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27 회: 파트 7. 질풍도 주목에 찢기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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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이 무장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동부기병 1만과 동부 투창병 1만, 보병 1, 7, 8군단, 그리고 서부 경보병 1만, 에키트 보병 5천과 4군단의 경보병대 4천을 주겠소.”
페로가 살짝 눈을 흘겼다. 지금 말한 부대들 중 보병대는 카렐 직속의 북부보병대 중 가장 전력이 뛰어나거나, 가장 온전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부대들이었다. 결국 황제의 직속 정예보병 다수는 황도에 남고, 황제가 직접 데려갈 원정군 보병대는 사실상 제후군과 신생부대 위주로 구성되는 셈이었다.
물론 슈로 기사단과 슬레이프니르가 함께하겠지만 전선을 견고하게 버티는 축이 보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페로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플라칼 가와 세닉 가에 유능한 지휘관들이 많으니 나 또한 든든하군.”
카렐이 짐짓 웃음을 지으며 원정군의 주축이 될 플라칼 가와 세닉 가 무장들 쪽을 돌아보았다. 딸을 잃고 독기가 오른 플라칼 가 종장 카나르 플라칼 경, 잔혹한 부대 운영으로 유명한 쿠키광 헤즈 경, 부마 예르마크 경이 이제 그의 휘하에 있었다. 그리고 탄현성에서 목 매달렸던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구출되었는지도 모르는 루이제 대군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다.
“원정군에 편성된 남부보병대는 총 6만 5천 정도로군. 사령관은 카나르 플라칼 경이 맡아주게. 아들 헤즈 경이 돕도록 하고. 1만 5천의 남부 기병대는 부마께서 딸 루이제 대군과 함께 이끌어 주십시오.”
“중임을 충심으로 수행하겠나이다.”
카나르 경과 예르마크 경이 가슴에 힘있게 손을 가져갔다. 카렐로서는 이번이 난생 처음 지휘해 보는 남부보병들이었다. 견고함으로 카렐과 동맹군을 그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남부보병들이 이제 카렐 휘하에서 어떤 역할을 할는지가 카나르 경의 손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렐은 아쉬드 하지즈 장군 쪽을 돌아보았다.
“이번에 유독 서부 출신 무장들의 희생이 컸어. 사르키스 경이나, 유시프 장군이나 샤드니 섭정공까지……. 자네를 데려가기는 마음이 영 편치 않군. 자넨 지금까지처럼 건무성에 남아…….”
“먼저 간 전우들처럼 황제령에 뼈를 묻을 수 있는 영광을 주시옵소서.”
하지즈 장군이 정색을 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카렐은 여전히 속이 편치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서부 출신들만 계속해 죽어나가면서 이젠 황비 네페티를 볼 면목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밤에도 네페티는 ‘빨리 대군을 낳아 서부 제일의 무장으로 키워야겠다’며 허탈하게 말하기까지 했었다.
서부에서 온 유능한 무장들 중 이제 남은 건 하지즈 장군과 베나지 나하스 정도였지만 베나지는 아직 제후군 전체를 맡을 정도의 경륜을 갖춘 건 아니었다.
“알았네.”
카렐은 하는 수 없이 하지즈 장군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이번엔 자신의 직속 무장들을 향해 돌아섰다. 상장군 제네르, 신임 슈로 기사단장 대장군 릴라크, 슬레이프니르의 사령관이며 대장군이고 동시에 황빈인 베아트릭스가 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힘있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보니 내 직속 기병대 장군들은 여인천하였군.”
황제의 농담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네르 경은 그럭저럭 나은 것 같지만……릴라크 경, 자네는 아직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이번 원정은 부사령관 발리에게 맡겨두고 자네는…….”
“마지막 원정에도 동행하지 않으실 거면 저를 왜 데려오셨는지요?”
릴라크의 장난스런 물음에 카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버릇없는 대꾸에 유학자인 제네르가 기가 막힌 듯 고개를 저으며 이마를 짚었다. 베아트릭스는 눈썹에 잔뜩 힘을 주며 대놓고 성내는 티를 냈고, 한쪽에서는 시아버지 카나르 경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꿈쩍할 릴라크가 아니었다.
“일선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지휘는 하게 해 주십시오.”
릴라크가 그제야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찌보면 무리한 그의 이런 부탁을 카렐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번 원정은 사실상 이번 전쟁의 승부처고, 신임 사령관인 릴라크로서도 지휘관으로서의 위치를 지금 확립하지 못하면 부대가 계속 제네르의 그늘 하에 머무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터였다.
카렐은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문관들 쪽으로 돌아선 카렐은 이번엔 법무대신 두겐의 앞에 섰다.
“그대 역시 슬픔이 클 줄로 아네.”
두겐이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짐짓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눈동자에서는 그다지 크게 슬퍼하는 기색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샤드니는 그의 사촌이었고, 그가 신처럼 받드는 코리온의 약혼자이기는 했지만 살아있을 때도 둘의 사이가 썩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샤드니는 최고제후였던 그와 코리온을 힘으로 몰아내는 반란까지 일으킨 전적이 있었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그대가 누이인 황비를 대신해 한동안 서부 섭정공을 맡아주어야 하겠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두겐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제 후임자를 미리 하명해 주시오면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계 준비를…….”
두겐의 대답에 사람들이 일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카렐은 무반에 있는 밀리타 쪽에 짧게 시선을 주었다. 사실 어머니 세네피스의 요청이 굳이 없었더라도, 그가 내심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이 북부 출신 평민인 밀리타였다. 카렐로서는 그 짧은 순간,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을 모두 끝내야만 했다.
“그건 아직 급하지 않아. 차관이 한동안 대행체제로 나가도 되니 그 문제는 신경쓰지 말게나.”
카렐의 대답에 당황한 건 두겐 본인뿐만이 아니었다. 황제가 당연히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리라 믿고 있던 당상의 세네피스 황태후 역시 어느새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다.
카렐은 어머니의 눈치를 짐짓 못 본 척 당상으로 돌아와 옥좌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여느 때처럼 시계부터 보았다. 이 별난 황제는 ‘난 회의 스타일이 아니야’라며 어지간해서는 회의를 30분 이상 넘기지 않았다.
황제는 자신의 눈앞에서 아랫사람들이 실속 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했고, 양쪽 말을 몇 번 들어보고는 그때까지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아직도 조율이 안 된 거냐?’며 대전이 뒤집어질 듯 화를 내서 아랫사람들을 공포분위기에 몰아넣은 후 결국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리곤 했다.
그렇다보니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회의시간이었지만 그 뒤에는 아랫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혹은 서로 침을 튀겨가며 미리 완성에 가까운 안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고생이 깔려 있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을 확인한 카렐은 두 번째 주제를 얼른 꺼내들었다.
“내 지난번 귀인으로 맞고자 했던 이라즈 노에누스 경에게 불상사가 생겨…….”
황제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페로가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지역균형 차원에서 빈 자리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메우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페로는 밀리타와 재빨리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로서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약속을 해 주었으니 지키기는 해야 할 터였다. 물론 그에게는 내명부 내에 아메스의 든든한 동지를 심는다는 의미가 더 강했다. 황빈 솔이 아메스의 동생이기는 했지만 워낙에 권력싸움 따위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지라 아메스에게는 걸림돌은 아니어도 조력자와도 거리가 멀었다.
카렐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페로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법무대신 문제에서는 서로 날을 세웠던 페로와 세네피스가 이번에는 서로 죽이 제대로 맞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적임자는 한 명 뿐이지 않은가?”
세네피스가 즉각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제네르 뒤에 서 있던 밀리타의 뺨이 어느새 발그스레 달아올라 있었다. 이라즈의 죽음 이후, 황제는 부쩍 자주 그를 곁에 불러들여 이런저런 개인적인 푸념을 늘어놓곤 했었다. 그리고 어제도 이라즈가 남긴 문신의 상태를 봐 달라고 부탁하며 누나인 밀리타가 죽은 동생의 자리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은연중에 하기까지 했었다.
사실 황후와 총리가 먼저 말을 꺼냈을 뿐, 황제 역시도 이라즈를 잃은 허전함을 밀리타에게서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당초부터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때, 서부최고제후 자격으로 들어와 있던 황비 네페티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밀리타 부장보다는…….”
다른 사람도 아닌, 내명부 사람인 네페티의 발언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부 이쟈크 가에서 온 에스더 라슈트라 이쟈크 경이 어떨까 합니다. 북부 출신이지만 모계는 타르서스의 군소 호족입니다. 이번 타르서스 사태를 진정시킬 겸 타르서스의 피가 섞인 사람을 내명부에 두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년이 감히…….”
네페티의 느닷없는 훼방에 세네피스가 대놓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에스더는 언젠가 카렐이 북부에서 비빈감을 물색했을 때, 그저 가디언으로만 알고 있던 카렐에게 ‘칼 좀 보여달라’며 대놓고 관심을 보였던 유일한 아가씨였다.
당시는 종장이 카렐의 외모에 기겁을 하면서 혼담이 깨어져 버렸고, 지금은 이쟈크 가의 인질 신분으로 황궁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지만 요즘 네페티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부쩍 눈에 자주 띄고 있었다.
귀인 후보가 순식간에 2명이 되면서, 카렐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네페티의 말도 어쨌든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껏 내명부에 타르서스 혈통이 들어온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이번에 황제 직할구역에 편입시키면서 타르서스와 북부 피가 모두 섞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급한 일이 아니니, 그 일은 나중에 결정해도 좋겠군.”
“원정이 길어질 터이니 내명부 기강 확립 차원에서도 최소한 원정을 떠나시기 전까지는 결정을 해야…….”
“알겠소, 원정군 출정식까지는 알아서 결정해 알려줄 것이니.”
페로의 재촉에 카렐이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황제의 평소 스타일로 보아, 이번에도 아랫사람들이 이 일로 오래 논쟁을 벌이게 놔둘 것 같지는 않았다.
밀리타는 네페티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네페티는 그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그 도도한 표정을 히잡의 베일 속에 살며시 감춰버렸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나머지 세부사항은 각부 회의에서 결정하고 내게 알리게나.”
카렐은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코리온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제가 참석하는 대전회의는 이번에도 30분을 넘기지 않았다.
대전에서의 회의가 끝난 직후, 150층의 개인 집무실에 있어야 할 황제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눈치 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소 황제를 따르던 수행원들도 모두 황제가 당연히 처소에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오늘 그는 옷까지 갈아입은 채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발밑을 조심하시옵소서.”
랜턴을 들고 앞장서던 사에나는 뒤따라오는 큰 키의 무사를 힐끔 돌아보았다. 황궁 지하감옥의 이 축축한 계단은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지만 뒤따라오는 그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동행자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서는 내 눈이 더 밝다.”
사에나는 그제야 이 황제가 가디언 출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했다. 낡아빠진 검은 망토의 그늘 아래로 날카로운 코끝과 번득이는 회색 눈동자만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키만 조금 작으셨다면 잘 드러나지 않았을 것을.”
사에나의 말에 황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망토자락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큰 손은 ‘황제’라는 자리에 안 어울릴 정도로 단단하게 굳은살이 박여 있었고 나무껍질처럼 거칠었다. 사에나는 그것만으로도 이 가디언이 황제가 된 이후로도 무술 연습과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황제는 지금 경호원 한 명 거느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지간한 암살자 따위, 아니 웬만한 팀이 모조리 달려든다 해도 어차피 당해내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자네의 공을 제대로 치하해 주지 못했군.”
“어차피 저의 역할은 음지에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존재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하옵니다.”
“이번에 시체 한 구를 빼돌려왔다지?”
사에나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품었다. 수나 마구스의 헤네티들이 죽은 ‘적 헤네티들’의 시체를 몰래 챙기는 것을 눈치 챈 그는 복도에서 어렵게 쓰러뜨린 헤네티의 시체 한 구를 그 정신없는 싸움의 와중에도 청소함에 재빨리 감추는 기지를 발휘했다. 덕택에 코나가 데려온 50여명의 헤네티들 중 한 명의 시체를 헌병의 시체로 위장해서 빼내어 올 수 있었다.
“교단 놈들이 시체를 감추는 것에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자네도 이젠 교단의 일원으로 행세해야 하네. ‘교단 놈’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으니 고치도록 해.”
“알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시체는?”
“가디언으로 위장해서 유전자 연구소에 보내 뒀습니다. 모렌 박사께서 분석하실 예정입니다. 원정 출발 전까지는 결과를 보고드릴 겁니다.”
사에나는 힘있게 어깨를 짚는 큰 손에 지레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의 공을 치하해 주는 황제의 나름 다정한 손길이었다.
“여깁니다. 총리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에나가 유리벽 안쪽을 가리켰다.
“자그룰라 모렌 박사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믿을 수가 없어서…….”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인상이겠군.”
유리벽 앞에 선 카렐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떡 벌어진 어깨에 자그마한 키의 그 여자는 망가진 손을 보아주고 있는 모렌 박사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계속 굳은 얼굴로 앉아있었다.
“문 열어라.”
황제의 지시에 사에나가 잠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코나 시디크가 제아무리 사나운 놈이라고 해도 어차피 황제를 위협할만한 자는 아니었다. 유리방 안에 들어선 카렐의 눈에 제일 먼저 띈 건 침대 한구석에 있는 색색의 뜨개실 몇 뭉치와 대바늘이었다.
“따로 달라고 요구해서 가져다줬습니다. 저 정도는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뜨개바늘도 무디게 만들었고…….”
“안다. 아직 손이 불편해서 시작도 못 했군.”
가디언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코나 시디크를 번쩍 일으켜 침대 한구석에 앉혀놓았다. 코나 시디크는 그 위협적인 모습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이 키 큰 황제를 무심하게 올려보기만 했다.
코나 시디크가 혼자 키득거리기 시작했지만 카렐은 그가 마음껏 빈정거리도록 놔두지는 않았다.
“쫓기는 생활이 편한가? 아니면 여기가 더 편한가?”
코나가 웃음을 멈추며 카렐을 째려보았지만 눈싸움으로는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상대라는 것이 문제였다.
“너도 풍파를 겪을 만큼 겪었겠지만 나도 못지않으니 그렇게 잘난 체할 것 없다.”
“넌 네가 누군지나 아나?”
코나가 카렐에게 눈을 바싹 들이대며 빈정거렸다. 그 무엄함에 깜짝 놀란 가디언이 그를 뒤로 밀어내려 했지만 카렐은 그를 손으로 저지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걸 알아내는 게 내 지금까지 삶이었지. 아직 만족스럽지는 못하니 네가 유치하게 잘난 체 하는 것 정도는 그냥 넘어가 주지.”
카렐이 음산한 미소와 함께 히죽거렸다. 코나는 상대가 자신의 말장난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자 불쾌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널 총리에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 고작 화풀이감으로 죽이느니 내게 더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데려왔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를 황제로 대하도록 해라. 지금까지 멋대로 지껄인 건 잊어 줄 테니.”
코나가 기가 막힌 듯 혀를 찼지만 카렐은 그의 반응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카렐의 손짓에 가디언이 그를 억지로 바닥에 끌어내려 허리를 굽히게 했다. 코나가 악을 쓰며 버둥거렸지만 카렐은 엎드린 그의 목 뒤에 그 큰 발을 올리고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꾹 눌러버렸다.
“고맙군, 내게 한 첫 번째 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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