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9 회: Part 14. 매화는 봄을 기다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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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시가에서 남편과 함께 머무르던 레곤 대공주는 그 꼴보기 싫은 샤드니가 자신을 찾는다는 연락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대공주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 한바탕 호통을 쳐서 그를 쫓아내 버릴 양이었다. 통신이 개설되고 모습을 드러낸 샤드니는 화려한 푸른빛 비단포에 플레렌 가의 머플러를 두른, 평소 같지 않은 호사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샤드니 경, 또 똑같은 소리를 할 생각이라면.......”
“샤드니 경이 아닌 샤드니 공입니다. 대공주저하.”
“뭐, 뭐라고?”
샤드니의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대공주는 샤드니가 내보인 최고제후의 옥패에 너무나 놀라 할 말까지도 잊고 있었다.
“학장님의 배려로 이번에 새로운 서부 최고제후로 등극하였음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대공주저하. 아니, 곧 제 어머님이 되시겠군요.”
“네, 네놈이 미쳤구나! 뭐? 어머님? 누구 맘대로? 내 아들 곁에 얼씬하지 말라 내 그리 말했거늘!”
“흥분하심은 몸에 좋지 않으십니다. 어머님. 그리고......아드님의 신상에도 그러할 것이옵니다.”
“뭐라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대공주는 평소 나긋나긋하던 샤드니가 완전히 딴사람이라도 되어버린 듯 대놓고 뻔뻔스럽게 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샤드니가 코리온의 ‘신상’까지 운운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공주에게 빙긋 웃음지은 샤드니가 말을 이었다.
“서부 최고제후와 대군이신 파예드 아카데미 학장 정도면 그 격이 충분히 어울리지 아니하겠습니까.”
“닥쳐라! 네 감히......”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분 신상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
샤드니의 살기어린 눈빛에서 불길한 느낌이 퍼뜩 머릿속을 스친 대공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샤드니를 똑바로 올려보았다. 그런 대공주에게 빙긋이 미소를 지은 샤드니는 얼핏 다정하게까지 들리는 투로 말을 꺼냈다.
“소집기간도 필요하고, 황실 종친분들을 설득하실 시간도 필요하니......딱 두 달 드리겠습니다. 그 기간 중에 저와 학장님의 혼인 동의안을 황실 종친회에서 통과시켜 주십시오.”
충격을 받은 대공주의 턱이 따닥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맏아들이 샤드니에게 인질로 잡혔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대공주는 차마 무어라 나무라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벌벌 떨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충분히 현명하신 분이시니......다른 곳에 소문은 내지 않으실 줄 알겠습니다. 아드님은 아직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계십니다. ‘아직은’ 말씀입니다.”
“도대체......무슨 짓을 한 거냐!”
대공주의 고함소리에도 내내 웃음만을 짓던 샤드니는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한마디 덧붙였다.
“근위대 고문의 고통도 이겨내셨던 분이시니......저로서도 그분을 이렇게 대하는 건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운 일이로나 그것이 그분과 영원히 함께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라면 당장의 괴로움은 기꺼이 억누를 자신이 있사옵니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린 대로 두 달 이내에 혼인을 동의해 주십시오. 그러시오면 황족으로서, 아니 미래의 황상으로서 어디에도 내놓을 수 있음직한 성대한 혼례와 격에 맞는 최대한의 지참금으로 충분히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말한 샤드니는 대공주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너무도 뜻밖의 상황에 머릿속이 아찔해진 대공주는 바깥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푸아킨 경! 푸아킨 경 어디 있나!”
“그때도 일을 이렇게 처리하셨어야 했습니다.”
창가에서 말없이 밖을 내다보고 있던 코리온의 뒤로 조용히 다가온 샤드니가 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하심 예킨터스 교수가 곧 도착하겠군요. 카렐 그놈과 함께요.”
“그들을 어찌할 거냐.”
굳은 표정으로 묻는 코리온의 앞에 다가선 샤드니는 이 아름다운 연인의 거칠해진 얼굴과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제 마음을 이해하시겠죠? 이미 저질러본 일이 있으시니.....”
코리온에게 닿을 듯 입술을 가까이 가져간 샤드니가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어찌할지는 더 잘 아실 텐데요.”
“근위대를 불렀나?”
흥분한 코리온의 턱에 힘줄이 불끈 일어섰다.
“학교에 공식방문이니 무장은 안하고 나올 테고......학장님께서 직접 안전을 약속하셨겠죠? 녀석의 목을 베어 황궁 앞에 걸면.......모든 건 없었던 일이 되겠죠. 주페 태자저하는 자식 같은 건 남긴바가 없던 것이고, 카렐은 그 아버지와 결국 똑같은 운명을 맞겠죠. 학장님께 당장은 조금 괴로우시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제게 고마워하시게 될 겁니다.”
코리온을 단단히 품어안은 샤드니는 그토록 어렵게 차지한 이 소중한 사람을 다시는 누군가에게---그것이 옛날에 죽은 주페 태자의 망령이든, 아니든간에--- 빼앗기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군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샤드니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마우스피스를 꺼내며 코리온을 문득 올려보았다.
“잠시 입을 다물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이 되면서 이 조용한 파예드 아카데미에도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어두워지면서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는 생도들과 대조적으로 꽤나 바삐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내 치안대 복장을 하고 있는 수백의 플레렌 가 제후군 병사들과 근위대 창병들, 사역병들은 학교를 빙 둘러 설치한 자기 와이어와 간이 에너지장벽을 확인하느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처럼 무명포 차림으로 돌아온 샤드니는 코리온과 함께 ‘사단의 탑’ 앞의 잔디밭에 서서 이들 병사들에게 하나하나 바삐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녀석이 착륙하는 대로 자기 와이어와 에너지장벽을 작동시켜라. 셔틀의 탈출로가 막히면 녀석은 틀림없이 도보탈출을 시도할 테지만 지난번 탈라스에서 보았듯이 창을 든 수백의 정예보병들로 밀집해 포위한다면 녀석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힘있게 대답한 보병 지휘관들이 잔디밭을 둘러선 회랑 쪽으로 일제히 흩어졌다. 회랑 안쪽에 매복한 보병은 무려 250명에 달하는 플레렌 가 최정예 창병들과 150여명의 근위대 보병들이었다. 그리고 ‘카렐을 넘겨주겠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베흔과 쿠베, 셈 역시 한쪽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리쿠 학장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군요.”
쿠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베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그리도 자신에 가득 차 있던 코리온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약간 멍 한 표정으로 지팡이에 기대 서 있었다.
“글쎄, 몸이 아파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베흔의 시선은 그런 학장과 대조적으로 정력적으로 뛰어다니며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샤드니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 역시도 플레렌 가에 오늘 무언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이상의 내용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플레렌 종가는 아직까지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고 표면적으로는 아무 이상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학장을 둘러싼 경호원들이 무척 많아졌군요.”
“뭐, 이상할 것도 없지, 지난번에 남부에서 그리 호되게 당했으니.”
쿠베의 질문에 베흔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웬만하면 평소같이 행동하시죠. 녀석들이 눈치라도 채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코리온에게 바싹 다가선 샤드니가 사뭇 위협조로 말했다. 코리온은 무어라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의 입 안쪽에는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도록 마우스피스가 굳게 채워져 있었다.
“행여......다른 생각은 않으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보시다시피 근위대들이 와 있죠. 녀석들이 눈치채면 어떻게 될까요?”
씨익 웃음지은 샤드니가 두 손을 단정히 모으며 코리온의 옆에 똑바로 섰다.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진 코리온은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샤드니가 코리온의 귀에 대고 다시 속삭였다.
“이 녀석들을 잡고, 오늘 저녁엔 서부제후들을 불러 저의 최고제후 등극과 학장님과의 약혼사실을 알리는 큰 만찬을 가질 겁니다. 함께 가셔야겠죠?”
샤드니의 일방통고에 코리온이 턱을 굳게 악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서도 이제 아무런 도리가 없었다. 아니, 당장은 그것보다 이곳에 ‘죽으러 찾아올’ 카렐과 하심이 더 큰 문제였다. 미소를 지은 샤드니가 숨을 크게 가다듬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됐는데 이 망할 놈이 왜 안 오는 겁니까?”
샤드니가 하늘을 올려보았지만 셔틀이 오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망연한 표정으로 서 있던 코리온에게 치안대 병사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지금 입구에 차 한대가 와 있습니다. 하심 예킨터스 교수님과 손님 두 분이 함께 계십니다.”
“차? 차를 타고 왔다고? 셔틀이 아니고?”
샤드니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회랑을 둘러싼 보병들을 둘러보았다. 셔틀을 타고 온다면 모르겠지만 카렐 정도의 감각을 지닌 가디언이라면 차 안에서 저렇게 매복중인 수백의 보병들을 잡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모두 회랑 옆 건물 안에 들어가 숨어있도록 해. 어차피 막아버리면 되니까.”
샤드니는 하는 수 없이 즉석에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장병기인 창을 쥐고, 건물 안에 숨은 보병들이라면 공격을 개시할 때 기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 뻔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베흔 일행은 원래대로 회랑의 기둥 뒤에 숨어 이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 교수 숙소 쪽에서 안쪽을 향해 들어오는 차 한대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엔가에서 빌린 듯 군데군데 칠까지 벗겨지고 찌그러든 허름해 보이는 차의 몰골에 샤드니가 내심 기가막혀하고 있었다. 별로 조심 같은 건 않는지 보통 속도대로 진입한 차는 코리온과 샤드니의 앞에서 정확히 멈춰섰다.
“오랜만입니다. 오라버니.”
뻔뻔스러울 정도로 웃음지은 카렐이 차에서 내려서며 왼손의 반지를 내보였다. 주페의 반지를 끼고 미소짓는 카렐의 모습에 코리온의 표정이 더욱더 굳어가고 있었다.
“몸 검사부터 해야겠다.”
코리온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카렐의 앞을 샤드니가 대뜸 막아섰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카렐은 그에게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였다. 이곳을 찾는 예법대로, 망토 속에는 아무 무기도 지니고있지 않았다.
“지난번에 테나토에서 날 구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우신지 모르겠소. 내 셔틀을 타고 바로 이리로 오려고 했는데 그 망할 셔틀이 워프비행 끝나자마자 고장이 나서......급하게 차를 빌리느라 장태자 체면에 품위 없이 저런 고물차를 타고 오게 되었지 뭐요.”
혼자서 명랑하게 떠드는 카렐의 옆에서 제네르 역시 사뭇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목발을 짚고 운전석에서 힘겹게 내려선 하심은 조금 멀찍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리온에게 급히 절을 올렸다. 코리온의 사뭇 굳은 표정에 카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나, 어제 초대할 때만해도 기분 괜찮으신 것 같더니, 갑자기 왜 또 죽상이 되신거요?”
카렐이 앞을 막은 샤드니를 가볍게 밀치며 코리온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카렐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샤드니가 갑자기 뒷걸음질치며 기둥 뒤에 숨어있던 베흔과 플레렌 가 가디언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제야 걸렸군!”
베흔의 큰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카렐이 급히 좌우를 둘러보았다. 코리온의 곁을 지키던 4명의 가디언들과 베흔, 쿠베, 셈까지 무려 7명의 가디언이 카렐을 향해 일제히 몰려들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의 가디언들은 신음하는 코리온을 끌고 사단의 탑 안으로 급히 사라지고 있었다. 회랑 사방의 4개의 문에서도 창을 든 병사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근위대 새끼들은 왜 와 있는거야!”
순간, 허리에 손을 가져간 카렐이 갑자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망토 속에서 주르르 풀려 나온 건 마치 허리띠처럼 감고 있던 요대검(腰帶劍)이었다. 카렐을 향해 정면에서 달려들던 플레렌 가 가디언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썅! 비켜!”
자신을 향해 내질러오는 3개의 칼을 몸을 휙 돌려 피한 카렐은 옆을 스쳐간 가디언의 팔을 힘껏 후려쳤다. 잘린 팔 사이로 솟구치는 피보라와 비명소리 속에 주저앉는 가디언의 머리를 훌쩍 뛰어넘으며 카렐이 끌려들어가는 코리온을 향해 계속 돌진해 들어갔다. 코리온의 애타는 시선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카렐에게 줄곧 멎어있었다.
“저놈이 감히!”
카렐에게 속았음을 깨달은 샤드니가 몰려나오고 있는 보병들과 가디언들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학장님을 지켜라! 빨리! 빨리!”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두 명의 플레렌 가 가디언의 칼을 왼손의 건틀렛으로 힘껏 쳐내며 카렐의 머리칼이 쭈뼛 곤두섰다. 연한 요대검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무작정 몸을 날린 카렐이 그 두 명의 가디언들을 배를 어깨로 힘껏 들이받았다. 충격에 튕겨난 한 가디언이 비명을 내지르며 정원의 관목들을 짓뭉개고 바닥에 뒹굴렀다. 카렐은 쓰러진 플레렌 가 가디언들을 내버려둔 채로 탑 안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 코리온만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분께서 오라버니를 지키라 하셨소!”
카렐이 올려친 칼날이 코리온의 어깨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그를 끌고 들어가던 가디언의 어깨와 몸통 사이를 정확히 갈랐다. 터져나오는 피에 코리온의 옷과 얼굴까지 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코리온을 잽싸게 낚아채려던 카렐은 그의 코앞에 떨어지는 플람베르주 날에 하마터면 오른팔을 잘릴 뻔하고 말았다.
“썅! 베흔 네놈!”
“제기랄! 도대체 너도나도 학장을 지킨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베흔이 힘껏 휘두른 칼을 훌쩍 뛰어넘어 코리온에게 다시 다가서려던 카렐은 쿠베와 셈에게 다시 앞이 가로막히고 말았다. 짜증이 난 카렐이 건틀렛으로 셈의 칼을 미끄러뜨리며 외쳤다.
“망할 놈! 1대1도 모르냐!”
“태자시라면서? 이젠 가디언의 ‘특권’도 버리셔야지?”
카렐의 요대검이 그다지 위력은 없음을 잘 아는 베흔이 쿠베와 함께 그를 공격하며 소리쳤다.
“꺼져!”
칼날을 타고 돌진해 간 카렐의 건틀렛 낀 주먹에 턱을 얻어맞은 셈이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뒤로 한참을 밀려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무려 400의 보병들이 이쪽을 향해 몰려들고 있는 이상 시간은 베흔의 편이었다. 가디언의 손에 끌려들어가던 코리온은 혼자 분투하는 카렐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제 컨디션은 아니거든?”
차 안에서 잽싸게 장검을 꺼내든 제네르가 하심을 공격하려던 샤드니의 시미터를 힘껏 쳐냈다. 샤드니의 공격에 기겁을 한 하심이 급히 차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가슴을 향해 내지르는 제네르의 날카로운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샤드니는 그와 똑바로 마주서며 이를 갈았다.
“망할 년, 옛날에 잡아들였을 때 없애버렸어야 했는데.....”
“흥분하지 마시지, 어차피 탈라스에서 또 볼 테니.”
몸을 휙 돌린 제네르는 보병들이 몰려들기 전에 잽싸게 차에 뛰어올랐다. 하심이 모는 차는 베흔을 비롯한 3명의 가디언들에게 둘러싸여 혼자 고전하고 있는 카렐을 향해 무작정 내달렸다.
“전하! 안되겠습니다! 물러나십시오!”
“제기랄!”
쿠베를 쳐내고 빠져나온 카렐이 어둑어둑해진 하늘과 수백의 보병들을 올려보았다. 코리온을 구하겠다며 더 이상 버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푸른색 간이 에너지장벽은 이미 작동되어 있었지만 북쪽 한군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이곳에 미리 잠입해있던 시로와 루토 녀석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틈새로 베네루스가 모는 아르다가 셔틀이 귀신같이 빠져들어왔다.
“타십시오!”
안에 타고있던 우베가 카렐 일행에게 와이어를 힘껏 집어던졌다. 차를 버리고 제일먼저 와이어를 붙든 제네르의 뒤를 이어 칼을 내버리고 하심을 한팔로 껴안은 카렐이 잽싸게 매달리자 바로 방향을 돌린 셔틀은 들어왔던 구멍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자기 와이어! 자기 와이어 어떻게 되었어!”
헐떡거리며 제네르를 쫓아온 샤드니가 보병대 지휘관에게 악을 쓰며 소리쳤다. 당혹스런 얼굴로 통신을 확인한 장교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게......오퍼레이터 녀석 목이 베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썅!”
샤드니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악을 쓰고 소리를 내질렀다. 녀석들이 이미 이곳 사정을 눈치채고 있었음이 확실했다.
“학장님은?”
“안전한 안에 모셨습니다.”
씩씩거리던 샤드니는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베흔을 무섭게 째려보았다. 씩씩대던 샤드니는 바닥에 떨어진 카렐의 요대검을 걷어차며 버럭 신경질을 부렸다.
“두고보자, 저 망할 놈. 탈라스에선 절대 살아나가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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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지 2차 출판에 관한 공지>
개인지 2차 출판(3,4권)에 대한 예약을 5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발행은 5월 20일경에 있습니다.1차 출판에서 그랬듯이, 예약기간이 지나면 약간의 책값 인상이 있습니다. ^^;;;
예약게시판은 http://vein.zio.to/ 로 동일합니다.
이번 출판에서는 지난 1차 출판에서 있었던 약간의 문제점을 보완해서
1) 일단 첫번째로 오타와의 전쟁(!!!!!) 을 선포하고 원고작업을 5월 초까지 모두 끝내 교정을 맡아주실 분들께 넘깁니다. 오타제로에 도전(....쿨럭;;)
2) 유조아 미공개분인 파트 4(정확히는 어덜에 일부 연재되다가 중단되었습니다.)가 포함되고, 삭제부분이 모두 복원되어 무삭제본으로 들어갑니다. 다만 이번에는 간결한 표현을 택하고, 진행을 늦추는 군더더기 부분을 최대한 삭제하는 것을 원고작업의 주안점으로 삼았습니다. (가위질과는 다른 의미인 것 잘 아시죠 ^^;;;)
3) 늘어난 분량.......ㅠ.ㅠ
- 3권 430~440페이지 정도, 4권은 450페이지 정도로 전의 책보다 10%정도 더 두꺼워집니다. (인쇄비의 압박이.... ㅠ.ㅠ)
4) 그리고 조판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수정이 있고, 처음으로 본문에도 그림이 들어갑니다.
5) 배송은 전량 주문박스배송
- 지난번 1세트 구매하신 분들 중 배송중 책이 손상된 경우가 일부 있어 교환해드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세트 구매하신 분들도 모두 박스로 포장합니다. (이미 시행중)
6) 우편배송방법의 변경
- 지난 출판에서 예약자 우편배송을 3일에 걸쳐 하다보니 제 몸이 절단났던 관계로...(쿨럭) 이번 배송은 조금 더 길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1~4권 예약도 가능합니다.) 이번 본배송에서 택배배송이 가능할지는 주문하시는 분의 숫자에 달렸습니다....(쿨럭)
<코멘트와 추천으로 힘을....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