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430화 (429/1,132)

< -- 430 회: Part 2. 석류꽃 속에는 핏빛 씨앗이. -- >

.

.

.

이번 공격에서 전차대의 뒤를 따라갈 근위대 본대 중앙에는 1군단 정규군 중장보병 1만과 후미의 경보병 1만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들의 좌익에는 가디언 2천, 우익에는 가디언 3천이 위치했고, 지난밤 전투에서 병력의 절반을 잃는 큰 타격을 입은 22연대 2천은 제일 후방에 예비대로 베흔과 함께 남았다.

“적들이 어제보다 적군요.”

베흔을 불러낸 제파가 스캐너를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위대가 패전을 하고 채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다시 공격해오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근위대가 진격 준비를 시작한 지금, 골짜기 입구의 적병은 어제의 채 절반도 되지 않는 7천 정도의 보병이 전부였다.

“탄현성에서 허둥지둥 달려 나오는 중이겠지.”

베흔이 말을 몰아 주변을 바삐 살피며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골짜기 안에서 적병들이 허둥지둥 달려나와 충원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성이 있는 곳은 험한 지형 때문에 스캐너로는 상태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적들은 시간을 끌어야 하니 저 골짜기 입구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할 거야. 하지만 전차대가 보병대 전열을 무너뜨리고, 뒤에 우리 보병대가 바싹 붙어서 돌진하면 적들은 결국 골짜기 안으로 달아나려 할 거다. 그 기세를 몰아서 탄현성 성벽 바로 앞까지 몰아붙인다. 아마 놈들은 성문을 닫을 여유도 없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베흔이 재차 내리는 지시를 머릿속에 담은 제파가 한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5백여대의 전차를 모는 전차병들이 고삐를 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돌격! 적들이 더 충원되기 전에 무너뜨려라!”

귀청을 찢듯 울려퍼지는 말굽소리와 전차 바퀴의 요란스런 마찰음이 잠시 조용하던 황무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근위대 보병들 역시 전차 뒤를 행여 처질세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보병들과 속도를 맞춰 돌격해야 하는 이상, 전차대도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돌진할 수는 없었다.

전차대의 돌격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동맹군 보병들은 결국 입구에 쳐 놓았던 바리케이드와 방벽들, 그곳에 쌓여있는 군수품, 심지어 손에 든 무기까지 모두 내버린 채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골짜기 안쪽에서 달려나오던 보충병력 역시 다시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동맹군들이 도주하면서 군수품에 지른 불로 골짜기와 황무지 일대가 순간 검은 연기와 불꽃에 온통 뒤덮였다.

“대장! 적들이 도주하니 전차대가 앞서가겠습니다! 보병들과 템포를 맞췄다가는 저들을 모두 놓치게 됩니다!”

골짜기 안으로 도망치는 적군의 모습에 전차대를 이끌던 제파가 큰 소리로 물었다. 제파의 요청에 베흔이 잠시 머뭇거렸다. 제파의 말마따나, 사방에 불까지 지르고 도주하는 적들에게 궤멸적 타격을 입히려면 전차대가 전력으로 적을 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들이 체계적인 반격을 가해온다면 보병대와 떨어진 전차대 홀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

“시간이 문제로군.”

베흔이 촉박한 일정을 머리에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평소 웬만해서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도망치는 적병의 절반 이상은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다보니 저 상태에서 역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베흔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조페는 카렐같이 잔머리를 잘 쓰는 놈이 아냐.”

“알겠습니다!”

제파는 베흔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함께 달리는 근위대 기수에게 깃대를 앞으로 향하라고 손짓을 보냈다. 전차대 선봉에 선 그는 대오에서 넘어져 낙오한 적병의 목을 단칼에 공중으로 날리며 뒤따르는 다른 전차에 큰 소리로 외쳤다.

“전차대! 전속력으로 적을 쫓는다!”

보병대와 대오를 맞춰 돌진하던 전차대는 그의 명령에 우레같은 소음으로 지면을 울리며 적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흩어진 놈들 신경 쓰지 말고 본대를 쫓아!”

제파가 말에 최대한의 속도를 가하며 외쳤다. 출발이 늦었던 몇몇 동맹군 병사들을 짓뭉개는데 전차가 굳이 무기를 쓸 필요는 없었다. 말굽, 혹은 바퀴에 깔려 으스러지고, 옆으로 돋은 날카로운 낫에 허리가 동강난 운 없는 병사들의 시체 조각이 피를 뿌리며 공중으로 날았다. 말 그대로 폭풍같은 돌진이었다. 미처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죽은 수십 구의 시체가 황무지 곳곳에 흩어졌다.

하지만 절벽이라도 뚫고 지나갈 듯 맹렬히 돌진하는 전차대의 발목을 정말로 붙든 건 이미 죽은 적병들이 아니고 전혀 엉뚱한 다른 것들이었다.

“제기랄! 이게 다 뭐야!”

그는 곳곳을 마치 장애물처럼 막아서고는 불꽃을 뿜으며 타들어가고 있는 적들의 군수품 상자에 짜증을 내며 골짜기 안쪽으로 전차를 몰았다. 뒤처진 몇몇 놈들을 제외하면 도망치는 적 본대는 이미 골짜기 안으로 거의 접어들고 있었다. 그때, 귀를 찢는 굉음과 불꽃이 오른쪽에서 세차게 솟아올랐다.

“뭐야!”

순간 얼굴까지 화끈해진 제파가 고개를 휙 돌렸다. 동맹군의 난방용 연료가 가득 실린 큰 수레에서 펑 하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큰 기름통들이 사방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 옆으로 달리고 있었던 듯, 2대의 전차가 말과 사람, 불붙은 전차병을 실은 채 공중으로 붕 솟구쳤다가 바닥에 매섭게 내리꽂혔다. 아마도 전차대 최초의 전사자일 터였다.

“제기랄!”

제파가 잠시 속도를 늦추었다. 불꽃을 뒤집어쓴 듯, 놀란 말이 폭주하면서 전차 2대가 동료 전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돌진하던 전차의 측면을 폭주하던 전차가 들이받으면서 2대의 전차가 동시에 방향을 잃고 옆으로 세차게 굴렀다. 박살난 전차의 파편, 나동그라지는 말과 사람의 비명소리가 돌진하는 전차대의 가벼웠던 발목을 잠시 붙들었다. 제파가 짜증을 내며 다시 말에 박차를 가했다.

“5대 뿐이야! 신경쓰지 말고 돌진해!”

제파가 다시 전차대를 독려했다. 적들이 반격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기름 탱크 옆을 생각도 없이 지나가다가 당한, 말 그대로 사고일 뿐이었다.

‘첫 전투니 어쩔 수 없지.’

제파가 이를 악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를 따르는 전차대는 근위대가 하임달에서 망신을 당한 직후, 300년 무렵 창건된 이래 대규모 실전에는 아직 단 한 번도 동원된 일이 없었다. 그러니 그저 경험부족에서 온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치부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적 본대가 저기 도망갑니다! 곧 잡을 수 있습니다!”

전차병이 골짜기 안으로 도망치는 적병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계속 쫓아!

제파는 눈을 똑바로 부릅뜨며 골짜기 안의 상황을 재빨리 살폈다. 우기에는 물로 뒤덮일 이 깊은 골짜기는 건기 끝무렵이라 그런지 오른쪽에 큰 냇물 정도의 물줄기만 남아있었고 나머지 지역은 군데군데 발목 깊이의 개울 정도만 있는 넓은 습지대였다. 보병이나 전차대의 기동을 제한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멀리, 골짜기 상류에 육중하게 자리잡은 탄현성이 어렴풋이 보였다.

“대장님! 현재 대오를 유지하며 돌진하기는 골짜기 폭이 너무 좁습니다!”

전차대장의 고함소리에 제파가 정신을 퍼뜩 차렸다. 오른쪽 냇물을 빼면 전차가 돌진할 수 있는 폭은 기껏 5스타디아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과 같은 배치로는 100대 정도가 나란히 돌진하면 꽉 찰 폭이었다.

“측면의 낫을 접던지 아니면 종대를 이루어 전진해야 합니다!”

“낫을 접어도 지금처럼 1자로 진격은 못하겠는걸.”

제파가 입을 삐죽거렸다.

“낫을 짧게 줄여라. 낫 없어도 저 정도 보병대 쓸기는 아무 문제없어. 그리고 총 3열을 이루어 돌진하도록 해! 골짜기에 접어들면 적들이 반격을 할 거다! 그때 뚫고나간다!”

“알겠습니다!”

제파의 명령에 5백여대의 전차들이 일제히 낫을 접고 골짜기 폭에 맞춰 배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대오를 바꾸느라 돌진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도망치는 동맹군들은 어차피 보병이었고, 탄현성까지 도주하려면 아직 한참의 거리가 남아있었다.

“적들이 반격할 생각도 않고 계속 도망칩니다!”

골짜기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적의 반격을 받으리라 생각했던 제파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이 도주를 포기하고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는 마지막 발악으로 반격을 하는 순간이 바로 그가 적진을 조각조각낼 최적의 기회였다. 하지만 적들은 낫까지 접고 돌진해오는 적들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치느라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실제 저들의 손에는 반격할 무기조차 쥐여있지 않았다.

“제기랄! 잘됐지 뭐냐! 계속 쫓아! 저 비겁한 놈들 등짝에 창을 찍어버려!”

1자진이 아닌, 3열의 긴 횡대를 이룬 근위대 전차대는 동맹군 보병대를 쫓아 골짜기 안으로 뛰어들었다. 무기까지 버린 채 필사적으로 도망만 치는 적들을 쫓는 새, 뒤따라오는 근위대 보병대와의 거리는 5스타디아(750m)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거의 다 잡았다!”

넘어져 낙오한 적병을 바퀴로 짓밟아 뭉개며 제파가 전차 옆에 꽂아두었던 긴 창을 뽑아들었다. 도망치는 적 보병 본대는 거의 1스타디아(150m) 전방까지 근접해 있었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거대한 목표물에 어느새 눈이 홀린 전차대 병사들은 일제히 괴성을 올리며 말에 최대한 속도를 가하고 창을 뽑아들었다.

“적 진형을 박살내라!”

그때, 제파는 도주하는 적들이 좁은 개울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것을 느꼈다. 적들이 도주를 포기하고 딴에는 반격을 시도하려는 모양이었다. 바로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정지! 뒤로 돌아!”

지금까지 필사의 도주를 해 온 동맹군 보병들은 종아리 정도 오는 얕은 개울에 발을 담근 채 일제히 밀집하며 뒤로 돌아섰다. 뒤쫓아오는 근위대 전차를 피해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10스타디아가 넘게 필사적으로 뛰어 온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전력 질주한 이들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땀방울과 함께 서늘한 저녁공기 속으로 번졌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까지 달려온 이들의 손에는 지금 아무 무기도 들려있지 않았다.

“무기 들어!”

사관들의 명령에 그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물속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이곳 개울물 속에 미리 숨겨두었던 각자의 창, 그리고 몇 개의 긴 창을 엮은 대마 장애물을 공중을 향해 비스듬히 세웠다.

“이런 제기랄!”

코앞에서 대마 장애물과 장창의 어마어마한 벽을 마주한 제파가 반사적으로 욕을 내질렀다. 하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나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거다!”

제파가 창을 겨드랑이에 끼며 괴성을 질렀다. 목과 가슴에 단단한 마갑을 댄 6필의 전차마는 눈앞의 대마장애물을 무서운 기세로 때려부수며 그 뒤에 있는 보병들을 덮쳤다. 제파의 예상대로, 보병들이 쥔 창 따위로는 중무장한 육중한 전차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말에 짓밟히고 전차 바퀴에 깔린 동맹군 보병대 전열은 찢어지는 비명, 부러지는 창의 파편들과 함께 우루루 무너져 내렸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다 죽는다! 전차를 멈추란 말이다!”

큰 칼을 쥔 사관들이 순간 공포에 질린 휘하 보병들에게 악을 썼다. 그들의 말대로, 대마장애물에 1차로 속력이 떨어진 전차는 전열의 보병들을 짓뭉갠 채 자리에 멈춰서야만 했다. 동맹군 보병대의 전열이 조각조각 박살이 났지만 최소한 뒤까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150여대의 1열 전차가 차례대로 동맹군 보병들을 짓이기며 대오에 뛰쳐들었다.

“제기랄! 낫!”

전차의 돌격을 동료들이 목숨으로 저지한 사이, 측면의 살아남은 병사들이 속력이 떨어진 전차에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낫을 길게 달고 돌진했다면 모두 토막 나 죽었을 놈들이었다.

“2열은!”

제파가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이 좁은 골짜기에서 낫까지 접은 채 3열로 나뉘어 돌진하던 전차대는 그 위력이 반감되어 있었다. 2열의 전차대가 달려들어 무너진 1열 전차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보병들을 또다시 짓밟았지만 하임달에서 그 진가를 보였던 이 지독한 북부의 후예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속도가 떨어진 2열의 근위대 전차들까지 개미떼처럼 덤벼들었다.

“저 가디언들을 죽여!”

보병대 후미에 숨어 있다가 괴성과 함께 튀어나온 건 페로가디언 다룬이었다. 이곳에 미리 숨어있던 3천여명의 페로 가디언들이 전차에 오른 근위대 가디언들을 노리고 우루루 몰려나왔다. 도끼에 찍혀 죽어가는 말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온통 난전이 되어버린 이 핏빛 전장을 희미하게 울렸다.

“대오를 뚫으란 말이다!”

6필의 말이 이끄는 가장 육중한 전차에 탄 제파는 수십 명은 될 동맹군 보병들을 짓이겨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동맹군 선봉 보병대를 완전히 돌파해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는 자신처럼 적진을 완전히 쪼개고 빠져나온 전차가 채 10대도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탄현성 쪽에서 적이 옵니다!”

제파가 서쪽을 휙 돌아보았다. 이들이 자신들의 전차를 차단한 사이, 적 2선의 또다른 보병들이 완전한 밀집 대오를 갖추고 이쪽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북쪽! 북쪽으로 따라와!”

제파는 말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뒤따르는 전차들에게 따라오라 손짓을 보냈다. 나머지 전차들은 특유의 강점인 속력을 잃은 채 적 보병대와 페로가디언들 중간에 뒤엉켜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우리 보병대는!”

당황한 제파가 골짜기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전차가 돌격하는 사이 뒤처진 근위대 보병들은 적어도 5, 6스타디아는 될 곳에서 헐떡거리며 달려오는 중이었다. 중무장한 병사들이 아무리 급히 달려도 저 거리에서 이곳까지는 적어도 5분 이상이 걸릴 터였다.

“제기랄! 보병들을 미끼로 끌어들였냐! 조페!”

제파가 이를 갈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알기로 안정희구형인 조페는 차라리 성으로 퇴각하면 퇴각했지 이런 식의 잔혹하기까지 한 싸움을 좋아하는 녀석이 결코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당한 건가.”

골짜기 북쪽의 가파른 절벽 위에서 말없이 전장을 내려다보던 카렐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는 보병대를 이끄는 조페가 연결되어 있었다.

500대의 근위대 전차를 온몸으로 받아낸 건 동맹군 1군단 2연대의 3천여 병사들이었다. 그들 중 절반 정도가 죽거나 부상을 입어 쓰러졌고, 나머지 절반이 자리에 멈춘 전차대 가디언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베흔이 이번 공세에 나름대로 비장의 카드로 써먹은 저 전차대는 저들의 피를 쏟아부어 사실상 제압한 셈이었다. 쓰러져 신음하는 천 명 가까운 병사들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조페가 불만스러운 듯 대답했다.

“절반씩이나 당한 겁니다, 폐하.”

“평야지대인 욱리하까지 가기 전에 적 전차대를 무너뜨리려면 저 정도 희생은 어쩔 수 없지. 놀랄 것 없다, 조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카렐의 차갑고 밋밋한 혼잣말에 조페가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2연대가 전차대를 붙들고 사투를 벌이는 사이, 후미에 미리 대기하던 동맹군 보병대 본진 7천과 경기병 1천이 앞으로 성큼성큼 진군해갔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