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242화 (242/1,132)

< -- 242 회: Part 12. 그는 항상 크로커스를 품고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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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악!"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른 하심은 카렐이 아직 잘 걷지 못한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고는 엘리베이터 튜브에 무작정 뛰쳐들었다.

"5층! 빨리!"

투명한 문이 닫히고 발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하심의 앞으로 카렐이 절룩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썅! 서!"

뒤늦게 달려온 카렐이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엘리베이터의 투명 튜브를 그대로 산산조각내며 뚫고들어온 카렐의 손은 하심이 서 있던 발판을 꽉 움켜쥐고 말았다. 자력을 받아 막 가속되려던 발판이 갑자기 정지하자 하심이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여기......"

엘리베이터를 결사적으로 움켜쥔 카렐의 무서운 손힘에 발판 한쪽이 부서지며 그 위에 걸쳐있던 하심의 한쪽 다리가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으악!"

중심을 잃은 하심이 비명을 지르며 볼쌍사나운 꼴로 튜브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순간 안전장치가 작동하면서 엘리베이터는 그자리에 정지하고 말았다. 비명소리를 들은 승무원들이 급히 달려온 건 그때였다.

"조심! 조심해요! 움직이면 다친다구요! 사람들이 도와주러 올 테니......"

카렐이 밑으로 빠져버린 자신의 발목을 꽉 움켜쥐며 얼토당토않은 능청을 떠는 모습에 하심의 얼굴은 순간 공포 정도가 아닌 패닉 상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비명소리에 달려온 승무원들은 이 뜻밖의 '엘리베이터 사고'에 경악하며 부서진 발판을 다시 끌어내리고 틈새에 끼어 버둥대고 있던 하심을 끄집어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나라도 있었기 망정이지......여기 있는 하심 예킨터스 교리께서 얼마나 놀라셨겠소? 이분 파랗게 질리신 걸 보란말이오!"

카렐은 벌벌 떨고있는 하심을 자신의 옆으로 거칠게 잡아끌며 짐짓 화난 얼굴로 승무원들을 꾸짖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지껏 한번도 사고 같은 건 낸 일이 없는 엘리베이터인데......제발 학장님께 보고만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예킨터스 교수님?"

카렐이 하심을 자신의 칼 옆으로 바싹 잡아끌며 거의 협박조로 물었다. 카렐의 눈치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킨 하심이 떨리는 목소리로 승무원들에게 말했다.

"내......내 이번만은 그냥 못본 것으로 하고 넘어갈테니......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단단히 조처하시오."

하심의 어깨를 짐짓 다정하게 돌려안은 카렐은 태연한 얼굴로 계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냥 걸어서 올라가야겠습니다. 교수님, 객실까지 에스코트해드리죠."

"그나마 따뜻하게 쉴 데가 생겼군."

다시 붙잡은 하심을 끌고 그의 개인 객실에 들어선 카렐은 난방장치부터 작동시켰다. 또다시 허리끈에 손목이 묶인 채 침대맡에 쭈그려앉은 하심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멍 해져있을 따름이었다.

"일이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건 순전히 당신 때문이요."

카렐이 먹을것을 싸온 봉지를 풀며 투덜거렸다.

"불량배라도 만나지 않을까 지켜줬다가 도대체 이게 뭐냐구, 제길. 은혜도 모르기는 학장이나 그 밑에 놈들이나 똑같군."

"제가 말한 게 아니라구요, 정말이예요. 샤드니 플레렌 응교님이 그렇게 빨리 눈치채실줄은......"

뭐라 더 말하려던 하심의 얼굴은 카렐이 허리에서 쿠크리를 불쑥 꺼내들자 백짓장 처럼 창백해지고 말았다.

"이젠 정말 죽일건가요?"

죽음을 각오한 듯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심에게 잠시 어리둥절한 눈길을 주었던 카렐은 봉지 안에 들어있던 양고기 덩어리들을 쿠크리로 먹기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거, 참 원리주의 친구들은 저 말이 입에 붙었나......꼭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잖아?"

비계가 잔뜩 붙은 날고기 덩어리를 꿀꺽 삼키는 모습에 하심의 경악은 극에 다달아 있었다.

"나, 날고기를 먹어요?......태자라면서......지금 낮인데 라마단도 안지켜요?"

"하루 세끼 먹는 사람들한테도 힘든 라마단을 하루 여섯끼니 먹어야 하는 나한테까지 지키라는 건 조금 무리라 생각되지 않소?"

살이 붙은 뼈를 통째로 아드득 씹어먹으며 카렐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하심의 배에서 꼬로록 하는 소리가 또한번 울려퍼졌다. 고개를 갸웃거린 카렐은 식당에서 얻어온 '새벽 식사' 팩을 그의 앞에 내놓았다.

"드시겠소? 뭐더라? 구운 닭고기하고.....잡곡 피타하고 콩죽, 채소 볶은 거, 꿀에 절인 딸기, 사과일거요."

"낮시간엔 안먹어요."

하심이 단호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보아하니 새벽도 굶은 것 같은데? 나 후식이나 하려고 얻어온건데 사과만 남겨두고 그냥 먹어요."

카렐이 하심의 손을 묶은 비단끈을 풀어주며 그를 억지로 끌어다가 음식 앞에 앉혔다.

날고깃덩이를 입에 넣는 카렐의 모습에 하심이 또한번 몸서리치며 몸을 움츠렸다.

"뭘그리 이상하게 보는거요? 육식동물이 고기먹는게 그리도 이상하시오?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라고. 빨리 먹으라니까!"

카렐의 협박에 마지못해 피타를 집어들었지만 내심 카렐이 먹을것을 도로 걷어가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던 것이 하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난밤 긴장으로 완전히 탈진했던 하심의 허기는 평소 하루정도 굶은 것의 두배 이상이었다. 앞에서 날고기를 먹고있는 카렐의 모습이 좀 구역질나는 건 사실이었지만 당장은 그건 하심의 관심사 밖이었다.

피타와 콩죽으로 식사를 시작한 하심은 어느새 구운 닭고기까지 정신없이 뜯어먹고 있었다.

양고기를 이미 다 먹어치운 카렐은 마치 걸신들린 사람마냥 음식들을 허겁지겁 입에 집어넣는 하심을 잠시 기가막힌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에, 먹으란 말 안했으면 통곡이라도 했겠군."

"시끄러워요."

하심이 입에 닭고기를 문 채 그답지않게 대뜸 신경질을 부렸다.

벽에 기대앉아 사과를 씹으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렐은 먹느라 정신없는 하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거 도착지가 어디요?"

"비엔 6번 행성. 무슨 공용 터미널이라던데......두딘카?"

"플라칼 가 영지?"

카렐이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하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한번 꼬이니까 계속 꼬여가는군......왜 하필이면......제길할."

"플라칼 가 영지가 뭐 어때서요?"

하심이 다 먹고 난 입을 닦으며 되물었다. 하심도 이제 카렐에게 꽤 익숙해졌는지 처음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좀 피곤한 곳이요......"

카렐이 피로로 충혈된 눈을 창밖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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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넬론과 로노에 이어 군사조직을 두었음을 세번째로 밝힌 건 넷째 태자인 모디아크 이그나토 리쿠 공주였다. 어릴때부터 군문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모디아크 공주는 유학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칼을 놓은 주페를 제외하면 나머지 5명의 태자 중 무장으로서 가장 훌륭한 소질을 보여온 재원이었다.

남극성당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후 슈로 기사단에서 하급지휘관으로 있던 모디아크 공주는 남부 4제후 세닉 가 출신의 남편까지 둔 덕에 '갈갈이 찢어진' 남부에서는 그나마 가장 많은 지지 폭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5만여 세닉 가 제후군과 4만여 이그나토 가 제후군을 수하에 거느리게 된 모디아크 공주는 머릿수만으로 치면 9만에 달하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한것이 사실이었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애초 세닉 가와 이그나토 가를 끌어들이면 남부 최고제후인 델루지 가---13만에 달하는 대병력이 있는---가 당연히 자신의 편이 되어주리라 믿었던 그였지만 델루지 가가 뜻밖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모디아크 스스로는 물론이고 그를 지지하고 나섰던 두 가문까지 얼떨결에 난처한 입장에 처한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태자들간의 군사대결 양상으로 치달아가는 와중에 주페와 함께 동부까지 찾아온 코리온의 기분은 썩 좋지는 않았다.

형인 로노 장태자에게 '자신의 진짜 뜻을 반드시 알리겠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길을 나선 주페 태자의 의지는 무척이나 결연해보였다. 그가 형에게 무슨 말을 건넬지 빤한 상황에서 코리온은 그 불만을 무표정함으로 대신 드러내놓고 있을 따름이었다.

"뭐 언짢은 일이라도 있는거냐?"

주페가 내내 굳어있는 표정의 코리온에게 걱정스럽게 묻자 코리온은 즉시 표정을 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냥 좀 낯설어서요......"

코리온은 난생 처음 와 본 병영이라는 곳을 빙 둘러보며 그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아,"

병사들이 허리에 차고있는 무기를 바라본 코리온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들고 온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조카의 행동을 생각없이 바라보고 있던 주페는 그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뭐냐?"

"지난번같이 안좋은 일이 다시 생길지도 모르니까......이걸 꼭 갖고다니세요. 제가 숙부님 선물하려고 특별히 마련했어요."

코리온의 손에는 상아 손잡이와 아름다운 푸른색 술이 붙은, 거의 소도 크기만한 긴 쿠크리가 가죽 칼집에 싸인 채 들려있었다.

칼을 내미는 조카에게 주페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이제 무기가 필요없다지 않았냐."

"누굴 죽이라는 게 아니고 몸을 지키는 데 쓰시라는 거예요."

웃음지은 코리온은 주페의 손에 칼을 반 강제로 쥐여주며 밝게 웃음지었다.

"제가 위험에 처해도 칼 잘 쓰시는 숙부님이 그걸로 지켜주셔야 할 것 아니예요."

칼을 쥔 손을 두들겨주는 착한 조카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주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내 이걸로 널 꼭 지켜주마. 정말 고맙다. 코리온."

동부 최고제후 샤자한 공이 주축이 되어 조직된 15만여 병력은 '동부연합군'이라는 이름은 붙여놓고 있었지만 아직은 그 조직과 명령체계만 결정되어 있을 뿐 전투를 위해 따로 집결해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황제령에서 쫓겨온 로노 장태자가 임시 머무르고 있는 이 병영 역시 태자의 부계인 9제후 클라투스 가가 탈라스에서 파견한 오백여명의 친위 기병대가 슈트란 가의 초원을 잠시 빌려 숙영지로 삼고 있는 것 뿐이었다.

이들 동부 기병들의 숙영지를 걷는 주페의 머릿속에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2차 혼란기 당시 어머니였던 세나우스 2세의 명을 받아 50세의 젊은 나이로 남-서부 연합군과 근위대를 총지휘해 맹장 오르마즈가 버티고있던 북-동부 연합군을 무릎꿇게하고 40년간의 긴 전쟁을 마무리했던 당사자가 바로 주페 태자였다.

당시 엄청난 무용을 떨치며 오르마즈를 능가할 제국 최고의 무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는 종전 직후, 갑자기 '무기를 놓겠다'고 선언해 황실 사람들을 크게 실망시킨 일도 있었다.

"드시라 합니다. 태자저하."

로노의 막사 안에서 달려나온 장교가 주페에게 문을 열어주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주페의 뒤를 따라 함께 안에 들려던 코리온은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웬 지저분한 몰골의 경비 기사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뭐냐?"

코리온이 이를 드러내며 그 기사를 째려보았다. 방금 나온 장교 수하의 말단 기사인 듯 계급장도 하나 달고있지 않은 자였지만 그는 감히 '대군'인 코리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돌하게 말하고 있었다.

"장태자전하께서는 주페 태자저하와 독대하겠다 하셨습니다. 기다리십시오."

부하의 다분히 직설적이고 건방진 말투에 놀란 장교가 얼른 코리온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덧붙였다.

"그게......대군마마께 이 옆 막사에서 쉬면서 잠시만 기다리시라 하셨으니....."

"됐다."

기분이 그나마 더 상해버린 코리온은 막사 앞을 서성거리며 불쾌한 기분을 애써 달래고 있었다. 이제 누구나 다 아는 '보좌관'인 자신을 제껴놓고 주페만을 만나겠다는 것을 보아서 장태자도 어쩌면 자신을 의심하고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덜컥 그의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다시 막사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코리온은 방금전 자신을 가로막았던 그 시건방진 기사를 다시한번 째려보았다. 헝클어지고 지저분한 금발머리에 먼지와 비얼룩으로 이미 엉망이 되어있는 갑옷을 그대로 입고있던 큰 키의 여자기사 허리에는 손잡이에 때가 탄 장검 한 자루가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단호한 자세로 문 앞을 지키고 선 그자의 앳티가 감도는 파란색 눈동자는 일개 말단 경비기사라고 하기는 아까울 정도로 총기넘치는 빛을 뿜고있었다.

코리온의 눈은 그자의 허리띠에 끼워져있는 손때가 잔뜩 묻은 작은 수첩과 필기구, 그리고 이미 너덜너덜해진 '소요유(消遙遊)' 책에 가서 멎었다.

'훗, 보통 꼼꼼한 녀석이 아니겠는걸......'

갑자기 호기심이 동한 코리온이 그 기사에게 다가서며 먼저 질문을 던졌다.

"'장자' 중 '소요유' 편이라......아직 어려보이는데.....나이가 몇살이지? 우리 학교는 아닌 것 같고, 어느학교 생도인가? 남극성당? 콜로니 아카데미?"

"28살이고 생도는 아닙니다."

북부억양과 동부억양이 뒤섞인, 조금 딱딱하고 거친 발음으로 짧게 대답한 그 여자는 코리온을 다시한번 힐끗 돌아보았다.

이런 나이어린 귀족이 공부도 않고 일개 말단 기병으로 있다는 건 그 뒷배경이 어떤지를 빤히 짐작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학업을 계속할 돈조차 없는 가난뱅이 귀족 젊은이들에게 기병이 되어 목숨을 저당잡히는 것은 그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출세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코리온이 그를 떠 볼 겸 다시 물었다.

"장자는 칠정에 관해 어떻게 말하던가?"

"바른 것을 행하고 있으면 어떤 경우에라도 자기 마음은 안정(安靜)되며, 그 안정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다른 사물의 참모습을 꿰뚫어 보는 힘, 즉 명(明)이 생기게 됩니다. 명(明)으로 되면 비로소 자기의 마음이 허(虛), 즉 허심탄회한 상태로 됩니다. 이 허(虛)의 상태로 된 때에는 어떤 일이라도 불가능한 것은 없어지니 이것이 칠정(七情)에 마음이 동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 하였습니다."

그의 서슴없는 대답에 씽긋 웃음지은 코리온이 낮게 중얼거렸다.

"훗, 제대로 읽긴 했군......자네 생각에 제국의 판세가 어찌 움직이는 것이 로노 장태자께서 제위에 오르시는 지름길이 되겠는가?"

그 기사가 조금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코리온을 째려보았다. 잠시 아무 말도 없던 그 푸른눈의 기사는 너무나 짧은 한마디로 그 어려운 질문의 대답을 마무리지었다.

"주변사람들이 주페 태자저하만 뒤흔들지 않으면 됩니다."

"뭐?"

기껏해야 '태자군 병력을 키워야 한다'느니, '도리를 세워야 한다'는 둥의 뜬구름잡는 대답이 나올 줄로 생각했던 코리온은 이 나이어린 말단 기사가 제국의 판세를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경악하고 있었다. 애써 표정을 가다듬은 코리온이 짐짓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자네와 한번 제대로 천하를 논해보고 싶으니......우리 학교로 한 번 오게나. 내 가르치는 분야나 이름은 알겠지?"

코리온의 마지막 테스트에 그 기사는 또다시 태연하게 대답했다.

"파예드 아카데미 사장지학과정에서 고대 산문을 가르치고 계신 수찬 코리온 세닉 리쿠 대군마마 아니십니까."

이 총명한 여자가 너무나 탐나기 시작한 코리온이었지만 당장으로서는 이 '뻣뻣한' 기사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코리온은 작은 쪽지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넘겨주며 짐짓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집안형편 때문에......어쩔수없이 진학을 포기했나보지?"

코리온의 질문에 자존심이 조금 상했는지 그 기사는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입가에 웃음을 띤 코리온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특유의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뜻밖의 제안을 꺼냈다.

"자네같은 총기넘치는 젊은이가 우리 학교에 들어와 내 후학이 되어준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군. 자네가 찾아오면 내 교수 자격으로 장학생으로 특별추천해줄 테니 한번 연락주게. 태자저하 이름의 추천서면 박사과정까지 돈한푼 들이지않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게야."

지금껏 코리온에게 내내 시큰둥하던 그 기사는 '추천'이라는 말에 갑자기 그 푸른색 눈을 번득이며 코리온을 힐끗 바라보았다. 명문 파예드 아카데미에 추천장학생으로 입학하는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학교에서는 자네같은 재원이 필요하니까......이름이 뭔가?"

코리온의 질문에 기사가 격앙된 감정을 애써 감추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네르 딜라코프 하크로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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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리고 어제 올렸던 242회의 공지글은 일단 삭제했습니다.

다만 그곳에 포함되어있던 곡들과 가사 내용은 대체로 호응이 좋아서(?) 태그가 이미 설정되어있는 211회의 공지글로 옮겼습니다. 211회로 가시면 세네피스 황후와 카렐의 테마곡으로 제가 멋대로 사용하고 있는(?) 두 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의 글에 올려주신 님들의 코멘트까지 차마 날릴수는 없어 여기 덧붙입니다.

오늘도 추천이나 코멘트 잊지말아주세요~~ ^^

소심태니 아 창 2개 켜놓고 이건 계속 음악을 듣고 또 다른 창에서는 다른 소설을  보고있습니다.잘 듣겠습니다. 공지에 추천은 색다른 맛이군요^_^ 02-06/03:58

비엔 우오옷~!!  와우.... 이음악에 그동안의 카렐의 전투신을 떠올리니 저절로 함성이 질러지려는군요.  02-05/16:24

제스 멋져요.... 이런거라면 가끔 공지 때리셔도 대만족입니다. 우와 강추!! 02-05/16:24

Volo 공지엔 추천하지 말아주세요, 라던 어느 작가분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설마 추천을 원하시지는...........???(-_-;) 그래도 누르고 가렵니다(뭔 심보냐???) ...노래 정말 좋군요 ^^ 02-05/12:54

다프 카렐의 주제곡 정말 좋네요오. 전투씬에도 잘어울리고.... 02-05/12:18

다프 카악. 코멘트올리다가 카렐의 주제곡(?)을 놓쳐버리다니이!! 02-05/12:06

다프 으음....순간 발칵해서 사시미를 빼들었으나 노래가 들려오니 봐드립니다아. 내일은 꼭 올리시지요오. 세네피스황후의 주제곡이라니 어울리긴 하지만, 왠지 과격한 느낌이 드는 노래군요오. 가사도 그렇고... 02-05/12:05

한마담싸랑 흐음...뭐 대충 봐드리지요 ^^* 낼은 꼭 부탁드릴께요...건필입니다. 02-05/11:07

하그리브스 오... 02-0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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