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467화 (466/1,132)

< -- 467 회: 파트3. 유리벽 너머 수선화 한 송이 -- >

.

.

.

평소처럼 일일 예배를 지켜보던 구르베스는 지난번 보았던 그 중년 여인이 예배당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뜻 접근할 마음이 들지 않는 부담스런 사람이었지만 그는 일단 용기를 내어 다가가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신도이셨나 보네요.”

구르베스의 인사말에도 그 여자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품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내밀었다.

“라말라 신관이 그대에게 전해주라 했습니다.”

무심코 책을 받아들었던 구르베스는 그 제목을 본 순간 하마터면 내던질 뻔했다. 그 표지에는 사교 성직자들이 쓰는 바람어로 ‘가타스’라고 쓰여 있었다. 바로 사교 신에 대한 찬가가 적힌 기도문이었다. 구르베스도 역사를 전공할 때 서투르나마 바람어를 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교의 경전까지 손에 댈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여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라말라 신관의 동료 신관이 가지고 있던 유품입니다. 신관의 손때가 묻은 경전은 신도들 사이에서는 경의를 표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전 신도가 아닌데요.’라는 말이 구르베스의 목구멍까지 차 올라왔지만 그는 준 성의를 생각해 일단 입을 다물었다.

“이 책 주인은 어떻게 되었는데요?”

“당신들 연도로 56년에 아케메니안 궁 앞에서 산 채로 머리에 못이 박혀 죽었습니다.”

여자의 냉랭한 대답에 구르베스가 움찔했다.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에 그대와 함께 보낼 생각이었지만 갈 생각이 없다 하였기에 일단 혼자 가라고 하였습니다.”

“저를요?”

“편지에 만날 가망이 없으면 카렐 황제께 투항하라 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높낮이도, 감정도 전혀 배어있지 않았다. 구르베스는 이 여자에게 물어보고픈 것이 꽤 많았지만 일단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예배당 구석에 선 구르베스는 사교의 예배가 진행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매일 저녁 있는 일상적인 예배라서인지 참석한 신도는 이 홀의 채 4분의 1도 채우지 못할 1천 명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곳의 보름인 12일마다 한 번씩 있는 큰 예배에는 10배도 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다고 하니 그때는 꽤나 정신이 없을 듯 보였다.

사실 그들의 예배 광경은 구르베스의 예상에서는 많이 벗어난 것이었다. 소문에서처럼 신을 찾으며 울부짖고 탄원하는 사람도 없었고, 사람들 생각처럼 몽상가들이 모인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도 가족 단위로 보이는 신도들은 대개 중류층 이상의 엘리트로 보였다.

물론 사교도 중에 제국에서 조금은 천대당하는 과학자나 기술자, 자영업자가 유난히 많다는 이야기는 구르베스도 들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배울 만큼 배운 놈들이 왜 그런 데는 얼씬거릴까’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어쨌든, 성직자의 설교에서 ‘신’이라는 단어는 듣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신에 대한 숭배를 강조하는 설교와는 거리가 먼, 마치 지루한 철학 수업 같았다. 그리고 예배를 주재하는 성직자를 제외하면 다른 성직자들도 마치 평신도마냥 자리에 묵묵히 앉아 설교를 듣고만 있었다. 그들이 다른 것이라고는 제일 앞줄에서 로브를 입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성직자의 설교에 따라 신도들이 마치 읊조리듯 같은 말을 따라했다.

“나는 천 개의 귀와 천 개의 눈을 가지신 위대한 트라카께 모든 것을 희생하나이다. 나는 악을 응징하는 트라카의 망치, 마구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나이다. 나는 태양과 달을 잇는 그 위대한 조화로움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나이다.”

별 생각 없이 서 있던 구르베스는 자신이 그들을 따라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행여 누가 보지나 않았을까 반사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의 곁에는 그 중년 여인뿐이었다.

“어차피 신도로 등록되었으니 그렇게 과민반응까지 보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여자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구르베스가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어.......성함을 여쭈어도 될까요.”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물어볼까 했던 구르베스는 일단 생각을 접었다. 그는 누군가의 새카만 손때가 탄 ‘가타스’를 들쳐보았다. 공부한 흔적인지, 이런저런 메모와 요약, 심지어 순전히 개인적인 낙서와 푸념, 짤막한 일기까지도 구석구석 가득 쓰여 있었다.

‘안 보는 게 낫지.’

무심코 책장을 넘기고 있던 구르베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책을 덮었다. 최소한 아직까지, 그의 생각에는 사교도들의 쓰레기같은 종이뭉치에 불과하기에.

설교가 끝나고, 신도들은 예배에 참석한 각 성직자별로 군데군데 모여 간단한 토론과 잡담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헌금을 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대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어서인지, 금액은 제법 커 보였다. 그래도 저 돈으로 이 병원 운영이 가능할까 싶기는 했지만.

헌금통을 들고 돌아다니던 성직자가 어느새 구르베스의 앞을 지나고 있었다.

“잠깐만요.”

성직자를 불러 세운 구르베스는 주머니에서 10골드를 꺼내 안에 넣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말단 노동자 2일치 벌이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내심 거부감이 들기는 했지만 자신을 보호해 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답례라며 일단 이번 행동을 합리화시켰다.

“감사합니다.”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멀어지는 성직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구르베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의 건국 전, 저들이 TSG와 유교를 탄압하며 잔혹한 짓을 많이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성전 이후의 행적을 보면 제국의 건국세력 역시 인도적인 면에서 그다지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패자가 되어 비로소 바른 길을 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군.......”

구르베스는 마치 친목모임마냥 활기찬 분위기의 예배당 안을 돌아보았다.

예배가 끝난 후, 여느 날처럼 정리를 끝낸 구르베스는 잠시 바람도 쐴 겸 건물 밖 정원에 나와 있었다. 성소 바깥 출입이 불가능한 그로서는 이렇게 정원에 나와 나무와 꽃구경을 하는 것이 그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외출 기회였다.

성소 바깥에는 트라카 교단을 상징하는 흰색의 혜성 조각상과 25명의 역대 트라카 교단 마구스들의 등신(等身) 대리석 조각상이 죽 늘어져 있었다. 언젠가 니사의 말대로, 그다지 늦은 오후도 아니지만 이미 이곳은 어두컴컴한 밤 시간이 되어 있었다.

인공조명이 비치는 어두운 정원에 혼자 선 구르베스는 조각상에 있는 마구스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비교했다.

“거참 신기하네. 근친혼 때문인가.......”

구르베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25대가 내려오는 동안 수백 년의 긴 시차가 있는 것 치고는 그 얼굴 생김생김이 하나같이 너무도 흡사했다.

“꼭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구르베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지막에 세워져 있는 25대 트라카 마구스의 조각상 밑에는 ‘미르 빈 트라카’라는 이름과 함께 기원전 35년에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제국의 건국 직전까지 교단을 다스렸을---수명개조 덕택에 100년이 넘게 그 지위에 있었을---그 후임 마구스는 아직 조각상이 없었다.

“이 다음 마구스는.......”

마구스들은 생전에 그 모습이 철저히 감추어져 있다가 사후에야 비로소 조각상으로 그 모습이 공개되는 것이 법도였다는 것은 구르베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오래 전, 역사학 공부를 놓기 전의 기억을 되살리려 잠시 애썼다.

“그 딸이.......수나.......수나 빈트 트라카였던가? 그 사람 거는 왜 없지?”

그는 다음번 마구스의 조각상이 위치했어야 할 텅 빈 기단을 잠시 돌아보았다.

“음?”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구르베스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기척에 순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무장으로서의 본능이 발동한 그는 상대에게 아무 기척도 내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허리춤의 단검을 살며시 붙들었다. 하지만 상대 역시 만만한 자는 아닌지, 잠시 느껴졌던 기척 이후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착각이었나.......”

구르베스는 뒤를 돌아볼까말까 잠시 망설였다. 바로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누군가의 엄청나게 재빠른 걸음이 그에게로 쇄도해왔다. 구르베스는 칼을 뽑아들며 뒤로 휙 돌아섰지만 잠시 멈칫거렸던 그 짧은 순간에 이미 승부는 결정나 있었다.

“악!”

목을 향해 날아드는 칼날을 느낀 구르베스가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며 그 자의 손목을 움켜쥐었지만 그의 뒤에는 무려 3개나 되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딱 하는 소리가 울리며 뒤따라 덤벼들던 그림자 중 한 개가 맥없이 바닥에 굴렀다.

“근위대는 아니군. 누구의 명령으로 온 거냐.”

암살수와 필사의 힘싸움을 벌이고 있던 구르베스는 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잠시 돌아보았다. 거의 동시에 또 한 번의 짧은 타격음이 울리며 그를 동상 쪽으로 밀어붙이던 그 암살수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건 지난번의 그 중년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5명 정도의 장정들이 석궁과 칼을 쥔 채 서 있었다. 매일 예배에 들어오던 익숙한 얼굴들이 그들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그게......”

구르베스에게 덤비려던 나머지 2명이 멈칫거리며 뒷걸음쳤다. 중년 여인은 뒤따르는 장정들에게 자리를 지키라며 손짓을 보내고는 그 두 명의 암살수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누구의 명령이냐고 물었다.”

여인이 갑자기 눈가 가득 기이한 미소를 품었다. 그의 묘한 눈빛에 빨려든 그 암살수들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하.......학.......”

여인의 눈을 계속 쳐다보던 암살수 중 한 명이 머리를 움켜쥐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머리털을 움켜쥔 채 악을 쓰고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의 목구멍에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쉭쉭거리는 숨소리만을 내며 잔디밭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런 밤은 그대들의 시간이었던가?”

자리에 주저앉은 암살수가 한쪽에서 계속 버둥거리고 있는 새, 여인은 얼음처럼 굳어 있던 나머지 암살수의 창백해진 뺨을 살며시 짚었다. 그는 멍한 얼굴로 이 여인의 까만 눈동자만을 넋 나간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의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래, 그 친구들 소행이었군.......뭐 안 봐도 뻔하지만 말이야.”

여인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암살수의 뺨을 짚었던 손을 살며시 떼었다.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암살수는 상대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맙소사, 맙소사.......”

충격에 휩싸인 구르베스가 잔디밭을 엉금엉금 기어 뒤로 물러났다. 머리를 쥔 채 발악을 하던 암살수는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여인의 짧은 손길을 접했던 나머지 한 명 역시 흰자위가 드러난 채 코로는 가는 핏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다, 다 죽은........겁니까?”

구르베스가 여인을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인은 그를 돌아보며 짧은 미소를 지었다.

“태양과 달을 잇는 그 위대한 조화로움을 감히 거스르려 하였으니 어찌 살 수 있겠는가.”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구르베스는 반사적으로 등 뒤의 석상을 다시금 올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 석상들에서 왜 익숙한 느낌을 받았는지를 바로 깨달았다. 구르베스는 저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그다지 안전하지 않음을 잘 알았지만 조금 전 죽은 이들처럼 차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수, 수나 마구스.......”

“이런 세상에서 그 이름이 불리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데.”

여인, 아니 12명의 마구스들 중 마지막 생존자인 수나 빈트 트라카 마구스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었다.

수나를 뒤따라온 5명의 장정들은 잔디밭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둘러메고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다시 성소로 돌아가는 수나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구르베스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허둥지둥 그 뒤를 따랐다.

트라카의 석상 앞에 꿇어앉은 수나는 양 팔을 가슴에 X자로 모은 채 잠시 기도문을 읊었다.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남용치 않도록 항상 침착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는 내용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짧은 손길 한 번에 사람을 그대로 죽여 버리는, 그 믿기지 않는 광경을 눈앞에서 본 구르베스에게는 이런 기도마저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수나의 뒤에 꿇어앉았다.

천천히 고개를 치켜든 수나는 뒤에 꿇어앉은 구르베스를 마치 보고 있는 듯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기적을 팔고 다니는 장사꾼이 아니요.”

“예?”

“헌신하지 않는 자가 이런 모습 따위에 무릎을 꿇는 것은 옳지 않소. 난 기적을 행한 것이 아니고 조상에게서 내게로 전해 온 능력을 필요한 곳에 사용한 것뿐이요. 개의 눈에는 하늘을 날아가 꽂히는 그대들의 무기가 기적으로 보이듯, 나는 그대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조금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존재일 뿐이요.”

구르베스는 잠시 숨을 멎은 채 수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우월감이 서려있다는 것은 지금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놀랄만큼 차가웠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그러했다. 구르베스는 그의 우월감에는 틀림없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구스들은 원래 보통의 ‘사람’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 하나씩을 가지고 있소. 그것이 타고난 근력이든, 기억력이든, 나처럼 누군가의 생각을 읽거나 제어하는 능력이든 말이요. 하지만 세상은 어차피 마구스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것이고, 우리의 능력으로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니.”

“마구스들.......모두가요?”

구르베스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지만 수나는 너무도 태연하게 대답했다.

“12명 모두가 그랬다는 게 딱히 놀라운 건 아니요. 어차피 우리는 조상에게서 근친혼으로만 이어졌고, 감수분열과 수정이라는 복잡한 확률놀음에 실패해 그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형제자매는 어차피 어릴 때 ‘청소’되었을 테니.”

구르베스는 자리에 꿇어앉은 채 덜덜 떨었다. 그동안 비밀에만 가려져 있던 마구스들의 ‘후계자 신탁’의 기준 중 하나를 알게 된 것이었다. 기도를 끝낸 수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조금 흐트러졌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대가 진정으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 이따위 사소한 ‘기적’이나 신의 능력이 아니고 그의 뜻입니다.”

꿇어앉은 채 벌벌 떨고 있던 구르베스는 자리를 뜨는 수나의 뒤에 대고 물었다.

“저, 저들은 누구지요? 저를 공격한.......”

“그대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은 많소. 저들이 다시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내 이곳 주변에 사람을 여럿 두도록 하겠소. 불안함 속에서 생활하는 선 태중의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니.”

자리에 혼자 남겨진 구르베스는 여전히 하얀 광택을 뿜고 있는 석상과 그 앞에서 타고 있는 불꽃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배워온 것, 그리고 믿어온 것들이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지독한 혼란 속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