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7 회: Part 5. 흰 국화 한송이 -- >
경보장치를 해체하고 종가의 뒤쪽 높은 담을 잽싸게 뛰어넘은 카렐은 특유의 날랜 걸음으로 종가 뒤뜰인 헤네라리페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이곳에 단 한번도 와본일은 없지만 부인의 친정 침소가 헤네라리페 부근에 있다는 말은 얼핏 들은적이 있었다. 관목으로 만들어진 사람 키만한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도착한 곳은 긴 연못과 사자조각의 분수가 있는 우아한 분위기의 회랑이었다. 누군가 귀한 사람의 처소로 쓰였음직한 이곳은 무슨 이유엔지 경비병 하나 없이 썰렁하게 버려져있는 분위기였다.
제후군 경비병의 발소리에 잠시 몸을 피했던 카렐은 회랑 끄트머리의 방으로 고개를 슬쩍 들이밀었다. 꽤 화려한 하렘 분위기의 굵지않은 기둥과 황금빛 타일로 둘러진 큰 침실이었다. 그 화려함과 규모, 탁자에 놓여있는 소소한 물건들로 보아 네페티 부인의 침실에 틀림없었다. 침실의 큰 창과 테라스 밖으로 화려한 헤네라리페 정원의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침대에 살그머니 다가간 카렐은 약간 흐뜨러져있는 잠자리에 코를 대고 그 냄새를 들이켰다. 익숙한 부인의 체취가 틀림없었지만 평소보다 꽤 옅었다.
"어젯밤엔 안왔군......"
실망해버린 카렐은 조금 맥빠진 걸음걸이로 침실을 나섰다. 이곳이 텅 빈 채 버려져있는 것도 그때문인 모양이었다.
"엇,"
남쪽에서 들리는 셔틀 엔진소리에 카렐이 기겁을 하고 케노피 아래로 몸을 숨겼다. 플레렌 가의 문장이 새겨진 웬 승용셔틀이 반대편의 큰 중정에 착륙하고 있었다. 카렐은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는 지붕으로 기어올라 잽싸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지붕 돔의 첨탑 뒤에 몸을 숨긴 채 셔틀에서 누가 내리는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으익,"
카렐이 급히 몸을 낮추었다. 검은 무명포를 입은 채 긴 장발의 생머리를 휘날리며 나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코리온 리쿠 학장이었다. 미리 기다리던 두겐이 그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두겐이 코리온의 수족 노릇을 한 것이 더 확실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간 응접실 지붕 위로 조심스럽게 다가간 카렐은 천장에 뚫린 깊은 창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린 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화려한 타일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단층의 플레렌 종가 응접실은 사람 키의 대여섯배는 됨직한 높이의 몇 개의 천창이 뚫린 큰 돔으로 덮혀있었고 한쪽의 중정을 향해 여러개의 대형 창들이 연달아 늘어선 밝고 화려한 모습이었다.
"어머님은?"
안쪽의 상석으로 인도된 코리온이 두겐에게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었다.
"그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적적해하시는 것도 같고....."
"쯔쯔, 화려한 생활에 익숙해계시니.....이 아들이 큰 일을 하느라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나중에 기꺼이 벌을 받겠다고 말씀드리게나."
코리온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리자 두겐이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의 대화에 창에 매달린 카렐이 움찔 했다. 대공주는 이곳에 있는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어쨌든 대공주를 억류하고 있는 것이 학장이 아닌 두겐이고, 그다지 화려한 곳에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 굳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벌을 받겠다고까지 말하는 걸 보니 자기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긴 아는 모양이었다.
"71명의 병사 시신은 유족들에게 모두 돌려줬사옵니다."
"잘했네. 죽은자에게 무슨 죄를 논하겠나."
코리온이 갈색 눈을 가늘게 뜨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머니인 대공주에 대한 행동부터 시작해서 이래저래 '병주고 약주고'가 몸에 밴 인간이 확실하다며 카렐이 내심 저 서생을 실컷 조소하고 있었다.
카렐은 두겐의 옆에서 한참 전부터 손을 모은 채 조용히 서 있는 흰 무명포 차림의 키 큰 남자를 보고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흰 무명포로 보아선 남극성당 졸업생인것 같기도 했지만, 그의 목에는 파예드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보라색 머플러가 금줄이 무려 네 개가 그려진 채 걸려 있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그의 허리춤에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시미터까지 채워져 있었다. 유학자가 무명포 위에 칼을 찬 것은 카렐로서도 난생 처음 본 꽤나 희한한 광경이었다.
유학을 숭상하는 학구적인 분위기의 서부에서는 유학자가 무장을 겸하는 경우는 없다시피했고, 귀족들의 경우에도 군의 상급지휘관을 맡고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군대와는 전혀 인연을 맺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지역에서 귀족가문 청년들이 중장기병이나 경기병으로 어느정도의 군 경력을 쌓는 것을 귀족의 의무이며 명예로 여기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다른 지역의 귀족 기병 역할을 서부에서는 평민출신 낙타병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어쨌든 선명하게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는 그 남자는 이곳 서부의 강렬한 햇빛에 거의 드러난 적이 없는 듯 희고 티끌하나 없는 피부와 어깨까지 오는 아름다운 금발을 지닌, 대단한 미남자였다. 그 눈색깔과 머리칼 때문인지 카렐은 그가 네페티 부인과 꽤 닮았다는 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다. 서있는 모양으로 보아서는 두겐의 사람임에 틀림없었지만 묘하게 그의 시선은 드문드문 코리온을 향하고 있었다.
카렐은 '짜리몽땅에 구부정하고 얼굴만 누렇게 뜬 인간들'이라는 유학자들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두겐에게나 딱 어울릴---을 당장이라도 내버려야겠다고 내심 반성하고 있었다.
어쨌든 저 남자는 뭐가뭔지 헛갈리는 사내였다.
천장에 매달린 카렐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당장의 정세만을 따진다면 저 둘을 기습해 죽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한명은 황족대표인 대공주의 맏아들에 서부인들 사이에서 신처럼 추앙받는 인물이였고, 나머지 한명은 새 서부 최고제후로 추대되었음이 확실한 자였다. 경비 가디언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완전범죄'로 은폐되기 어렵다는 것은 카렐도 잘 알고있었다. 저들을 죽여서 서부 전체를 원수로 만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지는 아직 조금 더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또다른 플레렌 가 중형셔틀이 중정에 내려서고 있었다. 천창 밖으로 잠시 눈을 내놓았던 카렐은 제후군 지휘관 복장의 여러 명이 포박된 채 셔틀에 억지로 실리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가여운 자들이네."
코리온이 눈을 껌벅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과오를 씻을 수 없으니 어쩌겠나. 저자들의 가족들에게는 내 생도들 시켜 좋게 말하도록 해야겠네."
저자의 '병주고 약주고' 습관이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튀어나오자 카렐이 다시 코웃음을 쳤다.
깊은 천창 양쪽을 팔로 단단히 받친 채 공중에 매달려있던 카렐은 몸을 조금 일으키기 위해 허리를 조금 꺾었다.
"으익,"
옆구리를 갑자기 강타한 엄청난 통증에 카렐이 몸을 움찔 하고 말았다. 순간 두겐을 호위하던 플레렌 가 가디언이 반사적으로 위쪽을 올려보았다.
"뭐야!"
어깨의 통증과 함께 팔이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은 카렐은 천장의 촛대와 장식품들에 차례대로 부딪히며 족히 사람 키 대여섯배는 됨직한 돔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천장에서 떨어진 이 ‘불청객’에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코리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이놈!"
아픈 옆구리를 싸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카렐은 칼을 뽑지 않은 채 경계태세로 자신을 포위한 4명의 플레렌 가 가디언들을 돌아보았다. 옆구리의 통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칼을 뽑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임이 분명했다.
방금전의 '헛갈리는 남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시미터를 대뜸 뽑아들며 코리온의 앞을---정작 최고제후인 두겐은 내버려둔 채--- 잽싸게 막아섰다. 칼을 뽑아드는 능숙한 자세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검술을 익힌 자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석이 잔뜩 박힌 저 시미터가 그냥 장식품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또만났군."
기이한 미소를 지은 코리온이 앞을 막아선 '헛갈리는' 금발머리 남자를 가볍게 제치며 카렐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등급없는 가디언 카렐. 맞겠지?"
카렐은 그를 위협하기 위해 손을 칼자루로 가져갔지만 뽑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똑바로 쏘아보며 다가오는 이자의 눈 속에서는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이상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었다. 카렐의 위협자세에도 불구하고 코리온은 겁을 먹기는 커녕 묘한 웃음까지 지으며 카렐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다지 길지않은 몇초간의 시간이 카렐에게는 마치 몇십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여전히 안읽혀.....태어나 두번째로군.....내가 읽을 수 없는 사람은......"
코리온의 입꼬리가 어느새 살짝 치켜올라가 있었다.
"두겐! 두겐!"
창밖에서 들린 귀에 익은 여자목소리에 코리온을 노려보던 카렐의 시선이 바로 바깥쪽으로 향했다. 병사들의 손에 잡힌 채 버둥거리며 셔틀에 강제로 실리던 네페티 부인의 모습에 카렐이 멈칫 했다. 깜짝 놀란 카렐의 경계태세가 무너지자 플레렌 가 가디언들이 일제히 카렐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허리춤에서 어슬렁거리던 카렐의 오른손이 자루를 덥석 움켜쥐었다.
"으잇!"
카렐의 거의 반사적인 발도술과 함께 공중에 붉은빛 날의 궤적과, 그보다 더 붉은 핏줄기가 공중을 날았다. 앞장서 달려들던 무모한 가디언의 가슴이 두토막나버리자 긴장한 나머지 가디언들이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지원병력이 올 때까지 이대로 시간을 끌려는 것이 확실했다.
셔틀에 끌려들어가던 네페티 부인이 칼을 든 채 코리온과 대치중인 정체불명의 키큰 자객이 누군지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페티 부인이 있는힘을 다해 소리쳤다.
"도망가! 빨리! 여기있으면 안돼!"
카렐과 여전히 마주서있던 코리온이 소리를 지르며 셔틀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네페티 부인의 눈을 문득 바라보았다.
"네놈이었군,"
코리온이 갑자기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부인을 실은 셔틀 문이 닫히더니 이륙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학자인 날 죽일텐가?"
카렐의 피묻은 칼끝에 대담하게 얼굴을 들이댄 코리온이 다시 카렐을 쏘아보았다.
"어떡할텐가? 부인이라도 구하려면 빨리 따라가야지?"
코리온의 비웃음같은 한마디에 카렐이 이를 빠드득 갈고 있었다. 카렐로서는 당장은 이자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중정에서는 이미 셔틀이 이륙하고 있었다.
"돌아오겠다!"
카렐이 칼을 집어넣으며 중정으로 무작정 뛰쳐나갔다. 공중으로 힘껏 뛰어오른 그는 막 이륙하는 셔틀의 랜딩보드를 결사적으로 붙들었다. 그는 버둥거리며 셔틀 문을 열려했지만 그의 긴 팔로도 도저히 닿을 거리가 아니었다.
"제길!"
카렐을 매단 채 이륙한 셔틀이 전방으로 가속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 셔틀에 매달려 살아남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랜딩보드가 기체내로 삽입되면서 카렐이 짚을 곳도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당황한 카렐이 밑을 내려보았지만 고도가 너무 높아 뛰어내리기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는 급히 랜딩보드 윗쪽에 몸을 바싹 붙였다. 카렐은 랜딩보드와 함께 셔틀 내의 좁은 기계공간에 거의 깔리듯 가까스로 몸을 감출 수 있었다. 순간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서 셔틀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카렐은 뼈를 짓누르는 그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랜딩보드 샤프트를 결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카렐이 셔틀과 함께 사라지는 광경을 밑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코리온이 혀를 차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역시 색은 사람의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것이야. 저런 어처구니없는 바보짓을 하다니......"
"셔틀을 돌아오게 할까요?"
두겐이 코리온에게 묻자 코리온이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가다가 죽을것일세. 저곳엔 바로 옆에 추진장치가 있어서 지상보다 10배 이상의 압력을 받을 것이니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그 오랜 시간을 어찌 버티겠나. 쯧쯧."
극단적인 중력과 호흡곤란을 이겨내며 할룩스를 집어든 카렐이 거의 쥐어짜는 목소리로 우베에게 마지막 연락을 보냈다.
"우베, 지금 네페티 부인을 실은 셔틀에 올라탔다. 적도로 가는 듯 한데 어디에 도착할지는 모르겠다.....헉, 헉, 대공주저하는 두겐이 억류하고 있는 듯 하다.....셔틀 추진장치 옆이라서.....난, 난."
카렐의 눈앞이 아찔해오고 있었다. 플레렌 가 종가가 있는 북극지방에서 적도까지는 이런 일반셔틀로는 아무리 빨라도 1시간 가까이 걸릴 것이 확실했다. 카렐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카렐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 최대한 애쓰며 눈을 부릅떴다. 카렐이 죽을 것이라는 천재 코리온의 '예측'은 그의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두뇌만큼이나 역시 비정상적으로 강한 카렐 덕에 생애 처음으로 완벽하게 틀려나가고 있었다.
카렐의 연락을 받은 우베는 허겁지겁 공중을 쳐다보았다. 플레렌 가에서 출발한 셔틀이 남쪽을 향해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맙소사!"
정신없이 달려 전사단 셔틀로 돌아간 우베는 조종사 베네루스에게 플레렌 가 셔틀을 쫓아가도록 지시했다.
"저희 셔틀은 스페이스 공용이라 훨씬 빠르니까 금새 따라잡을 수 있을겁니다."
베네루스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셔틀을 이륙시켰다. 그의 말대로 몇분못가 셔틀을 따라잡기는 했지만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됐어, 눈치못채게 일정한 거리 유지하면서 쫓아가. 어딘가 착륙할테니까."
"그나저나 추진장치 옆에 계시다면 버티기 힘드실텐데......"
베네루스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셔틀의 원리까지는 알 턱이 없는 우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몸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텐데요.......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으익, 그래서 아까 목소리가 그렇게 이상하셨었나?"
우베가 다시 할룩스를 집어들고 카렐을 찾았지만 이젠 아예 대답조차 없었다. 당황한 우베가 목소리를 높여 몇번이나 더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우베의 눈앞이 아켐의 사막 모래보다도 더 샛노랗게 변해버리고 있었다.
"이런, 제길할!"
한시간 가까이 플레렌 가 셔틀을 뒤쫓은 우베 일행은 적도 부근의 뜨거운 사막 상공에 도착해 있었다. 그동안 잘 쫓아온 베네루스가 갑자기 조종간을 꺾으며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우베가 그를 붙들고 물었다.
"왜그래!"
"더이상 못갑니다! 에너지장벽입니다!"
"엥? 사막 한중간에?"
"통제구역인 모양입니다."
베네루스의 말마따나 눈앞을 불그스름한 에너지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앞부분에 인식코드를 붙인 플레렌 가 셔틀은 붉은 에너지장벽을 여유롭게 가로질러 뜨거운 사막 안쪽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플레렌 가가 영지 내에 별도로 설치한 통제구역---군사용 목적 혹은 귀중품 창고, 때때로는 사형수 '처분'에도 쓰이곤 하는---인 모양이었다.
언젠가 자신이 이곳에서 보따리장사를 할 무렵 보았던 끔찍한 광경이 우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사막 중간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체 두 구는 만지면 바스러질정도로 바싹 말라붙어있었고 특이하게도 포박이 지워져있는 채였다. 이곳에 오래 있었던 동료 장사꾼이 그 시체를 바라보며 그곳이 한때 플레렌 가의 통제구역이었다가 해제된 곳이라며 씁쓸하게 웃음짓고 있었던 것을 우베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카렐, 그리고 네페티 부인이 그 안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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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설문 1에 대한 조사결과 ‘작가마음대로’라는 답변이 50%가까이 나왔고, ‘노골적인 묘사만 자제해준다면 괜찮다’는 의견이 20% 나왔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 또한 30%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로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이정도에서 이 설문은 접으려 합니다.
제 결론은 일단 내용전개를 위해 상황 자체는 그대로 나타내려 합니다. (그 부분을 삭제하면 이미 쓰여져 있는 전반적인 내용 틀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하지만 직접적인 묘사는 없이 그냥 해당 상황의 존재 정도로만 나타내려 합니다. 이정도면 그 부분에 불만을 가지실 분도 (약간의 불만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그 부분이 친구들의 평에서는 ‘이 글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라고까지 평을 들었던 부분이니만큼 저도 삭제하고싶지는 않습니다.
이제 골아픈 설문은 접고 흥미진진~~ 한 작가의 로망, ^^ 캐릭터 인기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