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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139화 (139/1,132)

< -- 139 회: Part 7. 루피너스의 모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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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놈들 대장이 누구냐! 지휘관답게 맞서 싸우자!"

궁지에 몰린 하지즈 장군이 창을 치켜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긴 양손창과 현란한 기마술을 바탕으로 한 동부기병 스타일의 막강한 근접전실력을 자랑하는 적 기사단 놈들은 이미 몇번이나 그의 근위기병들을 뚫고 장군인 그에게까지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대장의 망토를 두른 자신을 향해 감히 겁도없이 몰려드는 저 기사단 놈들의 모양을 보아선 대장 역시 일기투에 기꺼이 나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에이 썅! 귀찮은 놈!"

또한번 근위기병들을 뚫고들어와 자신을 향해 창을 내지르는 한 기병를 단 일격으로 말에서 떨어뜨려버린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화려한 갑주로 무장하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무어라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적 지휘관을 발견했다.

"아직 단독으로 공격하지 마라! 너흰 견제만 한다! 사살은 창병과 가디언들 몫이다! 비장들이 부하들의 안전을 챙겨라! 멋대로 돌격하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

오랜 군 경험을 지닌 하지즈 장군은 저 녀석이 두르고 있는 망토에 새겨진 문장이 옛 황실 근위기병대 슈로 기사단의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이 대장임에 틀림없었다. 자신에게 공격을 가하던 창병 두 명을 눈 깜짝할새 두토막낸 하지즈 장군은 제네르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내달렸다.

"플레렌 가 제후군 제4군단장이며 서부 최고제후 플레렌 가와 서부 제6제후 하지즈 가의 아들 아쉬드 플레렌 하지즈 장군이다! 네가 이 기사단 단장인가!"

하지즈 장군은 일기투를 신청한다는 뜻으로 창을 번쩍 치켜올렸다. 그런 하지즈 장군을 한 번 힐끗 돌아본 제네르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에게 무모하게 돌격해오는 낙타병에게 창을 내질렀다. 고삐를 쥐지 않은 채 등자만으로 말을 능숙하게 제어하며 유난히 긴 날이 달린 창을 두팔로 능숙하게 휘두른 제네르는 낙타의 머리를 산산조각을 내고는 다시 하지즈 장군 쪽을 향해 경계태세를 잡았다. 그 능숙한 말 다루는 솜씨와 잔 움직임이 많은 특이한 창술이 전설적인 동부기병의 것임을 깨달은 하지즈 장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제대로 상대다운 상대를 만난 것이 확실했다.

"전사답게 일대일로 싸우자!"

"지휘관이 값싼 공명심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다."

쌀쌀맞게 대꾸한 제네르는 부하들의 난전을 지켜보며 다시 지시를 내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단장을 지키는 두 명의 근위기병들이 제네르와 하지즈 장군 사이를 재빨리 막아섰다.

"그럼 나와 싸워보자!"

어마어마한 괴성과 함께 웬 거구의 장교가 하지즈 장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창끝을 가까스로 피한 하지즈 장군은 녀석의 투구 뒤쪽으로 휘날리는 은색 머리카락에 상대가 누군지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격을 맞추어 싸우는 것이 일기투의 관례였지만 이 '배신자' 녀석이라면 기꺼이 직접 죽여줄 가치가 있었다.

"네놈! 가문을 배신하고 떠난 놈이구나!"

"최고제후님을 배신한 건 두겐 그새끼다!"

발리가 다시 창을 내리쳤다. 플레렌 가 제후군 최고의 무장으로 알려진 하지즈 장군 정도면 나름대로 최고로 손꼽히던 발리로서는---그것도 제네르의 앞에서--- '충분히 욕심내볼만한' 상대였다.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그의 엄청난 힘에 최고수준의 일기투 실력을 갖춘 하지즈 장군도 뒤로 조금 밀려날수밖에 없었다.

발리의 강력한 공격이 계속되었지만 하지즈 장군은 베테랑답게 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기회만을 살피고 있었다. 이 젊고 혈기넘치는 무장의 유난히 큰 공격패턴을 유심히 살피던 하지즈 장군은 그의 공격을 막는 척 하며 창을 반바퀴 휙 돌려 발리의 겨드랑이를 짧게 찍어쳤다.

"악!"

단 일격의 역습에 겨드랑이를 베인 발리가 뒤로 휘청 했다. 곧이어 타이밍을 잃은 그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창끝이 날아왔다. 아찔해진 발리가 중심을 잃은 채 창을 치켜들었지만 당연히 버틸 힘이 없었다. 하지즈 장군의 참격을 받아내고 충격을 받은 그의 왼손이 창을 놓치자 오른손으로 가까스로 떨어지려는 창을 추스렸다. 하지만 뒤이어 목 뒤로 스쳐지나갔던 방천극 날이 발리의 어깨를 확 얽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익!"

잠시 버티어보려던 발리는 결국 중심을 잃으며 어처구니없이 말 옆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혈기를 감당못하는군, 젊은친구,"

빈정거리던 하지즈 장군의 창끝이 쓰러진 발리의 목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어딜!"

다른 창이 발리의 목을 내리치려던 하지즈 장군의 창을 재빨리 쳐내고 있었다. 하지즈 장군이 반사적으로 다시 돌려친 공격까지 막아낸 건 그 붉은 망토의 단장이었다.

"달아나라. 발리."

보다못해 일기투에 끼어든 제네르가 창을 재빨리 거두며 경계태세를 잡았다. 피를 흘리는 발리가 창병들의 부축을 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제네르는 멋대로 돌격하지 말라는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은 발리의 바보짓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껏 구한 맹장을 죽게 놔둘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대신한다.”

어쩔수없이 끼어들었지만 발리를 대신해 끼어든 이상---그의 생각에는 천하의 바보짓에 다름없는---일기투는 피할 수 없었다. 제네르가 창을 얼굴에 가져가며 낮게 말했다.

"슈로 기사단장 겸 전사단 지도자 전하의 수석보좌관이며 동부 제3제후 하크로딘 가와 북부 제5제후 딜라코프 가의 딸 제네르 딜라코프 하크로딘."

제네르의 파란색 눈동자가 노란색의 투명한 스코프 뒤에서 빛을 뿜었다. 그의 이름에 깜짝 놀란 하지즈 장군이 순간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제네르가 그런 그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지금은 유학자가 아니고 전사일 뿐이다."

하지즈 장군이 이를 악물며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그래봤자지!"

방천극을 무섭게 내질러오는 날카로운 공격에 저으기 당황한 제네르가 창을 번쩍 치켜들며 몸을 뒤로 잡아뺐다. 플레렌 가 제후군 최고의 무장답게 그의 공격은 피하는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제네르는 넋을 쏙 빼놓는듯한 그의 빠른 공격에 조금씩 뒷걸음치고 있었다. 기사단과 낙타병부대 각자의 최고지휘관들의 싸움에 옆을 지켜선 양측 부하들까지 자리를 널찍하게 벌려놓은 채 상기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공격해보란 말이다! 공격! 도망치지만 말고!"

큰 고함을 지르며 하지즈 장군이 무서운 기세로 돌려친 방천극 날에 제네르의 투구에 사선으로 금이 그어졌다. 찢어지는 금속음과 함께 그의 안면을 가리는 치크피스 부분이 떨어져나가 버렸고 베어진 코끝과 입술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엄청난 충격에 순간 온몸이 전율한 제네르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

엔간한 실력으로는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한 방천극을 말 위에서 저정도로 능숙하게 다루는 것으로 보아서 방금전 발리를 낙마시킨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쨌든 창을 쓰는 데 있어서 제네르보다 한수 위라는 것은 확실했다.

"단장이라는 자의 실력이 고작 이정도인가! 기사단 옛 명성이 부끄럽구나!"

하지즈 장군이 비웃듯 큰 소리로 외치자 제네르가 이를 악물었다. 아예 안싸웠다면 모르지만 이왕 붙은 싸움에서 지는 것은 단장으로서의 체면상 용납될수가 없었다.

하지즈 장군이 힘껏 돌려친 창을 미늘로 받아낸 제네르가 창끝을 한바퀴 휙 돌리며 적의 무기 중심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런 어설픈 시도에 넘어갈 상대가 아니었다. 도리어 적의 힘에 밀려 창을 미끄러뜨릴 뻔 한 제네르가 잽싸게 말을 움직여 뒤로 조금 물러났다.

"저, 저거....."

싸움 중간에 뛰어들려는 킵을 라손이 급히 붙들었다.

"왜 보고만 있어요?"

"양쪽 지휘관끼리 이름 밝히고 정식으로 벌이는 일기투야. 한쪽이 낙마할때까지 제3자는 끼어들어선 안돼."

라손이 정말로 제네르의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한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지만 그의 입술과 눈가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제길할, 차라리 내가 갈걸......"

라손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친구가 낙마할 때를 대비해 창을 손에 굳게 쥐고 언제든 달려나갈 태세를 잡고 있었다. 그도 친구인 제네르가 창술을 겨루는 저런 일기투에 그다지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가 믿는 건 동부 최고, 아니 제국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제네르의 놀라운 기마술 뿐이었다.

큰소리는 쳤지만 하지즈 장군 역시 생각외로 교묘하게 잘 피하는 상대방의 유연한 몸놀림에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유학자라는 사실에 손쉬운 먹이감이라고 단정지어버렸던 그로서는 수십번의 공격에도 얼굴을 약간 벤 것 외에는 이렇다할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휘관으로서 녀석의 창솜씨는 아주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 말 다루는데는 최고로 알려진 동부출신답게 발놀림만으로 말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현란한 기마술 하나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에익!"

또한번 돌려진 큰 공격이 제네르의 옆을 스쳐지나가자 하지즈 장군의 입에서 지친 숨소리가 자기도모르게 뿜어져나왔다. 그의 숨소리를 들은 제네르는 반격의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무거운 방천극의 사용이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는 것이었고, 계속된 연속공격으로 팔의 힘이 점점 빠져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발리와의 싸움으로 이미 상당히 지친 하지즈 장군로서는 빨리 결판을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의 이런 변화를 제일 감지한 또 한사람은 하지즈 장군의 부장이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부장이 제네르를 향해 갑자기 돌진하며 창을 내질렀다. 하지즈 장군의 공격만도 가까스로 피하고 있던 제네르는 측면에서 내질러오는 부장의 공격에 급히 몸을 돌려 피했지만 창날에 가슴 위쪽을 얻어맞으며 뒤로 중심을 잃고 말았다. 턱받이가 없어지며 그대로 드러나있던 한쪽 뺨이 창의 샤프트에 찢기며 공중으로 핏방울이 튀어올랐다.

"으익,"

"이새끼! 누가 감히 끼어들랬나!"

하지즈 장군이 급히 뒤로 물러나는 제네르에 대한 추격을 중단하며 자신의 부장에게 고함을 버럭 질렀다.

"비겁한 놈!"

대기하던 라손이 급히 말에 박차를 가하며 달려나갔다.

"기사단 부단장 라손 비에이라 바얀이다! 비겁한 수작을 응징하겠다!"

대기하고 있던 라손이 길지않은 창을 겨드랑이에 끼며 곧바로 부장에게 돌진했다. 제네르를 공격하려던 하지즈 장군의 부장은 허겁지겁 창을 라손 쪽으로 돌렸지만 작은 체구에 놀랄만큼 빠른 라손은 그의 일격을 가볍게 몸을 돌려 피하며 창을 부장의 목을 향해 내질렀다.

"죽어!"

라손의 공격에 제대로 어깨를 얻어맞은 부장이 중심을 잃으며 말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곧바로 말을 돌린 라손이 바닥에 떨어진 부장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제네르의 꼬임으로 슈로 기사단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동부에서 중장기병 지휘관으로 있었던 라손 특유의 변칙적인 빠른 공격에 적이 거의 손도 쓰지 못한 채 당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돌아 달아나려던 그는 등 뒤에서 라손이 최대한의 힘을 실어 뻗은 창에 등이 꿰뚫리며 그자리에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제기랄!"

부장이 어처구니없이 죽는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던 하지즈 장군이 창을 치켜들었다. 가까스로 중심을 찾은 제네르는 그새 뒤로 물러난 자신과, 하지즈 장군 사이에 돌격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거리가 확보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결판 내자!"

격앙된 제네르가 말에 최대한 박차를 가하며 '일격'을 노리고 다시 달려들었다. 많이 지친 하지즈 장군의 공격은 틀림없이 무디어져 있었다. 하지즈 장군 역시 달려드는 적을 향해 창을 똑바로 치켜들었다. 원거리에서 돌격해서 찌르는 공격의 정확도는 자신의 단순하고 긴 창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 방천극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제네르의 유일한 믿음이었다. 그의 코와 입술, 뺨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굴 전체가 범벅이 되어 끔찍한 몰골이었지만 눈동자만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큰 함성을 지른 둘의 창이 귀를 찢는 소음을 울리고 충돌하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둘의 창이 얽히며 공중으로 노란 불꽃이 튀어올랐다.

"아윽!"

힘에서 밀린 제네르가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뒤로 튕기듯 밀려나며 가슴에 걸친 그의 흰 전포가 갈갈이 찢어져 날아갔다. 제네르의 믿음은 완벽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즈 장군의 방천극은 놀랄만한 정확도로 그의 방패와 가슴에 맹렬한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방천극 모서리에 찍힌 자신의 흉갑이 산산조각나며 뒤로 날아가 떨어졌지만 제네르는 창만은 거의 결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말 뒤로 나동그라진 그는 한쪽 발이 등자에 걸린 채 땅바닥에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뭐야!"

하지즈 장군이 창을 꽉 붙들었지만 그의 화극 날과 제네르의 창의 미늘이 엉켜 빠지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을 준 제네르가 땅바닥에 끌려가면서도 있는힘을 다해 창을 움켜쥐었다.

"놔! 제네르! 뭐해! 말에 밟혀! 다쳐!"

라손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제네르는 피를 토하면서도 등자에 거꾸로 매달린 채 쥔 창을 놓지 않았다. 하지즈 장군 역시 창을 꽉 쥐었지만 별도의 손잡이가 없는 화극은 손잡이가 있는 제네르의 창에 비해 최소한 쥐기에서는 불리했다. 조금씩 미끄러지던 화극은 하지즈 장군의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썅,"

하지즈 장군이 예법에 따라 얼른 말에서 뛰어내리며 칼을 뽑아들었다. 등자에서 가까스로 발을 빼낸 제네르도 칼과 방패를 대신 집어들었다. 어쨌든 저 지긋지긋한 창대결을 끝낸 것만으로도 제네르의 방금전 돌격은 그 가치가 있었다.

반토막난 투구 밖으로 피범벅이 된 얼굴을 드러낸 제네르는 시미터를 치켜들고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하지즈 장군을 투명한 방패 너머로 똑바로 노려보았다. 비록 적장이지만 서부의 유명한 맹장답게 이 상황에서도 전혀 흐뜨러짐없는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제네르도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끈기하난 알아줘야겠군!"

하지즈 장군이 시미터를 거칠게 휘둘러왔다. 제네르는 방패로 그의 일격을 받아내며 카렐에게서 하사받은 장검으로 반격을 개시했다. 칼대결에서는 둘의 차이가 창대결에서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흉갑이 날아가버린 제네르로서는 가슴에 단 한 번의 정격이 그대로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즈 장군의 공격을 피하며 그의 얼굴을 방패 모서리로 후려친 제네르는 그의 복부를 힘껏 찔렀지만 힘이 부족했던지 옆으로 미끄러지며 갑주에 깊은 흠집만 남겼을 뿐이었다. 순간 자존심이 상한 하지즈 장군이 시미터를 두손으로 치켜들며 큰 고함과 함께 힘이 실린 참격을 내리쳤다.

"헉!"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제네르의 방패 윗쪽이 산산조각나버렸다. 그 무서운 괴력에 경악한 제네르가 뒷걸음치자 하지즈 장군이 그의 배를 발로 힘껏 걷어차버렸다. 뒤로 한참을 밀려가 넘어진 제네르는 부서진 방패를 내던지고 자리에서 재빨리 벌떡 일어섰다. 지친 때문인지 망가진 자존심 때문인지 하지즈 장군의 공격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썅, 그래, 다시 해보자,"

무작정 덤벼든 제네르는 칼을 앞세우고 서로의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바싹 달라붙었다. 하지즈 장군과 제네르의 거친 호흡소리에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의 긴장감이 점점 팽팽해져가고 있었다. 칼을 맞댄 채 서로를 거세게 밀어붙이던 둘은 어느새 거칠어진 호흡까지도 맞추어 내쉬고 있었다. 하지즈 장군의 견갑에 제네르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붉은 피가 방울방울 맺혔다.

"미쳤군, 힘에서 밀리면서 달라붙다니!"

하지즈 장군이 으르렁거리며 제네르를 밀어내려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순간 피로 범벅이 된 제네르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떠올랐다.

왼손으로 허리 뒤쪽에서 단검을 몰래 뽑아든 제네르는 하지즈 장군의 밀어내는 힘에 다시 튕겨가면서 그의 갑주 틈새 옆구리에 단검을 힘껏 찔러넣었다. 하지만 동시에 장군이 필사적으로 휘두른 시미터에 들고있던 장검이 밀리면서 그의 가슴을 가로질러 혈선이 그어졌다.

"썅!"

뒤로 넘어질 뻔 한 하지즈 장군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반쯤 박힌 제네르의 단검이 그의 옆구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밀려갔던 제네르가 몸을 낮춘 채 또한번 장군에게 돌진했다. 제네르의 붉고 화려한 망토가 이미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옆구리의 상처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하지즈 장군은 온몸의 체중을 실어 거칠게 휘두른 제네르의 칼을 겨우 쳐낸 채 중심을 잃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으아!"

제네르가 쓰러진 상대를 향해 큰 고함을 지르며 칼을 다시한번 힘껏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치켜들었던 하지즈 장군의 오른쪽 손목이 쥐고있던 칼과 함께 무참하게 잘려 날아가버렸다.

손목이 잘려나간 하지즈 장군이 처절한 비명소리는 숨죽인 채 이 대결을 지켜보던 기사단원들의 폭발하는 함성소리에 그대로 파묻혀버렸다.

하지즈 장군은 칼로 자신의 목을 똑바로 겨눈 제네르를 망연자실하게 올려보고 있었다.

그동안 매번 전투시마다 뒤에서 소극적인 지시에만 열중하던 새 단장의 용맹에 반신반의해오던 슈로 기사단원들은 플레렌 가 제후군 최고의 용장을 쓰러뜨리고 그 능력을 증명해보인 그의 이름을 미친 듯이 연호하기 시작했다.

제네르는 피로 얼룩진 반쪽짜리 투구를 벗어 공중에 힘껏 내던지고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가슴이 터져라 큰 포효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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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 등장하는 첫번째 일기투군요. ^^;;

나중에 다시 적겠지만 제가 설정한 슈로 기사단의 갑주는 플레이트방식과 스케일방식의 혼합형 갑주이고 주로 급소를 방어하는 상체와 투구 부분은 조립식 플레이트로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들은 정격을 막아낸 후, 충격완화를 위해 자동으로 일부가 파손되도록 설계되어있으며 자동차의 충돌사고시 차 일부가 자동으로 변형, 파손되도록 제작하여 탑승자를 보호하는 아코디온형 설계와 같은 개념입니다. 이는 착용자에게 도주의 기회를 제공하고 충격이나 둔기에 의한 2차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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