 이랑의 어깨를 툭 건드린 태운이 시선을 염라대왕에게 고정한 채 물었다.

“저자가 염라대왕인가?”

울컥 ―

염라대왕을 마치 친구 대하듯이 부르는 태운의 말투에 이랑은 순간 울컥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이랑은 가까스로 울분을 참아내며 신에 필적하는, 아니 신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인간에게 도움을 청했다.

“…맞소. 그리고 다른 이들 또한 모두 천계의 신들이지.”

“여기 있는 신들이 다는 아니겠지?”

“…다는 아니오. 다만… 타락하지 않은 신들은 여기 있는 이들이 전부요.”

“…그런가.”

태운은 마신성의 안을 내려다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천계 신들의 숫자는 대략 수백 명 정도.

신이라는 존재의 위엄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신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념에 붙어 있는 존재들이었다.

즉, 신의 숫자는 무수히 많은 개념만큼이나 많다는 것.

그런데 고작 수백 명이 남았다는 것은,

‘대부분이 타락한 건가.’

상당수의 신들이 고통을 익히지 못하고 타락했다는 뜻이었다.

“고통을 주었다고 신이 타락할 수 있는 건가?”

“저 쇠사슬은 대상을 옭아매는 순간부터 고통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그 대상의 욕망을 증폭시키오. 모든 존재 안에 내재된 악의 성질을 끊임없이 자극한다고 보면 되오.”

“그렇군. 그럼 타락한 신들은 어디에 있지?”

“…무저갱(無低坑).”

“…타락했는데 무저갱에 가뒀다고?”

살짝 놀란 태운이 이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랑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가둔 게 아니오. 무저갱 속에서의 자유를 허락한 거지. 어쨌든 대신 고통에서는 벗어났으니까 말이오.”

“…그럼 너는 왜 밖에 나와 있는 거지?”

“…본인은 완전히 타락하지 않았으니까.”

이랑의 말에 태운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 말은…….”

“그렇소. 무저갱은 타락한 존재나 악마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존재.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나는 마계를 떠돌며 바알의 수발을 들고 있는 것이오.”

이랑이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태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야.”

“……?”

말을 잇는 태운의 두 눈에 약간의 혐오감이 일었다.

“네가 완전히 타락하지 않고 쇠사슬을 벗어났다는 건… 다른 신들도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아닌가?”

“……!”

“즉, 다른 녀석들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진심으로 타락했다는 거잖아.”

“…….”

“너는 어떻게 완전히 타락하지 않았지?”

태운의 물음에 이랑이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깨물어 피를 냈다.

“끓어오르는 악의 유혹을 거부하고… 오로지 바알에게 굴복만 했소. 그랬더니 쇠사슬이 풀리더이다.”

뚝… 뚝…….

부들부들……!

악마에게 굴복했다는 사실에 대해 여전히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이랑의 몸 떨림은 그칠 줄을 몰랐다.

태운은 그런 이랑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가만히 말했다.

“…신도 환생을 하겠지?”

“…다시 태어나긴 하지만… 그간의 신위는 모두 잃고 태어나오. 사실상 신에게는 완전한 죽음이나 다름없는 일이지. 그런데 그건 왜……?”

이랑이 고개를 들어 슬쩍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꽈지직!

쿠우우우우우 ― !

태운의 몸에서 묵뢰가 튀며 엄청난 투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이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서, 설마… 타락한 신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오? 그, 그러지 마시오! 아무리 타락했다고 한들, 그들은 한때 이 우주를 관리하는 신……!”

이랑이 투기를 일으키는 태운을 말리려 했으나,

“미안한데 이미 늦었어.”

스윽 ―

태운은 오히려 투기를 더 크게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이미 저렇게 죄다 몰려왔는데?”

촤르르르르 ― 촤르르르르 ―

마신성 뒤편에 존재하는 무저갱에서 튀어나온 무수히 많은 타락신.

목에는 하나같이 쇠사슬을 매단 채 전체적으로 흑빛이 감도는 타락신들이 어느새 바알의 뒤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코드 제로오오오!”

이미 태운에게 큰 화를 당한 적이 있었던 신들이 노호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바로 방주들과 계약하고 힘을 빌려줬다가 계약자가 죽는 바람에 신격을 상당 부분 잃고 만 신들이었다.

쿠구구구구구 ― !

69마리의 대악마들을 흡수하고 역사상 최강의 대악마가 된 바알.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타락신들.

세상 그 누가 와도, 그 어떤 최고신이 와도 이들을 막을 수는 없을 터였다.

덜덜덜……!

바알과 타락신들을 마주한 이랑의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길 수 없어……!’

아무리 그의 옆에 있는 인간이 인간계 최강자라고 해도 이 전력만큼은 이길 수 없다.

어쩌다 운 좋게 대악마들을 무찌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무찔렀던 대악마들의 힘은 고스란히 바알의 힘이 되어 더 큰 적을 만들어냈으니까.

바알 하나만으로도 이 인간의 기운을 아득히 뛰어넘는데, 그런 와중에 저 타락신들까지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툭 ―

이랑의 두 팔이 바닥을 향해 힘없이 떨어졌다.

“다 끝났소…….”

인간계 최강자와 협력해 신들을 구출하겠다는 이랑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려는가 싶었지만,

“뭐라는 거야.”

정작 홀로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태운은 태연한 목소리로 몸을 풀고 있었다.

뚜둑 ― 뚝 ―

태운의 몸이 풀어질 때마다 선명한 뼈 소리가 이랑의 귓가를 울렸다.

“얀마.”

태운이 이랑을 불렀다.

“야, 얀마?”

이랑은 크게 당황했다.

살면서… 아니, 존재하면서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부른 존재는 태운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그딴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랑이면 천계의 대장군 아니냐? 사내새끼가 싸우기도 전에 쫄아서는.”

울컥 ―

그런 태운의 말에 지금껏 아슬아슬하게 참아왔던 이랑의 울분이 폭발했다.

“아무리 당신이 인간계 최강이라지만 정도가 있는 것이오! 그래도 당신 정도쯤 되면 굳이 부딪치기 전에 승패 정도야 알 수 있는 것 아니오?! 지금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릴 때가……!”

그러나,

“…싸우기 전에 알 수 있다고?”

“……!”

태운의 서늘한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이랑은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뭐든지 부딪쳐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법이야. 상대가 그 누구라도 말이지.”

격투기 세계 챔피언이 하는 말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싸움을 해보았을 태운이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

하지만,

“…라고 말했겠지. 몇 년 전이었다면.”

지금의 태운은 격투기 선수가 아닌 헌터였다.

슈우우우 ―

태운의 신형이 바알과 타락신들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

멈칫 ―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내가 인간계 최강이라고 했나?”

“그, 그럼 아니오…? 인간 중에 당신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을 리가…….”

이랑이 잔뜩 긴장한 채로 말을 더듬자, 태운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거, 반은 맞는데 반은 틀렸어.”

키이이이잉 ― !

태운의 전신에서 바다와 같은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나는 인간계 최강이기도 하지만…….”

파지지지지직!

태운의 전신이 묵빛의 번개로 새카맣게 물들어갔다.

거기다,

위이이이이이잉 ― !

“동시에 우주 최강이거든.”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그의 전신에 깃들기 시작했다.

* * *

콰르르릉!

금빛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내가 죽인다.”

촤르르르 ―

목에 시커먼 쇠사슬을 매달고 머리는 산발이 된 노인이 씩씩거리며 나섰다.

바로 제이슨과 계약을 맺었던 올림포스의 최고신, 제우스였다.

우르르르릉!

금빛 번개를 두른 채 시커먼 동공을 번뜩이고 있는 제우스.

그의 모습은 빈말로도 차마 신이라고는 볼 수 없어 보였다.

악마.

그냥 번개를 다루는 악마처럼 보였다.

“미안하지만 이쪽도 진 빚이 있어서 말이지.”

휘오오오오 ― !

한 발 나선 제우스의 옆으로 거친 돌풍이 휘몰아쳤다.

산발이 된 제우스와는 다르게 머리와 수염을 가지런히 정돈한 노인.

“양보는 못 하겠는데.”

잭과 계약을 했었던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이 나선 것이었다.

“오딘… 이 계집 같은 노인이……!”

“흥! 정전기가 주체가 되질 않는 건가? 아주 머리가 난리통이로구만 그래.”

파지직!

시커먼 두 눈의 제우스와 오딘이 서로를 노려보자 허공에서 불꽃이 튀겼다.

제우스 그리고 오딘.

각각 올림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들.

다른 신들과 달리 상위의 대악마마저도 코웃음을 치며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두 최고신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자,

쿠구구구구구 ― !

마계 전체가 흔들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두 신의 신력에 죽은 악마들의 영혼이 떨며 귀곡성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스읍… 하아……!”

무저갱의 타락신들을 불러놓고 흡수한 대악마들의 힘에 한껏 취해 있던 바알.

우르르릉!

두 최고신의 충돌로 인한 세계의 떨림이 느껴지자,

스윽 ―

그제야 두 눈을 뜨고 벌렸던 두 팔을 오므렸다.

“…누가 나대라고 했지?”

고오오오오 ― !

오싹!

서로를 노려보던 제우스와 오딘이 동시에 깜짝 놀라 본인들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렇지 않아도 두 신들보다 강했던 바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바알의 힘은,

‘미, 미친……!’

‘대,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두 최고신이 거느린 모든 신들과 함께 덤벼도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악마들의 힘을 모조리 흡수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는 신들이었기에,

주춤… 주춤…….

제우스와 오딘을 비롯한 모든 타락신들이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꺾여 바알에게 굴복한 상태에서 이런 거대한 힘을 마주했으니,

덜덜덜……!

아무리 신들이라고 하더라도 겁을 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너희보고 저 인간과 싸우라고 부른 줄 알아?”

바알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수없이 많은 타락신들의 귓가에 생생하게 꽂혔다.

“싸,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를 왜 부른… 것이오?”

오딘이 떨리는 팔을 가까스로 들어 수염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오딘의 물음에 바알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야 당연히.”

확 ―

타락신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먹으려고.”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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