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175화 (175/1,132)

< -- 175 회: Part 8. 떡갈나무 언덕에 홀로 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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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쪽방의 작은 침대에서 눈을 뜬 코리온은 옷이 벗겨진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모포의 감촉에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건너편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카렐이 코리온의 움직임에 눈을 번쩍 떴다.

"쇼크에 저체온증이 겹친 것 같습니다. 옷이 모두 젖어있었습니다."

카렐이 한쪽에 걸려있는 코리온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히터가 작동되는 셔틀 쪽방 안은 꽤 훈훈했다.

"자이납."

카렐의 한마디에 문 틈새로 안을 훔쳐보던 자이납이 기겁을 하며 도망쳐버렸다. 문을 단단히 잠근 카렐은 코리온의 목 옆과 코에 손을 대고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뜨겁게 만들었던 차인데 좀 식었군요. 아직 따뜻하니 괜찮을겁니다. 꿀을 잔뜩 넣어서 좀 달 겁니다."

코리온을 조금 일으킨 카렐이 그의 입에 미리 준비했던 단 찻물을 조금 부어넣어 주었다. 단 물을 삼킨 코리온은 아직 의식이 완전치는 않은지 사촌누이의 따뜻한 가슴에 기댄 채 탁해진 눈동자로 한곳만 멍 하니 응시할 뿐이었다.

"파예드 아카데미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 타고오신 셔틀은 키가 있으니 자동조종으로 따라오게 하겠습니다."

"네놈의 도움따윈 필요없다."

억지로 일어나려던 코리온은 자신을 거칠게 내리누르는 카렐의 팔힘에 밀려 도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대로는 셔틀을 몰 수 없으십니다."

"차라리 날 죽이란 말이다!"

쓰러진 코리온이 이를 드러내며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카렐은 쪽방의 큰 창으로 눈이 뒤덮혀있는 바깥만을 응시할 따름이었다. 주페 태자의 봉분에도 어느새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네년과 네 어미의 피와 살점으로 저분의 묘비를 적셔줄거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난 반드시 그럴거다."

카렐은 악담을 계속 토해내는 코리온의 몸에서 흘러내린 모포를 다시 꼼꼼히 여미어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널 죽이겠다니까!"

"돌아가시더든 창문을 꼭 닫고 주무시고 이삼일정도는 편히 쉬십시오. 겨울에 여기 오실때는 가능하면 방풍이 되는 망토나 비단포를 덧입고 오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그래, 동부에 군대를 파견할거다. 넌 결국 몰락할수밖에 없을거다."

"눈보라가 잦아들고 있으니 조금 이따가 출발해야겠습니다."

"네년하고 네 어미의 뼈와 살을 갈아서 모두 마셔줄테다!"

"벗은 모습은 저밖에 안봤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옷은 송풍구 앞에 널어놓았으니 도착하실때쯤엔 말라있을겁니다."

"발 가만 빼고 상급제후들이 모두 군대를 보내는데 동의했어. 샤드니가 사령관으로 가게 될 거다. 죽을 준비나 하고 있어라."

"찬 음식은 피하시고 따뜻한 것으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 잘 아시겠지만....."

카렐은 아직 차가운 코리온의 손과 팔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해주며 무표정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코리온이 이를 악물며 저 뻔뻔스러운 사촌누이에게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눈보라도 거의 가라앉은 이 야산자락에 조금씩 평온함이 찾아오고 있었다.

"파예드 아카데미로 출발합니다."

조종석에서 보내온 베네루스의 목소리와 함께 셔틀은 주페 태자가 마지막으로 편히 쉬고있는 이 외진 야산을 떠나고 있었다.

낯선 셔틀이 사단의 탑 앞에 착륙했다는 소식에 하심 예킨터스 교수와 서둘러 달려나온 샤드니는 모포에 둘둘 말린 채 카렐의 팔에 안겨나오는 학장의 모습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들것 가져와! 들것! 의사 불러오고!"

창백한 학장의 모습에 놀란 예킨터스 교수가 치안대 병사들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병사들이 들고온 들것에 코리온을 조심스럽게 눕혀준 카렐은 수하들에게 둘러싸여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도로 셔틀 쪽으로 돌아섰다. 샤드니가 흥분한 얼굴로 카렐의 멱살을 거칠게 붙들었다.

"네 이 망할놈 도대체 저분께 무슨짓을 한 거냐!"

"주페 태자저하 묘소 앞에서 쓰러지셨습니다. 제가 응급조치는 했으니 얼마간 안정하시면 될 겁니다."

순간 무안함에 얼굴이 붉어진 샤드니가 카렐의 튜닉자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고 말았다. 카렐이 그런 샤드니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번엔......전장에서 뵙겠군요. 아니길 바랐건만....."

셔틀에 오르는 카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샤드니의 푸른 눈동자가 묘한 불안감 때문인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네년을 죽여줄테다. 반드시 죽여줄거다."

들것에 실려가던 코리온이 아직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셔틀 문을 닫른 카렐은 벽에 힘없이 기댄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의 떨림과 함께 셔틀은 어둑어둑해지는 파예드 아카데미를 뒤로 다시 기수를 돌렸다.

"내가 소용없는 짓이라 하지 않았냐?"

셔틀 제일 뒷쪽의, 무기장 옆의 안보이는 쪽방 문을 열며 지금껏 그 존재를 감추고 있던 세네피스 황후가 모습을 나타냈다. 카렐이 조금은 허탈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차피 설득 따위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최소한 서로의 의사를 확인했으니.....그걸로 족하죠......"

"어디로 갈까요!"

베네루스의 질문에 황후가 냉큼 대신 대답했다.

"북부 코윈으로 가자. 여기서 멀지않으니......하루정도 종가에서 쉬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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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정부'라는 생각만해도 끔찍한 이름이 바로 자신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은 자존심 강한 페로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싫은,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한두번 눈 딱감고 함께 밤을 보내주면 될 줄로 생각했던 페로는 실리페 황후의 요구가 갈수록 더 그 농도와 횟수를 더해가자 난감함을 절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황후는 페로의 집에 마련한 남쪽 안채의 접대시설---페로 스스로는 전혀 관심조차 없어하는---에 대한 소문도 어디서 들었는지 그 여자들을 당장 쫓아내라며 신경질을 부리기까지 하는, 마치 정식 부인이라도 된 듯 도를 넘는 요구까지도 하고 있었다.

물론 페로 스스로도 황후와의 그 '친밀한 관계'를 자신의 영향력 강화와 인맥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써먹지 않았다고 말할수는 없는 처지였지만 그도 어떻게 해서든 이 어정쩡한 상황을 큰 무리없이 정리할 수 있는 타이밍만을 찾고 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황후와 페로와의 이런 불륜관계가 전기를 맞게 된 건 페로가 95세를 맞이하면서부터였다. 50세를 맞은 맏이 푸츠 공주의 혼처를 물색하던 세나우스 3세 황제가 제 1순위로 상급귀족가 종장 중 유일한 미혼자이던 페로를 저울질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실리페 황후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지 '어쩌면 사위가 될 지도 모르는' 페로와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페로로서는 이 상황이 양날의 칼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제의 다섯 공주들이 모두 결함이 있다면 황제로서는 사위, 혹은 손자를 통해 차기 제위를 노릴수도 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도를 했던 수우가 잠적해버린 건 꽤나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페로는 그와는 다른, 누가보기에도 책임감있고 리더쉽있는 '확실한 남자'였다. 아무리 발작성 정신질환이 있는 공주라지만 '눈 딱감고' 결혼만 한다면 잘하면 차기 제위를 노릴수도 있는 지위에 당당히 올라서는 셈이었다.

하지만 페로의 부마책봉설이 떠돌면서 그동안 우호적이던 근위대의 태도가 돌변한 건 페로로서도 당혹스럽기가 짝이없는 일이었다. 지금껏 근위대가 '제대로된 인물'을 황제로 밀어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역사을 잘 아는 페로는 자신이 근위대장 베흔의 견제대상 1호에 올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흔은 너무나 빨리 성장해가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이 확실했다.

페로는 이미 4천여명에 달하는 정예 가디언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것은 일반적인 병력 환산법에 따르자면 정규군 12만 정도에 해당하는 대단한 전력이었다. 게다가 동부에서는 외가의 도움으로 이미 상당한 영지까지 획득하고 지방제후의 자격까지도 갖추어가고 있었다.

페로에게 도적소탕권을 주고, 황후와의 각별한 관계를 주선까지 했던 근위대 입장에서는 그동안 호랑이를 키워온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 확실했다. 결국 50여년간 이어져온 페로와 베흔과의 우호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이 무렵, 도적 소탕과 세력 확장에만 모든 정력을 쏟고있던 페로가 '시간이 가까와오고 있음'을 깨달은 건 새로이 북쪽 사랑채를 완공하고 그쪽으로 자신의 신변물품을 옮기던 때었다. 옛 사랑채 벽장에 있던 개인물품 이사를 지켜보던 페로가 그 한귀퉁이에 있던 먼지가 잔뜩 쌓인 검은 상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50여년 가까이 단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그 상자는 이미 색도 바래고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최소한 페로에게 10살때 있었던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전혀 기다릴 가망도 없다고 여겨졌던 100년이 이제 겨우 15년 남았다는 것도.

상자를 눈앞에서 확인한 페로는 갑자기 솟구치기 시작한 호기심을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특수훈련'된다던 그 '괴상한 여자아이'가 가혹한 가디언 수련과정을 버티어내고 아직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살아있다면 어디에서 훈련받고 있는지, 행여나, 정말로 행여나 만날 수 있는지 이런저런 궁금증이 솟구치면서 페로는 자신이 그동안 실리페 황후를 이용해 쌓아올린 정보망과 인맥을 제대로 테스트해볼 기회를 가진 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쓸만은 했다.

놀랍게도 그 여자아이는 아직 살아있었다.

어딘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북극의 모처에서 훈련받고 있다는 X-11-1 가디언은 아직 확실히 살아있고, 근위대장인 베흔이 직접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녀석을 직접 보고 온 근위대원들 말로 녀석은 사람이 아닌 '괴물'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엔간한 남자 둘은 얹어놓은듯한 거구에, 기이한 소리를 질러서 지진을 일으키고, 큰 손으로 머리통을 부수어서 골수를 빨아먹는다는 그 괴물은 베흔이나 시로가 아니면 감히 접근도 못할 정도로 포악한데다가 생긴 것 또한 흉칙해서 꿈에나올까 두렵다는 그들의 말에 페로는 껄껄대며 웃음을 터뜨릴수밖에 없었다.

어릴때의 카렐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페로는 그들의 이런 군대식 과장이 얼마나 말도안되는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있었지만 그러면서도 혹시 그 예쁘장하던 외모가 조금이라도 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지극히 보통 남자다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귀여운 여자아이가 마치 벌레가 변태하듯 거대한 털북숭이 괴물이 되어 튀어나오는, 천하에 얼토당토않은 악몽을 꾼 적이 있던것도 사실이었지만 어쨌든 페로의 머릿속에서는 X-11-1이라는 존재는 무시무시한 가디언이 아니고 유난히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만나는 것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15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딱 15년만 더 기다리면, 그리도 애타게 기다리던 '괴상한 여자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 확실했다. 50년만에 들쳐본 검은 상자를 뒤적이며 페로는 참으로 오랫만에 어린시절의 즐거운 추억에 빠져들고 있었다. 딱 15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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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엉겨붙어있는 딸의 부서진 투구를 들고있는 페로의 손이 보일듯말듯 떨리고 있었다. 왼쪽 눈 옆부터 정수리까지를 모두 봉합한 아메스는 아직 정신이 얼떨떨한지 막사에 들어온 아버지의 모습에도 우두커니 바라만보고 있었을 다름이었다.

"두개골이 조금 깨졌지만 심하지 않다니 걱정 안해도 될것같다. 하지만 한대만 더 맞았다면 즉사했을거다. 새 투구를 마련해야겠구나."

"그, 그여자였어요......베.....베아.....뭐더라?"

"적 경기병단장 베아트릭스 바툴 플라칼 장군. 네가 상대할만한 적수는 아니었다. 살아남은 게 천운이니 다음번엔 그런 바보짓은 하지 마라."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아버지가 생각외로 별 질책을 하지 않자 조금 안도한 아메스가 두터운 드레싱을 한 머리를 더듬거렸다.

"잘했다. 창고도 많이 타지 않았고......트라티누스 종가 쪽이 많이 상한 모양이던데 보급품 창고가 살아남은 게 낫다. 네 공이다."

침상에 누워있던 아메스의 말라붙은 입가에 미소가 조금 감돌았다. 엔간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아메스 스스로가 더 잘 알고있었다.

"그건 그렇고....."

페로가 아메스의 투구를 옆에 내려놓으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마랄루의 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딸부터 찾아온 그는 흙먼지가 잔뜩 앉은 갑옷을 그대로 입고있는 지저분한 몰골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딸과 침통한 표정의 아버지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막사 문이 확 열리더니 막사 분위기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비단포 차림의 반백의 중년 남자가 불쑥 들어왔다. 느닷없는 방문객에 놀란 페로가 벌떡 일어섰다.

"여기까지 직접 오셨군요....."

페로가 조금 면목이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이런저런 안좋은 소식에 서둘러 달려왔을 샤자한 공은 머리를 다친 채 침상에 누워있는 아메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동부를 대표해 황후가 될 이 증손녀의 부상에 샤자한 공도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었다. 샤자한 공을 뒤따라 들어온 제네르가 페로 옆에 섰다. 샤자한 공이 아메스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또 그여자였다며?"

"예."

"다히르 경은 어떻습니까?"

이번엔 페로가 걱정스런 표정의 샤자한 공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늑골이 3개나 부러진 모양입니다. 다리도 부러졌고.....한동안 전투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페로가 헝클어진 머리털을 싸쥐었다. 제대로된 지휘관도 부족한 상황에서 짧으나마 경력이 있던 다히르 경까지 당했다는 건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니었다. 샤자한 공 역시 이 절망적인 상황이 안타까운지 눈을 감은 채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샤자한 공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플로브 경이 지금 이 상황을 통제할 역량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안이 없지않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하위제후에게 자리를 내주게 한다면 플로브 경의 체면도 말이 아니고.....제르베 경은 지휘경험이 전무하니....."

"죽은 투르케스크 공이 정말 부럽군요.....제게도 오르마즈 카파키 경 같은 걸출한 자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막사 안에 잠시 씁쓸한 웃음이 오가고 있었다. 맏이 오르마즈부터 막내 세네피스까지 투르케스크 공의 흠잡을데없는 7명의 자녀들은 그것만으로도 모든 제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표정을 가다듬은 샤자한 공이 결국 담고왔던 말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나서야겠군요."

샤자한 공의 목소리에 페로와 제네르가 거의 동시에 그의 검은 눈을 올려보았다. 하지만 페로도 결국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히르는 요동으로 돌려보내 가문의 행정일을 돌보게 하고.....제가 새 연합군 사령관을 맡겠습니다. 플로브 경은 보병 사령관을 삼죠. 최고제후인 제가 직접 사령관으로 나서는 것이니 그친구에게 치욕스러운 일은 아닐겁니다."

"기병 사령관은 그럼 누굴......"

서로 마주보며 머뭇거리고 있는 페로와 샤자한 공 사이에 제네르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혹 타지역 사람도 무방하다면......"

"타지역?"

"전사단 병부대신으로 있는 토로 로버넬 경이 어떨까 합니다. 북-동부 연합군 시절에 기병지휘관을 지냈고 중앙에서도 슈로 기사단장까지 올랐던 사람이니 동부기병들을 지휘할 명분이나 자질도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전사단에서 병부대신은 비교적 한직이니 모셔와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흠.....남부나 서부라면 그렇겠지만.....북부라면 별 무리없겠지......"

샤자한 공은 제네르의 제안이 그럴듯한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또한번의 큰 패전을 겪은 동부연합군은 결국 '대수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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