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31 회: Part 16. 내 아버지 곁의 고결한 소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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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다리에 박혀있는 검정색 투창 모양이 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자네 가문 사람들이 쓰는 것 같은데.”
카렐이 들어간 수송선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제네르가 베아트릭스에게 갑자기 말을 던졌다. 굳은 표정의 베아트릭스는 같은 탈라스 출신 전사의 그 매서운 시선을 조심스레 피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쯤 전에 탈라스에 도착한 제네르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에 간단한 응급처치만을 해 놓은 채 병상도 아닌 의자에 앉아 상황을 직접 수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카른 계곡과 인접해있는 나지크는 방어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페로의 지시로 전사단과 트라티누스 가, 눌레딘 가, 바툴 가 병력 전체는 그로부터 꽤 떨어진 남반구 고위도의 기르기트 고원으로 비밀리에 이동해 가는 중이었다. 나지크에 그대로 있다가는 언제 샤자한 공의 동부와 남부의 파상공격에 직면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제네르와 함께 도착한 아메스 역시 임시로 사용할 의수설치와 재생시킬 조직 채취를 위해 수송선의 다른 수술실에 들어가 있었고, 카렐과 함께 도착한 솔도 손과 등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작은 수술실에 실려 들어간 상태였다.
“맞습니다.”
제네르의 질문에 베아트릭스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제네르가 소름끼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던졌지?”
“......”
“전하께서 말하지 말라 하셨겠지?”
제네르의 지적에 베아트릭스가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문 제네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앉아있는 탈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손바닥을 단검에 관통당한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전사단 의료진들의 정성스러운 치료를 받으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후송되기 직전, 카렐은 베아트릭스와 솔에게 뜬금 없이 두 가지 명령을 내렸던 터였다. 자신의 다리를 꿰뚫고 있는 자리드의 손잡이를 당장 잘라내 버릴 것과,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일체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한 카렐은 그 명령의 의미를 눈치채며 놀라고 있는 베아트릭스에게 엷은 눈웃음을 지어보였을 따름이었다.
“전하다우신 명령이군.”
제네르가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사실이 알려지면 자네나 바툴 가 입장이 꽤나 난처해질 테니......”
“......탈란 이모를......벌하실 겁니까?”
고개를 떨군 베아트릭스가 중얼거렸다.
“물론 그 일족을 멸하고도 남을 대역죄이지만......전하의 결정을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
“이제 전하께서 자넬 얼마나 아끼시는지 알겠는가? 전하를 믿지 못했던 자네를 말이야.”
고개를 떨군 베아트릭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색이 된 하심과 카이두 경이 달려온 건 그때였다. 카이두는 손을 치료받으며 앉아있는 딸 탈란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공포에 휩싸여있던 탈란은 아버지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전하께선? 괜찮으신 거야?”
하심의 질문에 제네르가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 전에 들어가셨어. 왼쪽 다리에 화상이 너무 심해서 한동안 걷기 힘드실 것 같아. 게다가 투창에 근육까지 손상되었고.....기도 화상 때문에 호흡장치 없이는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드셔.”
한숨을 내쉬던 제네르는 수송선 한쪽에서 문을 때려부술 듯한 기세로 나타난 시로의 모습에 자기도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 잠깐만.....”
한쪽의 빈 병실로 의자를 밀고 들어간 제네르는 문을 잠그고 허둥지둥 따라들어온 시로의 조금은 격한 포옹에 짧은 비명소리를 내고 말았다. 바닥에 꿇어앉은 이 거친 가디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말없이 흐느끼고만 있었다.
“괜찮아, 시로. 이제 다 괜찮아.”
시로의 얼굴을 꼭 껴안으며 제네르가 마치 달래주듯 속삭였다.
“이젠 혼자 가지 말아요, 제발..”
제네르의 가슴을 더듬던 시로는 그의 뺨과 입술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며 그 강건한 팔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제가 이제 연인이 되어드리면 되잖아요? 그렇죠? 예? 저도 다른 시민 남자들처럼 다 할 수 있다구요.”
쓴웃음을 지은 제네르는 시로의 검은빛 뺨과, 가는 곱슬머리를 깨끗이 밀어낸 머리, 그리고 단단하게 다져진 그의 강철같은 근육질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 선하고 맑은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얼굴을 가로지른 그의 깊은 흉터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난 정말 복이 많은 사람 같아.”
응급수술만을 서둘러 마치고 눈을 가늘게 뜬 카렐은 병상 옆에 나란히 꿇어앉아 있는 3명의 제후들과 장교들을 죽 바라보았다. 가말라 카잔 장군을 동반한 제르베 경과, 북부용병대장과 함께 온 나람 부인, 그리고 탈란, 베아트릭스와 함께 와 있는 카이두 경을 번갈아 바라본 카렐은 갑자기 통증이 몰려오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뒤에 선 탈란은 시선을 아무 곳에도 두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할 수는 있는 거야? 참을 만 해?”
머리맡에 서 있던 페로가 걱정스럽게 묻자 카렐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페로는 짧아진 카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상 치료를 위해 목이 훤하게 드러날 정도로 깎아버린 그의 머리칼은 그 아름다운 적갈색 광택을 모두 잃은 거칠어진 모습이었다.
“페로......이제부터 네가 사령관을 맡아야겠어.”
“응.”
페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책임이 바로 스스로에 있음을 그 역시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카렐은 이곳에 실려 온 이후, 그 문제에 관해 단 한번도 입을 연 일조차 없었다.
“그리고......2제후 제르베 경이 참모장을 맡아서 전반적인 운영을 맡도록 하고......나람 부인이 보병사령관을 맡아주시오.”
“알겠습니다.”
최고제후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 두 명의 제후들이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맹군’ 보병대를 맡게 된 나람 부인은 이곳에 도착한 이후 죄책감에 내내 시무룩해져 있는 페로를 힐끔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렐이 이번에 시선을 돌린 건 가말라였다.
“그리고 가말라 카잔 장군은......전사한 토로 경의 뒤를 이어 정규 기병대를 지휘하도록 하시오.”
입술을 굳게 깨문 가말라가 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자리에 꿇어앉았다. 토로 경의 이름을 말하는 카렐의 눈꼬리가 조금 축축해지고 있었다. 사실 정규 기병대라고 해봤자 이제 남은 건 2천기의 중장기병과 3천기의 경기병이 전부였다.
“유목민 용병대는 어느 정도 이쪽으로 왔지?”
카렐의 질문에 페로가 얼른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 셀림의 중기병 3천은 제르베 경을 따라 함께 왔고, 탈라스 궁기병 5천은 카이두 경을 따라왔어. 경기병 2천까지 합치면 유목민 기병은 1만 정도 돼.”
“그쪽은 일단 카이두 경이 계속 맡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카이두가 바닥에 납죽 엎드리며 대답했다.
약간의 어색한 시간이 지난 후, 굳은 표정의 베아트릭스가 입을 열었다.
“슬레이프니르 2연대를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그의 질문에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버리고 있었다. 슈트란 가 근위기병대 차출병력인데다가 반란까지 일으켰던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지금 전사단에서 당면한 가장 큰 문젯거리중의 하나였다.
“모조리 목을 쳐서 저 배신자들에게 선물로 보내줘야 합니다! 아니, 장교들은 거열형에 처해서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합니다! 감히 전하께 반기를 든 놈들을 어찌 처리할지는 뻔한 것 아닙니까!”
그의 말에 다른 북부 출신 무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반란에 가담한 건 2백명 뿐이네.”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제네르가 일침을 놓았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얼떨결에 이 자리에 함께 한 탈란의 어깨가 들썩하고 있었다.
카렐이 무표정하게 물었다.
“샤자한 그놈이......2연대장에게 반란지시를 내렸다고?”
“2백명 정도의 기병들이 그에 동조해 저와 도비치 부단장 암살과 주요 시설에 방화를 기도했고, 전하께서 돌아가셨다는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반역도 중 70명을 죽였고 130여명을 생포했습니다.”
라손의 대답에 카렐이 이를 꽉 악물었다.
“지금 전군 집결시켜라.”
‘동맹군’ 병력이 새로이 숙영지를 마련한 고위도의 기르기트 고원은 해면기준 20스타디아 정도의 고지대에 위치한 거대한 용암대지였다. 여름 잠깐을 빼고는 1년 내내 찬바람과 눈이 몰아치는 이곳은 그 좋지 않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온천과 군데군데 산재한 작은 숲, 많은 야생동물들 덕택에 사막뿐인 이 황량한 탈라스에서 그럭저럭 사람 살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병실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도 무시한 채 이 차가운 고원의 바람 속에 나선 카렐은 측근들의 옹위를 받으며 이곳까지 따라와 준 동맹군 병사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냈다. 온통 엉망이 되어버린 몸이었지만 틀림없이 건재하게 살아있는 그의 모습에 전군의 시선이 모아졌다.
어젯밤, ‘카렐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잠시 흔들렸던 병사들은 살아있는 그의 모습에 대번 거대한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따라 이곳까지 와 준 2만여 동부제후군, 1만의 유목민들과, 자신의 직속부대인 슈로 기사단, 슬레이프니르, 에키트 보병대에게 한번씩 시선을 주었다. 카렐의 앞에는 북부용병들이 목숨을 걸고 빼앗아 온 토로 경의 시신과 반란군들에게 살해당한 연대장과 장교들의 시신, 그리고 반란군에 살해당한 병사 70여명의 시신이 함께 제단에 놓여있었다.
“토로 경은 절대 이곳에 묻히지 않을 것이다.”
카렐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토로 경은 먼저 간 가족과 함께 황궁 옆의 황실 묘지에 묻힐 것이다.”
제위에의 강한 의지를 또 한번 나타낸 그의 크지 않은 한마디에 북부출신 병사들이 이 고원이 떠나갈 듯 우렁찬 함성을 올렸다. 그리고 그 함성소리를 뚫고, 생포된 130여명의 반란병들이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카렐의 근위 가디언들에게 끌려오고 있었다.
“어떤가? 보기 좋지 않은가? 그대 가문에 충성한 자들의 저 모습이?”
갑자기 실없는 웃음을 지은 카렐이 바로 옆에 꿇어앉혀져 있는 이바카 슈트란에게 말을 건넸다. 카이두 경의 손에 포로로 끌려온 그는 온몸이 포박된 채 지독한 공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페, 페로 오라버니, 전 아무 것도 모른다구요, 제발요, 제발 살려주세요. 전 그냥 할아버님과 보벤 오라버님이 시키는 대로......”
페로는 6촌 동생인 이바카의 애원을 애써 무시하며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얼굴 한쪽이 불에 타 물크러진 토로 경의 흉해진 시신은 누구의 짓인지 이미 목이 잘려나가 있었다. 시신을 말없이 어루만지던 카렐은 그의 차가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세 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그의 왼손을 단단히 쥐어준 카렐은 그곳에 쓰러져있는 다른 장교들과 병사들의 이마에도 모두 한번씩 입을 맞춰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앞에 꿇어앉혀진 그들 반란병 포로들을 살기어린 눈으로 쏘아보았다.
“나의 용사들이......저승에서 심심하지는 않게 해 줘야겠군.”
가슴에 통증이 몰려오는지 그가 얼굴을 또 한번 찡그렸다. 자신들에게 닥칠 운명을 예감한 그들이 벌벌 떨며 무어라 울부짖고 있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카렐은 네피에게 눈짓을 보냈다.
“저런 놈들의 더러운 피로......신성한 칼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 모두 철편으로 때려 죽여버려라.”
‘철편’이라는 말에 순간 경악한 제네르가 카렐의 앞에 얼른 꿇어앉으며 입을 열었다.
“전하, 저들은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장교들은 몰라도 사병들은 그냥 참수하심이.....”
“지시에 따라 내 목에 칼을 겨누었던 놈들이다. 저지른 만큼 받는 거다.”
눈을 매섭게 부릅뜬 카렐이 이를 드러내며 그들 포로들을 노려보았다.
카렐의 명에 따라 가디언들이 집어든 무기는 침이 박힌 서너 개의 쇠막대를 쇠사슬로 손잡이와 연결시켜 놓은,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 정도로 소름끼치는 둔기였다. 카렐이 이를 빠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녀석들의 몸통을 박살내어 죽여라. 머리를 쳐 죽이는 자비를 멋대로 베푸는 놈이 있으면 내 그놈의 목부터 치겠다.”
“알겠습니다!”
카렐의 명을 받은 1백명의 가디언들이 벌거벗겨진 그들 반란병들을 향해 일제히 철편을 치켜들었다.
“아악!”
공포에 질린 반란병들 위로 가디언들의 무자비한 공격이 쏟아졌다. 쇳덩이에 사지가 산산조각나며 내지르는 찢어지는 비명소리, 살점과 내장이 찢겨나가며 사방으로 튀는 붉은 선혈이 기르기트 고원의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를 온통 공포로 물들였다. 급소를 얻어맞는 자비조차도 얻을 수 없던 그들은 수십 번의 가격에 온몸이 갈갈이 찢기며 제발 빨리 숨이 끊어지기만을 처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는 카렐의 친위병력들 또한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 끝냈습니다. 전하.”
거의 20분에 걸친 길고 참혹한 학살을 끝낸 근위가디언이 카렐에게 고개를 숙이며 힘있게 말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가디언들의 발 밑에는 거의 산산조각나버린 시체, 아니 살덩이에 가까운 것들이 온통 흩어져 있었다.
“아주 보기 좋군.”
키득거리는 카렐에게 북부용병대장이 두 개의 은쟁반을 올렸다.
“배신자 카인과 오르도 슈트란의 수급입니다!”
잠시 입가를 씰룩거린 카렐이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발로 걷어 차내며 말했다.
“밑에 죽은 놈들 대가리와 함께 창대에 꽂아서 숙영지 입구에 썩어 없어질 때까지 세워놔라.”
“알겠습니다!”
“슈트란 가에 잡힌 우리 포로가 몇 명이지?”
카렐의 질문에 제르베 경이 얼른 대답했다.
“저희가 최대한 구해내려 애썼으나 연합군 본진과 종가에 파견되어 있던 전사단 지원장교 17명만은 구해낼 수 없었습니다. 모두 인질로 잡혀 있는 듯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자면 곧 참수할 예정이라 합니다.”
“철편에 박살난 손녀 시체 받아보고 싶지 않으면 잘 처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 늙은이한테 알려라. 선물로 저 여자 손목을 잘라서 함께 보내.”
카렐은 울부짖는 이바카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냉랭하게 중얼거렸다.
제위 경쟁을 시작한 이후, 최대한 너그럽게 아랫사람들을 대해오던 카렐의 또 다른 모습에 뒤에 모여선 그의 측근들조차 순간 엄청난 위압감을 짓눌리고 있었다. 물론, 페로와 제네르는 이번 일로 흐트러진 부하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그의 이런 의도된 잔혹함을 충분히 눈치채고 있었다.
“토로 경은 2등 공신에, 2연대장은 3등 공신에, 다른 전사한 용사들은 모두 4등 공신에 봉할 것이며, 그들의 남은 가족들 역시 안전한 킨자이로 모두 옮겨질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넉넉한 위로금이 주어질 것이며, 그 자녀들이 장성할 때까지 내가, 아니 황실이 그들을 책임져 줄 것이다. 누구든, 충성을 다하고 죽은 자에게는 그 대가가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명심해라.”
카렐의 시선은 거대한 환호성으로 화답하는 병사들 쪽을 향했다. 끔찍한 학살극에 차갑게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다시 말한다. 적군은 용서하지만......배신자는 용서 못한다. 내말 알겠는가?”
“예!”
4만여 군사들이 외치는 어마어마한 함성소리가 일순간 고원을 뒤흔들었다.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선 카렐이 뒤로 돌아서며 쌀쌀맞게 말했다.
“돌아가겠다는 자는 모두 돌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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