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696화 (691/1,132)

< -- 696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드디어 700회입니다. 2부의 대단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입장이라 감회가 새롭군요.

그동안 계속 관심을 주셨던 분들께선 출석체크 겸 코멘트나 추천으로 흔적 한 번쯤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딱히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번 700회부터는 그동안 이어진 2부 과거이야기의 대단원이 펼쳐집니다. 1부에서 나온 [카파키 가의 몰락],  [주페의 죽음] 부분과 함께 소설 전체의 과거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4개 중 하나입니다.

대단원인만큼, 중요성도 크고 상당히 깁니다. 워낙 긴박한 씬이 이어지는지라 나누기도 어렵고, 긴장감의 단절을 막기 위해 한 번으로 쭉 이어버렸습니다. 출판본에서는 이곳부터 하나의 독립된 파트로 나누어야 할 정도의 상당한 길이입니다. 뒷부분은 아직 초고 상태라 손보고 나면 어느 정도 용량이 될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연재분 7,8회 이상, 어쩌면 10회 이상 될 지도......

(과거 이야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께선 그냥 독립된 한 편의 소설로 여기고 보시길......)

이 과거이야기가 끝나면, 카렐이 나서는 현재스토리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역시 길고, 과거가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라 단절 없이 엔딩까지 죽 이어집니다. 따져보면 이번의 과거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700회 시작합니다. (700회 기념으로 약간 깁니다. ^^)

.

.

.

.

.

.

.

.

.

.

.

.

.

.

.

.

.

.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경연 날짜를 어떻게 해서든 늦춰보려던 야푸르의 노력은 별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3개월이라는 야속한 기간은 마치 번개처럼 흘러가 어느덧 코앞에까지 닥쳐 있었다.

그 중간에도 오르마즈는 몇 번이나 자신을 후계자로 삼은 이유를 물었지만 야푸르는 경연만 통과하면 알려줄 것이라며 매번 대답을 미루곤 했다.

‘살기 위해’ 경연을 준비해야 하는 그 힘든 몇 달간 조금씩 지쳐 가던 오르마즈는 그가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이전처럼 여자로 보아 주기를 원했지만, 그는 최소한 겉으로는 엄한 모습의 상급자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그의 슬픈 눈빛에서 오르마즈는 수나 마구스를 애타게 응시하던 요아킴의 애달픈 표정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오르마즈를 여자로 대하지 않기 위해 미칠 정도로 애를 쓰고 있었다.

“훌륭한 외모와 복장도 무기라면 무기이지요.”

오르마즈의 차림새를 꼼꼼히 살피던 밀리타가 살짝 말려 있던 그의 소맷자락을 잘 펴주며 말했다. 밀리타는 그에게 몇 번이나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정작 오르마즈, 그리고 그와 함께 복장을 정돈하고 있는 6명의 ‘동반자’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자꾸 바깥 쳐다보지 마세요.”

밀리타가 창밖을 내다보려는 오르마즈의 시선을 억지로 자신에게 돌려놓으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그가 쳐다보지 않아도 나머지 ‘동반자’들의 공포어린 시선은 어차피 모두 바깥, 에아 신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차라리 온도가 무지하게 높으면 들어가자마자 확 사라질 텐데. 적외선으로 재 볼까?”

에아 교단에서 온 거구의 화학자 카야가 짐짓 태연하게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에아 신전 옥상에서 늦은 오후의 태양빛으로 점화된 불꽃이 천천히 온도를 높여가며 지하를 향해 타내려가고 있었다. 저 불꽃이 지하에 있는 에아 신전 화로에 붙는 순간, 경연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한쪽에서 동료들의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듣고 있던 니사 라말라 박사가 버럭 화를 내며 귀를 막았다.

“난 아직 생일도 안 지나서 마흔 살도 안 됐다고요. 괜히 재수 없는 소리들은 하지 좀 말아요.”

혼자 종종걸음을 치며 방을 이리저리 오가던 그는 밀리타의 몸단장을 받으며 중앙에 말없이 서 있는 ‘오늘의 주인공’ 아르잔 오르마즈를 힐끔 쳐다보았지만 이곳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워낙 긴장된 상황에 익숙해서인지 겁을 먹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표정에 잘 드러내지 않았다.

하마타 교단에서 보내 온 6명의 동반자들은 대체로 오르마즈와 비슷한 나이대지만 그래도 가장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그나마 제일 나이 많고 그동안 리더 역할을 해 왔던 이오타 요아킴 박사였다.

그는 이 순간에도 오르마즈에게 이것저것 지적을 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총 108문제입니다. 하마타와 하마피타에서 각각 54문제씩 출제합니다. 하마피타는 아르잔님을 떨어뜨리려고 맘먹고 나올 테니 문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겁니다. 그쪽 문제는 절반만 맞춘다고 생각하시고, 어려운 것은 과감히 버리십시오. 긴 시간 동안 체력과 집중력 싸움도 있으니 가망 없는 문제에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알고 있다.”

“걱정은 되시겠지만 실제 맞닥뜨리면 잘 헤쳐나가실 겁니다. 힘내십시오.”

“그대야말로 걱정하지 말게나. 그대의 장밋빛 미래를 망쳐놓지는 않을 테니.”

오르마즈가 요아킴 박사에게 어색하나마 미소를 보냈다. 오늘 있을 경연 통과에 실패한다면 그 역시 오르마즈와 밀리타, 그리고 다른 5명과 함께 신전 화로에 산 채로 던져질 테지만 성공한다면 그는 오르마즈의 사절 자격으로 트라카 교단에 보내지는, 누구보다 큰 ‘보상’을 받게 될 운명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에는 공포감 한편으로 묘한 기대감도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는 오르마즈의 미소에 얼굴을 조금 붉히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요아킴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르마즈의 모습에 입을 씰룩거리던 밀리타는 그의 얼굴을 억지로 자신에게 돌렸다.

“절 보세요.”

밀리타는 그의 넓은 어깨에 살며시 고개를 걸며 다정하게 허리를 안았다.

“저와 운명을 함께하실 거라고요. 아시죠?”

밀리타의 몸짓은 민망할 정도로 농염했지만 이상하게도 이 여자에게서는 다른 ‘동반자들’만큼의 절박한 동질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여자는 대신관 가문의 직계후손이었고, 누구보다 똑똑하고, 한때 그의 피를 뜨겁게 만들 만큼 매혹적이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엔지 마음이 그다지 가지 않았다.

“오늘 경연만 통과한다면 곧 제 배우자가 되실 거라고요.”

오르마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대신관 자녀 2명과의 결혼은 그가 정식 후계자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대신관이 왜 자기 스스로가 아닌, 자녀들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걸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

“바깥은 보지 마시고…….”

“불을 보는 게 아니고 저 군인들을 보는 거다.”

오르마즈의 턱이 가리킨 곳에는 아케메니안 궁 외곽을 빙 둘러싼 수천의 코메트 정규군 병사들이 보였다.

“아까 망원경으로 보니 도마뱀 문장을 단 게 여기 주둔 코메트 정규군단 같던데, 왜 모여 있지? 아케메니안 궁에는 무장병력은 헤네티 외에는 들어올 수 없을 텐데?”

“말씀하시는 게 이제 정말 우리 교단 후계자가 다 되신 것 같아요.”

밀리타는 정확한 대답보다 먼저 오르마즈를 추켜세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 밀리타를 대신해 요아킴 박사가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코메트 정규군들이 바깥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대신관 후계자의 경연이 있는 날은 외부인은 아무도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저 12개 신전이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이고, 코메트 군인들은 신전보다 안쪽으로는 못 들어옵니다.”

요아킴의 설명에 오르마즈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피라미드 형태를 한 아케메니안 궁은 정사각형 평면이었고, 그곳을 빙 둘러 12시 각 방향에 신전 하나씩이 자리하고 있었다.

먼 훗날, 이 12개 신전의 지상 부분은 민병대에 의해, 그리고 세나우스 2세의 새 황궁 신축과 함께 파괴되어 없어질 운명이었지만 최소한 이때까지는 교단 통합본부인 아케메니안 궁 외곽 경계를 이루는 일종의 표석이었다.

“준비가 끝났으니 내려오시라는 연락입니다.”

헤네티 한 명이 들어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휴우.”

표정이 굳은 오르마즈의 머리에 밀리타가 사파이어가 박힌 검은 터번을 조심스레 씌워주었다. 터번에 달린 검은 베일이 얼굴 앞에 드리워지면서, 오르마즈 역시 다른 모든 마구스들처럼 그 얼굴이 이제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아케메니안 궁에 있는 12개 신전의 지하 예배당은 대체로 비슷한 원형의 홀 구조를 하고 있지만, 비밀스러운 의식의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12시 방향 에아 신전만은 다른 곳과는 완전히 다른 특이한 구조였다. 이곳은 중간을 가로질러 흐르는 큰 수로를 경계로 일반인과 성직자들이 앉는 큰 홀, 그리고 마구스들과 수행원들의 제단이 있는 높고 작은 홀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

격이 다른 이 두 공간은 어차피 다른 출입구를 사용하다보니 사실상 전혀 별개의 공간이었다. 수로 위를 지나는 석조의 아치형 구름다리가 있기는 했지만 애당초 사람이 오가는 목적으로 세워진 건 아니었다. 높게 솟아오른 구름다리 꼭대기는 이곳에서 열리는 의식의 주된 무대였고, 적어도 50여명이 한 번에 설 수 있도록 넓은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제31대 대신관 지명자인 아르잔 다하카르입니다.”

이번 경연의 진행을 맡은 스루바라 교단 제2신관 크로이소스 델루지의 목소리에 대신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단 위에는 12명의 각 교단 마구스와 후계자들, 그들을 지키는 2명씩의 각 교단 경호 헤네티가 베일 너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제단 아래에는 운영을 맡은 몇 명의 고위 성직자들과 스루바라 교단 헤네티들이 열을 맞춰 선 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로 반대편의 큰 홀에는 각 교단의 2신관부터 10신관까지의 고위급 성직자 100여명, 세속 조직의 핵심 인물들 100명 남짓과 이곳의 경비를 맡은 50여명의 스루바라 교단 헤네티들이 모여 있었다.

‘아르잔 다하카르’라는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출입문으로 쏠렸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어차피 12명의 마구스들과 아직 몇 안 되는 ‘신탁을 받은 후계자들’까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야푸르의 후계자는 원래 이름이 무엇이든 어차피 ‘아르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이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그저 ‘대신관의 혈통 중 누군가일 것’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야푸르 대신관 후계자의 경연이 왜 2번이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은 여전했다.

“저게 다야?”

얼굴에 검은 베일을 쓴 정체불명의 ‘새 아르잔’에 뒤이어 밀리타와 6명의 ‘동반자’들이 들어서자 좌중이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했다. 제대로 선임되었다면 모두 12명이어야 할 동반자 중 고작 절반밖에 갖추지 못했다는 건 이번 선임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마구스들이 사용하는 출구를 통해 나온 ‘아르잔’은 제단 제일 높은 자리의 반투명한 베일 너머 일렬로 자리한 12명의 마구스들 앞에 서며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무엇들 하시나. 이제 그대들의 상급자인데.”

이곳에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유일한 사람, 대신관 야푸르가 양쪽에 서 있는 11명의 마구스 동료들에게 작은 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수나를 비롯한 6명의 하마타 마구스들이 가슴에 X자로 팔을 겹치며 고개를 숙이자, 다른 5명의 하마피타 마구스들도 마지못해 그들을 따라 ‘하급자로서의 예’를 보였다.

“고맙소.”

새 ‘아르잔’은 11명의 마구스들에게 가볍게 고개만 까딱거리고는 중앙에 앉은 야푸르의 앞으로 향했다.

제단을 올라간 그는 앞에 드리워진 베일을 걷고 그 금단의 구역에 들어섰다. 그곳의 대신관 옥좌 위에는 야푸르, 아니 그에게는 아직 ‘나즈라’의 모습이 절반 남아 있는 남자가 가슴을 펴고 앉아 짐짓 침착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엔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르잔 빈트 다하카르입니다.”

오르마즈는 그의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가슴 위에 팔을 X자로 엮으며 바닥에 이마를 가져갔다.

“불의 심판에 임하겠나이다. ……이게 운명이라면.”

짧게 덧붙이는 오르마즈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후 이 모든 것을 감춘 채 제국의 제1개국공신이 될 오르마즈 스스로에게도 아직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바로 그 ‘운명’이었다.

“그대가 후계자가 되어 준다면 내 지금 이 자리를 내 주어도 여한이 없을지니.”

야푸르의 속삭임에 오르마즈가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제단 아래로 향했다. 순간, 지상에서 타 내려온 열기가 이곳의 화로에 닿으며 큰 불꽃이 천장까지 집어삼킬듯 치솟아올랐다.

"힘내십시오."

지금껏 그를 도와 온 6명의 동반자들과 밀리타가 화로 곁에 남아 그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가자.”

오르마즈는 얼굴까지 붉게 달구어놓는 뜨거운 화로 옆을 지나 구름다리 위로 걸어 올랐다. 그리고는 신전 사방에서 다 볼 수 있도록 중앙에 어깨를 당당히 펴고 섰다.

오르마즈는 이번 경연의 진행을 맡은 스루바라 교단 2신관 크로이소스 델루지를 살짝 째려보았다. 저 중늙은이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오르마즈와 그다지 좋은 인연을 가진 자는 아니었다. 명문 델루지 가 출신의 저자는 교단 내에서도 강경한 매파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하마피타에서 가장 많은 신관을 배출한 명문가답게, 델루지 가 출신들은 스루바라 교단 2인자인 크로이소스 말고도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럿 보였다.

구석의 ‘평신도’ 석에는 크로이소스의 맏형이고 코메트 부대 현 사령관인 테번 델루지, 남매들 중 막내인 마누엘 델루지 대령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다하카르 교단 4신관 자리에 앉아있는 대신관의 첩 타바리스도 테번 남매들 중 하나였다.

사실 타바리스 델루지는 대신관과 비슷한 나이였지만 델루지 가 특유의 겉늙어 보이는 외모에 술을 과하게 좋아하고 거친 성격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여자였다. 그런데도 그가 대신관의 첩이 된 건 그동안 델루지 가에서 1명 이상씩을 들여 온 오랜 전통 때문이었을 뿐, 야푸르 본인은 별 관심도 두지 않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정작 타바리스는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그에게 일방적으로 집착하는데다가, 하렘의 다른 여인들에게 질투 또한 대단하다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다하카르 교단의 신관들 한쪽에는 얼마 전까지 ‘아르잔’이었던 코윈 교구장 람다 아스탈 신관의 굳은 표정도 보였다.

오르마즈가 통과에 실패하고 죽어준다면 그는 다시 이전의 자리로 복귀하겠지만 어차피 그가 지금까지의 후계 지명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교단의 몇몇 고위 신관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말썽만 되지 않는다면 그저 한 명의 고위 신관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터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분노에 길길이 날뛰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때 자신도 거쳐갔던 이 경연을 제3자의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혈맥 The Iron Vein 팬카페 :  http://cafe.daum.net/TheIronVein

The Iron Vein 개인지 구매사이트 : http://vein.zio.to/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