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666화 (663/1,132)

< -- 666 회: 파트 9. 하나의 가지, 다른 색의 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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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대 지휘관들과의 회의에서 무거운 벽을 절감한 보안국장 쿠베는 사뭇 참담한 기분으로 자신의 방에 돌아와야 했다. 셈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군단장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게다가 4군단장 힐러는 셈의 편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며 그를 기겁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사실 그간 보안국장 신분으로 내내 전장과는 동떨어진 곳에만 있다보니 그는 어떤 면으로는 다른 근위대 지휘관들과 약간 거리가 있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그동안 베흔의 심복으로 갖은 더러운 일을 다 도맡아 했었고, 근위대의 정보망과 재정 확충을 위해 누구보다 애써 온 그였다.

다만 그가 하는 일이 워낙 ‘음지에서의 일’이다보니 대놓고 생색을 낼 수도 없었고, 베흔을 제외하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 지금의 문제가 벌어진 근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숨은 공’을 인정해 주지 않는 다른 가디언들이 야속했지만 애당초 그가 맡은 일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였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국장실에서 기다리던 그의 비서관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부아가 난 쿠베는 그의 물음을 무시하며 자리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지휘관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양이죠?”

비서관이 다시 물었지만 쿠베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시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가 없습니다.”

쿠베는 그제야 이 비서관, 쿠마르 우펠루를 힐끔 돌아보았다.

얼마 전, 타르서스 호족들의 반란이 실패했을 때 자칫 동맹군 헌병대에 붙잡혀 죽을 뻔했던 그를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법무대신 아리아노 경까지 페로에게 포로로 잡혔던 그 긴박한 와중에 그가 동맹군 헌병대가 장악한 마잔다란 시내를 탈출했던 것도 이자가 미리 알려준 정보와 그의 용병들 덕분이었다.

의심 많은 쿠베는 혹시 동맹군 쪽에서 보낸 이중첩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자의 뒷조사까지 했지만 그 스스로 밝힌 전력 외에는 더 의심스런 것이 없었다. 이자의 원래 신분은 경제학을 전공한 전직 회계사였고, 한때 노에누스 가 재무부 고관으로도 있었던 화려한 전력이 있었다.

공직에서 나온 이후로도 ‘코런덤’이라는 사설 보안-용병업체를 세워 한때 북부 상공조합에서도 제법 높은 지위에까지 올랐던 자였다.

291년, 북부의 몰락 이후 제후들의 군사력이 크게 제한되면서 그 자리를 비집고 등장한 것이 각 컴플렉스들에 치안을 사실상 담당하는 소위 ‘용역’들을 공급하는 사설업체들이었다.

이자가 설립한 ‘코런덤’은 북부에서 가장 큰 용역업체였고, 북부 상공조합에 속한 대규모 조합들에 ‘용역’을 공급하면서 그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뒷골목 소문으로는 용역 수준을 넘어 범죄와의 연루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왔고, 심지어 정체불명의 용병까지 공급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미심쩍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이 자도 얼마 전, 범죄와의 연루 혐의로 대표에서 해임당하면서 조합에서도 쫓겨나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었다. 궁지에 몰리면서, 이 자는 지난번 타르서스 별궁에서 있었던 반란 사건에 한때 자신이 데리고 있었던 북부 용병들을 공급했다가 또다시 된서리를 맞은 터였다.

이자가 쿠베에게 정보를 주고 몸을 의탁한 것도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조건 하에서였다.

물론 이자가 북부 출신이라는 것이 은근히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 동맹군 편에서 군수업무와 군자금 관리의 핵심을 맡고 있는 북부 상공조합 고위직 출신이었고, 동맹군의 많은 핵심 정보를 알려준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나 조합이 카렐 황제를 어떻게 돕는지도 알려주었고, 동맹군에 군자금을 대는 업자들의 상세한 명단 같은 결정적인 정보도 알려주었었다.

사실 그 정도면 동맹군의 돈줄을 끊을 수도 있는 만큼, 그냥 이중첩자의 연기를 위해 제공하는 미끼용 정보라고 보기는 지나치게 컸다. 게다가 뒷조사를 해본 결과 내용은 사실로 밝혀지기까지 했다. 쿠베가 이자를 비서관으로 삼고 나름 신뢰하게 된 것도 그 정보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용병업계에 있던 자답게 지난 수십 일간, 깜짝 놀랄만한 정보 수십 건을 물어오면서 쿠베의 신임을 톡톡히 얻어내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동맹군 내부에도 상당한 정보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쿠베도 내심 이 자를 이후 북부의 보안국 조직총책으로 삼을까 하는 복안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쿠마르.”

쿠베가 퉁명스레 물었다.

“국장님은 이점이 있지 않습니까.”

“빌어먹을, 무슨 이점? 야전군을 셈이 장악하고 있는데? 난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쿠베가 신경질을 내며 파일을 내던졌다. 그런 그에게 쿠마르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셈 대장은 다리를 잘려서 몸이 성치 않고, 지금 멀리 탄현성에 있습니다. 그에 비해 국장님은 몸이 성하시고, 수도인 사오시안트에 계시죠.”

“네놈이 미쳤냐?”

쿠마르의 속내를 눈치 챈 쿠베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위험천만한 발언을 하는 이 비서관을 슬쩍 흘겨보았다. 물론 그의 말이 어딘지 솔깃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대놓고 속을 드러낼 그가 아니었다. 하지만 쿠마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셈 대장이 지금 펜지켄트로 가고 있다면서요? 셈 대장이 베흔 대장의 시체를 수습하게 놔두시겠습니까? 시신 수습과 장례는 후임자가 하는 게 제국 전통 아닙니까? 이건 누가 누구를 해치고 말고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대로 가만히 계시면 국장님이 당하십니다.”

쿠베는 이간질을 시키는 듯한 이자의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실 그도 내심 맘속에 품고 있던 걱정이었다. 이대로 셈이 베흔의 장례까지 주관하게 된다면 사실상 그가 선배인 쿠베를 제치고 후임자임을 공인받는 셈이었다. 그가 근위대장 자리를 차지하는 건 단순히 자존심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생존에 직결된 것이었다.

쿠베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챈 쿠마르가 계속 그의 결단을 재촉했다.

“셈 대장이 아직 적지인 1번 도시에 있을 때 움직이셔야 합니다. 셈 대장이 30분 정도 후면 6번 도시 경계를 넘어 셔틀로 옮겨 탄다고 합니다. 아직은 적지입니다. 일을 그럴싸하게 꾸미시려면, 아니 최소한 말이 되게 하려면 적지에서 끝내야 합니다.”

조금 전 마구 화를 냈던 때와는 달리, 쿠베는 이번에는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쿠마르의 목소리만 계속 높아졌다.

“셈 대장이 탄현성에서 급하게 떠나느라 호위하는 병력 정규군 50여명에 가디언 2명이 전부라고 합니다.”

쿠베의 귀가 솔깃해졌지만 그는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은 채 생각에만 잠긴 척했다.

“셈 대장도 조금 전 국장님과 이견을 확인했으니 신변에 위험을 느꼈을 테고, 6번 도시에 도착하면 그곳에 있는 정규군들로 경호를 강화할 겁니다. 그 전에 행동을 개시하십시오. 적진에 있을 때 일을 끝내셔야 합니다.”

쿠베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사실 셈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셈은 황도 공략전에서 카렐에게 다리를 잘려 아직 제대로 싸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 문제는 티가 나지 않게, 적에게 죽은 것처럼 그럴싸하게 꾸미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론 셈이 어떤 방법으로 죽든, 결국은 쿠베에게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겠지만 셈 외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이상 의심을 품은 불만세력도 결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쿠마르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말했다.

“원하신다면……적군 쪽에 셈 대장의 움직임을 흘리겠습니다. 우리 보급대를 공격하기 위한 적 가디언 정찰대가 도시 경계 부근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굳이 대장님의 손을 더럽히실 필요가 없습니다.”

쿠베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다른 곳에도 있었다.

“4군단장 놈도 문제야. 만만치 않게 굴던데, 놈이 앞장서서 야전 지휘관들을 선동하고 내가 장례를 주관하는 걸 거부하기라도 하면 뒤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져.”

쿠베는 조금 전 중립선언을 주장했던 그 위험천만한 4군단장, 힐러를 머리에 떠올렸다.

“지금 대장의 ‘시체’를 보관하고 있는 것도 그놈의 4군단이라고.”

“그쪽은 제가 해결하지요.”

쿠마르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쿠베가 살짝 눈을 흘겼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다. 아니, 물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4군단은 펜지켄트를 진압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어. 이 중요한 타이밍에 지휘관들 심사를 건드리는 건 좋지 않아.”

“바로 옆에 제롬 공이 있지 않습니까.”

걱정하고 있는 쿠베에게 쿠마르가 문 밖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남부최고제후 제롬이 사오시안트 궁에 와 있었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쿠베가 가장 유리한 점이었다.

“국장님이야말로 전임자의 뜻을 그대로 이으려는 뜻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죽은 베흔 대장처럼 제롬 공과의 친분을 이용하셔야죠.”

쿠베가 두 손을 깍지끼며 생각에 잠겼다. 베흔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제롬의 표정에서 걱정과 기대가 함께 흐르는 것을 읽어냈던 그였다. 베흔이 죽은 것이 제롬에게는 걸림돌 하나가 없어진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든든하게 기댈 언덕 하나가 없어진 것이기도 했다.

차기 근위대장을 노리고 있는 그로서는 제롬을 안심시키고 확실한 그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했다.

“다음 일도 상의할 겸 제롬 공을 만나야겠군.”

쿠베가 조금 전 던진 파일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쿠마르에게 눈짓을 주었다.

“나머지는……네가 알아서 해.”

쿠베는 셈과 힐러를 죽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한 마디가 뜻하는 의미는 분명했다. 쿠마르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불안감을 애써 감추고 제롬을 찾아간 쿠베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그의 환대에 어리둥절해질 지경이었다. 집무실에 있던 제롬은 비서가 있는 대기실까지 아직 둔한 걸음으로 나와 쿠베에게 팔을 벌려보였다.

“어서 오시게나, 새 근위대장님.”

제롬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놓고 웃음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는 눈만 없다면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덤빌 듯한 표정이었다. 쿠베도 비록 속으로는 딴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상급자 베흔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고 채 2시간도 안 되어 ‘새 근위대장’소리를 듣는 것이 꼭 기분이 편치만도 않았다.

“바쁘신 모양이군요.”

제롬의 방에서 허겁지겁 자리를 비워주는 남부 참모들을 힐끔 돌아본 쿠베는 그의 속 보이는 환대를 읽어냈지만 일단은 최대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바쁘긴, 근위대 정신없을 거에 비하면야 약과지.”

제롬이 고개를 저으며 쿠베를 안으로 이끌었다.

“그나저나, 근위대장 시체를 여기에 안치해야 하지 않나? 명색이 근위대장인데 장례를 그 촌구석에서 치를 수는 없잖나? 셈 대장이 펜지켄트로 간다며? 그래도 괜찮은 거야?”

쿠베가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얼굴을 보자마자 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아 이자 역시 셈이 급히 펜지켄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근위대의 내분 조짐을 탄현성에 있는 마누엘에게서 이미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누군가 가서 시신 수습을 해야 하니까요. 충직한 셈 정도면 충분하죠.”

쿠베는 최소한 이 남자 앞에서는 자신의 흉계를 일단 감추기로 했다. 제롬은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역시 대놓고 바로 속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서로 손을 잡아야 하는 처지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첫 번째 신경전에서 바로 패를 내보일 서툰 사람들은 아니었다.

“일단 사정이 사정이니 공의 남부연합군이 주축이 되어서 펜지켄트에 침입한 적군을 소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감일세. 그 정도야 기꺼이 해 줘야지.”

제롬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탄현성의 연합군도 빨리 황도에 대한 공세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적은 황제가 죽은 상황이니 우리가 최대한 공세를 취할 타이밍입니다.”

“놈들이 후계권을 놓고 분열해서 싸우게 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황도에 페로와 코리온 두 놈이 함께 있잖나? 그놈들이 서로 후계자라고 싸울 게 빤히 눈에 보이는데?”

제롬의 대답에 쿠베는 조금 전, 연합군 진영의 문제를 짚어냈던 힐러의 발언을 떠올렸다. 맘에 안 드는 놈이지만 생각해보니 그놈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기도 하지만 적 진영에서 제위를 놓고 페로와 리쿠 학장이 싸움을 벌이면 자칫 동부가 페로를 지원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럴 바에는 지금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속전속결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하긴, 탄현성에 있는 마누엘 숙부도 비슷한 말을 하긴 하더군.”

제롬이 어딘가에서 들어온 서류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쿠베는 그 ‘무식한’ 마누엘이 정말 자기 머리로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쿠베는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 전체가 마치 누군가의 각본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샤자한 공하고 이야기해서 당장 황도로 진격하라고 해야겠어. 여기도 최대한 공세를 강화해서 펜지켄트에 들어온 놈들 싹 쓸어버리고. 죽은 근위대장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아닌가.”

공세에 관해 제롬과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던 쿠베는 문득 시계를 보았다. 비서관 쿠마르가 말했던 ‘셈의 도착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이 잘 풀렸다면 이제 ‘셈이 적에게 공격을 당해 죽었다’는 보고가 들어와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의 초조한 표정을 눈치 챈 제롬이 다시 물었다.

“뭐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영 불안해 보이는데?”

“아, 아닙니다. 대장 소식에 그저 싱숭생숭해서…….”

그의 물음에 지레 놀라 할 말을 더듬거리던 쿠베는 갑자기 할룩스가 울린 덕분에 그 낭패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내심 다행이라고 여기며 할룩스를 들었지만 그의 큰 착각이었다.

“으읍.”

가뜩이나 쿠베를 미심쩍게 쳐다보던 제롬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뭐 하나? 안 받고?”

쿠베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진 쿠베가 할룩스를 든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할룩스 발신자에는 아주 뜻밖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쿠베는 허겁지겁 제롬의 방을 빠져나갔다. 베흔의 군용 할룩스는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이는 쓸 수가 없는 것이었다. 보안국장인 그는 누군가 베흔의 할룩스로 장난을 치거나 해킹이 틀림없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할룩스를 보안 판독장치에 끼워 넣고 조심스레 신호를 받았다.

“흐읍.”

조금은 낯선 차림새로 그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건 그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누군가였다.

“야, 이 새끼야, 왜 이리 안 받아? 내가 얼어 죽는 꼴을 봐야겠냐?”

멍한 표정으로 베흔의 형상을 지켜보던 쿠베는 판독장치에 나타난 확인코드를 살폈다. 해킹도, 가짜영상도 아니었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쿠베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말투나 목소리를 보아 언뜻 베흔이 틀림없어 보였지만 차림새도 그렇고, 무언가 이상했다. 게다가 등에 진 칼은 이미 옛날에 카렐에게 빼앗긴 플람베르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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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어 이번 회는 조금 일찍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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