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4 회: Part 6. 피빛 장미 위의 사마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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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피스 황후가 베흔을 아예 축출할 생각은 없는 것이 확실했다.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근위대를 장악해온 베흔에 대한 지지는 확고했고, 집권초기 10여년간 그 권위를 깎아내리려 했던 황후의 시도는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현명한 황후는 그런 베흔을 몰아내는 것이 어마어마한 혼란사태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전략을 바꾼 황후는 복수심에 이를 갈고있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베흔과의 공존을 시도하고 있었다. 황후는 베흔이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며 살아주기만 한다면---물론 언제든 베흔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각종 자료들'를 한손에 쥐고있는 상태로---더이상 베흔을 도발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정작 적수인 베흔은 생각이 틀렸다.
몇십년을 황후 눈치만 보며 '찍소리도 못하고' 지내오던 베흔이 황궁 내, 그것도 내명부에서 제대로 손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참이나 다행스런 일이었다. 레곤 대공주의 시가이기도 한 남부 제4제후 세닉 가 집사의 딸인 실리페 베로는 귀족치고는 거의 최악에 가까운 집안 출신이었지만 그래도 공공교육기관 중에서는 제일 낫다는 콜로니 아카데미까지 졸업한 나쁘지않은 학력에, 남극성당출신을 능가하는 꽤나 명석한 두뇌를 지닌 여자였다.
처음 내명부 하급 서기로 베흔의 눈에 띄였던 이 여자는 베흔의 보이지않는 지원하에 시녀직에서는 최고의 노른자위 직위인 150층 황제 침소담담으로 발령받아 단 2달만에 황제의 승은까지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침소담당이라는 직위가 1년 이내에 승은을 못받으면 바보취급받을 정도의 자리이기는 했지만 이 하급귀족 출신의 별볼일없는 여자가 단 20년만에 황궁의 3천여 시녀와 시종들을 총괄하는 총 시녀장 직위에까지 오른 건 전례가 없는 대단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 여자 덕택에 베흔이 세네피스 황후를 비롯한 내명부의 은밀한 일들을 좀 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두말할나위도 없었다.
물론 황실 요리사와 시의를 포섭해서 황후의 난소를 못쓰게 만들어놓은 것 역시 이 둘간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태자를 낳지 못하게 하는 건 황실내에서 장기적으로 황후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더할나위없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때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도 베흔은 자연적으로는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까무라치던 세네피스 황후의 얼굴을 떠올릴때마다 더할나위없는 엑스타시에 빠지곤 했다. 이렇게 세네피스 황후를 축출하기 위한 베흔의 장기계획은 차근차근 잘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로서도 한가지 걱정거리는 있었다.
황후에게 불임선고가 내려지기 직전, 그러니까 기원 256년에 베흔은 황실의 세포가 보관된 유전자은행 내 특별보관실에 일부러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은행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한 이 특별보관실의 용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리고 각종 유전자검사를 위한 황제와 황후, 그리고 역대 황실조상들의 생식세포와 체세포 표본을 보관하는 것이었다.
즉위식 직후, 둘 사이의 자녀들에게 태자의 황족문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자물쇠' 처치를 받은 직후에 채취된 이들 난자와 정자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은행 내 핵심인물 서너명 외에는 감히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철저한 보안속에 감독되고 있었다. 물론 무정자증인 황제의 세포는 체세포를 인공적으로 감수분열시킨, 말하자면 '인조 생식세포' 상태일수밖에 없었다.---사실 이나마도 황제의 태생적 결함 때문에 유전자은행 소속 학자들의 머리를 몇달간 김나게 만들어놓은, 꽤나 골아픈 작업이었다는 후문이었다.
어쨌든 베흔이 일으킨 이 의도된 사고는 계획대로 세네피스 황후의 난자캡슐을 공중분해시켜버리는, 나름대로 성공작이었다. 이제 황후는 모든 생식세포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수습과정에서 세네피스 황후의 난자캡슐은 원래부터 비어있었다는 황당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에 기겁을 하고 놀란 베흔의 지시로 근위대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지만 1달간에 걸친 조사로도 외부인의 침입흔적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그나마 밝혀낸 건 난자가 없어진 시점이 기원 255년이라는 이상하기 짝이없는 사실이었다. 그 시기는 베흔이 황후의 난소를 망가뜨리기 위한 음모를 진행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베흔으로서는 이래저래 당혹스러워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사 도중 밝혀진 부수적인 사항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은행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유전자 자물쇠 담당자의 돌연한 사망이 아무래도 타살인 것 같다는---물론 이 문제는 난자캡슐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곧 흐지부지해지고 말았지만---두가지였다.
베흔은 황후측에서 자신의 계획을 미리 눈치채고 난자를 빼돌린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당연한 의심도 했지만 그렇다면 '순순히 불임이 되어준(?)' 황후의 태도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황후가 자신의 난자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면 베흔으로서는 조금 골치아파지는 건 사실이었다.
결혼 후 70년이 가까와지도록 아직 아이하나 없는 세네피스 황후의 조바심은 갈수록 심해져가고 있었지만 황제는 여전히 완전한 무정자증의 상태였고, 의사의 말에 따르자면 유전적 결함 때문에 치료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경우 가능한 유일한 수단은 유전자은행에 보관된 세포를 이용한 인공수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황후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인공수정을 금기시하는 황실 내의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이미 70년동안이나 장태자의 탄생을 기다려온 내명부와 황실 내에서는 보관되어있는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서라도 황후가 빨리 임신을 해야 한다는 지지분위기가 팽배해져 있었고, 황후 스스로도 조만간 그렇게 해야겠다는 의사를 밝힌 일도 있었다. 궁지에 몰린 베흔으로서는 정말로 '장태자'가 태어난다면 최악의 골아픈 결과가 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황후가 난자를 쥐고있지만 않다면 그때는 체세포를 이용해 난소를 복원하는 궁여지책을 동원할수밖에 없을테고, 생식세포에 '손대는 것'을 최악의 모독으로 여기고 인공수정조차도 수치스러워하는 황실의 분위기상 또 한바탕 비난의 물결을 넘어야 하는 일이었다.
베흔의 계획은 그때가서 황실 종친들을 선동해 황제가 황비와의 사이에 인공수정을 한 뒤 그 아이를 차후에 세네피스 황후가 양자로 들이도록 압력을 넣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황후는 자기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장태자'를 직접 키워야 하는 기막힌 처지가 되고 말 테고, 베흔은 그때가서 쏟아질 저 잘난 여자의 히스테리를 느긋하게 즐길 생각이었다. 그가 보관중인 황후의 세포를 날려버린 것도 그때문이었다.
어쨌든 베흔은 황후를 불임을 만들어놓고도 무려 8년 동안을 그가 난자를 쥐고있는지 아닌지를 놓고 말못할 걱정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베흔의 이 오랜 고민은 뜻밖에 엉뚱한 곳에서 풀리고 말았다.
'황당한 가디언 아이'가 있다는 소식에 찾아간 자이센 가에서 본 그 여자아이는 제대로된 가디언 유전자 풀에서 조합된 아이가 절대 아니었다. 가디언은 제한된 풀에서 임의조합된 기본수정란에 각 세대에 따라 특수한 형질을 부가하는 손질을 거쳐서 합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디언이라면 그 외모상의 몇가지 특징만으로도 시민과의 차이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외계 이주민들의 후손인 지금의 제국민들은 몇백년을 지나면서 이런저런 인종이 모두 섞이면서 '독립인종'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기껏해야 '~인종에 극히 유사한' 형질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에비해 가디언의 '기본수정란'은 이런 교잡이 일어나기 전의 구인류의 형질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었기 때문에 독립인종인 경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흔 스스로가 초록색 눈을 지닌 셈족인 것이나, 시로가 검은 피부의 암하라족인 것도, 다룬이 몽골리안인 알타이족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나름대로 눈썰미있다고 자부하던 베흔이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도대체 어느 혈통에서 나온건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 째진 눈꼬리나 아기때의 기록사진에 남아있는 몽고반점을 보아서는 몽골리안 같기도 했지만, 유난히 움푹한 눈, 또렷한 이목구비로 보아서는 아리안족이나 셈 족 같기도 했고, 몸통에 비해 유난히 길고 날씬한 팔다리나 특유의 탄력을 보아서는 조상중에 니그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하는, 도저히 분석이 되지 않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황당하게도 이 계집아이는 가디언 풀에서는 절대 나올수가 없는 회색눈, 그것도 그 희귀한 무지개빛 그레이오팔의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북부 특유의 희귀한 이 돌연변이 형질이 구인류의 형질을 복제한 가디언에게서 나왔다는 건 아무리 따져보아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황당한 노릇이었다.
게다가 가디언의 피부색 역시 적당량의 색소를 함유하고 있는, 일반인보다 조금 진한 빛을 띠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피부색은 가디언의 기준에서는 거의 백색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희고 투명했다. 머리카락 역시 가디언 특유의 약간 굵고 뻣뻣한 머리카락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고, 좁고 작은 턱에 콧날도 너무 가늘었다. 여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어쨌든 이 아이는 무언가 이상했다.
다만 찜찜한 게 있다면 이 아이의 비정상적으로 큰 손이었다. 대체로 가디언들의 손이 보통사람보다 큰 건 사실이었지만 그건 체구 자체가 큰 탓이었고, 이렇게 몸에 안어울릴정도로 심각하게 큰 손은 이미 멸종한 X-5세대, 그중에서도 최종 개량형인 3900번대 이후의 두드러진 특징,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작용이었다.
이 의심스러운 여자아이를 본 베흔은 이 아이의 합성시점이 공교롭게도 황후의 난자가 이유없이 사라진 약 11년 전이라는 사실과, 합성장소가 다름아닌 황실 유전자은행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당시 남편의 화형으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유전자은행 총책임자 자그룰라 모렌 박사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떠올렸다. 뭐니뭐니해도 베흔에게 가장 확신을 준 건 세네피스 황후의 그 기분나쁜 '그레이오팔' 눈동자였다.
어쨌든 황후를 놀랍도록 빼닮은 이 여자아이는 베흔의 그간의 고민거리를 깨끗이 씻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지새끼같군."
피로 범벅이 된 채 황궁 내의 작은 방 안에 내팽개쳐진 10살의 어린 카렐을 바라보며 실리페 베로 시녀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꼴이 저게 뭐람."
"투덜거리고 있지만 말고 와서 한번 보지 그래?"
베흔이 까무라쳐있는 어린 꼬마의 머리채를 잡아당겨보였지만 베로 시녀장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냄새날것같아서 그냥 여기서 보렵니다."
"나한테 얻어맞느라 흙이 좀 묻어서 그런 것 뿐이야. 깨끗한 아이라구. 가디언 수련장에서 아이를 더럽게 관리했다간 큰일나지. 돈이 한두푼인가. 그것도 유명한 자이센 수련장에서 말이야."
베흔은 키득거리며 꼬마의 어깨에 드러난 검은색 돌기를 베로 시녀장에게 내보였다. 실리페는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게다가 흉칙한 점까지."
"점이 아니라니까. 와서 좀 자세히 봐."
그제서야 카렐에게 가까이 다가선 실리페는 카렐의 검은 돌기와 회색빛 눈동자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꼭 누구 닮았군. 지금보니 꽤 이쁘장하긴 하네요."
"오자마자 이녀석 유전자검사 맡겼으니까 조금 있으면 결과 가져올거야."
"무슨 분석이요?"
"내가 방금 황후 머리카락을 왜 갖다달라고 했겠어?"
지금까지 장난스럽게 웃고있던 실리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럼......"
"어쩌면 이 지저분한 년이......장태자 '전하'일지도 모르지. 후훗."
베흔이 킬킬거리며 카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있던 손을 놓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이마를 부딪힌 카렐이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가 도로 감아버렸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죠?"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손 좀 봐줬지."
베흔이 어린 카렐의 뒤통수를 다시한번 짓밟아 문대자 고통을 느낀 카렐이 낮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년 비명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니까 내 짐작이 맞긴 맞나봐."
누군가 방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선 베흔에게 밖에 서 있던 보안국 엔지니어 녀석이 베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제방지처리 때문에 세포핵 DNA는 합성코드가 없으면 분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그건 합성자만 알고있으니....."
"알아, 알아, 그래서 모계쪽을 조사하라고 했잖아. mDNA* 검사는 그거하고 상관없잖아?"
베흔이 짜증스럽게 대꾸하자 엔지니어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mDNA는 넘겨주신 머리카락의 소유자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머리카락 소유자 혹은 그 자매나 모계혈통 중에 친모가 있음이 확실합니다."
"빙고."
베흔이 웃으며 손뼉을 짝짝 쳤다.
"당장 나가서 자그룰라 모렌 그년 잡아들여와. 제대로 심문해야겠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여보인 근위대원이 사라지자 베흔은 다시 문을 닫으며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정신을 못차리고있는 카렐을 내려다보았다. 실리페가 베흔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네페티 부인께서 들으시면 좋아하시겠군요. 제대로 복수할 대상을 찾았으니."
"좋아해? 천만에. 알고보니 이년 부인 둘째아들하고도 알고지내는 사이였던걸. 오다가 물어보니까 부인 사는 집에도 여러번 드나들었던 모양이야. 부인이 꽤 이뻐해줬던 모양이던데.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나같았으면 회색눈동자 가진 것들은 다 눈깔을 뽑아주고 싶었을텐데 말이야. 잠깐. 내가 알기로......회색눈은 열성 아니었던가?"
쓰러져있는 어린 카렐의 눈동자를 억지로 뒤집어본 베흔이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실리페가 어깨를 으쓱 하며 건성 대답했다.
"아마 그럴걸요."
"그런데......황족 조상중에 회색눈이 없는데 왜 이년은 회색 그레이오팔이지?"
"글쎄요."
실리페의 무성의한 대답에 베흔이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제서야 표정이 조금 진지해진 실리페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봐요. 이상할 거 하나도 없다구요. 투르케스크 공 옛날 마누라도 회색눈하곤 아무 관계없는 서부출신 검정눈이었는데 그 자식 7명중에 오르마즈하고 황후하고 2명이나 그레이오팔로 나왔잖아요. 그걸보면 저 그레이오팔인지 머시긴지 하는 해괴한 눈깔이 제멋대로 발현되는 요상스런 형질인지 또 아나요?"
"하긴 그렇긴 하군."
쓸데없이 너무 깊이 생각했음을 깨달은 베흔이 골아픈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페티 부인도 이년이 철천지 원수의 딸이란 걸 알기나 했을까? 하긴, 오빠 죽인 자이센 가문 장남새끼도 알면서 집에 들이는 여자가 얘라고 미워하겠어. 알아도 불쌍하다고 감싸돌 사람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무슨 죄여요~ 그냥 놔주셔요~"
베흔과 실리페가 동시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바닥에 죽은 척 엎드려있던 어린 카렐은 이들의 모든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에 관련된 무언가라는 느낌은 받고 있었다. 그는 저들의 대화 하나하나를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먼 장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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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DNA : 미토콘드리아 DNA이며 세포핵의 DNA에 비해 분석이 손쉽기 때문에 범죄수사나 친자확인, 시신감정 등에 가장 흔히 이용됩니다.
세포내에서 ATP를 합성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다른 소기관과는 달리 독립된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기관이라기보다는 독립된 생명체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독립된 생명체였다가 진화과정에서 세포생물과 공생관계를 이루게 되었다는 소위 '공생설'이 최근 유력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의 것이 난자를 통해 2세에게 전달되며, 아버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유전자의 변이가 적어 모계혈통분석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나와 같은 어머니를 둔 형제자매, 어머니와 이모, 외삼촌, 외할머니 등 같은 모계에서는 같은 미토콘드리아를 공유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