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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52화 (52/1,132)

< -- 52 회: Part 2. 나를 잊지 말기를....... -- >

23.

보벤 경의 급박한 연락을 받은 다룬과 킵은 일단 페로 관과 아메스에게 이 급보를 알리고 북극으로 갈 차비를 급히 차렸다. 그런 그들의 앞에 천연덕스럽게 나타난 건 이번에 근위대에서 베흔의 참모로 발령받은 카인 녀석이었다.

"푸엘 숲은 근위대 외엔 출입금지인 통제구역이라는 걸 아실텐데요."

"이 썩을! 배신자 주제에,"

격분한 얼굴로 카인에게 칼을 뽑으려는 다룬을 겨우겨우 뜯어말린 킵이 격앙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지금같은 비상상황에서? 좋아, 그럼 우리도 수색작업을 돕겠다고 알려."

"정성은 감사하옵니다만 베흔 대장이 수색작업은 근위대만으로 충분하니 도움은 필요없다 하셨습니다."

킵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상기되었다. 무어라 더 말하려는 킵을 다시 카인이 가로막았다.

"지금 수우 전하의 아버님이시고 남부 최고제후이신 테번 델루지 공도 행방불명이십니다. 혹 이번 사고에 관해 이상한 생각을 하신다면 곤란합니다. 저희 근위대는 이번 추도회 행사의 주체로서 이 일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주십시오. 수색작업도 당연히 저희의 책임입니다."

"좋아."

킵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우린 푸엘 숲에는 들어가지 않지. 하지만 북극 나머지 지역은 통제구역이 아니니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카인이 기다렸다는 듯 빙긋이 웃음까지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킵과 다룬은 멀어져가는 카인을 향해 이를 갈았지만 그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물론 통제구역이라서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일수밖에 없었다. 일단 푸엘 숲 경계까지 가본 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었다.

"어떡하지?"

다룬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킵에게 중얼거렸다. 말없이 마주보는 이 두 사람의 입 속에서는 행방불명된 자신의 지도자를 대신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의 이름이 맴돌고 있었다.

"무어라구?"

카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창백해진 표정의 아메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카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자리에 모였던 전사단 간부들의 표정도 굳게 변해버렸다. 카렐이 그답지않은 완전히 얼어붙은 얼굴로 방 안을 오가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푸엘 숲이라고.......푸엘 숲......"

"그쪽의 핵심인물인 테번 공까지 사고당한 것으로 보아서 근위대의 자작극같지는 않습니다만....."

우베가 제일먼저 조심스런 예상을 내놓자 전사단 나머지 인물들도 모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아메스와 마찬가지로 거의 얼굴이 백짓장이 되다시피 한 카렐은 우베를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페티 발 플레렌 부인의 남편......"

"예......그렇습니다만......"

들고있던 자료를 살핀 우베는 카렐에게 그대로 보고를 올렸다.

"남부 최고제후 델루지 가의 수장이고 정실인 네페티 발 플레렌 부인 외에 9명의 소실을 두고 있습니다......적자로는 장남인 제롬 플레렌 델루지 경이 있고 차남인 수우 플레렌 델루지......."

"이런!"

카렐이 바닥을 쾅 내리치며 거칠게 울부짖었다.

"베흔 그 망할새끼!"

카렐의 격한 반응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아메스만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토로 경, 당장 기사단 출동 준비시키고 네피는 가디언들을 맡아. 우베. 당장 수송선 준비시키고......에너지 장벽을 해체해야 할테니 그 장비도 챙겨."

"전하, 하지만.......이건 그냥 사고입니다. 테번 공도 함께 당하지 않았습니까? 괜히 저희가 끼어들어서 일만 크게 벌리면....."

토로 경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을 꺼냈다. 넋을 놓은 채 울고있는 아메스의 눈치를 힐끗 본 우베 역시 카렐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우리로서는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총리가 죽었다면 아메스 아씨가 페로의 조직과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는데......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그쪽이 우리에 흡수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내 명령에 토를 달려는건가?"

카렐의 눈이 무섭게 번득이고 있었다. 겁을 집어먹은 우베가 급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물론 아니옵니다."

"페로 경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

카렐이 울고있는 아메스를 품에 꼭 껴안고 등을 두들겨주었다. 얼굴이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아메스는 카렐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쏟아지는 눈물을 겨우 곱삼키고 있었다.

"제발, 아버님을 구해주십시오. 제발,"

"페로 그녀석이 뭐가 이쁘다고....."

네피마저도 궁시렁거리자 결국 카렐의 분노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칼을 뽑아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런 한심한 소인배들 같으니!"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카렐의 극도로 분노한 모습에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버렸다.

"죽여주시옵소서,"

토로 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래, 싫다는 놈은 꼴도보기싫으니 따라오지 않아도 좋다. 제네르!"

"예!"

엎드렸던 제네르 하크로딘 보좌관이 힘있게 대답했다.

"기사단 300명을 소집해 그대가 지휘한다. 시로! 조페! 가디언 200명을 소집해 나를 따라라. 나머지 놈들은 꼼짝말고 여기 잘 쳐박혀 있어라! 감히 군주의 뜻을 어기려 들다니! 이 괘씸한 것들같으니!"

토로 경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머리를 짓쪼았다. 난처해진 네피도 우베를 힐끗 쳐다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칼을 뽑아든 카렐은 씩씩거리며 방을 나섰다.

한참을 날아온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페로가 천천히 눈을 뜨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여우 한마리가 기겁을 하며 달아났다. 페로는 죽어버린 침엽수 밑 커다란 둥치 사이에 의자와 함께 끼어 있었다. 떨어지는 버블에 긁힌 듯 나무와 덤불들이 엉망으로 흐뜨러져있었고, 자연적으로 터져버린 야광빛의 버블 찌꺼기들이 '이곳이 불시착지'라는 것을 알려주듯 사방에 널려있었다. 팔다리를 더듬어보았지만 특별히 다친 곳은 없는 듯 했다.

"휴우......"

페로는 깨질듯이 아픈 머리를 한 번 꼭 싸쥐었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본 모습은 자신의 버블과 부딪혀 멀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테번 공의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그새끼도 멀쩡하겠지, 이기회에 보내버리면 좋았을걸."

한 번 쓴웃음을 지은 페로는 뻐근한 허리를 두들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아오면서 흔들린 탓인지 속이 지독하게 울렁거리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빽빽한 침엽수림 뿐 별 특별한 것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케이프와 망토를 벗어던진 페로는 죄없는 나무를 걷어차며 괜한 신경질을 부렸다.

"썅, 이거 도대체 어디야......"

페로는 개인용 통신기인 할룩스를 집어들었지만 불통이었다. 그는 좌석으로 돌아가 그곳의 비상송신기를 틀었지만 아무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신호를 이미 보냈다는 불빛만은 정확히 깜박거리고 있었다.

"뭐야......"

페로가 얼굴을 찡그렸다.

"통제구역이라 그런가......"

페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GOE부대의 몰락 이후 200년 이상 절대 통제구역으로 묶여있어온 이곳 푸엘 숲은 2중의 에너지장벽과 근위대 이외의 통신코드는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장애파로 보호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을 근위대가 '불순분자들'을 청소하는 곳으로 쓰고 있다는 뒤숭숭한 소식은 꽤 자주 들려오곤 했지만 총리대신인 페로도 그 소문의 진위여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한 페로는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얕으막한 언덕을 기어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제길할......"

페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변은 셔틀에서 내려다볼때와 마찬가지로 지평선까지 끝없이 뻗은 빽빽한 삼림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썩을......통제구역이니 근위대새끼들만 우굴거리겠지......다룬 그 멍청이는 열만 내고 있을테고......킵......그녀석이라도 머릴 써줘야 되는데......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테번 녀석까지 죽을 뻔 한건......"

생각을 좀 했더니 페로의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했다.

삐딱하게 보자면 근위대놈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사고를 조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문제는 베흔 녀석의 가장 큰 지지세력인 테번 녀석까지 함께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었다.

뭐 그럴싸한 자작극을 만들기 위해 그 노인네가 버블 한번 타보는 스릴넘치는 경험을 자청했다면야 모르겠지만.

엉?"

한쪽에서 들려오는 묘한 진동음에 얼굴을 잔뜩 찡그렸던 페로는 이곳으로 다가오는 셔틀 한 대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려다가 순간 멈칫거렸다.

"제기랄......어떡해야하지....."

지금 저들을 구조대로 반갑게 맞아주어야 할 지, 아니면 일단 피해야 할지 페로로서도 도저히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셔틀은 바로 이쪽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페로는 일단은 의자가 떨어진 곳과는 조금 떨어진, 무성한 덤불 속에 몸을 최대한 숨겼다.

근위대 표시가 붙은 소형셔틀은 페로의 좌석이 떨어져있던 부근에 착륙하고 있었다. 셔틀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뛰어내린 건 약간 상기된 표정의 근위대 가디언 셈이었다.

"여기 맞나?"

"예! 구조신호 발신지는 여기 맞습니다."

셈과 함께 뛰어내린 십여명의 근위대원들은 몇초 못가 나무둥치 사이에 처박혀 있던 페로의 좌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좌석을 둘러본 셈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어디간거지? 떨어져서 또 날아갔나?"

멀리 떨어진 구석에 숨어 이들을 지켜보던 페로는 모습을 드러내야하나 말아야하나 아직도 망설이는 중이었다.

"여기보십시오!"

근위대원 한명이 페로가 벗어놓은 케이프와 망토를 셈에게 들고와 펼쳐보였다. 셈의 표정에 그제야 미소가 감돌았다.

"녀석, 살아있군......모두 부근을 수색해! 부근에 있을거다! 그리고 베흔 대장에게도 알려. 지원이 필요하다."

꽤 멀리서 이들을 지켜보던 페로는 그때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셈의 칼에 목숨을 잃게 될 지, 덕택에 목숨을 건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무어라 저희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듯 싶었지만 멀찍이 떨어져있는 페로에게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페로는 최대한의 시력을 동원해 멀리 떨어진 셈 쪽을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그 때, 웬 커다란 맹수의 울음소리가 페로의 귓전을 때렸다.

"허억,"

소스라치게 놀란 페로는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 뻔 하고 말았다. 사자나 호랑이, 그런 부류의 큰 포식동물의 울음소리가 틀림없었다. 주변 어딘가에서 맹수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 페로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셈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셔틀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가는 모습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맙소사......."

페로가 조금씩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열려있는 셔틀 문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보이고 있는 건 웬 커다란 철창과, 그 안에서 성난 듯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이었다. 공포에 질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페로는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아무 쪽으로나 결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들은 구조대가 절대 아니었다.

의자와 함께 반쯤 녹은 냇물 위에 떨어졌던 테번 델루지 공은 가슴까지 오는 냇물에서 허우적거리며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별다르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북극의 차가운 냇물에서 오는 냉기는 순식간에 그의 뼛속깊이 파고들어오고 있었다.

"제길, 재수가 없으려니까......"

냇물 한중간에 처박혀있는 그의 좌석에서는 이미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붉은 표시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으기 안심한 테번 공은 조금이라도 한기를 피해 볼 양으로 그나마 양지로 나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잔뜩 흐린 하늘에서 해는 도무지 보이지도 않았다. 냇가 주변은 낮은 물풀과 늪이 군데군데 흩어진 소택지였다.

온통 침엽수 투성이인 어두컴컴하고 겁나는 숲을 바라보며 테번 공은 차라리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페로 새끼, 숲에나 떨어져서 확 뒈져버려라."

젖은 몸을 비비적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던 테번 공은 서쪽 하늘로 문득 시선을 돌렸다. 오들오들 떨고있던 그의 귀에 들려온 셔틀 엔진소리는 참으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어이! 어이!"

테번 공이 입고있던 망토를 벗어 흔들자 이쪽을 확인한 소형 셔틀은 그의 바로 옆에 천천히 내려섰다. 테번 공은 셔틀에서 내려선 베흔과 쿠베를 보고는 안도하며 웃음띤 얼굴로 다가갔다.

"버블 타는것도 나름대로 재밌던걸."

"그러셨던가요?"

베흔이 씽긋 웃어보였다.

"페로 녀석은?"

"위치가 확인되어서 셈이 찾으러 갔습니다."

"잘됐네, 걸리면 쥐도새도모르게 죽여버려. 이런 기회가 어디있나?"

대답없이 웃기만 하던 베흔은 잠시 테번 공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기분나쁘게 쳐다보는건, 감히......."

테번 공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베흔의 무지막지한 손이 눈 깜짝할 새 그의 옷자락을 확 움켜쥐었다. 목이 졸린 공은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버둥거리기만 했다. 한팔로 테번 공을 번쩍 들어올린 베흔은 그를 대뜸 냇물, 아니 개흙과 물풀이 뒤엉긴 깊은 늪 속으로 다시 집어던졌다.

"으아악!"

수영을 못하는데다가 이미 많은 체온을 빼앗긴 노구의 테번 공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그의 몸부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약해져오고 있었다. 온몸을 내저으며 중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에게 몸에 걸친 요란스런 비단옷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네......망할놈......내, 내 아들 제롬이......그냥 놔두지 않을거다....."

물풀이라도 붙들어보려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테번 공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베흔을 향해 마지막으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많은 물을 먹은 테번 공의 몸은 결국 그 깊은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조금씩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베흔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나고 다시 한 번 시계를 확인한 베흔은 옆에 서 있던 쿠베에게 짧게 말했다.

"꺼내."

명령을 받은 쿠베가 즉시 물 속에 뛰어들어 테번 공을 끄집어냈다. 혈색이 완전히 가셔서 하얗게 변해있는 그 모습은 얼핏보기에도 이미 시체임이 확실했다.

"확실히 죽었습니다."

휴대용 검진기로 공의 바이탈사인을 확인한 쿠베가 보고하자 베흔이 고개를 조금 끄덕여보였다.

"본대에 알려라. 테번 공이 익사했다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쿠베가 본대와의 통신을 위해 셔틀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거친 물풀 위에는 이제 완전히 시체가 되어있는 늙은이의 오물투성이의 몸뚱이가 보기싫게 놓여져 있었다. 그는 옛 국제연합 휘하의 코메트 용병대 참모총장이었고, 이후 한때 적이었던 TSG와 다시 손잡아 제국의 성립에 기여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제국 제2개국공신인 베흔에 이은 제3개국공신이기도 했다.

이 늙은이의 마지막 말을 떠올린 베흔이 갑자기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의 시체를 발로 한 번 툭 걷어찼다.

"네 아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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