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211화 (211/1,132)

< -- 211 회: 또한번 작가의 수다와.....에피소드 한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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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0 후기 및 이후 파트 예고>

카렐의 하렘행각으로 점철된 (^^;;) 파트 10이 끝나고 이젠 내용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 파트 11에접어들겠습니다.

파트 11 : Who Loves Hydrangea? (누가 수국을 좋아하는가?)

카렐의 주변에 벌어지는 작은....(실은 좀 큽니다...... -_-;;) 사건과 함께 시작되는 파트 11의 주된내용은 탈라스의 전선이 샤레이에서의 전세를 관망하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동부 연합군과 플라칼 가 군대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마랄루의 큰 전투입니다.

잠시 눈에서 벗어났던 베흔이 플라칼 가를 돕기 위해 다시 뛰어드는 가운데 아메스가 드디어 '전공'이라는 것을 세우고 제네르도 앞으로 그의 인상을 상징할 자랑스러운 흔적(?)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이야기는 세나우스 2세의 죽음부터 다시 짚어갑니다. 황제의 죽음 직후 제위경쟁에 얽혀들어가는 6명의 태자들과, 어떡해서든 최악의 사태를 막아보려 모든 것을 버리고 온몸으로 뛰어드는 오르마즈와 주페 태자, 그리고 그들을 방해하는 또다른 세력과, 그리고 세네피스 태자빈이 등장합니다.

수국은 이미 밝힌대로, 차가운 여인의 이미지를 상징합니다. 약 170여페이지에 달하는, 짧지않은부분입니다.

파트 12 : She Holds Crocus Always(그는 항상 크로커스를 품고 있다.)

성스러운 교전금지기간인 3월 라마단을 맞이하며 제국은 잠시 폭풍전의 고요를 맞게 됩니다.

서부 세호 가를 찾아간 카렐과, 학회참석을 위해 남부를 찾아간 코리온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연이어지면서 파트 14에 벌어질 1부 후반 큰 반전을 준비하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과거 이야기는 주페 태자와 오르마즈에 대한 방해가 본격화되면서 제위경쟁사태가 장기화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크로커스는 '무조건적인 용서'를 상징합니다. 약 150여 페이지의 부분입니다.

파트 13 : When a Lotus Grows Under the Withering Pine

(시들어가는 소나무 밑에서 연꽃이 피어날 때)

파트 14의 반전을 위한 단초가 제공되면서 앞 파트의 내용이 계속 이어집니다.

과거 이야기는 서부와 북부, 그리고 주페 태자 모두를 구하기 위한 오르마즈의 외로운 싸움과 그혼란을 더더욱 어렵게 만드는 탐욕스러운 자들이 등장합니다.

소나무는 전통적으로 고결한 선비를 상징해왔습니다.

연꽃은 서양에서는 '배신'의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역 220여 페이지의 긴 내용입니다.

파트 14 : An Ume Flower Is Waiting For Spring (연꽃은 봄을 기다린다.)

제 혼자 이름붙이길 3단 반전(?)의 첫번째 부분입니다. 서부에서 벌어지는 큰 정변이 주된 내용입 니다.

과거 이야기는 세나우스 3세의 즉위, 그리고 동생을 위해 또한번 발벗고 나서는 오르마즈와, 이 모든 혼란들의 총 집합체인 카렐의 출생까지가 다루어집니다.

약 140여페이지의 부분입니다.

오늘 연재부분은 파트 10 끝머리의 작은 에피소드 한편입니다.

소위말하는 '엣지'한 성인용 부분이어서, 올릴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

지금 나오고 있는 곡은 원래 242회 공지글에 배경으로 깔았던 곡으로 공지글 삭제와 없앨 태그였지만 워낙 반응이 좋아(?) 수정해서 이곳에 추가해 올립니다.

오늘 연재분은 곡 소개부분을 지나 스크롤바를 밑으로 죽~ 내리시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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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나오고있는 음악은 핀란드 메탈그룹 Nightwish의 'Nymphomaniac Fantasia'라는 곡입니다. 가사가 상당히 므흣(?)합니다. 제가 멋대로 정한 세네피스 황후의 테마곡(?)입니다.

<유조아의 태그 기능이 없어진 관계로 음악은 링크를 하지 못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

Nymphomaniac Fantasia

(여자 색광의 환상)

The scent of a woman was not mine

(그 향기는 내가 아닌 다른 여인의 것이었다.)

Welcome home darling

(돌아온것을 환영해요. 당신.)

Did you miss me?

(나를 그리워했나요?)

Wish to dwell in dear love?

(사랑 속에서 살기를 원하나요?)

Touch my milklike skin, feel the ocean

(나의 우유빛 피부를 만지고 바다를 느껴보아요.)

Lick my deepest, hear the starry choir

(나의 가장 깊은 곳을 핥고, 별들의 울음같은 소리를 들어보아요.)

Rip off this lace that keeps me imprisoned

(나를 구속하고 있는 레이스를 벗겨내요)

But beware of the enchantment for my eroticism is oblivion

(그러나 나의 사랑은 망각과도 같으니, 그 매혹을 조심하시길.)

Old love lies deep you said

(오랜 사랑은 깊은 곳(?)에 머무른다 당신이 말했듯이)

Deeper shall be the wound between your legs

깊은 것(^^;;??)은 당신의 다리 사이에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두번째 곡은 같은 그룹의 Bless the Child입니다. 제 글에서는 제가 전투씬을 쓸 때 자주 듣는, 제가 멋대로 정한 카렐의 테마곡(?)입니다. ^^

Bless the Child

(시문같은 가사를 의역하다보니 역시 말이 꼬이는군요....번역쪽은 영 소질이..... -_-;;;)

I was born amidst the purple waterfalls.

(나는 보랏빛 폭포 속에서 태어났다.)

I was weak, yet not blessed.

(나는 나약했고, 축복받지 못했다.)

Dead to the world. Alive for the journey.

(세상을 향해 죽음을 맞았고,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존재했다.)

One night I dreamt a white rose withering,

(어느 밤, 나는 흰 장미가 시드는 꿈을 꾸었다.)

A newborn drowning a lifetime loneliness.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혼란과 맞닥뜨렸다.)

I dreamt all my future. Relived my past.

(나는 미래를 꿈꿨고, 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I witnessed the beauty of the beast

(그리고 나는 야수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Where have all the feelings gone?

(모든 감정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Why has all the laughter ceased?

(모든 웃음들은 왜 사라진 것인가.)

Why am I loved only when I'm gone?

(왜 나는 과거만을 사랑하는 것인가?)

Gone back in time to bless the child

(아이를 축복하던 그때로 돌아가라.)

How can I have feel again?

(언제 다시 나의 감정을 되찾을 것인가?)

Given the chance would I return?

(내가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Why am I loved only when I'm gone?

(왜 나는 과거만을 사랑하는 것인가?)

Gone back in time to bless the child

(아이를 축복하던 그때로 돌아가라.)

Think of me long enough to make a memory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 네 스스로를 조금 더 생각하라.)

Come bless the child one more time

(이곳에 와서 그 아見?다시한번 축복하라.)

I've never felt so alone in my life

(내 일생 그토록 외로워본 일은 없었다.)

As I drank from a cup which was counting my time

(내 남은 일생을 헤아리는 컵에서 물을 마셔버리듯,)

There's a poison drop in this cup of Man

(그 컵에는 독이 담겨있으니,)

To drink it is to follow the left hand path

(그것을 마시는 것은 스스로를 타락시키는 것일지니.)

Why am I loved only when I'm gone?

(왜 나는 과거만을 사랑하는 것인가?)

Gone back in time to bless the child

(아이를 축복하던 그때로 돌아가라.)

Think of me long enough to make a memory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 네 스스로를 조금 더 생각하라.)

Come bless the child one more time

(이곳에 와서 그 아이를 다시한번 축복하라.)

x 2

Where have all the feelings gone?

(모든 감정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가?)

Why is the deadliest sin - to love as I loved you?

(그렇게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것인가 -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 사랑하는 것이?)

Now unblessed, homesick in time,

(이제 축복받지 못한 시간속의 향수는)

soon to be freed from care, from human pain.

(인간으로서의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니)

My tale is the most bitter truth

(나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진실이니)

Time pays us but with earth & dust, and a dark, silent grave.

(우리에게는 시간이 주어졌으나 세상과 먼지, 어둠과 고요한 무덤도 함께 주어졌다. )

Remember, my child: Without innocence the cross is only iron,

(기억해라, 나의 아이여 : 죄많은 십자가는 단시 쇳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hope is only an illusion & Ocean Soul's nothing but a name...

(희망은 단지 환상이며 이름뿐이다...)

The Child bless thee & keep thee forever

(이제 아이는 너를 축복할 것이고, 또한 영원히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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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손에 쥐고있던 카렐은 파티 내내 술심부름과 음식 심부름으로 자리에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있는 솔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솔. 난 아이락보다는 리커가 더 좋구나. 내 타고온 셔틀 수납장에 리커가 있을 것이니 두 병만 가져오도록 해라."

가디언 혼혈이라 힘이 세다며 솔에게 아이락 큰 통을 혼자 들고오게 했던 황후는 기껏 자리에 앉으려는 그에게 또한번 일거리를 맡기고 있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늘같은 황후의 명령에 또다시 겔 밖으로 달려나가는 솔의 모습을 보다못한 카렐이 결국 입을 열었다.

"황후폐하, 저런 심부름은 아랫사람에게 시키셔도......"

"솔이 가디언 혼혈이니 발도 빠를 것 아니냐."

황후의 억지에 카렐의 얼굴이 조금 굳어가고 있었다. 그런 카렐의 반응을 못본 척 하며 황후가 할아버지와 함께 앉아있던 베아트릭스 쪽을 힐끔 돌아보았다.

"베아트릭스 플라칼 단장."

"예. 말씀하십시오."

솔을 대하는 황후의 엄격하다못해 심술궂은 태도에서 이미 잔뜩 주눅이 들어있던 베아트릭스는 최대한 공손하게 황후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황후의 얼굴은 평소의 그의 태도처럼 '선하고도 위엄있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 카렐의 바로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인데 그곳에 앉아있으면 쓰겠나. 오늘은 그대를 위한 잔치이니.....주군 옆자리를 지키게나."

황후가 가리킨 곳은 뜻밖에도 솔이 앉아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였다. 그 사실을 모를턱이 없는 베아트릭스가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곳은 이미 주인이 있으니......"

"그랬던가? 우베. 솔 자리를 자네 옆으로 옮겨주겠나? 어찌 오늘 파티의 주인공을 구석에 앉혀두겠나?"

난처해진 베아트릭스 스스로는 물론이고 말없이 술잔을 쥐고있던 카렐 역시 황후의 이 '끝도없는 심술'에는 도저히 대책이 서지를 않고 있었다. 마지못해 솔의 자리로 옮겨온 베아트릭스 역시 영 가시방석인지 카렐과 황후의 눈치만을 번갈아 살피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제서야 술 두 병을 들고 겔 안에 뛰어들어온 솔은 카렐의 옆자리 임자가 바뀌어있는 황당한 광경에 곧바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눈치챘다. 황후에게 술을 바치고 마지못해 우베 옆에 앉게 된 솔의 긴 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렐의 옆자리에 베아트릭스가 앉았다는 사실에 유감이 있는 또한사람, 탈란이 홧김에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베아트릭스 경. 나 술 좀 주게."

카렐이 뜬금없이 큰 술잔을 불쑥 내밀었다.

예?"

"경사스런 날이니 딱 한잔만 하고 싶어."

딱 한잔만 하겠다던 카렐은 지금껏 마셔온 중 가장 많은 세 잔이나 되는 아이락을 마셔버리고 말았다. 결국 베아트릭스의 어깨에 기대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린 카렐은 카토의 등에 업혀 자신의 겔로 옮겨졌다.

"솔, 그쪽에서 전하 어깨하고 머리 좀 받쳐줘요,"

카렐을 이부자리에 눕히던 카토가 머리맡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솔에게 말했다. 하지만 카렐에게 손을 대라는 말에 질겁을 하던 솔은 결국 뒷걸음질치며 고개를 거칠게 가로젓고 있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카토가 솔을 살짝 쏘아보았다.

"으, 음,"

몸을 비틀던 카렐의 뒤통수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카토는 이자리에 황후가 없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며 얼른 그의 머리에 베개를 대 주었다.

"받쳐줬으면 이렇게 안되잖아요. 머리라도 다치셨으면 어떡해요?"

카토가 구석에서 벌벌 떨고있는 솔에게 결국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죄인처럼 풀죽은 얼굴로 서 있던 솔은 누워있던 카렐이 더듬거리며 물을 찾자 얼른 그의 손에 잔을 쥐여주었다.

"요즘 솔 양을 통 이해못하겠다니까."

카토가 투덜거리며 겔에서 나가버렸다. 솔은 술에 절어 의식까지 희미해진 채 누워있는 카렐 옆에 꿇어앉아 멍 하니 있을 따름이었다. 카렐이 실눈을 뜨며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솔, 너지?"

"예. 저 여기 있어요."

카렐이 취중에도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머님은 걱정 마......내가 즉위만 하면......넌 황빈이 될 테니.....그땐......"

"예. 알아요."

"오늘밤......내 곁에서 자 주겠니? 내 절대 안건드리마......"

"오늘밤은 황후폐하께서 계신데....."

"오늘밤은......너 없이는 못잘 것 같아......."

카렐이 갑자기 허탈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 솔은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굳은 표정을 지은 솔이 카렐의 뺨에 손끝을 조심스럽게 대보고 있었다. 솔의 얼굴이 비록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이나마의 접촉을 자진해서 보인 건 몇달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 당한 일에 크게 상심한 솔이 어떻게해서든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으려 함이 확실했다. 솔의 손끝이 얼굴에 닿자 카렐이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솔......"

"일단 좀 쉬고계세요. 제가 여기 오래있으면 황후폐하께서 의심하실테니.....파티장 정리 좀 하고......그분 주무시는 거 확인하거든 그때 올께요."

"그래. 기다리마......꼭 와야된다."

흐릿해진 눈으로 솔이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본 카렐은 잠자리에 그대로 엎드려 누웠다. 지독한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솔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정신을 차리려 애쓰던 카렐은 결국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깊이 잠들고 말았다.

누군가 겔에 들어오는 발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뜬 카렐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만 들어온 사람이 키가 꽤 큰 여자 같다는 짐작 정도가 고작이었다. 안에 들어선 여자는 서둘러 문을 잠그고 있었다. 엎드려있던 카렐이 애써 고개를 가누며 물었다.

"솔......너냐?"

몸을 제대로 뒤집으려는 카렐의 뒷목을 상대방이 가볍게 눌렀다. 어처구니없기까지 한 장난에 빙긋이 웃음지은 카렐은 뒷덜미을 누르는 손길에 순순히 따라주고 있었다. 스스로에게서 진동하는 술냄새와 지독한 취기에 이미 카렐의 그 예민한 감각도 거의 마비되어버린 상태였지만 이 시간에 카렐의 잠자리에 몰래 들어와 이런 '장난'을 저지를 여자는 어차피 솔 뿐이었다.

"솔 너 맞지?"

카렐이 조금 뭉개진 발음으로 다시 물었다. 카렐의 뒷목에 얼굴을 바싹 들이댄 듯 상대의 뜨거운 입김까지 그대로 전해오고 있었다.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의 턱이 카렐의 어깨를 스쳤다.

"것봐....일단 한번 손을 대니까......그 뒤는 괜찮지?......이제 눈 깜짝할새 나아질거다.....전처럼......껴안아줄수도 있을테고......"

취기가 가득한 카렐이 엎드린 채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시 몸을 돌리려는 카렐을 상대가 또한번 가로막았다. 카렐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정말 재밌게 구는구나......그래, 그러고보니 너도 한잔 걸쳤겠구나.....빨리 옆에 누워라......내 약속대로 몸은 안 건드릴테니....."

등뒤의 여자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뒤로 다가오는 호흡은 방금전보다 조금 더 거칠어져 있었다. 억지로 고개를 치켜들던 카렐의 눈에 갑자기 웬 천이 씌워졌다.

"뭐야......이것도 장난이야?.....술먹어 오락가락한다고 아주 갖고 노는구나.....후훗.....그래, 맘대로 해봐라."

눈이 가려진 카렐이 키득거리고 웃으며 요 위에 순순히 엎드렸다. 저녁 내내 풀죽어있던 솔의 기분만 풀어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장난이라도 기꺼이 받아줄 생각이었다. 카렐이 손을 뒤로 뻗어 상대의 몸을 만지려 하자 그가 손목을 거칠게 붙들며 다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라고?......그래, 알았다."

자신을 '가지고 놀며' 즐거워하고있을 솔의 모습을 상상한 카렐은 아예 꼼짝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술에 너무 취해 몸이 거의 말을 듣지 않는 탓이 더 컸지만.

등 뒤의 상대는 카렐이 입고있던 튜닉을 벗겨 치워놓고는 뒤이어 떨리는 손길로 수트 버클까지도 차례로 끌러내렸다. 앞을 못보는 카렐은 베개에 엎드린 채 여전히 장난스럽게 중얼거렸다.

"후훗, 이것도 나름대로 짜릿하구나, 솔......옛날에......언제더라? 폐가 헛간에서......내 옷을 벗겨줬었지......사실......그때......널 안고싶어 미칠 것 같았어......피곤해 자는 척 하면서 숨기고 있었지......네 살냄새가 얼마나 달콤하던지....."

버클을 풀던 상대가 조금은 놀랐는지 멈칫 하고 있었다.

"아냐......아냐......그때......빈민굴에 있었을때......솔직히 그때가 처음이었단다.....하핫, 네가 내 앞에서 옷을 거의 다 벗었지......네 몸을 주물러주면서 차가운 표정 짓느라 얼마나 진땀이 났었던지......네가 마지막에 내 품에 안겨왔을 때......그 느낌이란......"

버클을 벗겨낸 카렐의 검은 수트를 끌러내리자 그 넓고 다부진 어깨와 탄탄한 등이 상대에게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헐떡거리는듯한 여자의 거친 숨소리에 취중의 카렐 역시 극도로 흥분해가고 있었다. 그 넓은 등을 손끝으로 훑어내리는 야릇한 느낌에 카렐이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조금 움츠렸다.

"너......정말 잘하는구나......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후훗......농담이야.......어차

피 페로 관에서 접대하면서 당연히 이정도는 익혔겠지......"

무어라 더 말하려던 카렐은 촉촉한 입술이 자신의 탄탄한 등 근육들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느낌에 그대로 호흡까지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베개를 끌어안고 엎드린 카렐은 자신의 등을 핥는 그 자극적인 혀와 손에 몸을 내맡긴 채 그 묘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무언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잠시 나더니 카렐의 등뒤에 누군가의 벗은 몸이 사뿐히 실리고 있었다. 날갯죽지에 얹히는, 탄력있는 젖가슴의 느낌에 카렐이 자기도모르게 가슴속에서 큰 숨을 토해냈다.

"후, 우......."

흥분한 카렐이 순간 베개를 꽉 움켜쥐었다. 상대는 카렐의 등뒤에 가슴을 가볍게 마찰시키며 어깨를 살짝 깨물고 있었다. 술기운까지 확 깨버릴 정도로 짜릿한 자극에 카렐도 이미 이성이나 판단력 따위는 옆으로 치워놓은 상태였다. 카렐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

"돌아누우면 안되겠니......널.......만지고싶어 미치겠는데.....제발, 솔......"

다시한번 고개를 가로저은 상대방은 카렐의 가슴과 배를 꼭 부둥켜안으며 카렐의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술냄새나는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상대의 입술에서도 역시 술냄새가 풍기고 있었지만 그까짓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너무나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카렐의 머릿속이 아찔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가는 신음소리와 함께 서로의 혀와 입술을 미친 듯 즐길 따름이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능숙하게 자신을 리드하는 솔이 페로 관에서 접대하면서 꽤 많이 '배운' 탓일 것이라며 취중에 멋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상대의 입술이 떨어지자 아쉬운 마음에 혀까지 내밀었던 카렐은 입가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네 입술은 정말 최고구나, 솔......이렇게 맛있는 감촉은 처음이야......이럴 줄 알았으면......전에 정말로 제대로 해보는 거였는데......"

카렐의 등 뒤에 올라있는 상대가 또한번 흠칫 놀라고 있었다.

"한번만 더해주렴.....응?"

카렐의 요구에 마지못하는 듯 상대가 다시 그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에 덧붙여 어깨와 등, 가슴을 매끄럽게 어루만지며 거친 신음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카렐의 입을 벗어난 상대의 입술은 뺨과 귀, 목을 거쳐 상체까지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그 부드러운과 촉촉함에 카렐은 눈까지 감고 그 느낌을 말없이 음미했다.

"네가 허락만 한다면......오늘밤 널 내걸로 하고 싶다.....널......정말로 안고싶구나, 솔. 이대로는 도저히 못보내겠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상대가 다시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탈해진 카렐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지난번에도 거절하더니......이번에도 싫다니.......어머님이 더이상 널 구박하시기 전에.....내것으로 낙인찍고싶었는데......"

카렐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상대가 갈등이라도 하고 있는지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렐의 입술과 어깨에 또한번 자극적으로 입을 맞추어준 상대의 몸은 결국 카렐의 등뒤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옷을 입고 있는 듯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옷......입고자려고?"

상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에 묶은 천을 풀어내려는 카렐의 손을 거칠게 붙든 상대는 안된다며 손가락을 저어보였다. 위를 향해 똑바로 누운 카렐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약속했잖냐......안 건드린다고......그냥 벗고자도 돼."

말을 이으려는 카렐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잠시 부드럽게 매만진 상대는 카렐의 수트를 대강 다시 입혀주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는 상대방은 종종걸음으로 겔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몇초 지나지 않아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꽤 쌀쌀한 밤바람이 겔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돌아오겠다는 말도 없이 가버린 것으로 보아서 오늘밤 자신을 안고싶다는, 카렐의 조금은 무리한 요구에 결국 삐져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제길......괜히 안고싶다고 했나......"

후회감이 뼈저리게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카렐은 두팔을 쫙 벌린 채 찬바람을 가슴깊이 들이켜 제정신을 차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지독한 술기운에 멍멍했던 머릿속이 찬바람 덕택에 조금씩 맑아져오고 있었다.

"문은 열어놓고 뭐하세요?"

갑자기 들려온 솔의 목소리에 카렐이 피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열어놓고 나갔잖냐."

"전 아까 닫고 나갔는데요?"

"정신 없기는......방금 네가 나가면서 열어놨잖냐."

"전하도.....제가 나간 게 두 시간 전인데 방금이라뇨? 그새 깜박 주무셨죠?"

순간 카렐의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오고 있었다. 그의 시간관념으로 아무리 따져봐도 방금 솔이 나간 시각은 채 십분 전도 아니었다.

"그, 그래? 내가 정말로 깜박 졸았었나?"

"그런데 눈에는 뭘 뒤집어쓰고 계신 거예요?"

"어, 엉?......무슨 소리냐......네가 씌워놓고......"

"제가요? 무슨 말씀이세요......전 이불 여미어드리고 나갔었는데......제가 전하 눈에 천때기를 왜 씌워요?"

웃음지은 솔이 찬바람이 들이치는 문을 단단히 닫았다.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든 카렐이 벌떡 일어나며 눈에 쓰고있던 천을 확 벗어버렸다. 짙은 갈색의 그 네모진 천은 바로 자신의 책을 싸는 보자기였다. 그리고 이 안에 싸여있던 책들 예닐곱권은 그대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거의 충격에 빠져버린 카렐의 숨이 탁 막혀왔다.

"이.....이런......"

흐뜨러진 옷 매무새와 이부자리, 그리고 어깨에 남아있는 입술자국은 방금전의 일이 절대 꿈은 아니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왜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핏기가 싹 가셔버린 카렐의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란 솔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고 있었다. 카렐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방금 내 겔에서 나가는 사람이나......부근에 어슬렁거리는 사람 본 적 있냐?"

"아뇨......아무도 못봤는데요? 왜그러시죠?"

"나도 사막사람이지만 정말 사막은 이제 질색이야."

우베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종종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곳은 카렐의 겔 부근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베아트릭스의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아쿠!"

"안 주무시고 뭐합니까."

베아트릭스가 예의 그 조금은 쌀쌀맞은 목소리로 물었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지 갑주를 벗어놓고 평소같은 비단 튜닉 차림으로 있던 베아트릭스는 단장 선임을 축하한다며 주변사람들이 권한 그 많은 술을 다 마셨음에도 눈동자가 조금 풀리고 옷 매무새가 약간 흐뜨러진 것만 빼고는 꽤 멀쩡한 모습이었다. 검은 얼굴 위에서 흰 눈자위가 유난히 번득이고 있었다.

"아.....황후폐하께서 전하께서 잘 계신지 확인해보라 말씀하셔서......"

"시키신다고 그 일을 다 합니까."

베아트릭스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되묻자 우베가 도리어 머쓱해지고 말았다.

"예?"

"전하 숙소에 방금 솔이 들어가더군요. 웬만하면 방해하지 마시고 그냥 놔두십시오."

"예.....에."

이제 자신의 상급자가 된 베아트릭스에게 우베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돌아설수밖에 없었다. 흰 비단튜닉자락을 휘날리며 베아트릭스가 자신의 숙소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베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긴, 이럴 땐 눈치도 좀 부려야 되는데......난 왜이렇게 말을 잘 듣나 몰라."

막 걸음을 옮기려던 우베는 한손에 술병을 든 채 카렐의 겔 뒷켠에서 흥얼거리며 다가오던 탈란과 마주치고 말았다. 베아트릭스와 마찬가지로 유난히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을 바라보며 우베가 자기도 저 바툴 가 혈통의 절반만 물려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괜한 공상에 잠기고 말았다. 술자리에서 카렐에게 다정한 위로를 받았던 탈란은 기분이 꽤 좋아보였다.

"아휴, 웬일이세요? 이시간에도 안주무시고?"

탈란이 술 한모금을 더 삼키며 물었다. 미모의 탈란이 먼저 말을 걸어주자 우베의 입이 그대로 귀에 걸리고 말았다. 술이 제대로 취했는지 탈란은 옷차림도 조금 흐뜨러져 있었고 양쪽 뺨도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우베가 해해거리며 물었다.

"기분이 무척 좋아보이시네요?"

"그럼요. 낮엔 기분이 좀 그랬는데......그분 덕에 이젠 싹 풀렸어요. 후훗, 들어가 자야죠. 어? 술이 다 떨어졌네?"

비어버린 술병을 한구석에 던져버린 탈란은 우베에게 또한번 미소를 띠어보이고는 큰 하품을 하며 멀어져가고 있었다.

"캬아......전하 소개받은 여자만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해보는 거였는데.....동부에도 저런 미녀가 있다니,"

또한번 말도안되는 상상을 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우베는 종가 귀퉁이의 절벽 난간 쪽으로 향했다.

"아직도 여기 계시군요. 날도 추운데 이젠 들어가계시죠."

여전히 위엄을 잃지않은 단정한 모습으로 말없이 하늘의 별들을 올려보고 있던 세네피스 황후는 그 날카로운 회색빛 눈동자를 조금 움직여 우베를 쏘아보았다. 파티장에서 리커 한 병 반을 혼자 모두 마셨던 황후는 정말 술을 마셨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카토와 갈라크의 호위를 받으며 서 있던 황후가 감정없는 차가운 말투로 짧게 물었다.

"태자는 잘 있나?"

우베는 '잘 있냐'라는 묻는 황후의 물음이 '누군가와 함께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과 동의어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잘 주무시고 계십니다. 술을 그리 많이 드셨는데 의식이나 있으시겠습니까."

"알았다."

황후가 다시 시선을 하늘로 돌려버렸다. 우베는 황후가 뜻밖에도 이것저것 꼬치꼬치 따져들지 않자 도리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인 물러가겠습니다."

황후는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우베는 오늘 유난히 차가와보이는 황후에게서 서둘러 물러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카렐이 머리를 싸쥐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영문을 모르는 솔은 난생 처음 보는 카렐의 이런 모습에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왜그러세요? 예?"

"아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 카렐은 잠자리에 도로 드러누우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있었던 일을 차마 솔에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카렐의 잠자리 옆에 베개 한 개를 더 놓은 솔은 행여 몸이 닿을까 조심조심하며 담요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미안하다......솔......"

"왜요?"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되묻는 솔에게 카렐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카렐의 참담해하는 표정에 솔이 용기를 내 바싹 다가오고 있었다.

"저......때문에요?"

"아냐."

"저......등 돌리고 있을테니까......한번만 안아주실래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카렐이 솔을 휙 돌아보았다. 솔이 오늘밤 아주 제대로 맘먹고 나선 모양이었다. 큰 숨을 한 번 내쉰 솔이 카렐에게 등을 보이며 옆으로 돌아눕고 있었다.

"빨리요......"

카렐은 방금 이곳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고 나갔던 그 정체불명의 여자가 혹시 정말로 솔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부끄러운 마음에 아닌 척 하고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뭐 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솔의 태도도 꽤나 낯선 것이기는 했다.

"그, 그래."

카렐이 솔의 옆구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밀어넣었다. 순간적으로 긴장한 솔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지만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다. 힘을 주어 바싹 끌어당긴 솔의 등이 카렐의 몸에 와닿고 있었다. 솔이 거의 경기를 하듯 온몸을 바싹 움츠리고 있었다.

"네가 싫다면......바로 놓을테니 말만 해."

"아뇨.....그냥 계세요. 움직이지만 마시고......"

솔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몇달만에 연인을 안아본 카렐과, 옛 기억을 벗어나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는 솔은 참으로 어색하게 서로에게 몸을 맞댄 채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 행성의 최대 복속부족인 쿠쉬 부족 인근에서 서부의 무인 정찰셔틀 파편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쪽에서 진상확인을 요청하고 있답니다. 카이두 경께서 대응방안을 지시해 달라고 하십니다."

기분좋게 겔에서 나서는 카렐에게 우베가 작은 쪽지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어제의 술기운으로 아직 머리가 어질어질한 카렐은 고개를 한 번 좌우로 흔들고는 그 쪽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완전히 작살났군......파편을 확인해봐야겠는데......이쪽에 이쪽 장비 전문 엔지니어가 있나?"

"아뇨, 있을 턱이 없죠. 카이두 경이 괜히 전하께 이걸 부탁했겠습니까."

우베가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입가를 조금 씰룩거린 카렐이 마지못해 중얼거렸다.

"그럼 별수없군. 내 아침먹고 직접 다녀오겠다고 말해두게. 젠장, ㅤㅋㅞㄹ크에 연락해서 사역부대 엔지니어들하고 의무대대 1개 정도 좀 보내라고 해. 태자인 내가 이런것들까지 다 챙겨야겠남?"

"알겠습니다. 당장 연락하죠."

우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카렐은 ㅤㅋㅞㄹ크에서처럼 카렐의 세숫물을 직접 챙겨 들고오는 솔의 발걸음소리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잠 못 잤지?"

"괜찮아요. 저도 새벽에 잠들었어요. 적응이 되니까......정말 괜찮아진 것 같아요."

박하잎을 얹은 따뜻한 세숫물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솔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솔을 바라보며 또한번 행복감을 느낀 카렐은 그 물에 얼굴을 한 번 푹 담갔다. 술로 엉망진창이던 머릿속이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솔. 어젯밤에 나한테 장난치고 나간 거 너지?"

"무슨 장난이요?"

"내 눈 가리고 장난친거 말이야."

"또 이상한 질문 하시네요."

솔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무슨 이상한 장난을 쳤다고 그러세요. 전 내내 파티장 정리하고 황후폐하 숙소 청소해드리느라 바빴어요. 제가 전하 눈을 왜 가려요? 눈가리고 큰대자로 누워계신 모양도 꽤나 우스워보이시던데......"

"누가 감히 태자에게 우습다는 천박한 말을 쓰는건가?"

겔 뒤에서 불쑥 나타난 세네피스 황후의 모습에 솔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죄송하옵니다, 황후폐하. 소녀는 다만......"

"됐다."

평소처럼 솔을 철저히 무시해버린 황후는 세수를 하고있던 카렐에게 다가와 그 얼굴을 빤히 올려보았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내 어제는 특별히 그냥 놔두었으나 다음부터는 술은 절대 삼가하도록 해라."

수건을 집어든 황후가 물이 뚝뚝 흐르는 카렐의 얼굴을 직접 닦아주고 있었다. 카렐이 능청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를 꼭 껴안아주었다.

"알겠습니다. 어머님은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잠자리가 바뀌어서 좀 그랬다마는.....있을만 하더구나."

카렐의 품에 보란듯이 얼굴을 부비며 황후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하 겔 주변에서요?......글쎄요, 베아트릭스 플라칼 단장님이 어제 전하 겔 쪽에서 오시던데요."

"베아트릭스 경이?"

귓속말로 우베에게 질문을 던졌던 카렐이 한참 아침식사중인 베아트릭스 쪽을 휙 돌아보았다. 밀떡을 씹고있던 베아트릭스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카렐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참, 탈란 바툴 중랑장도 있었습니다. 한 잔 걸치고 기분도 꽤 좋아보이던데요?"

"도대체 뭐야......"

얼굴을 찡그린 카렐은 이번에는 한구석에서 라손과 한참 수다를 떨고있는 탈란을 바라보았다. 바얀 오아시스에서 돌아온 이후로 탈란도 무슨 이유엔지 베아트릭스처럼 전사단 사람들과 식사까지 함께하며 친하려 꽤나 애쓰고 있던 터였다. 탈란 역시 카렐의 이상한 시선에 꽤나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문제는 탈란과 베아트릭스 모두가 키가 만만치않게 크다는, 덧붙여서 체형까지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술김에 희미하게 보았던 그 여자에게서 기억나는 건 키가 꽤 컸다는 것과 금발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제기랄, 깜깜하군. 아무나 의심할수도 없고......"

허탈한 표정을 지은 카렐은 '솔 행세를 한 그 괘씸한 여자'를 찾는 것을 일단 포기하고 자리에 털석 엉덩이를 붙이고 앉고 말았다. 자신을 만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은 그 용의주도함이나 그 극도의 흥분의 순간에 카렐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채 나가버리던 냉철함을 보아서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님이 분명했다.

어쨌든 카렐은 태어나 경험해본 중 가장 매혹적이고도 묘하게 다정하고 따뜻했던 어젯밤의 키스에 또다시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젯밤의 그 짜릿한 순간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린 카렐은 '범인'을 잡으면 혼내주지 않는 댓가로 키스라도 한번 더 받을까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빠져들며 묘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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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코멘트와 추천은 작가의 연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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