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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84화 (284/300)

284화. 영웅은 죽지 않음 (2)

전쟁이 끝났다.

지옥 같은 악몽이 끝나자, 세상은 거짓말처럼 다시 전과 똑같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전쟁은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 상처는 빠르게 아물어가고 있었다.

[긴급 속보, 노아즈 아크 전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도 상당 부분 초토화… 본격 복구 작업 착수, 헌터 자원봉사자 대규모 지원 이어져.]

[거의 하루 종일 이어진 전국 통신 장애… 노아즈 아크의 소행으로 밝혀져.]

위성통신망을 이용하는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며 잠잠했던 뉴스와 인터넷 기사들이 뒤늦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이거 진짜야?”

“이런 일이 있었다고?”

특히 노아즈 아크와 한국 헌터들의 대규모 전쟁 소식을 접한 한국의 남부지방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소식 자체가 전해지지 않은 탓에 통신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겪었을 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물론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몇 번 흔들리는 걸 느끼긴 했었다.

때문에 단순히 미약한 지진이 일어났겠거니 했는데,

“헉… 완전히 초토화됐잖아?”

전쟁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었던 듯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던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이거 사진 봤어? 다 부서졌잖아. 무슨 핵 맞은 것처럼 산도 날아갔는데?”

“근데 사상자가 하나도 없다는데?”

“…뭐? 에이 말도 안… 진짜네?”

“…사진이 가짜 아니야? 뭐… 합성이라든지.”

“영화 개봉하기 전에 어그로 끄는거 아닐까?”

사람들은 커다란 혼란을 느꼈다.

분명 현장 사진을 보면 모조리 파괴되어 있어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데,

[피해는 컸지만 사상자 제로… 이 모든 건 코드 제로의 기적?]

[사망자는커녕 부상자도 없다… 한중 전쟁에 이은 또 한 번의 완벽한 승리.]

사상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기사들이 그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이다

“…헌터들이라 그런 건가?”

“그렇다기엔 도시 자체가 초토화되었는데.”

“그러게. 어떻게 민간인 피해까지 하나도 없을 수 있지?”

“헌터 협회가 초동 대피 작업을 잘했나……?”

“…아무리 잘했더라도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그렇게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혼란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그때,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났다… 한국 수호 대첩 영웅들의 인터뷰 전격 공개!]

JBS에서 기사 하나를 업로드했다.

* * *

촤좌좌좍!

JBS 안에 있는 대형 기자회견실.

잔뜩 들어앉은 기자 중에는 타 방송국 기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실에 마련된 인터뷰 단상 위.

5명의 사내가 주르륵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이들.

바로 동석, 천용, 호백, 대상 그리고 강천이었다.

이번 ‘한국수호대첩’이라 불리는 대규모 전투의 선두에 서서 한국을 지킨 많은 영웅의 대표.

그들 중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대한민국 최강 길드의 길드 마스터, 천용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청룡 길드장 김천용입니다.”

촤좌좌좌좌좍!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져 나왔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심사가 복잡한 듯 천용의 눈빛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치열했습니다. 처절했고, 매순간이 위기였으며 매순간이 지옥과 같았습니다.”

촤좌좌좌좍!

타다다다닥 ―

천용이 입을 열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기자회견실을 가득 채웠다.

“곳곳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고, 피가 튀어 올랐으며, 눈앞에서는 시민들과 동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

한국수호대첩에 참여했던 헌터들은 물론이고 모든 시민들까지 포함해 사상자가 하나도 없다고 알고 있던 기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파밧 ― ! 팟 ― !

질문을 하려는 듯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기자들.

그러나,

스윽 ―

천용은 손바닥을 아래로 누르는 제스처를 취하며 손을 내리라는 사인을 보냈다.

“여러분이 무엇을 궁금해하시는지는 잘 압니다.”

타다다닥 ― !

천용은 여전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듯 혼란스러운 눈빛이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한 번씩 죽었습니다.”

천용의 말에,

으득…….

옆에 앉아 있던 호백이 기자회견실 전체에 다 들릴 정도로 거세게 이를 갈았다.

“…….”

대상도 고개를 숙였고,

스륵 ―

동석은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후우…….”

강천은 멍하니 자신의 손톱을 뜯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의 헌터계를,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다섯 기둥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

들썩들썩.

재빨리 손을 들려던 기자들의 팔이 차마 올라가지 못하고 어깨만 들썩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기자들이 다들 안달이 난 표정으로 몸을 꿈틀거리자,

툭 ―

답답했던 호백이 천용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아 들었다.

“솔직하게 전부 이야기하지.”

호백의 두 눈에 짙은 패배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지막 최후의 격전지인 동두천에서 협회와 3대 길드 그리고 기타 다른 헌터들은 대악마들에게 전멸했다.”

덜덜덜……!

호백은 몸을 떨며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반대편 어깨를 붙잡았다.

커다란 뱀을 다루는 대악마에게 물어뜯겼던 팔이 아직도 저려오는 듯했다.

“…나는 팔다리를 한쪽씩 뜯긴 뒤, 곧 머리가 반쯤 날아가며 의식도 함께 날아갔지.”

“……!”

“그리고 눈을 뜰 때까지 전혀 기억이 없다. 어느 순간 눈을 뜨니 죽었던 모든 이들이 되살아나 있었어.”

뭔가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호백의 애매한 설명에 기자 하나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손을 들어 올렸다.

찌릿 ―

호백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기자에게 향했다.

움찔.

그런 호백의 무서운 시선에 기자는 하마터면 손을 내릴 뻔했으나,

‘이익……!’

직업 정신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손을 계속 든 자세를 유지했다.

“하아… 뭔데.”

결국 호백은 짧게 한숨을 쉬며 턱짓으로 손을 든 기자를 가리켰다.

“아, 안녕하십니까! 정호백 헌터님! 저는 MBS에서 나온 이운학 기자라고 합니다.”

휙휙 ―

호백이 빨리 본론이나 말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꿀꺽 ―

까칠한 성정 탓에 인터뷰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호백을 마주한 이운학 기자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연신 마른침을 삼켜댔다.

“정호백 헌터님의 말씀대로라면… 정말 그… 정호백 헌터님을 비롯한 모든 분이 한 번 사망했다는 말씀이신데… 저희가 이해한 것이 맞습니까?”

“…방금 말했잖아. 대체 뭘 들었어? 여러 번 이야기하게 하지 마라.”

이운학 기자의 어이없는 질문에 호백은 물론 다른 동료 기자들까지도 그를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크, 크흠!”

이운학 기자는 얼른 목을 가다듬으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 모든 분들이 되살아나셨다는 것이 이해되질 않아서 말입니다. 가사 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분이 몇 분 정도에 불과하다면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이 되살아날 수 있었습니까? 게다가 헌터들은 자가회복이라는 수단이 있다고 해도 이번 전쟁… 아니, 대첩에서는 시민분들도 부상 하나 없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나도 몰라. 이것도 말했잖아. 그냥 눈 뜨니까 모두 살아나 있었다니까? 죽었는데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호백의 목소리에 귀찮음과 짜증이 묻어나왔지만,

꾸욱 ―

이운학 기자는 떨리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다른 걸 묻겠습니다. 모든 헌터분들이 전멸하셨다면, 그 대악마라는 적은 대체 누가 무찌른 겁니까?”

움찔.

이 기자의 질문에 다섯 남자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그것도 몰라. 하지만… 여기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던 사람이 있지.”

투욱 ―

호백은 손을 뻗어 마이크를 강천의 앞에 놓았다.

“…….”

잠시 호백이 넘긴 마이크를 응시하는 강천.

가면 뒤에서 살짝 입술을 깨물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코드 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코드 원님. 혹시 방금 전 질문에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불편한 호백이 물러나고, 상대적으로 훨씬 젠틀한 코드 원이 마이크를 잡자 이운학 기자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

강천은 가면 뒤에서 잠시 눈을 감으며 숨을 골랐다.

―으아아아아악!

당시의 기억이 청사진처럼 그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고,

쿠구궁 ― !

자신과 유린의 몸을 매단 채 솟아오르던 십자가의 감촉을 그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후우…….”

잠시 마음을 추스른 강천은 이운학 기자가 아닌 기자회견실에 모인 기자 전체를 비라보았다.

“…이번 전쟁, 한국수호대첩이라 불리더군요. 그리고 여기에 참전했던 모든 헌터들을 승리의 주역으로 떠받들고 있고요.”

강천의 말에 다른 네 사람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까득 ―

호백의 이갈이를 들으며 강천은 제대로 된 진실을 전했다.

“저희는 승리의 주역이 아닙니다.”

강천의 호흡이 살짝 거칠어졌다.

“저희는 패배했고, 전멸했습니다. 한국 전체를 멸망시킬 수도 있었던 대악마들을 막은 사람은 코스모스의 대장, 코드 제로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꽈악 ―

강천의 손이 마이크를 강하게 쥐었다.

“죽었던 모든 이들을 되살린 장본인 또한 코드 제로입니다.”

“코, 코드 제로 님의 막강한 무력이야 저희도 알고 있으니 먼저 말씀하셨던 것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코드 제로 님이 대체 무슨 수로 죽은 이들을 되살렸단 말입니까? 코드 제로 님의 능력은 번개가 아니란 말입니까?”

이운학 기자의 물음에 강천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 대답에 이운학 기자 옆에 앉아 있던 한 여기자가 손을 들며 끼어들었다.

“그럼 진정한 승리의 주역인 코드 제로 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오늘 기자회견에 왜 참석하지 않으신 거죠?”

“…….”

여기자의 질문에 강천은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마치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

영문을 모르는 기자들은 그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을 뿐.

기자회견실에 잠시 정적이 감돈 뒤,

스윽 ―

잠자코 가만히 있던 동석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우선 국민 여러분들께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대뜸 사과하며 서두를 열었다.

“우리의 자랑이자 영웅이며 수호신인 코드 제로는…….”

부들부들……!

소식을 전하는 동석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충격적인 소식에,

“어제부로… 헌터의 직위를 내려놓고 은퇴했습니다.”

쩌억……!

회견실에 자리한 모든 이의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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