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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450화 (449/1,132)

< -- 450 회: 파트3. 유리벽 너머 수선화 한 송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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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리하의 북쪽 수로가 다시 개통되면서 이암성에서 황성으로 후송된 네피는 잔뜩 시무룩해져 있으리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밝고 명랑했다.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지면서 자칫 전신마비가 될 뻔했던 그는 다행히 빠른 후송과 치료 덕분에 이제 가벼운 손놀림 정도는 가능한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항구에서 황궁으로 옮겨진 그는 간단한 검사차 의무실로 바로 향했다.

“어휴, 무거워.”

몇 명이나 되는 시종들이 달라붙어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건장한 몸을 진찰대 위에 올렸다.

“아이, 진짜 기운들 없기는.”

네피는 진찰대 몇 개 건너에 누워 있는 한 사람에게 잠시 시선이 스쳤다. 누군지 제대로 보고 싶었지만 목을 고정한 프레임 때문에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그가 잠깐 본 건 제법 키가 큰 금발의 여자라는 것과, 의사에게서 왼쪽 눈을 검사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료를 위해 하얀 면포로 얼굴을 덮고 있는지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새 안대를 맡겼는데 가져오지를 않는군요.”

그 여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의사가 허둥지둥 검사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널찍한 검사실 안에는 네피와 그 여자 단 둘만이 남았다.

“제네르야?”

다친 눈과 금발, 의사의 공손한 태도에서 네피는 저 여자가 당연히 제네르일 것이라고 넘겨짚었다. 네피의 물음에도 옆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공석에서는 네피보다 품계가 높은 ‘상장군’이었지만 이런 데서까지 그런 것을 따질 네피가 아니었다.

“그런데 눈이 또 안 좋아졌어? 안대를 다시 하게? 오랜만에 봤는데 아는 척이라도 좀 해 봐라.”

네피의 독촉에 상대가 손을 공중으로 치켜들고 반갑다며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그리고는 근위대식 수화로 ‘치료중이라 말할 수 없음’ 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수화를 하면서 여자가 잠시 키득거리는 것을 놓칠 네피가 아니었다.

“아, 진짜........시로하고만 잘 지내더니, 이젠 난 눈에 뵈지도 않냐? 안부도 안 묻기야?”

잠시 후 ‘목은 좀 어때?’ 하며 상대가 수화를 보냈다.

“쳇,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그래, 뭐 그냥저냥 참을만해. 상처보다는 답답한 게 더 문제지 뭐. 근데 정말로 시로하고는 잘 돼가는 거야? 나도 지난번에 그 새끼가 직접 말 해줘서 알았지 뭐야.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시치미를 뚝 떼고 있을 수가 있냐? 아니, 근데 여지껏 잠자리 한 번 못 했다던데 사실이야? 그 새끼 네가 자길 남자로 안 봐 주는 것 같다고 훌쩍거리고 있던데 그거 알아?”

상대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네피는 그쪽이 부끄러워하는 것이라 넘겨짚고는 수다쟁이답게 혼자 계속 떠들어댔다.

“야, 야, 웬만하면 못이기는 척 하고 날 잡아서 그 녀석 총각 딱지라도 좀 떼어 줘라. 여기 황궁에 분위기 좋은 방들 많잖냐. 듣자하니 꼭대기층 부근에 있는 별실인가? 뭐 그것들 분위기 죽여준다던데. 카렐.......아니, 폐하한테 부탁하면 그거 하룻밤 안 빌려주시겠냐.”

“......”

“그 황소만한 새끼가 쭈그려 앉아서 훌쩍거리는 거 보니까 정말 불쌍해 죽겠더라. 아니,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로, 가디언만큼 남성미가 철철 흐르는 멋진 놈들이 어딨냐고. 그리고 가디언 중에 못된 놈 봤어? 아니, 뭐 베흔 같은 정신나간 놈이야 빼고.......”

네피는 면포로 얼굴을 온통 가리고 한쪽 눈만을 드러낸 채 진찰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당연히 제네르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쉴 새 없는 수다를 늘어놓았다.

“우라질, 움직일 수가 없으니.......이런 건 얼굴을 보고 말해야 되는데.......젠장할. 근데 의사 놈들은 치료하다 말고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옆 진찰대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다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큭큭대는 소리만이 조금씩 들려올 뿐이었다.

네피가 버럭 화를 내며 다시 언성을 높였다.

“이봐, 비웃을 게 아냐. 시로 그놈 심정도 생각을 해 줘야지. 가디언이 귀족한테 먼저 그거 요구하는 게 쉬운 일일 것 같아? 유학자랍시고 수도승같이 질질 끌지 좀 말고 그냥 하룻밤 같이하자고 먼저 대놓고 말 좀 해.”

평소 같았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겠지만 몸이 마비되어 고개조차 쉽사리 돌릴 수 없는 그로서는 그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화를 내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내 이런 말 하기 좀 뭣하지만, 그놈 탈라스에 있을 때 보니까 그 뭐시기.......손으로 그거까지 하고 있더라고. 난 저놈이 왜 저러나 했지 뭐야. 오죽 애가 타면 그러겠냐. 근데 그거 알아? 그놈 물건 하나는 큼직하니 정말로 튼실하대? 거의 내 수준이야.”

순간 옆 침대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풉 하고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알아? 가디언들은 무슨 호르몬이던가, 뭐시긴가? 어쨌든 그거 수치가 높아서 일단 복원만 하면 얼마나 버티기가 힘든데. 나만해도 거시기가 걸핏하면 불끈불끈 일어나서 정말 환장하겠다니까.”

옆 진료대에서 또 한번 웃음소리가 픽 새어나왔다. 또다시 발끈한 네피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봐, 너 정말로 복 터진 줄 알아. 내 거시기를 걸고 맹세하는데, 아마 밤중에 시로보다 네가 먼저 지쳐 떨어질걸. 가디언이란 말이야.......”

신나게 말을 잇던 네피는 끼익 하며 열린 문 쪽으로 재빨리 눈동자를 굴렸다. 그 앞에는 노란 머리에 파란빛 눈동자의 웬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었다.

“어라? 네피 대장군도 여기 와 있었어요?”

문 앞에 선 제네르를 본 순간 턱이 뚝 떨어져버린 네피는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원래부터 움직일 수가 없기는 했지만.

“으메,”

그의 눈동자가 조금 떨어진 진찰대, 한쪽 눈만 드러낸 채 면포를 감고 있던 한 사람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껏 그 많은 전장을 누볐지만, 지금처럼 겁에 질린 눈동자를 해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방금 나간 안과의사가 허둥지둥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문제작이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잠시 후, 왼쪽 눈에 안대를 한 그 정체불명의 여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제네르가 그쪽에 다가서며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내일 코리온 대군과 함께 탈라스로 떠나신다기에 오늘 7시에 폐하께서 만찬 자리를 마련하셨습니다.”

그리고 네피의 귀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서둘러야겠군요.”

네피는 애써 눈동자를 굴려 그쪽을 돌아보았다. 금발머리의 한 낯선 여자가 얼굴의 면포를 걷으며 진찰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네피를 돌아보며 갑자기 씨익 웃음을 지었다. 네피는 여전히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앞뒤사정 전혀 모르는 제네르가 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아참, 모르지? 이쪽은 지난번 주류성에서 우리 쪽에 귀순하신 남부 5제후 마자리크 이그나토 경이시네. 제후님, 이쪽은 동맹군 대장군인 가디언 네피입니다. 지금 목을 다쳐서 자력으로는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초면이시겠군요.”

“하, 하하하.......처, 처음 뵙겠습니다......”

네피가 아찔해진 정신을 애써 다잡으며 마자리크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언뜻 날카롭고 야무진 눈빛을 한 제후였지만 최소한 지금 그의 눈가에는 마치 어린애같은 장난기가 잔뜩 어려 있었다. 마자리크는 네피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씨익 웃었다. 그는 입가 가득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네피의 어깨를 살며시 짚었다. 그리고는 네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나도 자네랑 동감이라네, 네피 대장군.”

“예?”

제네르가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네피와 제네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 마자리크 경은 휘파람까지 불며 진찰실 밖으로 사라져갔다.

황궁으로 돌아온 카렐이 처음으로 연 이번 만찬에는 코리온과 마자리크는 물론이고 북부 3제후 노에누스 가 종장 안도 경과 북부 상공조합 위원장 아스탈 레즐린도 참석해 있었다.

멀고 복잡한 길에도 불구하고 카렐이 이들을 불러들인 건 탈라스에서 양성중인 기병대의 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안도 경의 영지인 바하칼리는 카파키 가 영지인 쿠트라스와 함께 제국 최대의 광공업단지였고, 카렐에게는 가장 든든한 배후기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제가 안도 경의 양아들이며, 동시에 아스탈의 친아들이기도 한 이라즈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들의 이번 방문에 괜히 이런저런 억측을 하고 있었다.

물론 카렐은 정식 비빈 4명 외에는 아무도 들일 생각이 없는데 왜 이리 난리들인지 모르겠다며 분통까지 터뜨렸지만 밀리타 건에 이어 계속해 터지는 근거 없는 스캔들에 그도 페로와 비빈들을 볼 낯이 없을 지경이었다.

“내 말 명심해라.”

안도 경과의 만남 직전, 시종장과 보안국장 루토를 은밀하게 불러들인 카렐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누군가 다른 뜻을 가지고 그런 소문을 궁내에 퍼뜨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소문의 출처를 반드시 찾아내서 내게 알려다오.”

“하, 하지만 폐하, 내명부는 원래부터 그런 류의 소문이 무성한 곳입니다. 폐하께서도 한때 궁에 계셨으니 그 분위기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호사가들의 입방아 정도는 한 귀로 흘리시는 편이.......”

“내 입방아 정도의 소문하고 다른 뜻이 있는 의도적인 루머를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바보라고 생각하나?”

카렐이 버럭 신경질을 부리자 시종장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

“오늘 북부 일행이 온다는 소문은 극비 중에 극비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시녀들 입에서 어제부터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 정상으로 보이느냐? 상황이 이런데 날보고 시녀들의 입방아 정도로 생각하라고?”

“며, 명심하겠습니다. 당장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낯빛이 창백해진 시종장이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조사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내 보안국 요원들을 투입할 것이다. 알겠나?”

“망극하옵니다, 소인 최선을 다해.......”

“알았으면 가 보도록 해.”

벌벌 떨고 있는 시종장을 일단 돌려보낸 카렐은 표정을 가다듬고 접객실로 향했다. 이번 만찬에 참석하는 그의 곁에는 내일이면 탈라스로 떠날 코리온이 평소처럼 차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거 표정 좀 푸시구요. 가뜩이나 황제가 여는 만찬이라고 사람들 바싹 얼어붙어있을 텐데, 오라버니까지 한몫 거드셔야 하겠소?”

“말과 웃음은 간략하게 하라는 것은 일찍이 격몽요결부터 시작해 많은 성현들의 말씀에 남아있사옵니다. 옛말에도 禮後乎라 하였으니 웃음은 예를 갖춘 후에 찾아야 할 것이옵니다.”

“아아, 거 정말. 예는 갖출 만큼 갖추셨으니 이제 웃을 차례 아니겠소?”

카렐이 코리온의 어깨에 살며시 팔을 걸며 속삭였지만 그는 이 뻔뻔스런 황제의 장난에도 여전히 무표정했다.

“상께서 드시옵니다.”

홀에 막 들어선 마자리크를 비롯한 내외빈들이 우베의 목소리에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카렐을 향해 돌아섰다. 군수부장 밀리타와 이라즈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어느새 얼굴빛이 해사해진 그 청년을 힐끔 돌아보며 카렐이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카렐도 저 청년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무언가 끌리는 느낌이 틀림없이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의 ‘남자로서’는 어딘지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가 황궁에 떠도는 출처모를 소문에 유달리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 하나면 충분해.’

카렐은 이 자리 자체가 영 불만인지, 혼자 무어라 투덜거리고 있는 페로를 돌아보며 무심결에 미소를 품었다.

“흐음,”

자리에 막 앉던 카렐은 옆에 선 코리온이 순간 움찔거리는 것을 눈치챘다.

“오라버니?”

깜짝 놀란 카렐이 코리온의 손등을 툭 쳤다. 그 많은 상황에서, 심지어 사형장서도 그토록 당당했던 이 남자의 표정이 어느새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앉을 자리조차 찾지 못한 채 잠시 허둥거리는 그를 시종 중 한 명이 재빨리 부축해주었다. 코리온의 이마에 어느새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카렐이 그의 귀에 대고 재빨리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거요?”

“아.......닙니다.......”

코리온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카렐은 그 짧은 순간, 코리온의 시선이 스친 곳을 문득 돌아보았다.

“밀리타 레즐린 부장?”

그곳에는 아버지 아스탈과 함께 앉아있던 밀리타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품은 채 코리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카렐은 그토록 색기가 반짝이는 밀리타의 모습을 본 일은 처음이었다. 그의 앞에서 코리온은 초라할 정도의 모습으로 벌벌 떨고만 있었다.

밀리타가 씽긋 웃음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어리실 때 북부에서 뵈옵고 참으로 오랜만이옵니다. 리쿠 학장님. 그때보다 훨씬 크고 당당해지셨사옵니다.”

카렐은 코리온이 또다시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카렐은 무엇 때문에 그가 이러는지를 바로 눈치챘다.

“풋.”

카렐은 하마터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카렐은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으며 코리온의 어깨를 다시 돌려안고 다정하게 속삭여주었다.

“걱정 마시오, 내 오라버니 옛 일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내 레즐린 부장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킬 테니 염려하지 마시구려.”

코리온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밀리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오라버니도 잡혀가서 강제로 그 짓을 했던 건데 누가 뭐라고 하겠소. 자자, 좀 뻔뻔해져 봐요.”

“하지만 저 여자는 그때........”

코리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는지 고개를 거칠게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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