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6 회: Part 5. 흰 국화 한송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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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부인의 침실에 발을 들여놓은 카렐의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작은 새장과 여러개의 화분들이었다. 침대맡의 작은 붙박이창에는 지난번 카렐이 선물했던 흰 국화도 여전한 자태로 피어있었다. 저택의 규모에 어울리게 꽤 큰 침실이었지만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한 화분들이 포근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었다.
방의 큰 창과 가로누운 정사각형의 침대는 그 흔한 베일이나 기둥 하나 없는 단순한 모양이었다. 침대를 처음 본 카렐은 아직까지 옛날의 무서운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부인의 폐소공포증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내심 멋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곳을 마주한 카렐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곳에서 네페티 부인이 베흔과 밤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옆을 지켜준다는 말에 그리도 기뻐하던 부인의 얼굴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카렐은 괜한말을 한 것을 꽤나 후회하고 있었다.
"옆에 보조욕실 있으니까 너도 목욕하고 나와."
카렐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목욕......이요?"
"응, 일과 끝났으니 씻어야지. 너 생각보다 더럽구나."
부인이 갑자기 어린애같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욕탕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카렐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근위대에서 야간경계를 맡은 가디언에게 저녁시간의 목욕은 절대 금기사항중의 하나였다. 이유는 확실했다. 밤근무 전, 특히 주변에 동료도 없는 침소경계를 들어가기 전에 목욕을 했다가는 나른해져 졸기가 십상이었다. 특히나 도마뱀 친척 조상님 때문인지 다른사람에 비해 토막잠이 유난히 많은편인 카렐에게는 더욱더 지켜야 할 철칙이었다.
어쨌든 황당했지만 부인이 목욕을 하라고 했으니 카렐로서는 하는 시늉이라도 하기는 해야 할 노릇이었다. 수트를 벗어던지고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친 카렐은 잽싸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행히 부인은 아직까지 씻고있는 모양이었다. 졸지 않는 건 이제 하늘의 뜻에 맡길수밖에 없었다.
"빨리나왔네."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네페티 부인은 소매가 없는 화사한 네글리제 차림으로 서 있었다. 카렐은 자세를 잡고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평소처럼 침대 머리맡에 똑바로 섰다.
"제가 옆에 있을테니 안심하고 주무십시오."
"응, 고마워."
부인은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눕고 있었다. 부인의 체구가 너무 작아서인지, 정말로 침대가 커서인지 이불을 푹 덮은 부인의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보였다. 부인이 베고있는 푹신한 베개 옆에는 틀림없이 하나가 더 놓여 있었지만 이 베개의 임자는 이미 몇달동안 이곳을 무책임하게 버려두었던 터였다.
몸을 조금 움츠린 채 옆으로 돌아누운 부인의 옆모습은 이렇게 외로이 홀로 지내기는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새끼 여자하난 제대로 봤군.'
혼자 비아냥거리던 카렐은 아직까지도 부인과 베흔을 오버랩핑시키는 자신을 느끼며 카렐은 내심 부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오죽하면 그런 인간을 만났겠어.'
카렐은 쏟아지는 잠을 겨우겨우 쫓으며 흐뜨러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사실 자고있는 사람 옆을 혼자 밤새 지킨다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주인이 '격렬한 밤'을 보내주는 것이 그 임무를 맡은 불운한 가디언으로서는 차라리 축복이었다. 어차피 가디언은 자고있어도 그 본능적인 경계태세는 여전했지만, 옆에서 곯아떨어져있는 가디언을 이유없이 미덥지않게 본 달갑지않은 몇몇 사람들이 '침소를 지키는 가디언은 밤새 깨어 있어야한다'는 말도안되는 룰을 만든 것이었다.
게다가 침소를 지키는 임무를 하기 전에는 보통 대여섯시간정도 눈을 붙이고 나오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오늘의 카렐은 그런 준비도 없이 생으로 밤을 새게 된 셈이었다.
카렐은 저녁에 한 '괜한 말'을 또다시 후회하고 있었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카렐은 사실 침대 앞의 의자에 쭈그려앉아 몰래 3시간정도 눈을 붙였다가 일어난 터였다. 보는사람도 없으니 부인이 깨지만 않는다면 문제될바는 없었다. 조금이나마 피로가 풀린 카렐은 창가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켰다.
테라스 아래의 경비병들은 여전히 제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침실로 돌아온 카렐은 한구석의 조각분수에서 가볍게 얼굴과 입 안을 씻었다. 정신이 한결 맑아진 카렐은 다시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네페티 부인은 여전히 움츠린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아래 부인의 흰 얼굴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잠든 부인의 얼굴을 한참동안 넋을 놓고 내려다보던 카렐은 자신의 입가에 자기도모르게 번지고있던 미소를 꽤나 뒤늦게서야 눈치채고 있었다.
'젠장,'
자신이 부인에게 불손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은 카렐은 스스로 당혹스러움을 절감하며 침대에서 조금 떨어져 섰다. 카렐은 급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로 돌아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부 최고제후이며 남부 최고제후의 정실부인이었다. 실리페 황후처럼 문란하기로 소문난 여자도 아니었고 정숙하고 품위있는---베흔과의 관계야 어쩔 수 없다고 치고---귀부인이었고, 철없던시절에 자신에게 난생처음 따스함을 주었던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카렐은 자신에게 이런 말도안되는 욕망을 가르친 실리페 황후를 내심 저주하며 다시 분수대 물로 얼굴을 씻었다. 정신을 차리려면 무어라도 해야 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든 카렐은 앞에있는 화분의 잎들을 닦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무언가 할 것이 필요했다.
1시간째 잎사귀들만 닦고있던 카렐은 하마터면 뒤를 돌아볼 뻔 하고 말았다. 네페티 부인이 자리에서 뒤척거리고 있었다. 부인이 반 쯤 깨어있다는 것은 이미 한참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미 30분쯤 전 잠에서 깬 부인은 무슨 이유엔지 계속 카렐 쪽만을 드문드문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카렐은 차마 부인을 돌아볼 면목이 없었다. 그는 이미 몇분째 바로 자신이 선물했던 그 하얀 국화꽃잎들만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짓만을 하고있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호흡을 가다듬은 카렐은 조심스럽게 부인을 향해 돌아섰다. 부인은 아까보다 더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고 그나마 한손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부인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주무시면 아침에 어깨아프실겁니다."
카렐이 부인의 손을 조용히 붙들어 담요 속으로 넣어주며 속삭였다. 부인은 들릴듯말듯 흐느끼고 있었다. 손을 놓아주고 일어나려는 카렐을 부인이 다시 붙들었다.
"제발......가지 마."
"여기 계속 있을겁니다."
"내 옆에 있어 줘, 그냥.......있어주기만 하면 돼......"
부인에게 손을 붙들린 카렐은 잠시 자리에 멈춰 선 채 머뭇거릴수밖에 없었다. 부인의 눈물이 어느새 그의 거친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카렐이 침대 머리맡의 작은 등을 켜고 그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노란색 불빛이 희미하게 부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약간 흐뜨러진 금발머리와 충혈된 파란색 눈동자가 제일먼저 들어왔다. 부인의 귀 밑으로 오직 선택받은 고귀한 혈통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삼각형의 상급 귀족문이 뚜렷했다.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카렐은 어느새 조금 벌어진 입으로 최대한 가라앉힌 낮은 숨을 몰아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꽃에 쏟던 정성에서......반만이라도 내게 주면 안돼?"
"왜......절 보고계셨죠?"
카렐의 숨소리가 어느새 옆사람에게까지 들릴만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부인의 바닷빛같이 새파란 눈동자가 카렐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꽃을 지금껏 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부인의 한마디에 카렐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갔다. 부인의 작고 흰 손이 그런 카렐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저도 그랬을지 모르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둘은 격앙된 숨소리만으로 자신의 격한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 꿇어앉은 채 부인의 누운 침대 위에 몸을 반 쯤 기울이고 있던 카렐은 그의 작은 입술 사이로 혀를 조심스레 밀어넣었다. 부인이 그의 혀를 살짝 깨물며 카렐의 귀 밑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카렐도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한 스스로를 이해할수가 없었다. 게다가 베흔의 여자를 빼앗는다는 묘한 승리감이 카렐의 행동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부인의 작고 부드러운 두 손이 카렐의 팔을 조심스레 타고올라와 그의 넓고 단단한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부인은 거의 카렐에게 매달린 채, 아니 카렐의 두 팔에 들린 채 그와의 격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다.
거의 넋을 놓은 채 부인의 입술만을 탐닉하던 카렐은 부인이 갑자기 그의 어깨 버클을 끌르자 흠칫 놀라며 그의 손을 붙들고 말았다. 그는 버클 틈새로 드러난 맨 어깨를 손으로 감추며 급히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건......"
"난 그냥......"
침대에서 따라내려온 부인이 카렐의 품을 파고들며 버클에 다시 손을 가져갔다.
"제 흉한 몸은......부인께서 보실 만한 게 못됩니다."
"그럴리가 없어."
영문을 모르는 부인은 카렐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버클을 끌러내렸다. 눈을 꽉 감은 채 고개를 바싹 숙여붙인 카렐은 부인의 입에서 곧 터져나올 비명소리만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깜짝 놀란 부인의 짧은 숨소리가 카렐의 귓청을 때렸다.
"흐......흠......."
카렐의 예상대로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반투명한 특이한 피부 뒤로 유난히 얇은 피하조직과 근육, 혈관이 희미하게 들여다보이는 카렐의 몸은 피부를 벗겨놓은 인체표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끔찍한 형상이었다.
"약간......특이하구나....."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던지 한참을 망설이던 부인이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고개를 떨군 카렐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아셨죠?"
절망섞인 얼굴로 다시 버클을 채우려는 카렐의 손을 부인이 갑자기 가로막았다. 놀란 얼굴로 치켜뜬 카렐의 두 눈동자에는 누군가 그 흉한 가슴에 기꺼이 입을 맞추고 뺨을 부벼오는, 카렐이 여지껏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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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티 부인과 함께 낙타를 타고 걷던 카렐은 다시한번 지도를 확인했다. 지형변화도 거의 없고 위치정보장치도 작동되지 않는 이곳에서 지도를 보는것조차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자이납!"
지도를 붙들고 한참을 씨름하던 카렐이 결국 어제 항복한 낙타병 분대장을 불렀다. 카렐의 바로 뒤에서 2명의 장교들이 탄 낙타를 몰고 있던 자이납이 허겁지겁 카렐의 옆에 와서 섰다. 얼핏 앳되어보이는 얼굴의 이 낙천적인 평민출신 여자병사는 어제의 일은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듯 이 상황에 걸맞지않게 싱글벙글 밝은 표정이었다.
카렐이 그에게 지도를 내밀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여기 어딘지 좀 찍어봐라. 명색이 낙타병 분대장인데 사막지형은 네가 잘 읽을 것 아냐?"
"글쎄요.....저도 영......"
자이납이 머리를 긁적거리자 카렐이 눈살을 찌푸렸다. 계곡을 빠져나온 이후로 다시 끝도없는 사막이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 사막이 모래사막이었다면 이곳은 거친 자갈이 사방에 흩어진 바위사막이었다. 엔간하면 바위 언덕배기 하나라도 있을 성도 싶어보였지만 누군가 대패로 지형을 제대로 밀어놓기라도 한 듯 사방 지평선 너머까지 아무런 랜드마크도 보이지를 않았다.
얼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고있는것은 확실했지만 우베에게 알려주었던 그 좌표를 제대로 찾아가려면 이렇게 해와 별을 봐가며 어설프게 길을 찾아가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일단 남쪽으로 가는수밖엔 없겠군.....휴,"
카렐이 한숨을 내쉬었다. 추격대가 따라오고 있는 것이 자명했지만 그렇다고 이리저리 한가롭게 돌아가며 가기는 식량과 물이 받쳐주지 않는다는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이 네 마리의 낙타를 구한 것과 어제 낙타고기라도 실컷 먹은 덕에 체력이 회복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변변한 그늘하나 없는 뜨거운 모래위로 내리쪼이고 있었다. 카렐의 가슴에 기대앉은 네페티 부인도 탈진했는지 심하게 헐떡거리고 있었다. 카렐은 부인에게 바싹 말린 낙타고기조각을 내밀었다. 어젯밤에 저며서 아침에 낙타 엉덩이에 올려놓았던 것이 단 몇시간만에 바싹마른 건육으로 변해있었다.
"엉덩이 아프시면 옆으로 돌아앉으십시오. 제가 잡아드릴테니."
"아직은 괜찮아."
"3일 정도만 기다리시면 목욕도 하실 수 있을겁니다. 제네르하고 우베가 장벽에 구멍 내 놓고 셔틀대기시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카렐이 큰소리를 치고는 있었지만 그들이라고 이 상황에서 에너지장벽을 뚫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을런지 사실 별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 부인을 살려둘지 말지에 관해 카렐도 마음의 결심을 굳히지 못한 상태였다.
"제네르......걔 얼굴을 또 보겠네."
부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부인을 잠시 내려다보던 카렐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북쪽하늘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다가오는 셔틀 특유의 진동음이 그의 예민한 귓청을 때리고 있었다. 계곡이라면 모를까 이런 빤한 사막 개활지에서 셔틀을 따돌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카렐도 잘 알고있었다. 이제는 먼저 기습해 입을 막을수도, 모래 밑에 숨을 도리도 없었다.
"젠장!"
당황한 카렐과 일행들이 급히 낙타에 박차를 가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무장셔틀에 올라탄 플레렌 가 제후군 1군단 소속 비장 잘랄 아멧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네 마리의 낙타행렬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서야 이 진절머리나는 수색작업이 끝나려는 모양이었다.
보병 2개 중대 800여명과 낙타병 1개 중대 1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벌어지던 수색작업은 사실 고역스럽기가 짝이 없는 일이었다. 워낙 살인적인 밤날씨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낮수색을 하고는 있었지만 낮의 날씨라고 녹녹한것은 결코 아니었다. 결국 수색에 동원되었던 보병 800명 중 절반 이상은 수색첫날 나가떨어졌고, 둘째날에는 최정예라 믿었던 낙타병 5명이 제대로 무장도 못한 전직 장교 12명에게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던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외곽을 순찰중이던 낙타병 5명이 또 실종되었다는 뒤숭숭한 소식까지도 들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무인정찰셔틀은 에너지장벽으로 둘려쳐진 통제구역 내에서는 통신장애로 속을 썩이는 일이 잦았다. 결국 셔틀을 이용한 훑기식 수색을 벌이는 것이 제일 피해를 줄이는 길이었다. 어쨌거나 이 저주스러운 '통제구역'내에서 사건이 생겼다는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남동쪽 수색을 담당한 나머지 네 셔틀에 일단 지원요청을 보낸 잘랄은 복면을 한 채 좌석에 앉아있는 5명의 가디언들을 돌아보았다.
셔틀이 출발하기 직전에 불쑥 나타난 이녀석들은 최고제후 두겐 공이 특별히 파견했다며 자신들을 소개했고, 사령부와의 통신에서는 종가 소속이라는 이들의 신분을 확인해주었었다. 물론 에너지장벽 주변에서는 필연적으로 생기는 그놈의 통신장애때문에 알아들어먹기가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행색이나 무장, 행동거지가 꽤 훌륭하고 절도있는 것을 보아서 그냥 그저그런 가디언들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특히나 저들 중 우두머리인 큰 키의 녀석은 플레렌 가의 문장이 새겨진 꽤 훌륭한 단검과 브레이서까지 가지고있었다. 저정도면 최고제후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고있는 무서운 놈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셔틀은 계곡 남서쪽을, 나머지 셔틀은 북쪽 멀찍이를 수색하라는 이들의 명령아닌 명령에 울며겨자먹기로 따를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저녀석들을 잡아낸 것을 보아 이 가디언들의 요구가 아주 근거없는 똥고집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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