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 회: Part 3. A China Aster for Me -- >
무려 5일을 연달아 잠을 설친 '토벌군 사령관' 제파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근 5일간 저 망할 적들은 무슨 꿍꿍이인지 밤마다 나타나 기지 주변에 온통 불을 놓고 소란을 떨어대고는 막상 이쪽에서 출동만 하면 유령같이 사라져버리는, 아주 지긋지긋한 수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휘관인 제파는 물론이고 병사들까지 '이럴바엔 차라리 공격해와라' 하며 가끔은 황당한 기대를 하곤 했지만 저 야속한 적들은 전날저녁도 요란만 피우다가 사라져버린 터였다. 녹초가 되어버린 초소병들도 이젠 엔간한 소란은 '그러려니'하고 넘겨버리기가 일쑤였고 제파가 직접 초소를 순찰돌며 흐뜨러지기 시작한 기강을 다잡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대 주변 정찰을 대폭 강화한 제파는 이젠 아예 밤과 낮을 바꿔살고 있었다.
오늘은 갑자기 무슨 일인지 밤중에 적들이 소란을 피우지 않자 제파는 내심 다행스럽게 생각은 했지만 적들의 이 느닷없는 '안하던 짓'에 퍼뜩 불안한 생각이 든 것도 꽤나 우스꽝스런 일이었다.
결국 근거도없이 전전긍긍하던 제파는 천여명을 더 불러내 만일을 대비한 대기를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해가 뜰 무렵, 아니나다를까 정찰로 내보냈던 부대에서 갑자기 급박한 연락이 들어왔다.
"적 기병입니다. 북쪽에서 접근중입니다. 잘 파악은 안되지만 최소한 백 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지, 녀석들 꼬리가 길면 밟히지,"
벌떡 일어난 제파는 대기중이던 병사들을 이끌고 부대 북쪽경계로 달려나왔다. 멀리 숲 속에서 접근해오는 적 기병들의 모습이 보이다말다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평소 입던 중갑주와 마갑도 모두 벗어던져 놓고 간단한 흉갑에 투구 차림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공격할까요?"
"아냐. 그냥 뒤만 쫓아. 녀석들 어차피 부대 부근에서 소란만 피우다 돌아갈테니 우리 정찰대가 놈들의 뒤를 쫓는다. 녀석들 본거지를 찾으면 그때 덮친다."
백 기 정도의 기병들은 제파의 예상대로 부대 주변에서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불을 놓으며 소란을 떨더니 잠시 후 돌아가기 시작했다. 잽싼 근위대 정찰대원들이 기사단을 바싹 붙어 따라가기 시작했고 제파가 이끄는 4천의 근위대 정규군들은 본영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벌판에 중무장을 갖추고 대기상태에 있었다.
기병들은 강과 계곡을 지나 서쪽을 향해 꽤 오래 느릿느릿 행군하고 있었다. 새벽에 시작한 기병들의 이동이 태양이 중천에까지 오도록 계속되고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 도보로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근위대 정찰병들은 거의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 물론 새벽부터 중무장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던 보병들 역시 기다림이 반나절이 넘어가면서 이젠 그 무료함을 공놀이로 달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파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기병들이 서부정글의 넓은 늪지대 부근에 도착했다는 정찰대의 보고를 받은 때였다. 서부정글 늪지대는 적들이 절대 본거지로 쓸 수 없는, 이곳 부근에서 그나마 가장 개방적인 지역이기도 했다. 제파가 자기도모르게 본대 쪽을 돌아보았다.
"적들이.....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개활지라서 저흰 못 쫓아갑니다!"
할룩스로 보고를 올리는 정찰대장의 격앙된 목소리가 이순간따라 요란스레 공기를 울려대고 있었다. 당혹스런 표정의 제파는 동쪽에 남겨두고 온 토벌군 본영을 홱 돌아보았다.
본영에 2천여명, 주변에 만들어진 30여개의 보루들에 4천여명이 각각 배치되어 있었다. 본영에 상주하던 6천여 병력이 2천과 4천으로 토막나있는 상황이었다. 제파가 떨리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제길, 속았다."
"적의 기습입니다!"
본영에 남겨두고 온 지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제파의 할룩스를 통해 흘러나왔다. 창백해진 표정의 제파는 따라온 4천명의 부하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정찰대만 남고 모두 귀환한다! 빨리!"
제파가 이끌고나갔던 부대가 셔틀을 타고 본영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은 종료되고 난 후였다. 적들의 야간 난동---조금 유식한 말로는 '휼계(譎計)'라고도 불리는---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상태에서 본영에 있어야 할 예비병력까지 적 기병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며 엉뚱한 곳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적의 대담한 주간기습공격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모양이었다. 부대는 각 보루에서 실려온 시체들과 부상자들의 신음소리로 참혹한 지경이었다. 셔틀 입구에 멍 하니 서 있던 제파는 마중나온 지대장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당했나....."
"전사 120에.......부상 5백정도 됩니다. 가디언이 포함된 2천명 정도의 적 정규군이 남측의 보루들를 기습하고 가디언 5백 정도가 중심부를 돌파해 본영을 기습해 빠져나갔습니다.....지휘관는 적 가디언 네피인 듯 합니다. 다행히 적들이 빨리 빠져나가서......피해가 크지는 않습니다."
'피해가 크지 않다'정도는 제파에게 그다지 위로가 될 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정글에서 벌이는 토벌전은 양측 모두 소모전이 될수밖에 없었고, 적들 역시 한 번의 공격으로 이쪽을 섬멸시킨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음에 틀림없었다. 회전에서의 120명 전사 정도야 따질 수준도 안되는 피해겠지만 이런 소모전에서 한번에 120명의 전사라는 건 끔찍한 결과일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머리에 떠오른 듯 제파가 되물었다.
"적 가디언과 정규군이 혼재되었다고?"
"예. 적들의 분대장급 초급지휘관을 가디언들이 맡고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근위대 전법을 본딴 것 같습니다."
한숨을 내쉰 제파가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카렐, 조페, 시로까지 모두 근위대에 있은 경력이 있는 가디언들이었다. 그들이 근위대의 전법을 도입한 것이 그다지 놀라울것도 없지만 적 정규군들이 가디언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정예화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눈앞이 막막해진 제파는 'ㅤㅋㅞㄹ크 토벌군 사령관'이라는 직위를 받은 것이 정말로 운좋은 일이었는지를 또한번 곱씹어보고 있었다. 머리를 싸쥐고 스스로를 학대하던 제파는 귀에익은 셔틀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뜩이나 신경이 잔뜩 곤두서있던 제파가 부관에게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뭐야?"
"글쎄요......보급품 수송인 모양인데......왜 이쪽으로......"
연병장으로 달려나간 제파의 눈에 들어온 건 수송용 셔틀이 아니고 베흔이 즐겨쓰는 검은색의 헬리오스 고속셔틀이었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제파의 눈앞이 순간 캄캄해져왔다. 연병장에 내려선 셔틀의 문이 열리더니 저승사자같은 모습의 베흔과 카인, 그리고 제롬 델루지 공의 모습이 나타났다.
풀죽은 얼굴의 제파는 베흔 앞에 나아가 고개를 잔뜩 숙이며 경례를 올렸다.
"날씨도 고약스런데서 수고 많군 제파."
베흔은 뜻밖에 전황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부대를 대강 둘러본 베흔은 제파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싸우다보면 이정도 실패야 흔한거지. 싸우다 질 수도 있는걸 어쩌겠나. 열번 실패해도 좋으니 카렐 그년만 잡게. 그럼 우리 승리니까."
"감사합니다."
베흔의 모처럼의 격려에 힘을 얻은 제파는 참으로 오랫만에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오.....자네가 혼자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카인을 보내주기로 했어. 정규군 지휘경험이 없는 친구니 그냥 가르치는 셈 데리고 있게나. 아참, 여기 계신 제롬 공께서 며칠 정도만 토벌작전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모시고 왔네."
"예?"
제파가 거구의 제롬 공을 한 번 힐끔 바라보았다. 카인이야 데리고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힘이 될 녀석이지만 제롬 공은 어쨌든 '상전'이니 이래저래 골치아픈 일만 생길 건 뻔한 일이었다. 그래도 차마 '안된다'는 말은 할 수 없는지라 그는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제롬 공은 며칠만 있다가 갈 것이라는 말에 나름대로 위안을 삼은 제파는 부대만 대강 둘러보고 별 잔소리 없이 황궁으로 돌아가는 베흔을 기분좋게 배웅해주었다.
"제파녀석 죽고싶을거야. 좀 불쌍하긴 해. 베흔새끼한테 얼마나 터질까. 쯧쯧."
피묻은 전포를 벗어던진 네피가 키득거리며 마을에서 기다리던 시로에게 농담을 던졌다. 움막 앞의 카우치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던 카렐이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네피에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적들 추적은 없었겠지?"
"그럼, 이 천하의 네피를 뭘로보고."
네피의 말에 저으기 안심한 카렐은 화분에서 솎아낸 한뭉치의 잡초들과 잔가지들을 한옆으로 치워놓았다. 아직 왼팔은 거의 쓰지 못하는 카렐이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실 이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이나마도 카렐이 병상에서 벗어나 바깥출입을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된 덕이었다. 아직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카렐의 팔에는 의사들이 특별히 조제한 수액 앰플이 꽂혀있었다.
잠시 후, 키큰 얼룩무늬 준마에 올라탄 제네르가 기사단 부단장 라손 바얀과 함께 계곡 밑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휴,"
제네르가 많이 지친 듯 말에서 뛰어내리며 잠시 휘청거렸다. 주변의 눈치를 슬그머니 살핀 시로가 제네르에게 다가가 차고있던 칼과 창, 투구, 흉갑을 벗겨주었다.
"임무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제네르가 제일먼저 카렐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부단장 라손에게 인수인계하는 차원에서 함께 유인전에 다녀온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먼지와 늪지대의 진흙을 진뜩 뒤집어쓴 꼴이었다. 물론 함께 선 '꼬맹이' 라손 부단장 역시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제네르의 고향친구라는 라손 비에이라 바얀 부단장은 기병생활을 잠시 접고 유학자라는 길을 택한 친구와는 달리 200년이 넘는 기간의 대부분을 동부에서 기병장교로 보낸 베테랑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6척이 넘는 장신의 친구와는 달리 기껏해야 5척 4촌이 될까말까하는, 제국에서 가장 크다는 탈라스 출신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자그만 체구로 처음 인사를 왔을 때 전사단 사람들을 아연질색하게 만들었던 터였다.
사실 아직까지도 저만한 체구로 중장기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동료들의 곱지않은 눈총을 받고는 있었지만 동부 5제후 카나 가에서 기병의 꽃이라는 근위기병대장까지 역임했었다는 전력을 보아서는 괜한 기우일수도 있었다. 사실 어딜가든 최고로 대우받을 경력을 마다하고---그것이 '좋은남자 소개시켜준다'는 친구의 꼬임이었든, 몇십년 전 떼어먹은 돈을 이제와 갚으라는 협박 때문이었든을 떠나서--- 이 ㅤㅋㅞㄹ크의 촌구석까지 들어와준 것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겠지만.
"이런, 몰골이 말이 아니군. 빨리들 씻고 쉬게."
"알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제네르와 라손이 말을 몰고 숙소로 사라지자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네피가 중얼거렸다.
"역시 시민이라 좀 약한건가? 신나게 말만 탔을텐데 뭐가그리 피곤하단거지? 봐, 완전히 다죽어가잖아."
"너도 하루종일 말만 타 봐. 안피곤한가."
시로가 제네르의 무기를 대신 닦아주며 네피에게 쏘아붙였다.
"너야 말 지지리 못타니 그렇지."
네피의 대꾸에 함께있던 조페가 입을 가리며 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시로의 당연히 별로 곱지않은 시선이 덩치 가디언의 뒷통수를 연신 간지럽히고 있었다.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지 말라구. 사과니까 이거나 먹어."
네피가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주머니에 들었던 말린 고깃조각을 시로의 입에 억지로 물려주며 말했다.
제네르가 사라진 막사쪽을 잠시 쳐다보던 조페가 네피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까 솔도 X혈통 아냐? 근데 걔는 왜 그모냥이냐? 시민남자 두셋은 그자리에서 때려잡아야 정상 아냐? 근데 생기긴 야리야리해갖고 맨날 집안에서 바느질에 요리만 하고 있으니 어찌된일이냐? 큭큭,"
"그런가?"
네피가 머리를 조금 긁적거렸다.
"시민남자 셋은 때려잡아......내가 봤어."
카렐이 화분에 새 꽃씨를 심으며 짐짓 무관심한 듯 중얼거렸다.
"됐어, 난 내 딸한테 쌈박질은 절대 안가르칠거야. 알았어? 고상하신 경세학자 제네르 하크로딘 교수님 예쁜 금발머리 피범벅에 흙투성이 된 꼴 보는걸로 충분하다구."
네피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였다. 제네르를 비꼬는 듯한 말투에 시로가 다시 네피를 쏘아보았다. 뭐라 더 말하려던 네피는 카렐의 눈짓을 받고서야 얼른 입을 다물었다. 민망해진 네피는 시로가 한참 열심히 닦고있던 갑옷 옆에 있던 투구를 집어들고 닦아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목욕을 마친 듯한 제네르가 가벼운 차림으로 숙소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물에 젖은 금발머리는 물론이고 긴 팔과 다리의 건강하게 그을린 갈색피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절벽 위에서 넥타를 마시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큰 키의 제네르의 뒷모습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나다를까 시로였다.
카렐이 그 모습을 짐짓 못본 척 꽃씨를 솎아내며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시로. 같은곳만 빡빡 문질러대면 광택이 날 수도 있어.....갑옷을 무광처리하는 이유를 알텐데."
"으, 음,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거 없고......기도비닉이 문제되면 제네르의 목숨이 왔다갔다할수도 있지."
카렐이 뒷마디에 특히 힘을 주자 시로가 무안한 듯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재빨리 살폈다. 시로가 갑옷을 닦다말고 카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어......"
"매일 안장 붙들고 바둥거리지 말고 저녁 먹고나서 제네르한테 승마 좀 가르쳐달라고 그래. 나도 저렇게 잘 타는 사람 본 적 없으니까. 아마 잘 가르쳐줄거야."
제파에게서 오백여명의 산악병 지휘권을 넘겨받은 카인은 카렐이 은거하고 있을 확률이 제일 높다는 루콘 산악지역에 바로 다음날로 투입되었다. 첫날 수색을 마치고 돌아온 카인의 셔틀에는 적병들이 아닌, 이십여명의 원주민들이 포박되어 있었다. 연병장에서 카인을 맞은 제파가 고개를 갸웃거려보였다.
"저녀석들은 뭐야?"
"루콘 부근 큰 마을들 의사놈들하고 약품상 하는 놈입니다."
카인이 그들 하나하나를 셔틀 밖으로 사정없이 내던졌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는지 저마다 무언가 억울하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카인의 무분별한 태도에 제파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런데?"
"카렐을 치료하려면 틀림없이 이녀석들 병원에서 약품을 구입해갔을 겁니다. 그녀석 치료하려면 특별한 약품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불지를 않더군요. 녀석들 본보기로 끌고왔습니다."
의사들을 다 동댕이친 카인이 대뜸 칼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미처 제파가 말릴 새도 없이, 그들 중 하나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쳐버렸다. 의사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하나 깜짝않고 민간인을 죽이는 모습에 주변을 둘러선 근위대 병사들이 경악을 하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썅!"
제파가 급히 카인의 칼을 빼앗아들었다.
"함부로 시민을 죽이다니! 미쳤나!"
"지금 ㅤㅋㅞㄹ크는 전시입니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사살해야 합니다."
카인이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여전히 고집스런 표정의 카인은 남아있는 의사와 약품상들을 바라보며 또다시 핏대를 올렸다.
"다시 묻겠다. 너희 병원에서 동물에게 물린 상처치료를 위한 약품이나, 인조근육을 사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밝혀라. 그리고......혹 동물......그러니까 파충류나 육식동물 같은 것들에 특히 쓸만한 동물용 약품 구해간 경우가 있으면 당장 밝히도록 해. 아니면 너희가 저 꼴이 될 수도 있다."
큰 체구에 사뭇 위압적인 카인의 태도에 벌벌 떨던 약품상 중 한 명이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저, 어......"
"뭐냐?"
"한 보름 전에 화전민 같아보이는 녀석 하나가 정제 히스티딘하고 타우린을 사갔습니다."
"히스......뭐?"
제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그, 그건 사람 성인은 몸에서 자연합성이 가능한 아미노산입니다. 사람은 일부러 섭취할 필요가 없지만 야생동물이나 육식동물한테는 꼭 필요한 영양소라서......어디쓰냐고 물어봤더니 악어한테 준다나 뭐라나 횡설수설하던데......"
순간 움찔 한 제파가 제롬 공을 휙 돌아보았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제롬이 앞으로 불쑥 나서며 물었다.
"녀석이 어디로 갔나?"
"그것까지는 잘......."
"그 전이나 후에 또 온 적 있나?"
"지난번에 충분한 양을 못 사가서.....이틀쯤 후에 다시 오기로 되어있습니다."
제롬과 카인이 무언가 잡았다는 듯 서로 마주보며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제파 쪽으로 돌아선 제롬이 부탁이라기보다는 거의 명령조에 가까운 투로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면 카렐 그놈 잡으러갈때 나도 데려가주게. 그냥 부탁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