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319화 (318/1,132)

< -- 319 회: Part 15. 밀집꽃을 짓밟지 말지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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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카렐이 묵을 숙소는 보통의 천막막사가 아니고 조립형 막사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이 막사는 시끄러운 곳을 유난히 싫어하는 카렐의 취향대로, 북적대는 본대 숙영지와는 조금 떨어진 호젓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십여 명의 슈트란 가 근위병들도 단단히 경계를 서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옛날부터 이런 건물을 꽤나 싫어하던 카렐은 얼굴을 조금 찡그렸지만 태자의 숙소라고 나름대로 특별히 신경 써 마련해준 깔끔한 집에 대고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늘밤은 혼자도 아니고 솔과 함께 지낼 테니 그간 누추한 막사에서의 생활에만 지쳐있을 솔을 위해서 하룻밤쯤 참아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침대 한 개를 더 놓았습니다. 솔 양은 1시간 전쯤 먼저 들어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았다.”

문을 열던 카렐은 탄탄한 금속제 문에 무려 3중으로 쳐져있는 잠금장치에 내심 황당해하고 있었다. 창문 역시 투창도 꿰뚫을 수 없을 정도의 특수한 강화유리에 철창까지 2중으로 채워져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살고싶지는 않은데,”

문 앞을 지키고 선 호위가디언 카토가 여느때처럼 뻣뻣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밤새 지키고 있겠습니다."

쓴웃음을 지은 카렐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 절벽 위에서 바툴 가 종가로 통하는 협로를 향해 한 무리의 하크로딘 가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 행렬 중간에는 붉은 비단포와 재칼이 새겨진 가문 머플러를 두른,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몰아가고 있었다. 낮은 한숨을 내쉰 카렐은 고개를 떨구며 숙소 문을 쾅 닫아버렸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카렐의 잠자리를 미리 정돈하고 있던 솔이 방 한쪽에 환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다.”

잔뜩 굳어있던 표정을 편 카렐이 거추장스러운 머플러를 벗어던지며 대답했다.

“자정 전에만 돌아오면 된다고 했더니 왜이리 일찍 돌아왔어?”

“그냥요......전하하고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자주 오나요.”

솔이 또 한번 그 환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카렐이 침대맡에 앉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구경은 많이 했어?”

“말들하고......여기저기서 온 사람들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 하는 것하고......유목민 막사 가니까 자꾸 이유도 없이 먹을걸 줘서 다 먹느라 혼났어요.”

“유목민들은 식사시간에 집앞에 지나가는 손님한테는 무조건 먹을 걸 권하는 게 전통이야.”

그제서야 자신이 곰팡이난 치즈만 배터지게 먹어야했던 이유를 깨달은 솔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크로딘 가 기병대 갔다가 웬 소대장인가가 자기 막사 구경 좀 하고 가라고 쫓아와서 도망쳤구요......북부용병대 갔더니 웬 이따만한 남자가 저 맘에 든다고 연락처 달라고 쫓아다녀서 혼났어요.”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솔의 모습에 카렐이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곳에서도 역시 솔은 얼굴값 제대로 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내 애인이라고 그러지?”

“아무도 안 믿던데요?”

“풋,”

카렐이 솔의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으며 그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바로 옆에 앉은 카렐의 체취가 느껴져 오자 솔이 떨리는 듯 고개를 조금 떨구었다.

“오늘은 내가 옆에 있으니 좋은 꿈 꾸고......잘 자라.”

“예......편히 주무세요.”

솔의 어깨를 한 번 꼭 껴안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난 카렐은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피곤한 몸을 눕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솔 역시 침대에 몸을 눕히며 큰 숨을 내쉬었다. 곧바로 잠이 들어버린 카렐과는 달리 솔은 무슨 이유엔지 오늘은 잠이 쉽게 오지를 않았다.

오랜만에 제네르와 다시 마주한 네자드 경은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아버지인 다히르 경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별채로 들어서는 제네르를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급히 달려나와 반가이 맞아주었던 그는 나란히 앉아있는 지금도 한 손을 제네르의 거친 손등에 다정하게 얹어놓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손에 남은 큰 흉터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다히르 경이 애써 웃음 띤 얼굴로 중얼거렸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아버님이 특별히 널 불러들이신 모양이니 오늘은 여기서 네자드하고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떠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내 여기서 눈치 없이 오래 앉아있을 필요가 없지......난 이 옆 별당에 있으마. 뭐 필요한 거 있거든 찾도록 해라.”

아버지 다히르 경이 눈치껏 자리를 비워주기가 무섭게 제네르에게 바싹 다가앉은 네자드는 그의 거칠어진 얼굴과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매만지며 한껏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해요......저도 어쩔 수 없이.”

“알아요.”

제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자드는 그런 제네르를 품에 꼭 껴안고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제네르 역시 그의 가슴을 가볍게 품어안았다.

몇 분이나 그런 채로 말이 없던 네자드가 제네르에게 얼굴을 기댄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쟁도 끝나고 결혼하면......글쎄, 아무래도 제가 황제령으로 가야겠죠? 당신은 황제령에서 일해야 할 테니......가문 일은 천상 그만두고 황실 관료 자리를 알아봐야겠네요. 아직 황제령에서는 살아본 일이 없는데......”

고개를 들고 제네르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던 네자드는 이 마주앉은 약혼자에게 천천히 입술을 가져갔다.

“잠깐,”

전장에서 다져진 감각이 갑자기 발동한 제네르가 뒤를 휙 돌아보았다.

“예?”

네자드에게 가만히 있으라 손짓한 제네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호지가 붙은 창밖으로 웬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앗!”

반사적으로 몸을 낮춘 제네르는 그만 바닥에 앉아있던 네자드를 깔고앉아 버렸다.. 째지는 마찰음과 함께 창을 뚫고들어온 투창이 방 한쪽에 세워져있던 병풍에 명중하며 그 끝을 부르르 떨었다.

“아악,”

몸을 낮춘 제네르가 얼른 이마를 싸쥐었다. 투창이 스친 그의 옆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에 나동그라진 제네르를 바라본 네자드는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는 까무러칠 듯 놀라고 말았다.

“비키세요!”

제네르가 네자드를 안전한 벽 쪽으로 거칠게 떠밀었다. 뒤이어 날아온 두 발의 투창을 가까스로 피한 제네르는 방 한쪽 구석에 떠있는 조그만 감시카메라를 그제서야 발견했다.

“이게, 뭐야.....도대체.....”

급히 뛰쳐오른 제네르가 카메라를 잽싸게 낚아채 발로 꽉 밟아버렸다.

“뭐, 뭡니까? 제네르?”

제네르에 밀려 방 구석에 쓰러져 있던 네자드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창호지문 밖으로 문을 향해 달려오는 무장한 경비병들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자, 자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 내린 제네르가 방문을 활짝 열었다. 별당 앞마당에는 이미 십여명의 병사들이 서 있었고, 문 앞에도 2명 정도의 슈트란 가 경비병들이 무기를 쥐고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자객이요! 카메라를 들여보내 놓고 밖에서 투창을 세 발이나 던졌소! 방향을 봐서 날 죽이려던 것 같소.”

제네르가 산산조각난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제네르의 손짓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달은 제네르는 멍해진 표정으로 그들 경비병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눈에 살기가 감도는 그들 경비병의 손에는 제네르의 가슴을 정확히 겨냥한 칼이 하나씩 쥐여 있었다.

“서......설마......”

“네자드 형님 때문에 쓸데없이 너무 조심해서 던졌던 모양이군.”

경비병들 뒤에서 투창이 든 퀴버를 달고 나타난 건 제네르의 눈에 이미 충분히 익은 사람이었다. 그의 남극성당 2년 선배이고 한때 페로의 보좌관이었던 보벤 경이 한 손에 미처 던지지 못한 투창 한 발을 든 채 서 있었다.

“보벤 네놈 감히 뭐 하는 짓이냐!”

성이 머리끝까지 오른 네자드가 이 무엄한 사촌동생에게 고함을 버럭 내질렀다.

“들어가......계십시오......”

제네르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앞을 무작정 막아선 네자드는 보벤 경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렇게 헛된 저항이라도 해 보려던 그는 사촌동생의 거친 힘에 밀려 다시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했다! 할아버님께서 아신다면 가만히 안 있으실 거다!”

다시 악다구를 쓰고 달려드는 네자드를 보벤이 안으로 거칠게 차내버리는 새, 제네르는 벽에 박혀있던 투창 중 한 개를 재빨리 뽑아들고 앞의 병사를 향해 내질렀다. 얼떨결에 배를 찔린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썅! 이년!”

허리에서 다치를 뽑아든 보벤 경이 채 덤벼들 새도 없이, 재빨리 뒤로 물러선 제네르는 병풍에 박혀있던 다른 투창을 뽑아 두 손에 쥐고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바닥에 쓰러졌던 네자드가 더듬거리며 밀어나 제네르의 앞으로 몸을 막아섰다.

“보벤 이 망할 새끼. 썅, 나부터 죽여.”

반대편 문까지도 확 열리더니 역시 무기를 든 두 명의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피로 물든 제네르의 얼굴에 순간 절망감이 번졌다. 두 개의 문이 모두 가로막히면서 이 좁은 별당 방에서 달아날 곳은 더 이상 없었다.

“빨리 비키십시오! 형님! 할아버님의 명이십니다!”

칼을 치켜든 보벤이 네자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네자드!”

밖에서 들려온 거친 고함은 네자드의 아버지 다히르의 목소리였다. 옆 별당에서 느닷없는 소란에 놀라 급히 달려온 그의 손에는 긴 장검이 쥐여져 있었다.

“보벤 네 이놈!”

신발까지 신은 채 마루에 뛰쳐오른 다히르 경은 자신의 아들과 제네르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는 보벤의 모습에 소리를 버럭 지르며 칼을 번쩍 뽑아들었다.

“할아버님의 명이십니다! 가짜태자 카렐 그놈에게 지금껏 가문, 아니 동부 전체가 속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동부를 배신한 년입니다! 할아버님의 명이니 형님은 빨리 비키십시오!”

“난 그런 명령을 받은 바 없다!”

다히르 경이 역시 칼을 치켜들며 보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제게 명을 직접 내리셨으니.....”

“지금 이 종가의 총책임자가 누군데 네놈이 감히 월권행위를 하는 건가!”

다히르 경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하오나 할아버님의 명령이.....”

“네놈이 감히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네 멋대로 굴다니!”

다히르 경의 호통에 보벤 경을 따르던 병사들까지 갑자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다히르 경 말마따나 샤자한 공 부재중의 종가 책임은 죽은 아르군 경 바로 밑의 동생인 그가 맡고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제대로 된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 헛갈리기 시작한 병사들이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했다. 짜증이 난 보벤 경이 할룩스를 뽑아들며 샤자한 공의 코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똑똑히 보시죠!”

공포에 질린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제네르는 다히르 경과 보벤 경과의 말다툼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동부 병사들을 조심스럽게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220년 전, 자신이 황궁에서 근위대들을 따돌리고 태자들을 구하려 시도했던 그 마지막 순간의 소름끼치는 반복임을 깨닫고 있었다. 비록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까지 다시 실패할 수는 없었다.

양옆이 모두 병사들에게 가로막혀 있음을 잘 아는 제네르는 자신의 정면, 뒷마당을 향해 뚫린 창을 야속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 역시 병사 한 명이 무기를 쥔 채 지키고 서 있었다. 제네르의 눈빛을 읽은 네자드가 조금씩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 때, 화면에 샤자한 공의 형상이 나타났다.

“가, 가요.....제네르......뒤는 신경쓰지 말고......”

네자드의 작은 속삭임에 제네르가 그의 얼굴을 휙 돌아보았다. 네자드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정면의 창을 막고 서 있는 병사를 향해 몸을 낮추고 돌진해 들어갔다.

“비켜!”

네자드의 느닷없는 모습에 놀라 무기를 치켜들었던 병사는 체중을 실어 달려온 그에게 허리를 받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네자드와 병사, 두 명의 몸이 순간 공중에 붕 떠올랐다.

“아악!”

병사가 반사적으로 휘두른 칼에 베인 네자드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사방으로 벌컥 솟았다. 하지만 네자드는 그 와중에도 병사의 허리를 움켜쥔 팔에 더더욱 힘을 주며 그를 꽉 내리눌러 제네르의 길을 터 주었다.

“빨리!”

순간 다리에 힘을 준 제네르가 정면의 창을 향해 돌진했다.

“뭐야! 저년 잡아!”

뒤를 휙 돌아본 보벤 경이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뛰어오른 제네르는 네자드와, 함께 넘어진 병사를 훌쩍 뛰어넘으며 뒷뜰 쪽으로 뚫려있는 창호지 창에 힘껏 몸을 내던졌다.

“악!”

창을 산산조각내며 뒷뜰 화단을 짓뭉개고 떨어진 제네르가 비명을 내질렀다.

“서지 못해!”

뒤쫓아온 보벤 경이 쓰러진 제네르를 보고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허둥지둥 일어난 제네르는 별채 뒷쪽, 쪽문을 향해 사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쪽문 반대편에서 경비병 한 명이 불쑥 모습을 나타냈다.

“에잇!”

공중으로 뛰어오른 제네르는 아직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던 녀석의 가슴을 무릎으로 내리찍어버렸다. 저항 한 번 못해본 채 일격을 당한 병사는 칼을 떨어뜨리며 뒤로 한참을 밀려나 쓰러졌다. 떨어뜨린 칼을 집으려 몸을 낮추던 제네르는 앞에서 들려온 쉿 하는 바람소리에 순간 아차 싶어졌다.

“악!”

문을 걷어차 닫으며 몸을 돌리려던 제네르는 옆구리 한쪽을 지지는 듯한 끔찍한 통증과 함께 뒤로 몇 발짝을 밀려나 넘어지고 말았다. 그의 옆구리 구석의 얇은 살을 꿰뚫은 투창이 바닥에 긁히며 소름끼치는 마찰음을 냈다.

“썅!”

바닥을 뒹군 제네르는 살이 찢기는 것도 아랑곳없이 투창을 잘라내 옆에 내동댕이쳤다. 순간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지금 아픔 따위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힘껏 움켜쥔 제네르는 비틀거리며 다시 방향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담과 담, 정원과 별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쪽문들이 뒤엉켜 거대한 미로를 이루고 있는 동부식의 이 어마어마한 저택은 도망치는 제네르에게는 차라리 은혜나 마찬가지였다.

“전하.....전하.......”

피가 쏟아지는 옆구리를 틀어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미로를 힘겹게 달리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 자신의 생사문제가 들어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자신이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는 서문이 아닌, 이 저택의 가장 중심에 있는 안채---아메스가 갇혀있을---를 향해 그 반쯤 광기어린 발걸음을 필사적으로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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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습니다. 오늘부터 2,3일간 발송을 위한 폐인모드에 들어갑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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