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96화 (296/300)

296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2)

유서천.

그는 명실상부한 헌터사관학교의 에이스이자 최강자였다.

올해로 3학년 졸업반인 그는 1학년 때부터 단 한 번도 학년 수석을 놓친 적이 없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직접 겨뤄보지는 않았지만 2학년 당시 이미 3학년 수석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은 이가 바로 그였다.

“아하하… 응?”

유성을 놀리고 달아나던 이서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눈에 불을 켜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스윽 ―

은근슬쩍 유성에게 가까이 가는 이서.

유성의 옆에 살짝 붙어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보니,

“하하하.”

친구들과 함께 복도를 지나가는 유서천의 모습이 보였다.

“흐음~”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이서가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를 그렸다.

“너 또 서천이 오빠 질투하고 있구나?”

“…시끄러.”

이서의 도발에 유성은 서천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술을 잘근거리며 대답했다.

그런 유성을 보며 이서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왜 자꾸 서천 오빠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서천 오빠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

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야 서천이 자신에게 잘못한 것은 딱히 없었으니까.

잘못이 있다면,

으득 ―

오히려 유성 쪽의 잘못이 더 컸다.

* * *

서천은 유성의 아버지의 의동생인 코드 원과 청룡 길드의 대마법사라 불리는 최서아 헌터의 아들이었다.

부모님들끼리 친했기에 유성은 어린 시절에 서천과 함께 자주 놀았다.

―간다! 적뢰파!

―어림도 없지! 장갑방패!

두 살 터울의 어린 두 소년은 자신들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아버지들의 기술을 따라 하며 놀았다.

흔한 남자아이들처럼 싸움 놀이를 하며 친하게 지냈던 두 소년.

그러나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아 뭔데에에!

싸움 놀이는 곧 커다란 감정 문제로 번지고 말았다.

―왜? 뭐가?

잘만 놀던 유성이 갑자기 화를 내자 서천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형이 그걸 막으면 안 되지!

유성이 화를 낸 이유는 단순했다.

서천이 자신이 쏜 기술을 막았다는 것.

참고로 방금 전 유성이 입으로 쏜 기술은 아버지의 기술 중 하나인 ‘청뢰창(靑雷槍)’이었다.

―청뢰창은 못 막는 기술이라고!

유성의 말에 서천은 형답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유성아, 청뢰창이 강한 기술인 건 맞는데 ‘마력산탄’으로 흩어지게 할 수 있어. 이건 엄청난 수의 마력탄알을 벽을 치듯이 흩뿌려서 만드는 방어기술인데…….

그러나 어린 유성의 귀에 그런 서천의 설명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아니야! 청뢰창은 무적이라고! 뭐든지 뚫어버린다니까?

―유성아, 아무리 코드 제로 님의 기술이라고는 해도 청뢰창 정도로는 안 된다니까? 최소한 자뢰창을 엄청나게 쏟아붓지 않는 이상은…….

서천이 어떻게든 잘 설명하며 유성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러나 그런 서천의 설명은 오히려 유성의 흥분을 더 돋구었고,

―코드 제로는 최강이야! 코드 원 따위는 순삭이라고!

결국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뭐? 코드 원 따위?

뚝 ―

유성의 말에 순간 서천의 이성이 날아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유, 유서천! 지금 뭐 하는 거야!

―…헉.

두 주먹으로 유성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팬 뒤였다.

아무리 형이라지만 서천도 아직 10대 초반의 어린 소년.

어린 동생이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짝!

거실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아버지, 강천이 달려와 서천의 뺨을 후려쳤다.

―여, 여보!

어머니인 서아가 남편의 분노와 빨갛게 부어버린 서천의 뺨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네가 깡패야? 왜 어린 동생을 이 지경으로……!

분노한 강천의 목과 이마에 핏줄이 마구 불거지고 있는 그때,

―그만해.

유성의 아버지, 태운이 강천의 어깨를 잡았다.

―…형, 미안해. 유성이가…….

강천은 낯을 볼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사과하려 했다.

그러나,

턱 ―

태운은 그런 강천의 상체가 숙여지지 않게 막았다.

―왜 네가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

바닥에 쓰러져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든 채 울고 있던 유성.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행동과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가 그럴 리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자상했으니까.

한국의 영웅이자 세계의 영웅이기 이전에,

―아, 아빠……!

그는 유성이 가장 존경하는 영웅이었다.

그런데 그 영웅이,

사아아아 ―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 들었다.

움찔.

태운의 말에 유성의 몸이 움찔거렸다.

싸늘한 눈빛보다도 더 차가운 아버지의 목소리가 그의 뼈마디와 심장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유성.

―…네.

―억울하니?

―…….

―형에게 맞은 게 억울해?

―…….

유성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억울하긴 억울했다.

반격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맞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그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스윽 ―

유성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아버지의 시선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슬쩍 눈을 굴렸다.

그의 시야에 어머니가 들어왔지만,

―…….

어머니 또한 오히려 유성에게 화가 났는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따로 혼은 내지 않으마. 서천이 형에게 많이 맞았으니까. 네가 왜 맞았는지 잘 생각해봐. 그리고 서천아.

―네, 네…….

태운의 부름에 잔뜩 겁을 먹은 서천의 어깨가 놀라 흠칫거렸다.

그의 아들을 때렸으니 어떤 혼이 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툭 ―

태운은 오히려 그런 서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했다. 그럴 땐 참는 거 아니야.

슥슥 ―

아버지가 자신을 때린 형을 쓰다듬어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때부터였다.

으드득 ― !

유성과 서천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진 순간은…….

* * *

“후욱… 후욱… 후욱…….”

수업을 마친 뒤, 기숙사 개인 훈련실로 들어온 유성은 홀로 신체 단련을 하고 있었다.

뚝… 뚝…….

웃통을 까고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 그의 턱 끝으로 땀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유서천……!’

까드득 ― !

서천을 이기기 위해 매일매일을 지옥 훈련으로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유성의 두 눈에서 강렬한 투지가 불타올랐다.

유성의 재능은 굉장했다.

세계 최강자인 아버지와 협회에서 가장 빨리 코스모스가 된 이 중 하나인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서천의 재능도 유성 못지않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재능과 노력.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강함의 차이는 고스란히 누적된 시간, 즉 나이 차이만큼 이어졌다.

―유서천. 나랑 한번 뜨자.

사관학교에 올라오기 직전, 유성은 서천에게 결투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마력을 익힌 서천과 다르게 아직 마력을 익히지 못한 유성이었기에 룰은 ‘퓨어 배틀.’

마력 없이 순수한 육체 격투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뻐억 ― !

유성은 강했다.

아직 16세의 어린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뜬금없이 한판 뜨자고 찾아온 유성을 상대하는 서천은 시합 내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순수 피지컬로는… 2학년 중에서도 이미 최상위권이잖아?’

이미 당시 2학년 수석을 차지하고 3학년 수석까지도 미리 이겨버린 서천에게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유성이 강하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슈욱 ― !

괴물인 것은 유성만이 아니었다.

콰악 ― !

아버지인 강천을 따라 관절기나 그라운드 기술을 주력으로 익힌 서천이 유성에게 몸을 바짝 붙여 그의 멱살을 순식간에 틀어쥐었다.

―……!

입식 타격기 위주의 격투 스타일을 지녔던 유성은 그런 서천의 반격에 크게 당황했다.

그가 어떻게 방어할 틈도 없이,

후욱 ― !

그의 시야가 위아래로 뒤집혔다.

콰앙!

―커헉!

등허리 그대로 바닥에 꽂히며 유성의 숨이 턱하고 막혔다.

유성이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꽈아아악……!

순식간에 두 다리와 팔로 유성의 온몸을 옭아맨 서천이 냅다 초크를 걸었다.

―꺽… 꺼어어억……!

두 눈이 벌게진 상태로도 절대 탭을 치지 않는 유성.

자존심이 센 건지 체력이 센 건지 유성은 사자도 잡을 수 있다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무려 30초나 버텨냈다.

하지만 결국,

추욱 ―

이내 힘이 다했는지 유성의 몸이 시체처럼 힘없이 허물어졌다.

30초가 넘게 초크를 조이고 나서야 기절한 것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등골에 오싹하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초크를 풀고 물러나는 서천.

그의 전신에서 땀이 주륵 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권유성.

서천은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 유성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엔 참 친하게 지냈는데, 어쩌다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된 것인지 서천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딱히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었기에.

―…욕봤다.

서천은 무뚝뚝하게 한 마디만을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5분 뒤,

―…헉!

유성은 발작을 일으키듯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허억…….

유성은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

서천은 이미 떠난 듯 넓은 체육관 안에는 오로지 유성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

―내가… 졌어……?

자신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유성의 전신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 * *

개인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유성은 샤워를 마치고 침상 위에서 마력 호흡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그놈을 이길 수 있지…….’

그날 퓨어 배틀에서의 허무한 패배 이후,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유성의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사관학교 최강이라 불리고 있는 서천을 꺾는 것.

그러나 사관학교에 들어와서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된 이후에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의 그로서는 절대로 서천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리 유성이 빠르게 마력을 쌓아 벌써 1차 각성을 이뤘다고는 해도, 그와 비슷한 속도로 앞서 2년간이나 마력을 쌓아 올린 서천을 따라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동년배였다면 서로 박빙을 이루었을 테지만 태어나는 시기까지 인간이 조절할 수는 없는 법.

결국 유성은 그 2년이라는 세월의 격차를 메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력의 양에서 밀린다면 격투기술 같은 피지컬이 더 좋아야 했는데 그마저도 유성은 솔직히 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이 노력하는 동안 서천도 노력했을 테니까.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워주면 좋으련만 서천의 훈련량은 사관학교 내에서도 지독하기로 소문날 정도였다.

결국 유성에게 남은 것은…….

‘고유 능력.’

유성은 자신의 고유 능력에 대해 머릿속으로 더 연구하며,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밤이 깊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마력 호흡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