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66 회: Part 16. 내 아버지 곁의 고결한 소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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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 딸 구르베스와 함께 황궁을 찾은 샤자한 공은 광장 부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처형대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학장만 죽인다면 서부와 근위대와는 이제 공식적으로는 원수가 되는 것이고, 중간에서 동부를 바보로 만들려는 베흔의 계획도 사실상 어려워지는 셈이었다.
“여깁니다. 150층입니다.”
시종장의 목소리에 샤자한 공은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섰다. 138층 위쪽의 ‘내명부 구역’은 황실 내, 외명부나 내시부 사람 외에는 제아무리 최고제후여도 함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특히나 황제의 침소와 개인집무실이 있는 150층의 이 은밀한 공간은 4명의 공식적인 비빈들조차도 황제의 개별적인 허락 없이는 절대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보안 때문이었지만 실상 황제가 비빈들의 질투를 피해 마음대로 애첩을 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내 살다보니 여기에도 다 들어와 보는구나.”
샤자한 공이 쓴웃음을 지었다.
“수우 전하께선 10분쯤 후에 드실 것입니다.”
샤자한 공 일행을 응접실에 안내해 준 시종장이 차분하게 말했다.
“내명부 수칙을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내명부 수장은 황후 폐하시며, 황태후 폐하께서 계실경우 두분이 공동수장이 되십니다. 두 번째 자리인 황비전하는 1품의 총리, 각 지역 최고제후와 동격이며, 황후폐하께서 부재중이시거나 다른 사정으로 집무를 하실 수 없을 경우 황후폐하를 대신해 그분의 모든 권한을 대리행사하게 됩니다.”
샤자한 공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딸 구르베스 슈트란을 바라보았다. 베흔 말마따니, 덜떨어진 공주가 황후에 오를 테니 사실상 황후로서의 권한은 자신의 딸이 행사하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딸은 아직 이런 현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황상께선 당일 오후 8시까지 그날 함께하실 비빈, 혹은 첩을 제게 말씀하실 것이며, 황후 폐하와 황태후 폐하께도 바로 통지됩니다. 황후 폐하께서 황상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으실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실 수 있으나, 황비전하, 황빈마마와의 동침은 거부하실 수 없으십니다. 그리고 이 거부권은 열흘에 한 번 이상 행사할 수 없으십니다. 황상께서는 원칙적으로 각 비빈 분들, 혹은 첩들의 침소로 직접 찾아가 함께하실 것이므로, 이곳 150층은 황상만의 단독공간입니다.”
샤자한 공은 긴장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딸을 반쯤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148, 149층은 황후 폐하와 태자 저하의 처소가, 146, 147층에는 황비 전하와 대군마마께서 머무르게 되시며 144, 145층에는 2품이신 두 분의 황빈마마와 군 마마께서 머무르십니다. 비빈 밑의 4품 귀인이나 5품 소의, 6품 숙원 분들은 140층부터 142층에 있는 45개 처소에 그 자녀분들과 함께 머물게 되시며, 서쪽 별관 상층에는 그 외 첩들이 머물 하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려 7단계나 되는 비빈과 후궁들의 그 복잡한 서열에 구르베스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사실 이나마도 첩만 거의 3백 명에 달했던 아버지 세나우스 1세의 무분별한 여자수집에 학을 뗀 세나우스 2세가 윰 포고령 1차 추가령을 통해 나름대로 규제라고 만든 것이었다.
“황상께서는 이곳 150층과 4비빈 분들의 침소, 혹은 특별실 외에는 수침하지 않으시는 것이 법도이므로, 첩의 침소에 드시더라도 그곳에서 수침하시지는 않으십니다. 폐하께선 그곳에서 잠시 머무신 후, 이곳 150층으로 돌아와 혼자 수침하시거나, 비빈분들의 침소를 찾아가 수침하시게 됩니다. 다만 이곳 150층, 혹은 특별실로 불러올리셨을 경우는 예외적으로 아침까지 함께하시게 됩니다.”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샤자한 공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응접실 문이 열리더니 베흔과 제롬, 그리고 잔뜩 긴장한 표정의 수우가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은 흐리멍텅해 보이는 수우의 얼굴표정에 샤자한 공이 대뜸 눈살을 찌푸렸다.
“남부 최고제후 델루지 가와 서부 최고제후 플레렌 가의 피를 받은 상급귀족이고 지금 162살인 수우 플레렌 델루지요. 남극성당 육서과정을 졸업했고.......”
수우가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잔뜩 드리운 그늘과 매사 자신없어 보이는 태도에 샤자한 공은 한숨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이 청년과 정확히 동갑내기의, 바로 얼마 전까지 자신이 ‘태자 전하’라고 불렀던 그 자신만만하고 힘이 넘치던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린 그에게는 이 청년의 한심한 모습이 더더욱 절실히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혹 잘못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되돌릴 방법도 없었다.
샤드니에게 원로회의 결과를 일방통고하고 돌아왔던 칼림은 사실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 학장이 책형을 당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샤드니가 탈라스 원정을 정력적으로 수행하기나 해 줄지 그로서도 영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르티쉬에 함께 있는 4제후 알리 샤디 경 역시 문제였다. 학장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명인 그 답답한 녀석은 학장을 죽도록 내버려두기로 서부의 방침이 결정되었다는 말에 샤드니에 못지않게 펄펄 미쳐 날뛰고 있었다.
“라바니 그놈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군.”
라바니 경은 학장을 포기한다는 말에 가장 덜 슬퍼한, 아니 별다른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인 유일한 사람이었다. 물론 옛날부터 코리온과 죽일 놈 살릴 놈 해가며 으르렁거려왔던 것을 생각하면 별 이상할것도 없는 일이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린 칼림은 탈라스에서 온 공문들을 하나하나 들쳐보았다. 통고해놓고 온 지 3일쯤 지났으니 이제 탈라스 정벌준비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해야 할 시간이었다. 안그래도 공세를 위한 대량의 보급품을 긴급히 요청하는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라바니 그놈이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이 다행이긴 다행인 모양이었다.
“지원군?”
칼림이 어깨를 으쓱 했다. 사령관 샤드니 이름으로 되어있는 그 공문은 수베르에서 훈련중인 보충병력 4만을 학장의 처형일 전날인 10일까지 조기 파병하라는 내용이었다. 키타이 사막에서의 패전으로 가용전력에 큰 손실을 입은 탓에 단기간에 전격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탈라스 공략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샤드니가 요청한 그 보충병력은 2만 5천의 경보병과 7천의 장갑보병, 8천의 낙타병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실전경험이 있는 전역병 출신 지원자들인 만큼 당장이라도 일선에 투입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보급품 역시 수송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보내달라는 문서도 함께 들어있었다. 키타이 기지 보급품 창고를 꽉 채울 정도의 양을 기준했다는 그 문서 내용에 따르면 반년 이상 단독작전이 가능한 정도의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샤드니 이놈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군.”
피식 웃음지은 칼림은 그대로 문서에 서명을 했다.
“첫 번째 길들이기는 일단 성공이군.”
칼림이 차 한 잔을 들이키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2대 최고제후였던 조카 브라코의 죽음 이후 서부의 최고권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모양으로 돌아간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그간 계속 실질적인 권력을 잡고 있던 건 칼림 자신이라는 그 한가지였다. 브라코 이후 3명이나 되는 최고제후를 맞이하는 동안 그의 권력이 위협받았던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놀랍게도 그 두 번 모두가 서부인이 아닌, 북부인인 오르마즈 때문이었다는 것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코리온의 처형을 이틀 앞두고 30만 남부연합군의 총집결지인 비엔 2번 행성의 넓은 황무지에는 남부 각지에서 모여든 병력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어느새 거대한 군사도시가 형성되어가고 있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남부의 지원 사령부와 신병훈련소가 위치할 이곳은 거주하는 민간인은 단 한명도 없는 곳이었지만 천연의 요새에 가까운 지형으로 지난 2차 혼란기 이후 전쟁이 있을 때마다 남부의 군사거점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한달 반만에 적들 없는 곳에 오니 살 것 같네.”
배정된 숙소에 짐을 던져놓으며 릴라크가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아기를 데리고 부인을 기다리던 남편 루시도프가 그의 옆에 걸터앉으며 웃음을 지었다. 간만에 다시 만난 아기를 번쩍 들어 올리며 릴라크가 남편에게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이야 바른말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있나 모르겠어.”
아기에 입을 맞추고 남편에게 넘겨준 릴라크가 사막의 모래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망토와 갑주를 벗어 옆에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흰 무명포에 교리의 머플러를 두른 남편 루시도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아기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리쿠 학장님 모레 처형한다지?”
“응.”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루시도프는 지난번 코리온에게 받은 크지 않은 서화를 도로 짐 속에 챙겨 넣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기를 함께온 유모에게 넘겨준 루시도프가 문을 걸어잠그며 말했다.
“학교 분위기도 뒤숭숭하더라구. 원리주의 애들 말고 개혁파 애들까지 난리야. 대제학은 웬일인지 아무 말도 없는 것 같고.”
“지 딸하고 직접 연관되었으니 뭐라 말하기도 그렇겠지. 내 플라칼 가 지휘관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솔직히 카렐인가 그놈 인물은 인물이대?”
“포로 됐을 때 뭐 안 좋은 일 당한 건 아니지?”
“전혀.”
옷을 벗어던지며 샤워부스에 들어간 릴라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자기만 아니었다면 나 눈 딱 감고 슈로 기사단인가 거기 들어갔을 거야.”
“후훗,”
“하긴, 제네른가 그년 눈꼴 시려서 좀 그랬을까?”
“하크로딘 직제학 말이야? 그분이 뭐 어때서? 그 정도면 흠잡을 데 없는 노력파 유학자지.”
“그건 자기입장이고, 내 입장에선 적장이라구.”
샤워를 끝내고 더운 바람에 몸을 말리는 릴라크의 뒤로 다가온 루시도프가 부인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침대 위에 뒹굴렀다. 매사 권위적인 플라칼 가에서 보기 드문 부부답게 둘은 간만의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키가 한참 큰 부인의 가슴 위에 기어오른 루시도프가 작게 물었다.
“이번엔 무슨 자리 맡았어?”
“징글징글해. 사령관 근위기병대장. 망할, 제롬 그 새끼 옆에 계속 붙어있어야 돼.”
“이런, 내가 도장 제대로 안 찍어놨다가 그 인간이 내마누라 눈독 들이는 거 아냐?”
“능글맞기는, 무슨 유학자가 이래?”
“유학자는 사람 아니냐? 그동안 자기 기다리느라 밤마다 불쌍하게 혼자 수작업했다구,”
한참 키득거리며 진한 농담을 주고받던 이 부부의 좋은 시간은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그대로 깨져버리고 말았다. 짜증스런 표정을 지은 릴라크가 대뜸 언성을 높였다.
“젠장, 누구야!”
“헤즈 플라칼 장군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릴라크가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었다. 난감한 표정의 루시도프는 아내가 가까스로 잠옷만 걸친 것을 확인하고는 큰형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헤즈는 그제야 꽤나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런,”
“마, 말씀하십시오.”
릴라크가 엉망이 된 머리를 대강 손으로 빗어 넘기며 얼른 아주버님이며 상급자의 앞에 섰다. 동생의 눈치를 얼른 살핀 헤즈가 씨익 웃음지으며 말했다.
“이런 말하기 정말 미안한데......오늘저녁에 기병 1백 기만 데리고 황제령에 가줘야겠군. 학장 처형할 때 그 주변 통제선에 기병들 배치한다고, 근위대에서 백 기만 보내 달랬는데 워낙 중요한 ‘행사’라서 격을 맞춰야 할 것 같아 자넬 보내기로 했네.”
“어휴,”
릴라크가 머리를 싸쥐었다. 간만에 만난 남편과 헤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코리온의 그 끔찍한 처형을 자신의 눈앞에서 보아야 한다는 건 정말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다섯 시간쯤 남았으니까 그때까진 아무도 방해 못하게 하지.”
동생에게 능글맞게 웃음지은 헤즈가 급히 방을 비워주었다.
“4만의 추가병력은 오늘 저녁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즈 장군의 보고에 샤드니는 맥없이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이었다. 남부제후군에 잡혀갔다 온 이후 눈에 띄게 수척해졌던 샤드니는 칼림이 다녀간 이후로는 아예 말까지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명색이 서부 최고제후로서 남부제후군과 근위대들에 잡혀 수모를 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약혼자인 코리온의 처형 집행을 겨우 3일 앞두고 이곳 탈라스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무력감임을 하지즈 장군도 잘 알고 있었다.
“원로회 의견에 따라 모든 공격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샤드니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탈라스를 차지하기 위한 서부의 계획은 이미 확실했다. 남부 놈들이 자신들에게 빼앗아 간 키타이 기지는 이번에 돌려주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 주둔중인 플라칼 가 제후군은 이곳을 지킬 1만5천의 중장보병만을 남기고 비엔으로 돌아가 ‘연합군 출정식’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남부연합군과 함께 황제령에 진주할 동부기병대 역시 집결지인 요동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면 이곳 탈라스의 남-동부 세력은 키타이 사막의 남부 중장보병 1만5천과 슈카른 계곡의 동부보병 2만5천, 유목민 경기병 1만이 남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칼림과 남부의 밀약에 따라 11일, 코리온의 처형시각에 맞춰 서부연합군이 키타이 사막에 기습을 하고, 그곳의 남부제후군은 적당히 싸우다가 기지를 내주고 황제령으로 달아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남부가 도망가면 그들을 믿고 슈카른 계곡에서 발 뻗고 있을 동부연합군 3만 5천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는 셈이었다. 카렐을 따르는 정예군도 떠나버렸고, 남부의 도움까지 끊겨버린 그들은 10만이 넘는 서부연합군의 공격에 무참히 무너질 것이 뻔했다.
이상이 샤드니가 가문 원로회의에 알린 탈라스 장악계획의 내용이었다.
“두겐 경께서 근위대의 요청으로 형장에 직접 가시기로 했답니다.”
그제야 조금 움직인 샤드니의 눈동자가 하지즈 장군을 향했다.
“대공주저하는 3번 도시의 병원에 입원해계시고, 예르마크 경께서는 같은 시각에 있을 남부연합군 출정식에 참석하셔야 하고 학장님 동생분들도 모두 근위대 눈치를 보며 수습을 꺼려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분 가족분들 중에는 아무도 오실 분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형장에서 유언과 유품을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 학교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어느새 꽉 움켜쥔 샤드니의 두 주먹을 바라보며 하지즈 장군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샤드니가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썩을 새끼들, 그런놈들도 동생이라고.......”
말은 않고 있지만 하지즈 장군은 원로회 결정을 너무 손쉽게 받아들여버린 샤드니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코리온의 동생들 탓을 하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너는?’이라는 질문이 속에서 솟구쳤지만 그는 어렵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샤드니가 학장을 구하기 위한 결사대라도 조직한다면 죽음을 불사하고 기꺼이 참가하겠다고 내심 마음먹고 있던 그로서는 이런 샤드니의 모습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곧 움직일 테니 따로 숙영지를 내줄 필요는 없겠군. 새로 도착한 병력은 일단 수송선에서 하룻밤만 지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학장님 처형 예정시각에 맞춰 우리도 움직인다. 재빨리 움직일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둬.”
“......예.”
‘학장님 처형시각’이라는 말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내뱉는 샤드니의 모습에 또다시 부아가 치밀어 오른 하지즈 장군이 목멘 소리로 어렵게 대답했다. 하지즈 장군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듯 샤드니가 그의 눈을 살짝 올려보았다.
“내 자네에게......부탁할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지금 내 하는 말을 알리 경과 사르키스 경에게.......알려주게. 라바니 경의 귀에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눈을 조금 치켜뜬 하지즈 장군의 얼굴에 순간 묘한 긴장과 기대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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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넋두리]
제가 오늘 기분이 많이 안좋습니다.
얼마 전 불펌 때문에 어덜트에 올리던 무삭제판 연재도 중단했지만 여전하군요. 도대체 출판삭제도 되지 않은 글을 뭣하러 불펌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일단은 유조아에서 새 뷰어가 나온다니 2부는 새 뷰어가 나온 후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불펌이 떠돈다면 제가 홧병이 나서 유조아 연재를 아예 포기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제 소중한 것을 도둑맞은 억울한 기분에 원고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아아, 어쨌든, 어제부로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모두 독자님들(불펌으로 보는 사람 제외)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추천과 리플을...(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