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3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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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타고 나아가던 오르마즈가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5시 13분이다. 벽이 갈라지고, 양 옆으로 길이 있는 걸 보니 여기부터 분침 부분인 것 같다.”
“13분이라면 이 앞은 가 봤자 막다른 길일 겁니다.”
“알아. 여기서 시계 중앙으로 뚫린 길은 5시 5분부터 10분까지만 열려있었겠지.”
오르마즈가 업고 있던 울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니사가 아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남쪽 다하카르 신전을 가려면 중앙을 지나야 하는데, 중앙을 지나는 통로는 30분마다 한 번씩밖에 열리지 않습니다. 5시35분에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통로가 다시 돌아올 테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면 오른쪽 길로 조금 돌아가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탈 수 있습니다.”
“아니.”
오르마즈가 뜻밖의 대답으로 또 니사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중앙을 가로질러 가는 건 위험한 짓이다. 내가 아스탈이라면 중앙 홀에 이미 병력을 두었을 거야. 카타콤베 반대방향으로 급히 가려는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니.”
어느새 군인으로 돌아간 오르마즈의 예상에 니사가 차마 반박도 못 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돌렸다.
“중앙 홀을 통과하지 않으면 반대편 다하카르 신전으로 갈 수가 없는데요?”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발도 불편한데 괜히 오래 걸을 필요 있나. 굳이 안 지나가도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 줄 텐데.”
“예? 분침 부분 12개 입구 중에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양쪽 통로 2개를 제외하면 모두 막다른 길입니다.”
“알아. 하지만 막다른 길도 어차피 5분마다 30도씩 돌지 않나.”
오르마즈가 냉큼 대답했다.
“분침 부분 어디서든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면 어차피 조금씩 돌아서 시계의 반대편으로 자동으로 가게 돼. 사람들 오지 않는 구석에 숨어서 다하카르 신전이 있는 6시 방향으로 갈 때까지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게 낫지.”
“그, 그렇군요.”
오르마즈의 생각에 니사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들은 1시 방향에 있었고, 중앙부는 5분마다 한 번 시계방향으로 30도씩 돌고 있었다. 그렇다면 위험하게 중앙 홀을 가로지르거나 어둠 속에서 헤맬 필요 없이 분침 부분의 적당한 곳에 숨어 25분만 기다리면 어차피 다하카르 신전이 있는 6시 방향으로 갈 터였다.
“그리고 바깥에 여기 사정을 알렸으니 가능한 안에서 시간을 끌다가 나가는 게 안전해. 대신관께서 움직이셔서 배신자들을 몰아낼 시간이 필요할 테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르마즈는 울피와 니사를 옆으로 바싹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그 둘을 양쪽 팔에 꼭 안으며 갈래길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몸을 숨겼다.
“25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소리도 내지 마라. 너희까지 잃고 싶지는 않아.”
무심코 대답을 할 뻔했던 니사와 울피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를 본 오르마즈가 이 둘을 안은 팔에 힘을 꽉 주었다. 갑자기 바닥에서 진동이 울리며, 이들의 몸이 뒤로 확 쏠렸다.
기다리던 대로, 중앙 홀은 목적지인 다하카르 신전을 향해 30도를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이들을 인도해 줄 터였다.
밀리타는 뒤를 돌아보았다. 랜턴을 든 민병대 암살수들의 살벌한 눈빛은 같은 소속, 같은 출신이던 오르마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검게 그을린 얼굴, 여위고 각진 턱, 가늘고 매서운 눈동자를 한 그들의 판박이 같은 얼굴은 똑바로 쳐다보기도 두려울 정도였다.
그 끔찍했던 결정의 순간, 차라리 목숨을 걸고 다른 동반자들과 함께 달려나갈 용기만 있었더라면 이런 참담한 꼴은 당하지 않았으리라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지만 이젠 다른 선택이 없었다. 지금 4명의 민병대 암살수와 2명의 아스탈 심복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누구냐.”
뒤에서 누군가 급히 쫓아오는 느낌에 민병대 0팀장 X가 석궁을 휙 돌렸다.
“동지니 쏠 것 없다. 어차피 한동안이겠지만.”
희미한 랜턴 불빛을 앞세우고 몇 명의 헤네티들과 함께 나타난 건 에시마 교단의 새 마구스 바에자 빈트 에시마였다. 물론 바에자 마구스는 잠재적인 적이기도 한 이 X에게 자신이 마구스라는 것을 드러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헤네티 장교 차림의 바에자는 들고 있던 석궁을 옆으로 치워 보이며 적의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아스탈이 이 카타콤베와 정세에 밝은 사람이 하나쯤 같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바에자가 포로로 잡혀 있는 밀리타에게도 씨익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스탈만큼이나, 아니 어느 면으로는 그보다 더 무서운 자가 동행하게 되었음을 깨달은 밀리타가 멍한 얼굴로 양쪽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뭘 봐? 빨리 가지 않고 뭐 해, 씨발.”
X팀장이 바에자를 돌아보며 머뭇거리는 밀리타의 등을 칼끝으로 쿡 찔렀다. 비틀거리며 앞장서던 밀리타는 1시의 티시트리야 신전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태도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챈 X팀장이 밀리타의 입을 꽉 틀어막으며 구석으로 확 잡아당겼다. 누군가 다급히 지나갔는지 티시트리야 신전으로 통하는 돌문이 약간 열려있었다.
X팀장이 돌문 틈새에 조심스레 눈동자를 대고 신전 안쪽을 살폈다.
“안에 백마 문장을 단 헤네티들이 들어오고 있군요. 머리가 길고 등에 부상을 입은 놈이 함께 있습니다.”
“쳇. 이오타 놈이군.”
바에자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새 이곳에 이오타 요아킴이 하마타의 헤네티들을 데리고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물론 오르마즈는 이곳을 떠난 후겠지만.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그놈이 어느 쪽으로 도망갔냐?”
티시트리야 신전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바에자가 입이 막힌 밀리타에게 방향을 물었다.
“트라에타오나 신전 쪽으로 갔냐? 아니면…….”
바에자가 랜턴으로 두 갈래길을 번갈아 비추며 물었다. 하나는 2시 방향의 트라에타오나 신전 쪽으로 향하는 정면의 외곽 순환로, 하나는 카타콤베의 중앙부를 향하는 오른쪽의 방사형 회랑이었다.
입이 막힌 밀리타가 양쪽을 급히 둘러보았다. 오르마즈가 이곳을 보았던 것처럼, 그의 시야에도 파란빛 흐름이 카타콤베의 벽을 마치 물결처럼 환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냐고.”
밀리타는 잠시 말을 안 하고 버텼지만 X가 건 밧줄이 목을 조여드는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시간이 약간 지난 오르마즈의 숨결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오른쪽 방사형 회랑을 가리켰다.
“이쪽? 정면으로 가면 2시를 지나 3시 방향의 트라카 신전인데, 그리고 안 가고 중앙 쪽으로 갔다는 말이냐?”
바에자가 언뜻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트라에타오나 신전 앞에 우리 편이 매복해 있다는 걸 이미 눈치 챘나.”
허탈한 표정의 바에자가 X들에게 뒤를 따라오라 손짓을 보내고는 직접 앞장서기 시작했다.
“놈이 어디로 가려는 속셈이지?”
바에자가 걸음을 옮기며 한편으로 생각에 잠겼다.
“하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하마타 신전에서 수하를 한 명 잃었으니 트라카 신전이라고 맘 놓고 갈 수 없다고 여겼겠군.”
바에자를 선두로, 추격대는 중앙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중앙을 가로지르는 방사형 회랑은 길도 넓고 좋은 편이었다.
한참을 걸어온 바에자는 앞에서 분침 부분과 갈라지는 갈래길을 본 순간,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5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운도 겁나게 좋군. 바로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황금 시각이야. 1/6의 확률을 뚫었어. 그러면……으음?”
막 싱글벙글하려던 바에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생각해보니 놈들이 여기 왔을 때 들어선 길은 여기가 아니겠지? 그때의 여기는 막다른 길이었을 텐데? 놈들은 어디로 갔지?”
바에자가 밀리타를 휙 돌아보며 물었다.
“말해 봐, 놈이 이 길을 지나갔나?”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려 잠시 버티던 밀리타는 바에자의 손이 목을 꽉 붙들자 그제야 기겁을 하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 뒤로는……그분의 느낌이 없습니다.”
막막해진 바에자가 이를 꽉 악물었다. 이 넓은 카타콤베에서, 그것도 매 5분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미로에서 발도 다친 놈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에자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둘 중의 하나겠군, 완전히 길을 잃고 카타콤베 동쪽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거나, 아니면 이곳을 완전히 이해하고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거나.”
바에자가 무언가 마음을 먹은 듯 급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라와라. 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다. 우린 중앙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갈 수 있으니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도 있을 거다.”
이 거대하고 어두컴컴한 카타콤베 전체가 이제 오르마즈 일행, 그들을 쫓는 하마피타 일당들, 그리고 그를 구하려는 대신관과 하마타 일행의 숨바꼭질장이 되어 있었다. 그를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에 교단의 미래 운명이 걸려있었다.
“5시 40분이 다 되어가는군.”
오르마즈가 니사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내 계산이 맞는다면 이번에 나타난 길로 쭉 나아가면 다하카르 신전이겠지.”
오르마즈가 시계를 확인하며 니사와 울피를 양팔에 꼭 안았다. 그리고 시계가 40분을 가리킨 순간, 예상대로 바닥이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는 걱정에 오르마즈는 석궁을 앞으로 겨눈 채 구석에 몸을 잔뜩 감추었지만 다행히 새로 나타난 길에는 적들이 보이지 않았다.
“휴우. 괜찮으니 안심해.”
오르마즈는 떨고 있던 니사와 울피의 이마에 한 번씩 입을 맞춰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석궁을 겨눈 채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나타난 길은 좀 구불구불한 것이 흠이었지만 화강암으로 깨끗이 마감된 제법 좋은 길이었다, 발만 성하다면, 그리고 동행만 없다면 그대로 달음박질쳐서 몇 분만에 다하카르 신전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늦어도 6시 정각까지는 다하카르 신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6시면 다하카르 신전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가 폐쇄되면서 1시간동안 ‘휴식의 시간’에 접어들게 됩니다.”
니사가 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알고 있다. 으음?”
다하카르 신전을 향해 절룩거리며 걸어가던 오르마즈는 누군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휙 돌렸다. 니사와 울피 역시 인기척을 느꼈는지 오르마즈의 곁에 꼭 달라붙었다. 아니나다를까, 조금 전 지나온 구부러진 모퉁이에서 누군가 불빛을 급히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
오르마즈는 니사와 울피의 입을 틀어막고는 급히 구석에 몸을 붙이고 상대를 조심스레 살폈다.
“제기랄, 따라잡혔다.”
적임을 직감한 오르마즈는 울피와 니사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천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작은 모퉁이를 돌아서서 슬쩍 눈을 내밀었던 오르마즈는 그 너머에서 재빨리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를 바로 포착해 냈다. 적은 최소한 5명이 넘어 보였고, 에아 신전에서 그를 공격했던 자들과 같은 차림새였다.
‘젠장, 다 와서 이게 무슨…….’
오르마즈가 다시 뒷걸음쳤지만 다하카르 신전은 아직 멀었고, 저들이 발을 다친 자신을 공격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양쪽으로 갈라지며 재빨리 접근해오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아 곧 공격을 하려는 것 같았다.
‘여기로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오르마즈가 앞뒤를 번갈아 쳐다보며 머리를 굴렸지만 별다른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하카르 신전으로 가는 회랑에 접어들자마자 꼬리를 잡은 것을 보아 미리 움직임을 예상하고 뒤를 따라붙은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는데.’
오르마즈가 5시 42분을 가리키고 있는 니사의 시계를 확인했다. 여기서 저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도 문제였지만 시간도 문제였다. 6시가 되는 순간, 이곳 전체가 돌아가면서 이 길은 하마피타인 7시 방향 바유 신전으로 향하게 될 판이었다.
그리고 하필 ‘6시의 수호신’인 정남쪽 다하카르 신전은 1시간 동안의 긴 폐쇄상태에 접어들면서 카타콤베를 통해서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게 될 터였다.
그때, 이번엔 다하카르 신전이 있는 반대편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웅웅거리며 터널을 울렸다. 깜짝 놀란 오르마즈가 고개를 휙 돌린 순간, 그쪽에서 또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웬 불빛이 이쪽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뭐라는 거지?”
굴 안의 울림 때문에 그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 나타난 자들은 뒤에서 쫓아오는 무리처럼 숨어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대신 랜턴을 사방에 비추며 자신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르잔님! 계십니까!”
“크바르나 여단?”
다하카르 신전 쪽에서 나타난 건 붉은 벨벳 망토에 조립식 갑옷과 방패, 전갈 문장 투구를 쓴 중무장 병사 3명이었다. 민병대 X에 필적하는 ‘합성 헤네티’들로만 조직된 크바르나 여단 최정예부대 ‘경호대’의 무장이었다.
“계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조금 전보다 한결 뚜렷해진 그들의 목소리가 터널 벽을 타고 또다시 크게 울렸다.
“크바르나 경호대입니다! 대신관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뒤쫓아오는 정체불명의 적들과, 크바르나 여단이라고 밝히고 있는 병사들 사이에 낀 오르마즈는 잠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믿기는 어려웠다. 그때, 뒤쫓아오던 적들이 급히 방향을 돌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도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크바르나 경호대 병사들의 존재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아르잔님! 계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너희들, 어디서 왔나.”
크바르나 경호대가 진짜 같다고 생각한 오르마즈는 구석에 모습을 숨긴 채 어둠 속에서 침착하게 물었다. 깜짝 놀란 크바르나 헤네티들이 급히 랜턴으로 주변을 살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다하카르 신전에서 올라왔습니다. 후계자이신 아르잔 빈트 다하카르 님이십니까?”
“…….”
“대신관님께서 크게 심려하고 계십니다. 아르잔님을 지키러 왔으니 제발 믿어주십시오.”
헤네티 한 명이 무기를 내려놓으며 두 팔을 벌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오르마즈는 조여 오는 시간과, 적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반대편, 뒤쪽의 적들 또한 문제였다.
“제가 나갈까요? 적이면 절 공격할 테고……,”
니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오르마즈는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는 그의 손을 꽉 붙들며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때, 오르마즈의 다른 손을 꼭 붙들고 있던 울피가 갑자기 밖으로 확 튀어나갔다.
“울피!”
지금까지 겁 많은 울보로만 알고 있던 그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오르마즈가 급히 손을 뻗었지만 울피는 이미 굴 한복판까지 달려 나가 있었다. 그는 두 팔을 벌리고 길을 막아서며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크바르나 여단 맞는 거냐?”
“뒤, 뒤에!”
갑자기 튀어나온 울피에게 막 랜턴을 돌리던 크바르나의 경호대 헤네티는 울피의 등 너머, 멀리 모퉁이에서 이쪽을 비추는 랜턴 불빛을 발견했다. 헤네티 선두의 병사가 고함을 꽥 지르며 몸을 날랐다.
“엎드리십시오!”
“뭐, 뭘?”
오르마즈를 살리겠다며 무작정 뛰어나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울피는 그제야 뒤를 확 돌아보았다. 뒤쪽 불빛과 그의 눈동자가 마주친 순간, 팅 하며 발사된 볼트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으악!”
놀라 주저앉는 울피를 헤네티가 몸으로 얼른 감싸며 왼손의 방패를 번쩍 치켜들었다. 울피의 급소로 날아들던 볼트가 헤네티의 방패에 맞아 귀를 찢는 마찰음을 내며 밑으로 확 미끄러졌다. 그리고 헤네티에게 눌려 막 움츠리던 울피의 팔꿈치에 정확히 명중하며 살과 근육을 찢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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