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290화 (288/1,132)

< -- 290 회: Part 14. 매화는 봄을 기다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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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내무부 관료와 타르서스 직할군 사령관으로 있던 샤드니가 어느 날 학교로 코리온을 찾아온 건 주페 태자가 죽고 난 60년 후의 일이었다. 그 오랜 기간동안 샤드니는 정확히 3일마다 한번씩---심지어 타르서스의 원주민 소요사태로 전쟁터에 있던 기간 중에도---단 한번도 코리온에게 보내는 편지를 잊은 일이 없었다. 그 전에도 샤드니는 코리온을 종종 찾기는 했지만 이번에 큰 상자와 함께 그를 찾아온 샤드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져 있었다.

“눈에 익은 곳이군요.”

샤드니가 교수 관사를 둘러보며 중얼거리자 찻물을 우려내던 코리온이 짧게 대답했다.

“태자저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쓰시던 숙소네.”

침실 안을 힐끔 쳐다본 샤드니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코리온이 주페 태자와 함께 시간을 보냈을 그곳에는 이제 코리온 혼자 누워 잠들 자그만 침상과 허름한 침구가 조금 흐트러진 채 놓여있을 따름이었다. 차 두 잔을 들고 온 코리온은 한 잔을 샤드니의 앞에 내밀며 샤드니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

“여전하시군요.”

샤드니는 또다시 울렁거리는 가슴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조금은 앳되어 보이던 옛 코리온의 모습은 이제 매섭게 번득이는 갈색 눈동자와 크고 단단해진 체구 속에서 많이 변해있었다. 그리고 목에 둘러진 머플러에는 옛날, 주페 태자가 죽음을 맞았을 때와 같은, 4개의 줄이 그려진 응교의 머플러가 걸려있었다.

“조금......적적해 보이시는군요.”

찻잔을 손에 쥔 코리온의 입가에 갑자기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제 내 남은 평생은 학문과 함께 할 뿐이네.”

힘없이 대답하는 코리온의 등뒤로 쓰다만 책들과 이런저런 문서들이 어지러이 쌓여있었다. 샤드니는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110살이 가까워오는 이 젊은 대군은 이미 주페 태자의 문하교수였다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당당한 원리주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해 있었다.

같은 연배의 동기생들이 기껏해야 수찬 정도에 있을 나이에 이미 응교의 지위에 올라있는 그는 사실 너무 젊은 나이만 아니었다면 당장 이 명문학교의 학장으로 올라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만큼 학계에서 그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코리온을 종종 죽은 주페 태자와 비교하며 그의 ‘재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었지만, 주페 태자를 잘 아는 옛 동료나 학자들은 ‘싸움닭’으로 불릴 만큼 극도로 공격적인 성향과 다른 학파와의 타협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그의 지독할 만큼의 완고함은 ‘개혁적 비주류 원리주의자’로 불렸던 유연한 성격의 주페 태자와 절대 같을 수 없음을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이건 뭔가?”

코리온은 샤드니가 가져온 큰 상자를 힐끔 돌아보며 물었다.

“아, 이거는요......”

빙긋 웃음지은 샤드니가 코리온에게 그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내무부에서 일할 때 제가 재주 좀 부려서 되찾아온 겁니다. 대군마마께 드리는 선물이니 풀어보십시오, 기뻐하실 겁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상자를 풀어본 코리온은 갑자기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그 안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샤드니가 내용물을 차례차례 꺼내놓으며 말했다.

“이건......태자저하께서 근위대에 체포되셨을 때 입고 계셨던 옷입니다. 싸움이 꽤 격렬했었던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저기 많이 찢어져 있습니다. 그분 핏자국도 있고......이건 그분께서 마지막까지 쓰시던 칼입니다. 대군마마께서 선물하신 것이죠?”

주페의 손때가 그대로 남아있는 쿠크리를 조심스레 집어든 코리온은 항상 그의 허리춤에서 보이던 이 정든 칼을 붉어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맙네......샤드니.”

자리에서 일어선 코리온은 그 낡은 쿠크리를 방 한쪽의 선반 위에 세워놓으며 옛 생각이 나는지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를 따라 일어선 샤드니는 외로움에 지친 이 아름다운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며 또다시 입가에 웃음을 품었다. 너무도 긴 세월동안 주페만을 그리며 홀로 살아온 코리온의 공허한 시선은 그곳에 늘어져있는 주페의 유품들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젠 제가 대군마마의 동반자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코리온의 등뒤에 바싹 달라붙은 샤드니가 그의 어깨를 살짝 짚으며 말했다.

“난......저분을......”

“압니다. 저분을 얼마나 그리고 계신지. 저분의 원수를 갚고 그 뜻을 잇고자 하시는 대군마마의 다짐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다. 전......그것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할 따름입니다.”

코리온의 어깨에 뺨을 기댄 샤드니는 그의 체취를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샤드니는 주페의 죽음 직후 극도의 흥분과 적개심에 빠져있던 코리온에게 바로 접근해올 정도로 섣부른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감춘 채 보내야했던 긴 세월의 인내는 코리온에 대한 거의 집착에 가까운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어깨를 짚은 샤드니의 믿음직한 손길과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코리온이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마음을, 주페에 대한 자신의 이런 미련과 외로움을 이해해주고 모두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의 옆에 있었다. 최소한 그의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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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에 만찬은 얼어죽을 만찬.“

샤드니의 초청으로 마지못해 서부제후들의 만찬석상에 나타난 베흔은 또다시 카렐을 놓친 일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널찍한 플레렌 가 종가 대강당에는 200여명이 넘는 서부제후들이 모여 오늘의 늦은 만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호 가의 벨리크 부인과 발 가의 사우드 부인은 유명한 라이벌답게 곱지않은 시선으로 평소처럼 서로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나머지 서부제후들은 코리온의 등장만을 기다리며 단정한 태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요즘 샤드니 저놈하고 학장하고 손발이 어딘지 어긋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지난번에 테나토에서 카렐 놈 놓친 것도 그렇고......아까도 둘 사이가 조금 서먹해 보이지 않았습니까?”

쿠베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베흔이 술잔을 신경질적으로 확 들이키며 대답했다.

“그래, 녀석들 뭔가 이상하긴 해.“

베흔이 가늘게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샤드니 저놈 탈라스로 돌아가고 감시가 소홀해지는 틈 잡아서 언제 학장실 한번 잠입해서 뒤져봐야겠다.”

중얼거리던 베흔은 서부제후들이 갑자기 웅성대는 소리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리쿠 학장님 드십니다!”

사회자의 고함소리에 수백의 서부 귀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코리온, 샤드니와 두겐, 그리고 파예드 아카데미의 미다트 부학장이 앞문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탈라스에서 돌아온 아쉬드 하지즈 장군이 사뭇 밝은 표정으로 샤드니의 옆을 지키고 서 있었다.

“저 새끼 제대로 차려입었네?”

베흔이 푸른 비단포와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낸 샤드니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주빈 테이블 중앙에 코리온과 나란히 선 샤드니는 자리에 모인 서부제후들을 한번 죽 둘러보았다. 물론 베흔의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서 있는 코리온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두 가지 기쁜 소식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일먼저 입을 연 샤드니는 사뭇 밝은 표정으로 코리온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서부제후들은 이 자리의 가장 큰 어른인 코리온 대신 샤드니가 먼저 입을 열자 조금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창백한 얼굴에 병색까지 완연해 보이는 코리온을 대신해 샤드니가 말하는 것이려니 하며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었다.

“첫 번째로, 지난 5달간 혼란스러운 가문을 훌륭히 제 궤도에 올려놓으신 두겐 첸 플레렌 형님께서 오늘부로 최고제후직에서 물러나 본연의 학자의 지위로 돌아가시겠다 밝히셨습니다. 두겐 형님의 선양의사에 따라 지금 이 순간부터 제가 새 서부 최고제후가 되었음을 밝혀드립니다.”

뜻밖의 소식에 좌중에 서부제후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플레렌 가 종가에서 있었다는 ‘소동’ 소식은 대부분의 제후들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이 최고제후 교체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베흔 역시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쿠베가 그의 귀에 대고 급히 물었다.

“저놈이 정말로 선양받은 것일까요?”

“글쎄......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겠지만.......최소한 결과는 그것 비슷하게 나온 것 같군.”

베흔은 샤드니 옆에서 제후들에게 ‘작별인사’을 올리는 두겐을 살짝 흘겨보고 있었다. 베흔이 알기로서도 너무나 단순명료한 성격의 법학자 두겐 저놈은 지도자감이라기보다는 관료감으로나 잘 어울릴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딱히 자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큰 실정을 한 바도 없었다. 아니, 발 가를 제외한 나머지 서부제후들 모두를 ‘교리정치’ 어쩌구에 성공적으로 끌어들였고---물론 사실상 코리온의 작품이기는 했지만----, 이 혼란통에 유난히 원로들 입김이 센 플레렌 가를 이만큼이나 이끌어온 것만 해도 충분히 칭찬받고도 남을 일이었다.

눈치 빠른 서부제후들 역시 ‘선양’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미 결정나버린 것이 확실한 최고제후가의 권력암투에 감히 이러쿵저러쿵할 발칙한 하위제후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서부의 사실상 지도자인 코리온이 샤드니의 말에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지지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새 최고제후 샤드니 누라프 플레렌 공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5제후 이스마엘 가에서 제일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나머지 제후들도 차례대로 일어나며 큰 소리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2제후 세호 가의 벨리크 부인과 3제후 발 가의 사우드 부인이 뭘 씹은 듯한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박수를 치고 있는 건 저 구린내나는 권력교체에 대한 나름대로 소극적인 불만표현이었다. 그들을 못 본 척 한 샤드니는 가슴에 손바닥을 댄 채 그들 200여명의 제후들의 열렬한 환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겐 형님은 비록 최고제후에서 물러나시나 가문의 내치분야에서 계속 제게 힘을 빌려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맡던 군 사령관직은 우리 가문, 아니 서부 최고의 지휘관인 제4군단장 아쉬드 하지즈 장군이 맡게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인사이동이었는지 베흔도 별다른 표정변화는 없었다. 그의 궁금증은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의 코리온에게 줄곧 멎어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활짝 웃음지은 샤드니는 제후들의 박수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두 번째 사안은......이건 조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만......서부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어 이 자리를 빌어 함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자리에 앉아있던 코리온을 뒤에 서 있던 가디언이 짐짓 부축해주는 척 거의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일어선 코리온에게 바싹 다가선 샤드니가 그의 어깨를 ‘감히’ 다정하게 돌려안자 제후들 중 몇이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저희 신성한 서부와 제국 모든 유학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신 코리온 세닉 리쿠 대군마마와 새로이 서부 최고제후가 된 불초 본인이 이제 평생을 함께할 연을 맺기로 약조하였음을 늦었지만 여러분께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순간, 만찬장 안에 잠시 침묵이 번졌다. 코리온이 자의든 아니든 ‘제위도전’을 선언한 이상 윰 포고령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혼인을 서두르리라는 것은 그들도 예상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그 침묵의 시간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최고의 만남이시옵니다! 서부에 이런 대경사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축하드리옵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4제후 알리 경이 두 팔을 치켜올려 목울 울리는 특유의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알리 경의 뒤를 이어 나머지 제후들까지 두 팔을 치켜들며 목소리를 울리기 시작하자 만찬장 안은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함성소리에 휩쓸리고 있었다.

샤드니는 그들 보라는 듯 코리온을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그 오랜 기간 쉬쉬하며 감춰왔던 감정을 처음으로 만인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샤드니를 품에 안은 코리온의 마음 한구석은 날개를 잃어버린 스스로의 비참함과 주페 태자에게 바로 자신이 저질렀던 짓에 대한 죄책감이 어우러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70년간의 기나긴 애정은 그런 샤드니를 바로 증오하거나 적으로 간주해버리도록 쉽사리 놓아두지는 않았다.

“태어나 이렇게 감격적인 순간은 처음입니다.”

환호성 속에서 코리온의 목에 얼굴을 묻으며 샤드니가 낮게 울먹이고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갈등과 모순 속에서 코리온은 샤드니의 등을 꽉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신을 제위로 몰아붙이는 샤드니의 이 모든 독단을 이대로 용서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처절하게 원망하고 있었다. 바로 그의 옛 연인, 주페 태자가 자신에게 그러하였듯이, 샤드니를 설득해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아직 모든 것을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우리가 저 둘 사이에 불협화음이라고 그랬었나?”

멍해진 표정의 베흔이 서로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둘을 턱으로 가리키고는 무안해하고 있는 쿠베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세상에.....기가 막혀서.....내 원......”

코리온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떨어진 샤드니가 좌중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플레렌 가에서는 가디언의 피가 섞인 천박한 출신으로 감히 황족을 사칭하며 제위에 야욕을 드러낸 카렐 그자를 우리 서부의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전히 굳은 코리온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지만 샤드니는 짐짓 못 본 척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우리 가문은 그자의 목에 2억 골드의 현상금을 걸도록 하겠습니다. 살려서 잡아오든, 죽여서 머리를 가져오든, 아니면 그 어떤 죽음의 증거라도 무방하며, 그간의 모든 죄를 사해줄 것입니다! 전장에서 그자를 사살한 용사에게도 출신 지역과 소속, 동기여하를 떠나 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며 신분 1단계의 상승의 특전을 부여할 것입니다!”

제후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황실과 최고제후가문에만 엄격한 기준하에 극소수 할당되는 ‘신분 상승권’을 사람 한 명의 목에 건 것은 제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근위대에서 이미 건 2억 골드까지 합친다면 도합 4억 골드의, 웬만한 하급제후가문이라면 1년 총예산에 육박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샤드니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쪽에서 태연하게 술잔을 들이키고 있는 3제후 사우드 발 부인을 잠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한 카렐의 동맹세력인 사우드 부인 역시 샤드니의 저런 협박에 겁먹고 물러날 정도로 녹녹한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사우드 부인은 샤드니에게 뻔뻔스럽게 술잔을 들어 보이며 앞에 앉은 2제후 벨리크 부인 들으란 듯이 말했다.

“우리 가문은 다행히도 누구네 집안같은 돈벌레는 아니라오. 후훗. 4억 골드가 아니라 40, 400억 골드라도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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