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5 회: Part 7. 루피너스의 모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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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화물선 접근합니다."
베네루스가 바싹 말라붙은 입술에 침을 잔뜩 발랐다.
"부스터 예비작동. 출력105%."
부조종사를 맡은 카렐이 침착하게 계기판을 조작했다.
"출발타이밍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감사합니다."
베네루스가 다시 침을 삼켰다. 부스터 출력이 올라가면서 셔틀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멀미하실분은 봉투준비하세요."
자이납이 장난스럽게 봉투 한 개를 흔들어보이자 우베가 잽싸게 봉투를 나꿔채더니 정신없이 토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우베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나갑니다."
마지막 화물선이 에너지장벽을 통과하면서 그 부분의 장벽 색깔이 많이 흐려져 있었다. 접근금지구역을 나타내는 푸른색의 광선이 아직 주변을 가로막고 있었다.
"출력 145%"
기체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심하게 흔들렸다.
"이거 출발하기도 전에 셔틀 절단나는 거 아니예요?"
우베가 비명 비슷하게 소리쳤다.
"그럼 지금 내려."
제네르가 그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우베에 이어 이번엔 푸아킨 경까지 토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소리를 지를 줄 알았던 네페티 부인은 눈을 꼭 감은 채 미동도 않고 있었고 레곤 대공주는 꽤 재밌는지 손잡이를 탁탁 내리치며 깔깔대고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장벽강도 781. 준비하게. 베네루스."
"알겠습니다."
레이서 출신인 베네루스가 큰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종간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카렐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짚어주었다.
"출발합니다!"
"으악!"
몇몇 사람들의 큰 비명소리와 함께 역추진이 풀린 셔틀이 앞으로 튕기듯 치솟기 시작했다. 완충장치가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는, 엄청난 중력에 모두의 목이 거북이처럼 움츠러들었다.
"잠깐이야! 참아!"
카렐이 큰 소리로 외쳤다. 개척지 탐험가라는 그 직업이 무색하지 않게 재미있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레곤 대공주만 제외하고는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출력 179%. 장벽강도 957."
"곧 돌파합니다!"
베네루스가 거의 함성 가까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정면의 붉은색은 조금씩 진해져가고 있었다. 카렐이 마지막으로 계기판을 살폈다.
"장벽강도 1033"
"으아아!"
베네루스의 마지막 고함소리와 함께 기체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엄습했다. 순간적으로 버블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우베가 놀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고속의 셔틀에 들이받힌 붉은 장벽에서 큰 폭발이 일었다.
"재밌네."
사막 한중간에 실려온 붉은색 콘테이너를 바라보며 베흔이 낄낄대며 웃음을 지었다. 살인적인 열풍이 몰아치는 이곳 사막 통제구역 한중간에 모여선 삼백여명의 근위대 지부 병사들이 이미 출입구 부근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명령을 받은 두 명의 엔지니어가 용접된 출입문을 절단해내기 시작했다. 콘테이너를 일부러 뒤집어서 내려놓았으니 셔틀은 어차피 움직이지 못할 것이 뻔했다. 콘테이너 맨 꼭대기에 실었다는 셔틀은 이제 바닥에서 뒤집어진 웃긴 몰골로 구조만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엔지니어들의 절단작업이 거의 끝나가자 베흔과 쿠베가 긴장된 표정으로 4명의 고급가디언들과 함께 앞을 막아섰다.
"준비해라."
문이 완전히 잘려나가자 쿵 하는 울림과 함께 뽀얀 사막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먼지 속에서 뒤집어진 셔틀의 정면이 조금 들여다보였다.
"시간끌어도 소용없다. 순순히 나와."
베흔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빨리 나오라니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베흔은 혹시라도 오는 도중에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겨 떼죽음당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베흔은 5명의 가디언들과 함께 부서진 콘테이너 안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았다.
"허억,"
안에 들어있는 셔틀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베흔이 다리가 풀리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쿤샨에서 보았던, 그 은색의 날렵한 아르다가 셔틀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흰색의 싸구려 셔틀 맨 앞에는 작은 돈주머니와 함께 커다란 쪽지가 기체와 함께 뒤집어진 채 붙어있었다.
[시간이 없어 반납을 못하고 떠나네. 그동안의 사용료 초과액 220골드는 주머니에 있는 300골드로 해결하게. 페메토 공용터미널의 셔틀 렌트사무소에 돌려주면 고맙겠네. 잔돈 80골드는 수고료니 아랫사람들과 술이나 한잔 하게나.]
-장태자 카렐 카파키 리쿠. -
"썅! 이 죽일 년!"
쪽지를 갈기갈기 찢은 베흔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버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허망하게 콘테이너 안을 메아리칠 뿐이었다.
"으, 으아악! 으악! 떨어진다! 으악!"
버블 속에 파묻힌 우베가 온몸을 결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단검으로 버블들을 찢어낸 시로가 캑캑대는 우베를 가까스로 끄집어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우베는 자신이 나온 곳이 지상이 아니고 여전히 셔틀 안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지었다.
"니 좌석 안전장치가 너무 예민하게 세팅되었나봐."
제네르가 터진 버블찌꺼기로 엉망이 되어 딩굴고 있는 우베의 좌석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나머지 사람들 니 버블 난리요동치는거에 맞아죽을 뻔 했어. 씨이."
"안터진거예요?"
우베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었다. 제네르가 대답대신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베가 고개를 들이민 창밖에는 자신들이 그리도 그리던, 자유의 상징같은 넓은 스페이스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우, 우와! 살았네요!"
감격한 우베가 제네르의 목을 확 껴안았다. 하지만 좋아서 난리들을 치고 있어야 할 일행의 표정이 어딘지 조금 어두웠다.
"무슨......일 있어요?"
제네르가 씁쓸한 표정으로 문 옆의 스위치를 누르자 객실부 천장이 모두 투명해지면서 밖으로 확 트였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를 누르딩딩한 4번 행성의 형상이 가리고 있었다.
"뭔가 안이상해?"
"글쎄요?"
"우린 4번 행성을 등지고 날고 있어야 정상 아냐?"
"헉,"
우베가 호흡을 멈추었다. 무심코 돌아본 조종석쪽에서는 카렐이 군데군데 타버린 조종석 밑으로 기어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손보고 있었다. 카렐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베네루스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안돼?"
"출력이 너무 낮습니다. 재시동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기랄,"
그답지않게 신경질을 버럭 낸 카렐이 바닥을 쾅 내리쳤다.
"재시동 포기해야겠다. 통신장치 출력으로 집결시킨다."
"어떡하시려고요?"
"페로 경이나 킵 녀석이 3번 행성에 있을지도 몰라. 다른 셔틀이라도 불러야지. 엔진이 나갔으니.....별수없지."
"시간이 될까요? 지금 행성 인력권에 다시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베네루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카렐은 조종석 밑에서 기어나와 급히 통신장치를 작동시켰다.
"페로! 페로!"
페로의 할룩스 코드를 누른 카렐이 결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않았다. 통신장비 출력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었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3번 행성까지 가지 못할 리는 없었으니 페로는 3번 행성을 이미 떠난 것이 확실해보였다.
잠시 망연자실해있던 카렐은 자신의 개인컴퓨터에 보관되어있던 킵과 볼토의 코드를 찾아내 급히 입력시켰다. 잠시 후 화면이 약간 흔들리더니 자다 일어난 퀭 한 얼굴의 볼토가 눈을 비비며 나타났다.
"아이씨.....누구야......어엉? 카렐 님! 어떻게 된 겁니까!"
"이말저말 필요없으니까 빨리 4번 행성으로 오게나! 셔틀 엔진이 완전이 나가버려서 조만간 행성 인력권에 다시 빨려들거야! 여기 남극 상공이야! 빨리!"
"아, 알겠습니다! 제 셔틀 몰고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총리각하께도 연락드리겠습니다!"
"총리각하는 어디계신가!"
"30분 전에......"
출력이 다시 떨어졌는지 결국 몇마디 나누지도 못한 채 볼토와의 연락도 끊어져버렸다. 카렐은 지친 표정으로 계기판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네루스는 머리에서 흐르는 피도 잊은 채 죄라도 지은 양 고개를 조금 떨구었다.
"잘했네. 수고했어. 이만큼 빠져나온 게 어딘가."
카렐은 그의 어깨를 힘있게 두들겨주고는 벽을 짚고는 힘겹게 객실 쪽으로 내려왔다.
"부상자 있나?"
"네페티 부인께서 목을 삐신 것 같습니다."
제네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부인의 뒷덜미에 옷자락을 뭉쳐 넣어주며 대답했다. 부인의 뒤로 다가간 카렐은 목 위아래를 조심스럽게 만져보고는 목덜이와 턱을 붙들고 옆으로 살짝 비틀었다.
"아야,"
부인이 약간의 비명을 내고 말았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원상으로 돌아왔지만 부인은 너무나 놀랐는지 잠시 파랗게 얼어붙어 있었다. 카렐은 굳어있는 부인을 등뒤에서 꼭 안아주며 목을 가볍게 주물렀다.
"근육이 굳었습니다. 심각한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응."
부인이 자신을 껴안은 카렐의 손을 꼭 붙들었다. 겁을 집어먹은 우베가 천장을 올려보았다. 기분 탓인지 머리위의 4번 행성이 더 커진 것처럼 보였다.
"다시 빨려들어가면 어떻게 되는거죠?"
"에너지장벽에 부딪히겠지. 장벽 내부쪽이나 아예 스페이스 공간이라면 버블로 살아날 수 있겠지만......장벽 바로 외부니까......."
카렐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떠나오는동안 생각외로 대담한 모습을 보였던 레곤 대공주는 이번에도 좌석 옆에 붙어있던 셔틀 제원표를 살피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우와, 이거 정말로 재밌는데, 코리온 녀석 셔틀 모는거 방방 뛰었더니만 이거 정말 할만한걸. 나도 돌아가면 셔틀 면허나 따볼까? 이정도 셔틀 얼마나 해?"
대공주의 너무도 여유만만한 태도에 거의 죽상이 다되어있던 사람들이 그나마 조금 여유를 찾고 있었다. 이젠 볼토가 빨리 달려와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베흔으로부터 카렐을 또다시 놓쳤다는 소식을 접한 코리온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세수를 하던 코리온에게 예킨터스 교수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뭣때문에 그리 호들갑인가."
코리온이 차분하게 물었다.
"저, 어, 남극 헤게보스 터미널 상공에서......"
코리온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도 잊은 채 예킨터스 교수를 향해 홱 돌아섰다.
"정체불명의 셔틀이 에너지장벽으로 돌진해서......"
"혹시....."
"웬 셔틀이 엄청난 고속으로 돌진해서 폭발했다고 합니다."
코리온이 자리에 그만 털석 꿇어앉아버리고 말았다.
"탑승자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수색중이라고 합니다. 폭발강도로 보아서는 공중분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유류품이 지상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아서......곧 스페이스로 수색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 어머님......맙소사,"
충격을 받아 앞으로 거의 쓰러지려는 코리온을 교수들이 급히 달려들어 겨우 일으켜주었다. 주저앉은 코리온이 예킨터스 교수의 멱살을 확 붙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라고 해! 알았나! 어떻게 해서든!"
"저기! 저기요!"
스캐너를 살피던 베네루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중형 셔틀 한대가 이쪽에 접근하고 있는 모양이 보였다. 거리가 가까와서인지 통신장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격앙된 얼굴의 볼토와 그쪽 셔틀 조종사의 얼굴도 다시 나타났다.
"그쪽에서도 준비해주십시오."
"휴,"
드디어 탈출할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일행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다가 셔틀의 랜딩보드가 상대편 셔틀 동체 상부와 결합되면서 견인준비는 꽤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할룩스에 나타난 볼토가 약간은 멋적은 표정으로 카렐에게 말했다.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쪽 아르다가 셔틀 견인할 수 있을만한 중형 셔틀을 고르느라......3번 행성 부근까지만 가면 발 가 프리깃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고맙네. 정말 잘했어."
카렐이 형상속의 볼토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4번 행성으로 빨려들어가고있던 셔틀은 다시 방향을 바꿔 3번 행성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 일행은 자리에 몸을 죽 뻗으며 오랫만의 안도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역시 놀란 가슴을 가다듬으며 편하게 좀 쉬려던 카렐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또다른 셔틀이 스캐너에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어났다.
"페로 셔틀인가?"
하지만 스캐너에 나타난 셔틀의 형상은 페로가 타는 파란색의 리쿠르고스 셔틀이 아니었다. 셔틀의 정면에 찍힌 문장을 본 카렐이 순간 경악을 하며 계기판을 쾅 두들겼다.
"플레렌 가 소속 제2치안군 수색셔틀이다. 검문을 실시하겠다."
뜻밖의 셔틀의 출현에 볼토 역시 많이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급히 카렐에게 물어왔다.
"어떡하죠?"
카렐은 망설일수밖에 없었다. 검문에 불응하면 치안군 소속 프리깃으로 통째로 나포당하게 될 것이 확실했다. 이렇게 굼뜨게 진행하다가는 나포당하는 건 시간문제였지만 이 이상 속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잘 알고있었다.
"무시해라."
카렐이 눈을 감으며 짧게 대답하고는 뒤로 돌아섰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부하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무장을 갖춰라."
"어떡하시려고......"
"녀석들이 우릴 나포하면 우린 녀석들 프리깃을 통째로 납치하면 된다. 까짓거......"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힘을 낸 부하들이 모두 무기를 집어들었다.
"다시한번 알린다. 검문하겠다. 정지하지 않을시 나포한다."
무릎 위에 자신의 칼을 올려놓은 카렐은 쥬스 한모금을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계속 진행시 나포한다."
카렐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미 무장을 마친 부하들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입구에 대기중이었다. 그 때, 셔틀 스캐너에 두 개의 형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둘 다 군용 프리깃이군."
카렐이 건성 중얼거렸다.
"어느놈이 우릴 나포하려고 저러지?"
"어느놈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두 척의 프리깃이 어느새 육안으로 구분될정도로 가까와지고 있었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프리깃의 앞에 새겨진 두 마리의 푸른색 뱀 문장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 씨발, 또 재수없는 플레렌 가 문장이네. 근데 저 뒷놈은 또 뭐야?"
스캐너에 얼굴을 들이댄 자이납이 그 뒤의 또다른 프리깃을 가리키며 계속 궁시렁거렸다.
"저놈은 뱀이 아니네."
"뱀이든 도롱뇽이든,"
우베가 역시 말도안되는 소리를 우스개소리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가 뭐가 재밌다고 갑자기 미친사람들처럼 웃어대고 있었다.
"저게 모냐, 시뻘건게.....빨간 뱀도 아니구......빨간 소냐? 처음 보는데 저건 누구네꺼래요?"
'붉은 소'라는 말에 신나게 웃고있던 카렐이 의자를 뒤로 홱 돌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페로!"
제네르가 급히 스캐너로 달려왔다. 두번째 프리깃의 앞쪽 한구석에는 자이센 가의 문장인 붉은 황소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자이센 가 문장입니다!"
두 대의 프리깃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쪽에 최고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볼토! 페로 경 프리깃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지금 총리각하와 연락이 안됩니다. 지금 플레렌 가 프리깃과 말다툼중이신 것 같습니다!"
카렐이 이번엔 '정말로' 폭소를 터뜨렸지만 부하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볼토는 기수를 페로의 프리깃 쪽으로 급히 돌리고 있었다. '대기'상태에 있던 통신장치에 페로와 연결이 되었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썅, 저 망할 개새끼들, 안비키면 궁뎅이를 확 들이받아버려! 씨발!"
연결되자마자 튀어나온 굵고 거친 남자목소리에 셔틀 안의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말았다.
"잠깐 기다려, 카렐. 나 바빠."
"기꺼이 기다려주지. 잘해봐."
카렐이 키득거리며 팔짱을 끼고 앉았다.
"뭐? 너희 새끼들이 감히 나하고 통화하겠다고? 썅, 이 꼴통들은 대갈빡에 똥만 들어찼나, 배워쳐먹은것도 없는 빈깡통새끼들이냐? 씨발, 감히 제국 총리대신을 뭘로보고, 제후들 궁뎅이나 빨아대는 치안군새끼들 주제에!"
페로 특유의 저 욕지거리를 들으며 황당해하고 있을 플레렌 가 치안군들을 생각하며 일행이 멍 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혹시 그 미남이시라는......페로 자이센 총리이신가요?"
계속 쏟아져나오는 거친 소리에 기가 죽은 자이납이 조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네르를 돌아보자 제네르가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때로는 좀......저러신 면이 있지."
"솔직히 좀이 아니고 맨날 저러시죠 뭐. 말은 바로하시라구요."
우베가 입을 삐죽거렸다.
조그만 두 대의 셔틀을 사이에 두고 두 대의 큰 프리깃이 아슬아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카렐의 셔틀 뒤를 맹렬히 쫓던 플레렌 가 프리깃은 앞뒤가릴것없이 쳐오는 자이센 가 프리깃의 미친듯한 기세에 놀라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두 대의 프리깃이 서로 엉켜 잠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새 아르다가 셔틀을 견인하던 볼토의 셔틀이 유유히 자이센 가 프리깃 도크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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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작가의 넋두리......코멘트나 추천은 아마추어 작가의 양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