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26 회: Part 15. 밀집꽃을 짓밟지 말지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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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긴급한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얼떨결에 떠맡고 만 라손은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2백여 기병들이 일으킨 반란은 2연대장의 살신성인과 재빠른 대처 덕택에 가까스로 진압될 수 있었지만 이제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특히나 슬레이프니르 같은 경우는 북부 출신의 1연대와, 이번 반란에 합류하지 않았던 2연대 나머지 기병들이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면서 라손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와중에 갈라크 도비치 부단장은 당장 카렐을 구하러 가겠다며 출동명령을 내려달라고 그를 재촉하고 있었고 네피도 딸과 카렐을 찾으러 가겠다며 거의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슈카른 계곡을 떠난 트라티누스 가와 눌레딘 가 병력들까지 무더기로 들어오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었다.
“당장 가겠다니까요! 1연대는 북부기병출신들이니 상관없습니다!”
“지금 트라티누스 가하고 눌레딘 가가 찾고있으니 슈카른 계곡은 그네들한테 맡겨 둬. 이젠 적지인데 우리가 출동해서 좋을 것 없어.”
“그놈들도 결국은 동부놈들인데 어떻게 믿는다는 겁니까!”
갈라크의 생떼에 라손이 얼굴을 찡그렸다. 사실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슬레이프니르였다. 동부에서 정확히 누가 반란세력이고 누가 아닌지도 불분명한 이 상황에서 북부 출신 1연대, 슈트란 가 출신 2연대와 바툴 가 출신 3연대로 이루어진 슬레이프니르는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도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들을 이끌어야 할 베아트릭스 역시 연락두절상태였고, 더 큰 문제는 그 역시 이번 반란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바툴 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바얀 부단장님.”
골머리를 썩던 라손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 건 막사 안에서 매일같이 책이나 읽어대고 있던 원리주의 유학자 선생님 하심이었다. 짜증이 있는 대로 돋아있던 라손이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왜요?”
“바툴 가는 자의로 이 모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예?”
“이번 역모의 원인은 서부와 관계가 있을 겁니다. 전하께서 서부와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전후 자신의 몫을 걱정한 샤자한 공이 더 큰 몫을 제안한 근위대의 수작에 넘어갔을 겁니다. 그에 비하면 하급제후 바툴 가는 역모에 가담해서 얻는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도리어 황빈후보로 지원하던 탈란과 슬레이프니르의 베아트릭스 경이 기득권을 잃게되니 손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요?”
“그런 의미에서 슬레이프니르 3중대는 아직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 그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툴 가에 머무르고 있는 베아트릭스 경을 통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도모하심이 좋을 것입니다. 그들이 이곳 탈라스의 공식적인 주인인 이상, 바툴 가의 지지 여부는 전사단이 동부에서 저항을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하심의 차근차근한 설명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라손이 되물었다.
“하지만......남-서부 연합군 병력에 이번에 배반한 동부연합군까지 가세하면 우리가 기껏 이 정도 세력으로 탈라스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당장 오늘부터 남-서부가 분열해 싸움을 시작할 겁니다.”
하심의 예상에 라손이 잠시 멍 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그에게 굳은 미소를 지어보인 하심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전하를 찾는 작업은 트라티누스 가와 눌레딘 가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겁니다. 샤자한 공 입장에서 우리는 무조건 적이지만 저들 두 가문은 전하만 제거하면 다시 설득해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두 가문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 들 것이니 우리가 직접 나서서 교전상황으로 확대시키는 것보다는 그편이 낫습니다. 사막에서 수색능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자이납과 가디언 시로를 보내 돕도록 하십시오.”
“그리고요?”
라손은 눈앞이 깜깜해 보이던 그 상황에서 뜻밖에 등장한 이 든든한 조력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띤 하심이 말을 꺼냈다.
“저를 바툴 가에 보내주십시오. 제가 카이두 경을 설득해 다시 전하를 따르도록 만들겠습니다.”
“하지만......위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억류라도 당한다면......”
“이런 위급상황에서 그 정도 위험이야 당연히 감수해야겠죠.”
두 손을 앞으로 단정히 모은 채 침착하게 대답하는 그의 너무나 단호한 태도에 라손도 차마 안된다며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동부연합군 사령부로 뒤늦게 돌아온 페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들어 있었다. 자신이 종조부 샤자한 공의 손에 철저히 농락당했음을 깨달은 페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령부 막사 문을 거칠게 걷어차고 들어온 페로는 안에 말없이 앉아있던 샤자한 공과 플로브 경, 5제후 카나 가의 구디엔 경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증손자의 죽음에 충격에 휩싸여있던 샤자한 공이 입가에 억지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격앙된 페로는 악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있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총리각하께도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각하께서도 지금의 지위를 보장받으실 것이고 군비통제가 풀린 동부가 이전보다 더 강력히 지원해드릴 것이니......”
샤자한 공의 설명 따위는 한귀로 흘려버린 페로가 이를 악물여 말했다.
“이 탐욕스런 썩을 노인네 같으니.”
페로의 무례한 말투에 얼굴을 살짝 찡그렸던 샤자한 공이 다시 말했다.
“아메스의 안전도 보장받았습니다.”
페로가 갑자기 이를 빠드득 갈며 물었다.
“허, 안전? 내가 지금 제네르 경과 통화를 하고 왔는데, 안전이라고?”
순간 굳어져버린 샤자한 공의 얼굴에 지독한 당혹감이 스치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뜬 페로가 샤자한 공의 멱살을 덥석 움켜쥐었다. 막사에 모여있던 슈트란 가 근위병들이 일제히 창을 겨누자 페로를 따라온 킵과 페다이를 비롯한 가디언들 역시 질세라 칼을 뽑아들었다. 특등급이 포함된 5명의 가디언들에게 감히 덤벼봤자 이곳에 모인 십여명의 근위병들과 제후들 역시 모두 몰살이나 마찬가지였다.
“지, 진정을 하시고......”
목을 붙들린 샤자한 공이 막혀오는 숨을 가까스로 참으며 페로에게 손짓을 보냈지만 페로는 그의 목을 더 세게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태자가 죽을 뻔했고, 아메스가 손목을 잃었는데 날보고 참으라구?”
“그, 그자는 태자가 아닙니다. 각하께서도 속으셨던 겁니다.......”
샤자한 공이 가까스로 가리킨 자료를 건성 돌아보았던 페로가 순간 움찔 하고 말았다. 부들부들 떨리던 페로의 손은 샤자한 공의 멱살을 어느새 스르르 놓고 있었다.
“보셨다시피 그자는 태자가 아니고 주페 그자의 사생아에 불과하니......”
멍 하니 선 채 한참동안 말이 없던 페로가 다시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요.”
페로가 이를 드러내며 샤자한 공을 다시 노려보았다. 샤자한 공과 보벤 경을 일찌감치 거세해야 한다고 일찍부터 자신을 설득했던 카렐에 대한 지독한 죄책감이 눈앞의 이 늙은이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대신 나타나고 있었다.
“썅!”
대뜸 주먹을 치켜든 페로는 눈앞의 이 최고제후의 턱을 향해 그 분노와 뒤섞인 일격을 내리꽂아버렸다.
“악!”
비명을 지른 샤자한 공이 한참을 튕겨나 막사 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동그라지면서 막사 안은 또다시 격한 흥분과 긴장에 휩싸였다.
“씨발, 내가 이따위 배신자 가문의 피가 섞였다니! 썅! 이 우라질!”
씩씩거리던 페로가 뒤로 휙 돌아서며 말했다.
“나중에 이 대가가 어찌 돌아오든, 당신의 탐욕 때문이라는 걸 명심하시오.”
문을 힘껏 걷어차며 나가버리는 혈기왕성한 젊은 종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샤자한 공은 잘 알고있었다. 일단 카렐만 죽여버린다면 저렇게 큰소리를 치고 나간 페로도, 도망가버린 두 가문도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힘드시죠? 조금만 참으세요, 저 군인들만 떨어져주면......”
무거운 카렐을 힘겹게 부축해가던 솔이 그의 허리를 꽉 붙들며 말했다.
“떨어지지 않을 거다......내 시체를 발견할 때까지는......”
카렐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군데군데 심각한 화상을 빼면 아주 치명적인 외상은 없었지만 뜨거운 열기로 기도에 손상을 입은 카렐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 채 검은 그을음이 섞인 침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움직이던 카렐은 목이 마른지 연신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었다. 그을음과 진물로 범벅이 된 카렐의 얼굴에서는 빛을 잃어 가는 희미한 회색 눈동자만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절벽 중간쯤에서 샛길을 빠져나와 가파른 절벽을 구르듯 내려온 둘은 위장포를 겸한 카렐의 검은 망토 덕택에 경기병들의 눈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계곡 북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지크에 주둔한 친위병력과의 연락수단마저 끊겨버린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그것이 전부였다.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 카렐과 솔은 깊은 슈카른 계곡을 타고 별다른 기약도 없는 걸음을 계속 옮기고 있었다.
“남부제후군에 쫓기던 리쿠 학장 심정이 이랬겠지.....”
허탈한 웃음을 지은 카렐은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솔의 지친 얼굴을 문득 바라보았다.
“네 짐만 되다니......면목이 없구나.”
솔의 눈시울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솔의 머리를 가만히 어루만져준 카렐은 그의 머리칼에 코를 대며 그 향기를 가슴깊이 들이켰다.
“이렇게 살을 계속 맞대고 있는 게 얼마만이냐.”
카렐이 그의 머리에 얼굴을 부비며 말하자 솔이 억지스런 웃음이나마 지으며 카렐의 옆구리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카렐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상황이 조금 나았다면 훨씬 좋았을걸 그랬구나.”
“계속 갈 수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내가 못 버티면?”
“......그럴 리가 없어요.”
솔의 거칠어진 뺨을 부드럽게 매만지던 카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 하나 있는데......들어준다고 말해주렴.”
“뭔데요?”
“들어준다고 말해.”
카렐을 올려보며 눈살을 잠시 찌푸렸던 솔이 작게 대답했다.
“알았어요......너무 얼토당토않은 것만 아니면요,”
“그런 거 아냐.”
미소지은 카렐은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단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가다가......적을 만나서.....살 가망이 없어지거든.....네가 이걸로 내 목을 찔러다오.”
자리에 우뚝 멈춰선 솔이 갑자기 카렐을 매섭게 올려보았다.
“세상에, 그런 말도 안되는.....소리가 어딨어요?”
“내가 적들에게 잡혀죽는 치욕을 당했으면 좋겠냐.....그 잔혹한 방법으로.....”
카렐이 잔잔한 미소를 띤 채 대답하자 입술을 굳게 악문 솔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가 뜨는구나,”
카렐이 훤하게 밝아오는 동쪽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치 않은 몸, 사방을 수색하는 동부기병들과 화상에서 오는 지독한 고통과 갈증, 그리고 그보다 더 그를 괴롭히는 절망감과 씨름하며 이곳까지 온 카렐은 이제 거의 탈진상태에 빠져있었다. 힘겹게 걸음을 재촉해온 카렐과 솔은 깊고 험한 슈카른 계곡이 끝나는 북쪽 경계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까지 씨름하며 온 둘의 앞에 펼쳐진 건 돌조각만이 사방에 흩어진 누렇고 황량한 사막뿐이었다.
“600스타디아 북쪽에 캐러밴들이 사용하는 길이 있더구나.”
“그럼 가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솔의 모습에 카렐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런 속도로 그곳까지는 걸어서 꼬박 이틀은 넘게 걸릴 길이었다. 이틀 동안 버틸 수도 없는 건 물론이려니와 행여 운 좋게 도착한다해도 그 ‘길’은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솔이 상상하듯 ‘뻥 뚫린 잘 다듬어진 도로’가 결코 아니었다. 사막 유목민들이 지나는 그 ‘길’은 2, 3일, 운 좋으면 하루에 한 가족 정도가 그 ‘일대’를 지나 어디론가로 간다는 정도 의미일 따름이었고, 특별히 다니는 정해진 도로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곳이었다.
“이런.....”
동쪽과 남쪽에서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거친 말발굽소리를 느낀 카렐이 이를 악물었다. 그 속도나 강도로 보아 매우 빠른 경기병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 둘에게 몸을 피할 시간은 그나마 더 줄어드는 셈이었다. 카렐의 손짓을 받은 솔이 왼쪽의 가파른 절벽 밑으로 카렐을 부축한 채 급히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차 오기 시작한 카렐이 거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제발, 제발,”
솔이 고통스러워하는 카렐을 올려보며 그를 안은 팔에 더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 둘의 필사적인 기원으로도 빠르게 다가오는 기병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미 훤하게 밝아온 하늘 밑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이 둘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카렐은 뒤를 쫓아온 기병들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카렐 님......”
솔이 카렐의 손을 꼭 붙들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이 둘을 바라보고 있는 건 다름아닌 바툴 가 소속 정예 궁기병들 5명이었다. 그들은 1스타디아쯤 앞에서 더 이상 접근도 하지 않은 채 휘청거리는 카렐과 솔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툴 가 사람들인데.......저흴 공격할까요?”
“모르겠다.......”
카렐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동쪽 하늘에서 사막의 뜨거운 뙤약볕이 쏟아지면서 절벽을 등지고 선 카렐과 솔의 머리 위로 긴 그늘이 드리웠다. 계곡 끝에 비스듬히 솟아있는 거대한 기둥 모양 바위는 마치 큰 소나무처럼 이 둘의 머리 위와 등 뒤를 감싸주고 있었다.
“또 와요......이번엔 사방에서......”
솔이 카렐을 올려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계곡 안쪽에서, 사막 쪽에서. 흩어져 카렐을 수색하고 있던 5기 단위의 기병들이 이곳으로 벌떼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카렐은 계곡 한쪽에서 말을 몰아 급히 달려오고 있는, 누런빛 망토의 지휘관인 듯한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타, 탈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망가진 몸으로 솔에 기대 서 있는 카렐을 발견한 탈란이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떨어져라! 분대별로 산개해 주변을 감시해! 연합군놈들 접근을 막아! 여기 있지 말고 모두 흩어지란 말이야!”
귀에 익은 탈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카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군을 막으라는 탈란의 명령에 바툴 가 궁기병들이 이 일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
카렐이 솔의 목을 가볍게 안으며 감격스런 목소리로 속삭였다. 솔 역시 카렐에게 자신 외의 다른 여자가 있었음을 처음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5기 정도의 호위기병들만을 동반한 탈란은 부하들이 모두 주변으로 흩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카렐을 향해 천천히 말을 돌려세웠다. 밤새 서둘러 달려왔는지 그의 갑주 위에 흙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었다. 헐떡거리는 카렐과, 말에 오른 탈란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카렐이 그를 향해 힘겨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와주었소, 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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