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324화 (323/1,132)

< -- 324 회: Part 15. 밀집꽃을 짓밟지 말지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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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크 사막의 카렐의 친위군 병영은 느닷없는 혼란에 휩싸여가고 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울린 비상연락에 허둥지둥 달려나왔던 라손은 순간 기가 막힌 장면과 마주했다. 검은 경갑주 차림의 무려 2백여 기병들이 나지크의 숙영지 중앙이 위치한 사령부를 향해 매서운 기세로 덮쳐들고 있었다. 그에게 ‘영내 반란이니 빨리 피하라’며 급박한 연락을 보냈던 슬레이프니르 2연대장과는 더 이상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저게 뭐야! 저거 슬레이프니르 2연대들 아냐!”

그들의 문장을 확인한 라손은 갑주조차 챙겨 입지 못한 채 허둥지둥 말에 뛰쳐올랐다. 슈트란 가에서 온 병력인 2연대에서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진 것이 확실했다.

역시 함께 달려나왔던 슬레이프니르 부단장 갈라크 도비치는 옆에 세워놓았던 말에 반사적으로 뛰쳐오르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썅! 1연대 총출동시켜! 저 반역자들을 잡으란 말이다!”

사령부 인근 슈로 기사단 막사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돌진해오는 그들의 목표는 바로 이곳, 라손과 갈라크가 있는 사령부 막사였다. 가까스로 말에 올라 몸을 피하는 그들의 뒤로 수십 발의 투창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불붙은 투창이 명중한 사령부와 부근 막사들 역시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고 있었다.

“아이! 썅!”

투창이 팔에 스친 라손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발리가 이끄는 50여기의 슈로 기사단 근위기병들과 20여명의 가디언들이 그들 반란병들과 즉시 접전에 돌입했지만 빠른 경기병들은 순식간에 양측면에서 사령부를 조여오고 있었다. 다행히 2연대장이 알려온 짤막한 연락 덕택에 라손을 비롯한 지휘부 인물들이 1차로 도망칠 시간을 벌 수가 있었다. 단 1,2분만 연락이 늦었더라도 모두 말발굽에 밟혀죽었을 급박한 상황이었다.

“빨리 피해요! 빨리!”

잠결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하심을 어깨에 짊어진 자이납이 쏟아지는 투창 사이를 귀신같이 피하며 라손에게로 달려왔다. 얼떨결에 투구만이라도 집어쓴 라손은 아무 창이나 집어들고 전사단 문관들이 허둥지둥 모여들고 있는 큰 막사 앞을 지키고 섰다.

“슬레이프니르 1연대, 1연대는 어디갔어!”

라손이 두 발의 투창을 쳐내며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다. 슈트란 가에서 온 2연대가 반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슬레이프니르에서 당장 믿을 수 있는 건 북부 출신의 1연대뿐이었다.

“라손 장군님! 장군님!”

피투성이가 되어 달려온 건 슬레이프니르 2연대장의 부관이었던 무장이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라손의 물음에 그 무장이 거의 다 넘어가는 숨을 가까스로 가다듬으며 외쳤다.

“본가, 아니 슈트란 가에서 저희 2연대에 이곳 지휘부를 모두 죽이고 반란을 일으키라는 특명이 내려왔습니다! 명령을 거부하고 장군님께 알렸던 연대장님과 참모 두 분은 반란에 가담한 십여명의 장교들에게 방금 피살당하셨습니다!”

라손의 머릿속이 순간 멍해져왔다. 샤자한 공이 반역을 꾀했음은 정치 따위에 그다지 밝지 못한 그로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하! 전하께선! 연합군 숙영지에 계시잖나! 요동에 있는 제네르는! ”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던 라손은 머리 위를 스쳐 지나는 1백여발의 투창을 휙 올려보았다. 1연대로 달려갔던 갈라크가 그새 1백여의 북부기병들을 모아 반격해오고 있었다.

“썅! 저 동부 반역자새끼들 모가지를 다 뽑아줄 테다!”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갈라크의 뒤로 군데군데 흩어져있던 북부 출신 슈로 기사단들까지 합류하면서 그 숫자는 순식간에 2백이 넘게 불어났다. 단 1,2분의 차이로 지휘부 공격에 실패한 2연대 반란병들과, 즉시 반격해온 북부출신 기병들 사이에 순식간에 난전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나지크의 카렐 친위군 병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상태에 빠져들었다.

“저는 이 더러운 모의에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지금 당장 저희 가문 병력을 이끌고 여길 떠나 나지크로 가겠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근위병의 창을 거칠게 쳐내버린 2제후 제르베 경과 4제후 나람 부인은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철없는 젊은 친구들 같으니......”

샤자한 공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샤자한 공 옆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3제후 플로브 경 역시 이 순간, 자신의 가문의 이익을 계산해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가문 소속이지만 도무지 도움이 되는 짓을 하지 않는 제네르는 어차피 그다지 필요성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 철없는 두 젊은 제후들의 뒤를 따라가서 손해를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순간, 바툴 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견례를 떠올린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망할, 그럼 그년하고 결혼시킬 필요가 없잖아? 당장......”

“그냥 놔두시오. 플로브 경.”

“예?”

“어차피 그년을 이곳에 잡아둬야 할 테니.”

그 때, 플랩을 걷고 뛰쳐들어온 슈트란 가 근위장교가 굳은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토로 로버넬 경이 먼저 눈치를 채고 그곳을 기습해서......카렐 그자가 달아났습니다.”

“뭐야?”

얼굴을 일그러뜨린 샤자한 공이 그 장교를 당장 잡아먹을 듯 쏘아보았다.

“하지만 함께 달아나던 토로 로버넬을 성공적으로 사살했습니다. 카렐 그자 역시 부상을 입은 듯 보였습니다. 샛길을 타고 절벽 밑으로 달아나고 있다고 하니 곧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샛길 아래쪽으로 경기병 100기를 파견했습니다.”

방금 나간 제르베 경과 나람 경을 머리에 떠올린 샤자한 공이 바깥을 급히 돌아보았다. 카렐이 살아서 달아났다면 저들이 자칫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었다.

“당장, 제르베 경과 나람 부인을 체포해라! 당장!.......그리고.......카이두 경을 불러오도록 해!”

“저어.....그리고......”

명령을 받은 장교가 급히 달려나간 후, 함께 온 다른 장교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

샤자한 공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오르도 슈트란 경께서 토로 로버넬의 손에 운명......하셨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샤자한 공은 순간 숨을 멎어버리고 말았다. 얼마 전 죽은 맏아들 아르군에 이어 증손자이며 가문 종손인 젊은 오르도까지 목숨을 잃었다는 말에 그의 머리로 온통 피가 치솟아오르는 듯 싶어왔다.

“으아아!”

충격을 받은 샤자한 공이 머리를 싸쥐며 처절한 고함을 내질렀다.

“그 썅놈의 새끼들! 토로 로버넬 그자의 시체를 갈갈이 찢어서 사령부 앞에 걸란 말이다! 썅, 전사단 새끼들 잡히는 대로 사지를 짓뭉개 죽여버릴 테다!”

얼굴을 감싼 채 울부짖는 샤자한 공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를 빠드득 갈던 샤자한 공이 장교의 멱살을 움켜쥐며 악을 썼다.

“병영이건 어디건 다 뒤쳐서 전사단하고 관련된 놈들은 남김없이 몽땅 잡아내! 썅! 사지를 토막내 죽여서 사방에 다 내다걸어!”

사령부 밖으로 급히 빠져나온 제르베 경과 나람 부인을 기다리며 서 있던 건 사령관 근위기병대장으로 있던 가말라 카잔 장군이었다. 건장한 체구의 이 거친 남자는 샤레이에서 플라칼 가를 상대로 용맹을 발휘했던 트라티누스 가 출신의 충성스런 젊은 무장이었다.

“무슨.......일이 있는 겁니까? 종장님?”

가말라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주군인 제르베 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슈트란 가에서 온 근위기병 1중대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2중대가 우리 가문 출신들이지?”

“그렇습니다.”

‘가문간’ 문제가 생긴 것임을 눈치챈 가말라가 힘있게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연합군’ 근위기병대장이 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를 악문 제르베 경은 함께 선 4제후 나람 부인을 돌아보았다.

무장으로서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 제르베 경이었지만 이런저런 전쟁으로 항상 자리를 비우던 기병장교이며 종장 어머니 밑에서 후계자 역할을 해온 만큼 최소한 통치 자체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번 결단은 겉으로 드러낸 남부와의 옛 원한 따위에 끌려서 내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동부와 남부와의 경계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영지, 샤레이는 동부와 남부와 손을 잡으면 당장 길목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곳이었다. 그곳에서 플라칼 가와의 전쟁이 끝난 지 채 50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부세력을 들여보낸다는 것은 어렵게 일궈낸 지난 승전을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에 수반될 내부저항 또한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을 터였다.

함께 나온 나람 부인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북동부제후’라고 불릴 만큼 북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그로서는 카렐과 등을 돌린다는 건 영지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북부계를 바로 적으로 돌리는 셈이었다. 그리고 가문 군사력의 중추를 맡고 있는 북부용병들 역시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그간 카렐에게서 특별한 총애를 받아온 이 둘로서는 그가 살아만 있다면, 이 기회에 서부까지 끌어들여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당연한 판단을 내렸던 터였다. 이것이 서부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힌 늙고 탐욕스런 최고제후와 이 젊은 종장들과의 차이점이었다.

제르베 경이 가말라 카잔 장군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2중대와 마랄루 보병대 1천 명을 이끌고 당장 태자전하와 토로 로버넬 경, 그리고 전사단과 관련된 인물들을 모조리 구해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요동에 있는 제네르 하크로딘 경도 곤경에 처했을테니 그쪽에 있는 군수본부 지원병력 동원해서 구출해내도록 해. 군수본부 병력은 즉시 샤레이로 철수한다. 이곳에 주둔한 우리 가문과 눌레딘 가 병력은 지금 즉시 나지크로 전원 이동한다.”

모든 상황을 눈치챈 가말라가 힘있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제르베 경이 짧게 한마디 덧붙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동부연합군’이 아니다. 알겠나?”

가말라는 제르베 경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를 알아들을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무장이었다.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베아트릭스는 옆에 잠들어있는 카라트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망신을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고, 탈란이 아닌, 자신을 사랑해주겠다던 그 약속조차 지키지 않은 카렐에게 그대로 ‘복수’를 해 주었으니 고소하다못해 속이 시원해야 했지만 지금 이 순간 남은 건 지독한 죄책감과 후회뿐이었다. 어쨌든 옆에 누워있는 이 오만한 남자는 이제 자신의 남편이 되어야 할 터였다.

지난밤, 내키지 않는 과제라도 해버리듯 거의 형식적으로 관계를 가진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끝나자마자 별다른 말도 없이 그냥 잠을 청해버렸던 터였다. 하지만 잠에서 깨 뒤척거리던 그는 이 남자와의 길지 않았던 관계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딴생각이 바로 그 ‘심상치 않은 연기’ 임을 이제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베아트릭스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겔을 나섰다. 시계는 새벽 2시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종가 사람들은 모두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한쪽의 공동세면장으로 다가간 베아트릭스는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는 맑은 정신으로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던 그곳에서는 이제 그다지 크지않은 흰 연기만 공기중으로 엷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꺼졌나보네......”

자신이 쓸데없는 데 너무 신경을 썼음을 깨달은 베아트릭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종가 한쪽의 절벽으로 다가가 맑은 공기를 들이켰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카렐이 갑자기 미치도록 보고싶어지기 시작한 스스로를 꽤나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 그렇지,”

어젯저녁 자신에게 왔던 토로 경의 연락을 머리에 떠올린 베아트릭스는 할룩스를 꺼내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잠결에 연락을 받으면 어지간히 짜증을 낼 터이지만 이 ‘열성파’ 무장은 공무이기만 하다면 시각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연락을 해대고, 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

자신의 할룩스에서 ‘알 수 없는 코드-사용불가’ 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조금 당황한 베아트릭스는 투덜거리며 기계를 품 속에 집어넣었다.

“망할 물건 같으니, 모래먼지만 먹더니 고장났나......다음번엔 서부 껄로 사야겠네.”

다시 절벽 밑을 내려다본 베아트릭스는 밑의 거대한 계곡에서 왔다갔다 하고있는 꽤 많은 시커먼 그림자를 발견했다. 스코프가 없이 잘 분간은 되지 않았지만 계곡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있는 기병들 같아 보였다.

“한밤중에 뭐 하는 짓이야.”

얼굴을 찡그린 베아트릭스는 절벽 위의 연합군 사령부를 다시 바라보았다. 희한하게도 모두 잠들어 조용해야 할 지금시각에 환한 불빛과 함께 마치 저녁시간같이, 아니 그보다 한술 더 뜨는 꽤나 요란스런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거대한 병력수송선이 떠오르고 있는 황당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른 수송선---트라티누스 가 문장을 달고있는---은 베아트릭스의 머리 위를 지나 나지크가 있는 남쪽하늘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령부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있음을 눈치챈 베아트릭스는 협로 위에서 멍한 얼굴로 내려오고 있는 할아버지 카이두 경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할아버님?”

새벽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린 베아트릭스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베아트릭스의 표정에 결국 고개를 떨군 카이두 경은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하다......베아트릭스.”

“예?”

풀죽은 카이두 경의 등뒤로 탈란이 이끄는 바툴 가 정예 궁기병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베아트릭스를 무표정하게 한 번 응시했던 탈란은 적어도 500여명은 되는 가문 최정예 궁기병들을 거느린 채 그의 옆을 스쳐지나 계곡 밑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꼭 제가 찾아내서 가문에 큰 힘이 되겠습니다, 아버님. 걱정 마십시오.”

굳은 표정의 카이두 경은 적장자의 자신만만한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명심해라......넌 바툴 가 용사라는 걸......”

“예!”

힘있게 대답한 탈란은 말에 박차를 가하며 계곡 밑으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5백여 궁기병들 역시 그의 뒤를 이어 요란스런 흙먼지를 날리며 멀어져갔다.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는 베아트릭스에게 다가온 카이두 경은 그의 어깨를 짚으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종장으로 명령하겠다. 내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종가를 절대 떠나지 마라.”

“예?........무슨 말씀이세요.......내일 아침에 나지크로 돌아가야 되는데......”

“갈 필요 없다.”

베아트릭스의 표정이 조금씩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그의 어깨를 힘주어 꽉 붙든 카이두 경이 말을 이었다.

“어제 저녁에 토로 경이 죽었다.”

순간, 숨이 탁 막혀온 베아트릭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젯저녁 자신이 놓쳐버린 토로 경으로부터의 연락을 머리에 떠올린 그는 자신 때문에 그가 죽은 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가고 있었다.

“제네르 하크로딘 단장도 요동에서 죽었다는 것 같다.”

“무, 무슨......”

“카렐 태자는......막사에 불을 질렀는데 토로 경 덕에 용케 탈출했다는구나......하지만 온몸에 중상을 입었다고 하니......아직 여기 부근 어딘가에 있을 거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고.....”

순간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베아트릭스는 아직 연기가 오르고 있는, 절벽 위를 다시 한번 휙 돌아보았다.

“그......그럼......어젯저녁에......”

“샤자한 공이.......태자 수색을 도와달라 하더구나. 그래서 탈란을 보냈다.”

“제가, 제가 나가겠습니다! 제가 당장 나가 그분을 구해오겠습니다! 슬레이프니르를 불러서......”

마구간을 향해 뒤로 돌아서려는 베아트릭스의 손목을 카이두 경이 거칠게 붙들었다.

“무슨 말인지 아직 이해를 못 하고 있구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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