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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214화 (214/1,132)

< -- 214 회: Part 11. 누가 수국을 좋아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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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5일간 쉴새없이 계속된 마랄루의 공성전은 공격하는 동부제후군이나 방어하는 플라칼 가 군대 모두의 진을 극도로 쥐어짜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양측 모두가 지치기 시작할 이맘때쯤에 ‘한 건’이 터지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문제는 누가, 어디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일 따름이었다.

“저놈은 틀렸군. 크으, 저 더러운 꼴 좀 봐, 저놈은.....엑, 삐쩍 마른 게 가슴도 밋밋하고......허리도 부실한 게 밤일도 형편없겠네. 저런놈도 기사라고.....어라, 저놈은 좀 귀엽네. 납치해가면 딱이겠다.”

모래흙과 돌밭에 몸을 파묻은 채 제1기사단의 기병들을 지켜보며 ‘품평’하고 있는 이 키큰 서부 여자는 자신의 임무를 ‘나름대로 자기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서쪽 언덕의 플라칼 가 1, 3기사단을 밤새 염탐하는 임무를 맡은 자이납은 보루 지상의 남자 화장실에 드나드는 기사들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며 쏟아지는 잠을 가까스로 쫓아내고 있었다.

또한번 몰려온 졸음에 갑자기 머릿속이 멍 해진 자이납은 하마터면 앞의 돌덩이에 머리를 부딪힐 뻔 했다.

그는 돌아다니는 경비병들에 혹시 들키지 않았는지 기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부 정찰병과 정찰셔틀을 막기 위해 적들이 설치한 장애물들과 각종 탐지장치들이 사방에 널려있었지만 위장포를 입고 보통의 보병이라면 접근할 엄두도 못낼 북쪽 절벽을 넘어들어온 자이납을 잡아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에기랄, 더럽게 졸리네.”

안그래도 이미 한 번 찧은 시커먼 멍이 남아있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자이납이 스코프를 벗고 졸린 눈을 한 번 비볐다. 사실 오늘밤 정탐을 나가는 그를 위해 특별히 주어졌던 9시간의 꿀같은 낮잠 시간에 지난번 그 중장기병대 장교를 불러다가 ‘딴짓’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하기사 며칠 전 바람맞힌 책임을 지라며 길길이 날뛰던 그녀석을 별다르게 달래줄 수단이 없었던것도 사실이지만.

“어,”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든 자이납은 스코프를 잽싸게 눌러썼다. 어둠 속에서 수천의 적 중장기병들이 불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우루루 몰려나오고 있었다. 재빨리 본부에 비상연락을 보낸 자이납은 스코프의 배율을 높이고 적진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막 자다가 일어난 듯 그들 기사들의 행색도 별로 제대로된 상태는 아니었다. 일부는 벌거벗은 채 밖으로 달려나와 갑주를 챙겨입는 자들도 있었다. 무언가 지시를 받은 그들은 일제히 마굿간에 들어가 자신의 말을 끌고나오고 있었다.

“중장기병 6천정도......경기병 4천 정도?.......휴우~ 겁나라.”

목에 걸고있던 스캐너를 잠깐 작동시킨 자이납이 혀를 내둘렀다. 직경 10스타디아정도 되는 원형의 거대한 보루, 아니 숙영지는 일시에 돌격을 준비하는 기병들로 꽉 차버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다가 일어난 데데한 얼굴의 페로가 갑주를 챙겨입으며 허둥지둥 사령실 안에 뛰쳐들어왔다. 페로와 12시간 교대로 사령실을 지키던 샤자한 공은 자이납이 보내온 전문을 페로에게 내밀었다. 밤새 이곳을 지키느라 피곤한 표정의 장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보병들이 많이 지쳤는데......”

잠이 덜 깬 보병사령관 3제후 플로브 하크로딘 경이 잔뜩 골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내 측면 경계한 기병들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플로브 경의 불만이 마음에 안드는지 토로 경이 그다운 단호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들 둘을 한번씩 쏘아본 샤자한 공이 또렷한 말투로 지시했다.

“미리 정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일것이오. 좌군은 경기병 2천이 선두로, 후열에 중장기병 4천이 포진하고 나람 경의 북부용병 5천은 교전 개시하는 즉시 계획대로 기동하고 우익의 중기병 용병대 3천은 북부용병의 자리를 대신하시오.”

“예!”

“동쪽 숲속에 적 2기사단과 보병단이 어찌 움직일지 모르니 계속 예의주시하도록 하고.”

샤자한 공과 페로의 명령에 따라 지휘관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어차피 어느 쪽이건 움직일것을 예상하고 있던 상황인 이상, 서로가 그동안 힘을 비축하며 아껴두었던 예비병력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핵심이었다. 함께 말에 뛰어오르며 페로가 샤자한 공에게 걱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녀석들 기병이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그동안 푹 쉬었을테니 훨씬 유리하겠군요. 그러니 정면돌격해오는 것이겠지만.”

“우리 기병들이 얼마나 버티어줄지가 관건이겠죠. 당장은 유목민 용병대가 움직일 일이 없으니 페로 경께서는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저를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의 관도를 겨드랑이에 낀 샤자한 공이 검은빛 눈동자를 빛내며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서쪽 언덕을 주시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흠집이 남아있는 그의 갑주는 1차 혼란기부터 이어져온 그의 기병장교로서의 관록을 나타내듯 당당하게 빛을 뿜고 있었다.

근위기병대장 가말라 카잔 중랑장과 아메스도 자신의 무장을 갖추고 샤자한 공과 페로의 양옆에 도열해 섰다.

그동안 아버지 곁에서 구경만 하며 별다른 전공이랄것도 세우지 못한 아메스는 지난번 혼성기병대를 이끌고 적 에너지장벽 안쪽을 강타하는 큰 공훈을 세우고 돌아온 가말라 카잔 장군의 당당해진 모습을 사뭇 부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에게는 후방에서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그의 기준에서는 꽤나 재미없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달려온 다룬이 말에 앉아있던 페로의 다리를 툭툭 두들겼다.

“왜?”

“귀 좀......”

아메스의 눈치를 한 번 슬쩍 살핀 다룬이 고개를 숙여붙인 페로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셔버린 페로가 작은 소리로 되물었다.

“얼마나.....,”

“창 7대.”

순간 경악한 페로의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다룬과 아버지가 소곤거리는 모습에 아메스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뭡니까?”

“별것 아니다.”

페로가 얼른 표정을 가다듬으며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려버렸다. 전투를 앞둔 이 절박한 상황에 괜히 안좋은 소식으로 분위기를 흐뜨러뜨릴 필요는 없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한참 분주한 와중에 뛰쳐든 샤자한 공의 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쪽 숲의 적 2기사단과 경보병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탐중이던 가디언 시로의 보고입니다.”

“그쪽 아군 대응은?”

“제네르 하크로딘 경 지휘하에 슈로 기사단 2천과 동부 중장기병 1천 5백, 경기병 2천이 비상대기 들어갔습니다.”

샤자한 공과 페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네르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 상황에서 버티어주는 건 별 문제 없음이 틀림없었다. 중군의 2만 경기병, 궁기병과 2만 보병은 요새에서 언제 쏟아져나올지 모르는 적 중장보병대 5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움직일수가 없는 상황이니 동원할수가 없었다. 이제 그동안의 공성전에 지친 양측 중군은 놀려둔채로 양익의 정규군 기병들이 한바탕 힘대결을 벌일 시간이었다.

“쳇, 눈치빠른 놈들 같으니.”

직접 기사단 선두에 선 히르직스가 입을 삐죽거렸다. 완벽한 기습전이 될 수 있으리라 크게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적들이 생각외로 빨리 대응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보고가 썩 유쾌할리는 없었다. 어쨌든 공성전을 벌이던 적 대규모 중군이 요새의 아군 중장보병대를 견제할수밖에 없는 이상 오늘의 기습전은 남부의 우세 속에서 치러짐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히르직스가 창을 치켜듬과 동시에 중장기병과 경기병이 혼재된 무려 만여명의 플라칼 가 우군 기병대에서 우렁찬 함성소리가 치솟아올랐다.

“돌격!”

땅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경기병단 4천을 선두로 히르직스가 이끄는 6천의 기사단이 언덕 아래의 동부연합군 좌군 진영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중군에 묶여있는 적의 2만 유목민 기병 덕택에 아마도 개전 이래 처음으로 남부 기병이 적 기병보다 전체적인 수에서 우세인 상태에서 싸우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며칠간 유리한 지형의 보루에서 쉬며 힘을 비축해온 남부기병들에 비해 며칠간의 공성전동안 계속 측면경계에 동원되었던 동부기병들이 더 지쳐있는 건 뻔한 노릇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초원의 언덕을 새카맣게 덮으며 달려나려간 이 만여명의 기병들은 멀지않은 동남쪽에 보이는 동부연합군 진지를 향해 땅을 울리는 굉음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진격해들어가고 있었다.

“궁기병대!”

루코프의 명령을 받은 플라칼 가 궁기병대 천 오백명이 돌격진의 최선봉으로 치고나오기 시작했다. 동부연합군의 제1선을 이룬 경기병 2천 역시 투창을 치켜들고 있었지만 선제공격은 사정거리가 훨씬 긴 전문 궁기병대인 이쪽의 차지였다.

“1발!”

심야의 어둠 속을 꿰뚫고 천오백발의 투창이 동부 좌군 진영을 향해 내리꽂혔다. 단 1발의 투창도 던져보지 못한 상당수의 동부 경기병들이 남부의 선제공격에 맥없이 말에서 나동그라지고 있었다. 바로 자신들 스타일의 부대에 자신들이 당하는, 꽤나 통괘한 모습에 뒤에서 진격해들어가던 히르직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2발!”

0.5스타디아가 됨과 동시에 이번엔 양쪽에서 동시에 수천발의 투창이 치솟았다. 달리가 이끄는 플라칼 가 궁기병대는 2발 공격을 끝내기가 무섭게 잽싸게 기사단 사이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6천이나 되는 남부 기사단의 무시무시한 돌격에 2천의 동부 경기병들 역시 허둥지둥 2선에 위치한 중장기병 4천의 후미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남부 경기병단장 루코프가 이끄는 경창기병대 2천 5백은 서쪽 측면으로 우회하며 약간 후방에서 쳐오고 있었다.

“그대로 돌파한다!”

남부 중장기병대 선두의 히르직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난전에서는 동부기병들보다 약할수밖에 없는 남부기병 입장에서는 그 특유의 ‘육중한 돌파력’에 기대는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의 움직임은 평소와는 약간 틀렸다.

“녀석들 뭐하는거지?”

동부기병들을 지휘하던 토로 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장에게 물었다. 2선으로 물러섰던 1천 5백의 남부 궁기병들이 중장기병의 돌격진형 중간을 틈틈히 채우며 처음 보이는 낯선 돌격진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동부기병들이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중장기병 2명당 궁기병 1명씩을 배치해 총 500명 단위로 묶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통합 편제의 돌격진형이 십여개가 남부 돌격진의 선두를 이루고 있었다.

“새끼들, 썅, 맛 좀 봐라,”

궁기병대장 달리와 함께 돌격해들어가던 히르직스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품으며 중얼거렸다. 남부 돌격진은 사방으로 투창을 흩뿌리며 중장기병들만으로 이루어진 토로 경의 동부기병 2선을 맹렬히 강타하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냐!”

처음 보는 플라칼 가 돌격진형을 보고받은 동부 총사령관 샤자한 공이 말 위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고 있었다. 1, 2발만 끝내면 후방으로 물러나던가 주변으로 흩어져 견제공격만 하리라고 예상했던 적 궁기병대가 중장기병들과 함께 중앙으로 돌진해들어오고 있었다. 궁기병대의 2발 이후 적의 돌격을 받아내기 위해 최대한 밀집했던 동부 중장기병들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히르직스가 앞장서 돌격해온 기사단에 밀집해야할지, 산개해야할지 잠시 우왕좌왕하던 동부 중장기병이 무참하게 두조각나기 시작했다.

“적들이 계속 돌진해옵니다!”

부장의 고함소리에 위험을 직감한 샤자한 공이 반사적으로 자신의 창을 굳게 움켜잡았다. 2열의 동부 중장기병대를 돌파한 히르직스의 2천여 남부기병들은 제자리에 멈출 생각도 않은 채 샤자한 공이 있는 보병대 후방, 동부연합군 사령부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처 돌파까지는 하지 못한 6천여 남부 기병들은 중간중간 섞인 궁기병들의 엄호와 함께 일제히 동부 중장기병들과의 난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여기에 잠시 측면으로 빠져있던 루코프의 남부 경창기병 2천 5백여까지 동부 사령부를 향해 쳐오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었다.

“물러나십시오! 최고제후님!”

가말라가 샤자한 공의 앞에 나서며 소리쳤다. 사령부를 지키고 있던 동부 근위보병 천여명은 눈앞으로 정연하게 돌진해오는 적 중장기병들의 위세에 이미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거창!”

함께있던 페로의 명령에 동부 근위보병들이 일제히 들고있던 창을 앞으로 겨누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위로 기다렸다는 듯 적 궁기병들이 날린 투창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자리를 지켜라! 물러나는 녀석들은 무조건 참수한다! 2선의 보병 좌익 4천과 유목민 중기병대 3천은 즉시 이동해 사령부를 지켜라!”

자신을 향해 날아온 투창 한 발을 가까스로 쳐내며 근위보병들에게 페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뒤로 멈칫거리며 물러나던 보병 서너명이 페로의 눈에 들어왔다.

“아메스! 도망병을 처리해라!”

아버지의 명령을 받은 아메스가 즉시 말을 몰아 달려가 도망치던 보병들 중 한 명을 쥐고있던 사모창으로 푹 꿰어 죽여버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 기겁을 하고 놀란 나머지 녀석들이 허둥지둥 대열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쫓아가서라도 죽일까 말까 망설이던 아메스는 창을 거두고 아버지쪽을 바라보았다.

“투창이다!”

또 한무더기의 투창이 쏟아지자 아메스도 즉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트라티누스 가 종가에서 베아트릭스가 이끌던 저들 궁기병들과 이미 맞선 일이 있던 아메스는 이젠 제법 경험이 붙었는지 날아오는 투창을 눈으로 확인하며 방패를 드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물러나는 놈은 무조건 목을 친다!”

거대한 맥도를 쥐고 대오의 뒤에 선 하급지휘관들이 곳곳에서 외치는 고함소리가 적군들의 돌격 앞에서 경쟁적으로 메아리쳤다. 하지만 2천여 적 기병들의 무시무시한 말발굽소리가 점점 커져가자 창을 치켜들고있는 근위보병들의 공포도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귀청을 찢는듯한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동시에 적 기병 돌격진에서 수백발의 시커먼 무언가가 치솟아올랐다.

“온다!”

조우 직전, 적 궁기병들이 마지막으로 집중해 날린 투창에 밀집대형 한쪽의 보병들 수십이 비명과 함께 우수수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그 틈새로 히르직스가 이끄는 2천여 기병 선두가 당황한 보병들을 무섭게 쓸어넘기며 홍수처럼 넘어들어왔다.

“움직이지 마라! 위치를 지켜!”

말에 올라타고 직접 보병들을 독려하며 페로가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이제는 별 소용도 없었다. 돌파를 시도하던 2천의 남부 기병들 중 운없는 몇은 바닥에 떨어지며 보병들의 손쉬운 먹이감이 되어버렸지만 상당수는 히르직스의 기병 돌격진을 따라 보병들을 무참히 짓밟으며 차례대로 사령부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그 작은 틈새로 쐐기꼴 돌격진이 파고들면서 양옆으로 차례로 무너져가는 동부 보병진 사이의 틈새는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돌파 후 즉시 방향을 돌린 히르직스는 이번엔 샤자한 공이 있는 사령부 중앙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오호! 대가리 두놈이 다있구나!”

창을 높이 치켜든 히르직스가 샤자한 공을 목표삼아 돌진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근위기병대장 가말라 카잔 장군이 백여기의 근위기병, 최후방의 5백여 보병들과 함께 히르직스의 앞을 서둘러 막아섰다.

“네놈 또만났구나!”

근위기병을 이끌던 가말라가 샤자한 공과 페로를 향해 돌진해오는 히르직스에게 큰 화극을 내휘두르며 힘껏 소리쳤다.

“네놈은 꺼져!”

샤자한 공에게 마음먹고 달려들던 히르직스는 이 신경쓰이는 방해꾼을 휘하 근위기사들에게 떠넘겨버리고 다시 돌격을 계속했다. 토로 경이 지휘하는 동부제후군의 좌군과 중군 보병대 후방의 사령부는 기병 보병 할것없이 이미 모두 뒤엉킨 채 적 기병들과 일대 난전에 돌입해 있었다. 최후방의 동부 사령부에서는 5백 명의 근위기병과 5천여명의 보병들이 2천의 남부 기병대에 대항해 지휘부를 가까스로 지켜내고 있었다.

“서쪽에서 적 경장 창기병 2천 5백명입니다! 각하! 일단 중군쪽으로 피하십시오!”

부장의 고함소리에 샤자한 공이 급히 서쪽을 돌아보았다. 루코프가 이끄는 플라칼 가 경기병단 창기병들이 측면을 거칠게 쳐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난전으로 번진 상황에서 중군쪽으로 몸을 피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초반에 히르직스에게 너무도 쉽게 돌파를 허락한 것이 좌군과 중군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들이 페로와 샤자한 공이 있는 사령부까지 무너뜨린다면 동부연합군 전체가 붕괴를 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쪽에서 셀림의 중기병대 3천기 지금 도착하고 있습니다!”

적 창기병들의 출현에 거의 죽음의 공포까지 내몰렸던 샤자한 공이 페로의 외침에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안도하고 있었다. 제네르의 우군 기병대 후미에 있던 유목민 중기병대 3천이 급박한 사령부의 소식을 듣고 화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의 코앞으로 쳐오는 히르직스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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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 회의 본문에 있던 일러스트, 삽화, 전황도는 유조아 개편으로 태그 사용이 불가능해져서 일단 지웠습니다. 팬카페 http://cafe.daum.net/TheIronVein 으로 가시면 지워진 그림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개편이 끝나는대로 그림은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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