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 회: Part 1. 디모르포세카, 음지에 피다. -- >
10.
"제기랄!"
베흔이 바닥을 쾅 내리치자 그의 가슴을 봉합하던 의사가 깜짝 놀라 무심결에 뒷걸음질쳤다. 그가 누워있는 병상의 시트는 이미 피로 뒤범벅이었다.
"진정하십시오. 상처에 안좋습니다. 그렇게 진노하시면 상처를 치료할수가 없지않습니까?"
쿠베가 미쳐날뛰는 베흔의 팔을 붙들고 진정시키려 계속 애쓰고 있었다. 바로 코앞에서, 네피와 카렐 두 놈을 어처구니없이 놓쳐버린 것도 모자라 근위대장인 베흔 자신은 중상을, 왼팔인 수에보 녀석은 손목을 잃기까지 했으니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씨발! 네피는 네피대로 놓치고, 우리편은 만신창이가 되고! 카렐 그 썩을 년이 페로 관엔 안 가고 왜 거기있는거야! 으, 윽,"
"제발 고정하십시오, 네피와 체이호도 부상을 입었으니 놈들은 한동안 꼼짝도 못합니다. 수에보 녀석도 손목을 찾았으니 접합수술하면 한두달이면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발....."
"썅! 내 언젠가 그 죽일 년을......."
베흔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울분섞인 함성을 토해냈다.
카렐의 차에 말없이 오른 모렌 박사는 운전석에 앉아있던 카렐의 눈치를 흘끔 보았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는 몇시간동안이나 테라스에 틀어박힌 채 아무와도 만나지 않던 카렐은 점심때가 가까와진 지금에서야 조금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이제와 갑자기 절 존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담스럽군요."
카렐이 투명한 차 천장을 올려보며 숨을 조금 가다듬었다. 옆자리에 앉은 모렌 박사는 여전히 카렐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하고 있었다."아무런 힘도 없는 제가 이제와 그런 걸 새삼스럽게 운운해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요......행선지를 택하십시오. 약속대로 이제 당신을 놓아줄테니."
"널 떠나고싶지 않아."
"저와 같이 다니는 건 위험합니다."
카렐이 박사의 시선을 무시하며 대답했지만 박사는 여전히 애타는 얼굴로 말했다.
"상관없어."
"거추장스럽게 당신을 달고다니고싶진 않습니다. 할일이 많습니다."
"제발......부탁이야."
모렌 박사가 카렐의 손을 꼭 붙들었다. 하지만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린 카렐은 차를 출발시키며 일방적으로 말했다.
"페로 자이센 총리관저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당신 처지를 아니 융숭히 대접해 한편으로 만들고 싶어할 겁니다. 가디언들과 수련생들을 모두 데리고 일단 총리에게 의탁하십시오. 베흔이 당신을 그냥놔두지 않을 겁니다."
"넌 어떡할거지?"
"ㅤㅋㅞㄹ크로 돌아가서 네피를 지켜줘야 합니다."
카렐의 단호한 대답에 박사가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이 황족, 그것도 황제와 그때만해도 황후였던 여인의 피를 받은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 카렐은 최소한 겉으로는 이전과 별반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친아버지라는 세나우스 3세가 죽고 막강한 두 세력이 서로 후계자를 자처하며 대립하고 있는 지금, 자신이 황손 운운하며 함부로 머리를 디밀어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고사하고 뭇매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친모인 세네피스 카파키 황후는 반역세력으로 몰린 가문의 멸족과 함께 폐위되어 지금은 수용소에서 썩어가고 있던가,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그는 황손이면서 동시에 '반역자의 씨'이기도 했다.
한참을 달리는동안 둘 다 아무말도 없었다. 박사는 몇 번 카렐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기도 했지만 카렐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도시에 거의 도착하자 카렐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내 혈통을 알고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습니까?"
카렐의 느닷없는 질문에 모렌 박사가 조금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베흔 그녀석은 알고있겠죠? 절 데려간 바로 그날 알아낸 것 같았는데....."
박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카렐이 또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었군요......그래서 날 그리도 미워했군요......."
카렐이 조종간에 얼굴을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네피스 카파키 황후를 몰락시키고 카파키 가를 멸문시킨 주역이 바로 당시에도 근위대장이었던 베흔이었다. 그런 베흔이 지금껏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것이 어찌보면 고맙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모렌 박사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실리페 베로 황후는 아는것도 같고 모르는것도 같고......하지만 실리페 황후가 시녀장이었을 때 워낙 베흔하고 가까이 지냈으니까......알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겼던 카렐이 모렌 박사쪽을 돌아보았다.
"약속 하나 해줄수 있습니까?"
"약속?"
"제 혈통은 물론이고 네피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까지, 누가 중상을 입었고 싸움이 어땠는지, 그동안 있었던 일 전체를 절대 발설하지 말아주십시오."
"왜?"
카렐은 이번에도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모렌 박사가 힘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하지만 부탁이 있어."
"뭡니까?"
"나중에.....날 데리러 와 줘."
"......"
"내겐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어......너밖엔......날 데리러온다고 약속해줘. 제발,"
한때 자식같이 아껴주었던 카렐과 다시 헤어져야 하는 모렌 박사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카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렌 박사는 그런 카렐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약간 머뭇거리던 카렐의 손이 모렌 박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카렐이 탄 차는 마치 제 동네인양 당당하게 3번 도시 외곽의 페로관으로 들어섰다. 북문을 지키던 가디언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옛 수석가디언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잠시 후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카렐은 차를 조심스럽게 안으로 몰고들어갔다. 옛 수석가디언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가디언들이 호기심어린 얼굴로 북쪽 사랑채 부근에 옹기종기 모여들고 있었다.
카렐은 차를 페로의 집무실인 북측 사랑채 앞에 세우고는 무기도 모두 끌러놓고 여느때처럼 시커먼 클록 차림으로 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긴장한 표정의 모렌 박사도 그의 뒤를 바싹 따랐다.
"배짱한번 좋군. 한마디 통보도 없이 이곳에 다시 돌아오다니."
상석에 앉은 페로가 카렐을 내려다보며 짐짓 쌀쌀맞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의 뒤엔 평소같이 특급 가디언들이 중무장을 한 채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고 있었다. 카렐은 얼굴을 가린 채 나즈막하게 대답했다.
"말씀드린대로 약속은 지켰습니다."
"베흔한테 지독하게 당했다던데."
"많이 나아갑니다."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카렐이 그답지않은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페로의 옆에있는 작은 쪽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모렌 박사는 함께 서 있던 카렐이 갑자기 움찔 하는 것을 눈치챘다.
"오랫만이구나. 카렐."
쪽문으로 나타난 건 다름아닌 실리페 베로 황후였다. 황후는 당하에 서 있는 카렐을 보고는 갑자기 소름끼칠만큼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꼿꼿하게 서 있던 카렐이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자 황후는 한껏 만족한 표정으로 카렐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가린 클록을 거침없이 벗겨내렸다.
"네가 내곁을 떠난게 40년 쯤 전인데, 그때보다 더 멋있어졌는걸."
황후는 그의 옷 속으로 대뜸 손을 집어넣어 카렐의 몸을 보란듯이 더듬었다. 페로는 물론이고 자리에 모인 사람들까지 기겁을 하며 놀라고 있었지만 정작 카렐은 조금은 침통한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황후가 카렐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물었다.
"이제 여기 계속 있는건가?"
"아니옵니다. 다시 떠나야 합니다."
카렐이 머리를 조아리며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리워했는데......응? 서두르지 않아도 될텐데?"
농염한 말투로 속삭이는 황후의 목소리에 모렌 박사는 물론이고 당상의 페로까지도 온몸의 털이 바싹 곤두설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카렐의 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지던 황후는 결국 천천히 그에게서 손을 떼고는 페로 옆으로 돌아갔다. 황후에게서 나던 짙은 향수냄새가 어느새 카렐에게도 배어있었다.
카렐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총리각하께 부탁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끝도없이 부탁만 하는군, 이번엔 뭐지?"
"자그룰라 모렌 박사와 5백여명의 휘하 가디언과 수련생들을 이곳에서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베흔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가디언 합성과 양성에 있어 두말할나위없는 제국 제일의 전문가니 죽은 로카의 훌륭한 후임자가 될 겁니다."
카렐의 그럴듯한 제안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페로가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대답했다.
"베흔다운 짓이군, 나쁜 제안은 아닌것같긴 한데......모렌 박사. 내 밑에서 기꺼이 일할 용의가 있다면 내 고려해보지."
페로가 있는대로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하자 이번엔 카렐이 모렌 박사를 돌아보며 사뭇 명령조로 말했다.
"받아들이십시오."
"하지만......"
"절 믿으십시오."
박사가 카렐의 손을 한번 꼭 붙들었다. 결국 고개를 조금 끄덕인 모렌 박사가 머리를 거의 땅바닥에 처박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이센 총리 각하."
페로는 유별난 성깔로 잘 알려진 모렌 박사가 그답지않은 저자세를 보이자 약간 뜻밖인지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어쨌거나 황실 수련장과 자신의 수련장에 뒤이은 3번째 가디언 수련장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모렌 수련장이 자신의 휘하로 순순히 들어오는 길을 택했다면 지금상황에서 손해볼것은 없는 일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곳에서 머무르도록 해 주지."
페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후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굳은 표정으로 황후를 살짝 째려보았던 페로가 이번엔 카렐을 돌아보았다.
"부상을 입은걸로 아는데, 이곳엔 널 오랫동안 치료해온 의사도 있고 네 익숙한 숙소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에서 며칠 요양할 수 있는 호의를 베풀고 싶은데, 어떤가?"
카렐은 어느새 색기로 번득이고 있는 황후의 촉촉한 눈동자를 힐끔 바라보았다. 황후에게 살짝 고개를 돌려버린 카렐이 사뭇 사무적으로 대꾸했다.
"급히 갈곳이 있습니다. 호의는 감사하오나 나중에 받겠습니다."
볼일을 마친 카렐은 서둔다싶을 정도로 휙 돌아 페로의 집무실을 나섰다.
모든 궁금증도 풀렸고, 내심 부담스럽던 모렌 박사에게도 안전한 피신처를 찾아주었으니 이제 그로서는 더이상 홀가분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그제서야 그는 몸이 조금씩 무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몇달동안은 자신의 훈련장이었던 북극의 푸엘 숲을 떠난 이후로 몸도 마음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지던 그는 뒤를 다시한번 돌아보았다. 카렐을 뒤따라 몇발짝 달려나온 황후가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노기띤 얼굴의 황후가 그를 바싹 노려보고 있었다.
"카렐, 감히 날 거부할 수 있나?"
갑자기 심한 현기증을 느낀 카렐의 눈동자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멍 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던 카렐은 요란스런 흙먼지와 함께 사랑채 앞 대청에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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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푸와의 대결 직후, 아레나의 대기실까지 직접 내려와 가까이서 카렐의 모습을 확인한 세나우스 3세 황제는 그를 앞뒤로 돌아보며 계속 싱글거리기만 했다.
"완벽해, 정말 완벽해. 하하, 이런 가디언이 다 있다니, 그동안 수고했다. 베흔."
"송구스럽사옵니다."
"그런데......후후, 가디언감으론 얼굴이 아깝구만..... 그런데.....꼭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누구더라?"
황제가 갑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며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함께있던 실리페 베로 황후가 별로 곱지않은 눈으로 남편을 노려보았지만 황제는 개의치않고 카렐이 어깨에 걸친 망토를 벗겨내리고 있었다. 카렐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구경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무 반응 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었다.
베흔이 카렐의 어깨와 팔을 꾹꾹 눌러보이며 황제에게 말했다.
"근력만으로도 보통 가디언의 4배에서 8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최고 강점은 순발력입니다."
"순발력?"
"이녀석의 주력은 전력질주하는 말보다도 빠릅니다. 이 강철같은 하체근육이 그 기본입니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독특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서 반응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구만."
비아냥거린 황후도 어느새 카렐의 몸을 위아래로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이번엔 황제가 그런 황후를 힐끗 쳐다보았다. 황후가 베흔에게 조용히 물었다.
"지능은?"
베흔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망설이자 황후가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시원찮은 모양이군. 누구들처럼 말이야.....훗. 생기긴 멀쩡해갖고......하긴, 그 씨가 어디갔겠어."
황후가 베흔을 놀리듯 빈정거리고 있었다.
황후 자신이 낳은 5명의 공주들은 물론이고 황제의 첩들이 낳은 몇 안되는 서자, 서녀들도 무슨 이유엔지 모조리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두번째의 대멸망' 과정에서 생겨난 돌연변이 후손인 황실 S혈통에서는 흔히 '발현자'로 불리는 영재도 가끔 태어났지만, 반면 문제를 지닌 결함후손 또한 많이 생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번 황제의 경우는 그 정도가 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황실 의사들 사이에서는 '황제의 유전형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카렐이라고 그 예외일수는 없었다.
황제의 눈치를 급히 살핀 베흔이 갑자기 황후를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끌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실은 그게 문제입니다......저도 몰랐지만......아무래도 그 S 형질이 제대로 발현된 듯 합니다. 아무래도 머리를 철저히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황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해버렸다. 본능적으로 결함투성이인 자신의 딸들과 카렐의 얼토당토않은 비교를 해 본 황후의 머릿속이 아찔 해왔다.
"설마......지금까지 100년을 모르고 지냈다는거야? 저런 놈팽이한테서 '발현자'가 나왔다고? 그럴 리가 있나? 저인간 유전자가 원래 결함이 있다고 했잖아?"
황후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황후가 막말을 하며 가리키고 있는 '놈팽이'는 물론 대신들 사이에서 히죽거리며 서 있는 저 멍청이 황제였다. 베흔 역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것까진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유전자은행에 있는 자료와 비교결과는 정확히 일치했으니까 황상의 자식임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년만 왜 정신질환이 없는지는....."
한숨을 내쉰 베흔은 무표정하게 황제 곁에 서 있는 카렐을 살짝 째려보았다. 황후의 곱지않은 시선 역시 그쪽으로 향했다.
"저녀석 데리고나오면서 뒷정리하다가 GOE병영 옛 도서관 자료들이 이미 몽땅 다 읽혀진 걸 발견했습니다. 역사, 정치, 군사, 인문학 자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최근의 의학과 군사학, 컴퓨터 관련 책들도 있던 걸 발견했습니다. 지금 근위대 수사관들이 어떻게 입수한건지를 조사중입니다."
"위험할수도 있겠는데......무슨 수를 강구해야 하는 거 아냐?"
황후의 베흔, 두 사람의 음험한 시선이 거의 동시에 카렐을 향해 내리꽂혔다.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지은 베흔이 황후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황후폐하 특기대로 하시죠. 야생에서 100년을 썩었으니.....정신 못차릴겁니다."
카렐 옆에 여전히 서 있던 황제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좋아. 내 바로 옆을 항상 지키는 건 베흔이 맡도록 해. 그동안 내외업무를 모두 맡느라 빈틈이 생기곤 했으니까. 카렐은 외부일을 맡는다. 그리고오......"
다시 남편의 곁에 돌아온 황후가 갑자기 조금은 간드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외출할때 제게도 좀 빌려주시죠. 폐하."
황후가 카렐을 바라보며 갑자기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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