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16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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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노 경의 남편이고 2번 도시 시장인 니콜라프 경은 도시를 떠나겠다며 항구에 몰려드는 민간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하지만 그네들의 기대와는 달리 나갈 배편은 아예 없었고, 일부 민간 선박들도 보안을 위해 출항이 모두 통제되어 있었다.
그는 항구 부근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 놓고 이틀째 숙식까지 해 가며 민간인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썼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공황상태에 빠진 민간인들 대부분은 ‘피난선이 마련될 때까지 일단 기다리자’며 항구 문 앞에 아예 장사진을 쳤고, 몇몇은 막무가내로 배편을 마련해달라며 철조망 밖에서 소란을 떨고 있었다.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아내에게 온 연락은 그를 더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용병대 보급품이 있는 창고를 확인해 달라는 아리아노의 연락에는 ‘위험할지 모르니 절대 직접 가지는 말고 충분한 숫자의 무장병력을 보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항구의 치안군 경비병력 대부분이 민간인 통제에 투입된 상황에서는 마땅히 보낼 만한 병력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네들을 뺀 무장병력이라면 남부제후군 아니면 근위대나 보안국 요원들 뿐인데 아내는 무슨 생각인지 보안국이나 근위대, 사위 제롬에게도 알리지 말고 시장 직속조직에서 처리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던 터였다.
그는 치안군 들 중 어렵게 털어 5명의 경비병을 보내 놓고는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고, 몇 분 후에는 보낸 일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장님, 시장님.”
항구의 보안탑에서 민간인들을 둘러보던 니콜라프 경은 비서가 내민 할룩스에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잔소리쟁이 마누라가 또 연락을 한 건가 싶은 생각에 받자마자 짜증을 내려 했지만 화면에 나타난 건 조금 전 보냈던 경비병 분대장이었다.
“11번 창고입니다. 좀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왜?”
니콜라프 경이 버럭 화를 냈지만 경비병의 목소리에는 잔뜩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용병놈들 화물에서 아주 이상한 것이 나왔습니다. 어쨌든 직접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보안국이나 근위대에서 처리해야 할 건 같습니다.”
“뭐가 있길래?”
“포장에는 건조식량이라고 되어 있는데 뜯어보니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이상한 관 같은 게 있고 군인들 시체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시체?”
기겁을 한 니콜라프 경이 얼른 목소리를 낮추었다.
“보급품으로 시체가?”
“예. 무슨 조절장치까지 있는 상자에 한 구씩 들어있습니다. 전혀 썩지도 않은 것을 보아 보존처리가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만 이런 상자가 거의 2, 3백 개는 됩니다. 어쩌면 다른 창고에도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분대장이 할룩스의 영상장치를 상자 쪽으로 돌렸다. 그의 말대로, 화면에는 단단한 나무상자 안에는 마치 관처럼 생긴 상자가 들어있었고 그 안에는 중무장을 한 군인이 무기를 껴안고 두 손을 얌전히 모은 채 잠든 것처럼 누운 모습이 나타났다.
그때, 상자를 보여주던 분대장의 할룩스가 바닥에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봐, 이봐! 제대로 좀 들어 봐!”
당황한 니콜라프 경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내 아리아노가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 했으니 이 일을 상의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급히 창고 배치도를 살폈다. 문제의 11번 창고는 항구에서도 가장 외곽이었고 철조망 하나를 사이로 복잡한 시장과 주거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당장 지금도 피난을 가겠다고 나온 민간인들이 버글거리고 있는 곳이었다.
사실 그가 당황한 건 ‘어차피 죽어 있는’ 시체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에 보낸 경비병들이 누군가에 당한 것이라면 연합군의 보급품이 있는 창고에 적이 잠입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는 허겁지겁 아내의 할룩스를 호출했다. 예상대로 붐비는 거리에서 짜증을 내고 있는 아리아노 경의 모습이 바로 나타났지만 신경이 곤두서 있기는 니콜라프 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시체가 잔뜩 있다는데!”
남편에게서 자초지종을 설명들은 아리아노 경이 눈가를 찡그렸다. 하지만 그는 이 ‘책임감 강하고 완고한’ 남자에게 사실을 모두 알려주고 괜스레 위험에 몰아넣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태워 없애요.”
“뭐, 뭐라고요?”
“태워 없애라고요. 용병대 놈들 물건 있는 창고는 모조리 다 태워버리라고요.”
아리아노가 눈에 힘을 주며 분명하게 대답했다.
“내가 나중에 다 책임질 테니까 당신은 그냥 태워버려요.”
“당신 지금 미쳤소?”
니콜라프 경이 버럭 화를 냈다.
“저 안에 인화물질에 식량에 별 것들이 다 들어있는데! 저걸 태우면 창고 한 동 태우고 끝날 것 같아요? 다른 창고는 물론이고 그 옆에 시장하고 시가지까지 옮겨 붙을 게 뻔한데 그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아리아노도 시장인 남편의 뜻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보안국이나 근위대 손을 거치지 않고 ‘처리’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여보, 좀 들어 봐요, 경비병이 죽었다면 적들도 들통 난 것을 눈치 챘다는 것 아니에요? 사소한 다른 피해 생각한답시고 어설프게 대응하느니 차라리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무조건 태워버리라고요.”
“내 시가지 불바다 되고 민간인들 죽어나가는 꼴은 내 눈 뜨고는 절대 못 보오.”
“지금 까짓 몇 놈 죽는 게 문제냐고요!”
발끈한 아리아노가 평소 성질을 드러냈지만 니콜라프 경 또한 완고했다.
“당연히 문제지요! 내가 시장이고 민간인들 지키는 게 내 임무인데!”
‘저 웬수 고집쟁이 같으니.’
아리아노의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이대로는 저 꽉꽉 막힌 뼛속까지 관료 남자가 창고에 불을 질러 줄 것 같지를 않았다.
‘젠장, 베흔한테 부탁하는 수밖에 없겠네.’
아리아노는 급히 시계를 확인하고는 성벽이 있는 북쪽을 돌아보았다. 진주하는 동맹군과 연합군의 기세싸움이 막 벌어지기 시작한 듯 큰 함성소리가 울려오고 있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내 지금 차 버리고 그리로 도보로 갈 테니 그때까지 건드리지나 말고 그냥 놔둬요. 당신은 건물 밖으로 나가지 말고 제발 안전한 거기에 그대로 있어요.”
“놔두라고? 미쳤소? 내 보안국에 알려 처리할 테니 당신은 안전한 별궁으로 돌아가 있어요. 쓸데없이 이런 위험한 데 오지 말고. 지금 사람이 죽는 판이란 말이요.”
니콜라프 경이 짐짓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순간 기겁을 한 아리아노 쪽이었다.
“아무 데도 연락하지 말라니까! 보안국장 놈이 한패거리일지 모른단 말이에요! 근위대에는 절대 알리면 안 돼요!”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여긴 오지 말라고!”
“여보, 제발 당신은 나서지 말고…….”
“내 말 듣고 안전한 데 가 있어요. 가문 종장이면 종장답게 좀 굴어요.”
니콜라프 경이 짐짓 화난 얼굴로 버럭 화를 내며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 남자가 진짜.”
다급해진 아리아노가 길거리에 멈춰 선 차에서 무작정 뛰어내렸다. 알았다고 했지만 남편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구르베스와 20여명의 크바르나 헤네티들도 차에서 뛰어내려 그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근위대와 치안군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늦어도 차를 이용했지만 이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모두 따라오라고!”
다급해진 아리아노는 거추장스런 비단포 자락을 벗어 손에 쥐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남편을 적어도 대여섯씩은 가진 다른 종장들과는 달리, 니콜라프는 그에게 첫 번째이고 세상 유일한 남편이었다.
“비켜! 비키라고! 라자루스 법무대신이시다!”
구르베스와 헤네티들이 앞장서서 길을 메운 민간인들을 거칠게 떠밀어내며 길을 냈다. 하지만 항구의 입구까지 난 길은 이미 민간인들로 가득 메워져서 이대로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날 좀 도와줘요, 제발, 베흔.”
아리아노는 별궁에 있을 베흔을 다급히 호출했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그 오랜 친구밖에 없었다.
아리아노와의 통신을 끊은 니콜라프 경은 문제의 11번 창고와 이번에 들어온 물품들이 들어있는 목록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섰다. 아내가 보안탑의 사무실을 떠나지 말라고 했지만 항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안 이상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사무실을 막 나선 니콜라프 경은 항구를 지키는 치안군 장교에게 단호하게 일렀다.
“이봐, 법무대신이 이리로 올지 모르니까 입구에서 절대 들여보내지 마라.”
“예?”
아내를 들여보내지 말라는 시장의 엉뚱한 명령에 장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일단 명령을 내려놓은 그는 다른 설명도 모두 생략한 채로 화급히 보안탑 밖으로 나섰다. 조금씩 해가 지면서 항구 주변은 온통 붉은 핏빛 놀로 뒤덮이고 있었다.
“출입문을 지키는 놈들 빼고 모조리 모아서…….”
지시를 내리며 사무실을 나서는 같은 시간, 반대편 선착장 쪽에서 작업용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긴장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면 경비병들이 대번 의심을 드러냈겠지만 근위대 사역병단 장교 차림새에 긴 겨울 제식코트를 입은 그 남자는 다른 일이 있어 온 사람처럼 아주 태연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경비병들을 모으던 니콜라프 경에게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니콜라프 카자크 시장님?”
“음?”
니콜라프 경이 그 장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 장교는 경비병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가방 속에 숨겨 온 석궁을 번쩍 치켜들었다. 기다림도, 쓸데없는 이유나 말 한 마디조차 없었다. 그자는 놀란 경비병들이 움직일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으익!”
바로 발사된 일격은 목표에게는 차라리 축복이었다. 유달리 긴 볼트는 멍하니 뜨고 있던 니콜라프 경의 파란빛 눈동자를 박살내고 뒤통수까지 관통되며 피와 골을 사방에 흩어놓고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그대로 뒤로 튕겨나 쓰러진 니콜라프 경의 하얀 얼굴 위로 핏빛 놀보다 더 붉고 진득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저놈 잡아!”
경비병들이 경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 암살범은 도망을 치지도, 반격을 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만족스럽게 웃기만 했다. 그 엉뚱한 모습에 놀라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던 경비병들이 일제히 악 소리를 지르며 이 암살범에게 우르르 덤벼들었다.
“사로잡아!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
암살범은 경비병들의 공격에 별 저항조차 하지 않은 채 5명이 넘는 병사들에 깔려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잡았다!”
제일 먼저 덤벼든 사관이 암살범의 무기를 빼앗아 옆에 내던지며 일단 안도했지만 그의 큰 실수였다. 무기를 던지고 막 그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던 사관은 순간 얼굴 위를 덮치는 끔찍한 불꽃과 마주했다.
“아, 아악!”
암살범을 잡기 위해 몸으로 달려들었던 7명의 병사들을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불꽃이 집어삼켰다. 엄청난 열기에 휩싸인 병사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지만 암살범의 몸에서 튀어오른 인화물을 온통 뒤집어쓴 병사들은 아무리 바닥을 구르고 발악을 해도 불을 끌 수가 없었다.
“맙소사! 구해!
동료들을 구하러 달려오던 병사들 몇이 인화물질이 옮겨 붙으며 비명을 질렀고, 나머지는 끔찍한 열기에 놀라 기겁을 하며 뒷걸음쳤다. 그들이 입은 갑주의 방화성능도 상상을 초월하는 고열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도로 바닥의 포장재까지도 녹아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안 돼! 못 구해!”
재빠른 사관들이 동료를 구하려는 병사들을 급히 막아섰다. 암살범의 몸은 이미 뼈까지 녹아 형체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의 부근에 있던 7명의 경비병, 그들을 구하려다가 불이 옮겨 붙은 5명의 병사들도 채 1분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에 온몸이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뭐야, 뭐야, 이거 도대체.”
공포에 휩싸인 병사들이 져가는 해와 붉은 놀 속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한쪽에는 즉사한 아리아노의 남편 니콜라프 경의 시체가, 반대편에는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16구의 시체가 열기에 녹아 부글부글 끓는 도로 위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일이 영 깔끔치 못하군, 쿠마르.”
항구 11번 창고에 성큼 들어선 보안국장 쿠마르 우펠루는 귀에 익은 섬뜩한 목소리에 순간 파르르 떨었다.
“여긴 언제 오셨습니까?”
쿠마르가 어둠 속에서 가늘게 반짝거리고 있는 회색빛 눈동자를 그제야 발견했다.
“올 수 있는 길이야 많고 많지.”
4명의 헤네티 경호원을 동반한 아스탈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발밑에는 조금 전까지 이곳을 수색하던 5명의 항구 경비병들이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오랜만에 보여주시는 모습입니다.”
쿠마르가 어색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웃음을 지었다. 아스탈은 헤네티들이 입는 중갑주 차림에 칼과 석궁으로 단단히 무장한, 완전한 무장의 모습이었다.
“간만에 피맛을 보니 나도 기분이 새롭던걸.”
아스탈이 칼에 묻은 피를 죽 핥았다.
그때, 한쪽 구석의 상자에서 무언가 쾅쾅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우지끈 하며 나무상자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콜록거리며 가래를 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실험실이 아니다보니 정상 호흡을 되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군. 보조호흡장치라도 만들어서 다음에는 시정해야겠어.”
아스탈이 고개를 저었다.
문짝을 뜯어내고 나온 첫 번째 ‘재생 헤네티’가 상자에 갖고 있던 무기들을 주섬주섬 챙겨서는 아스탈에게로 다가왔다.
“목표는?”
“확실히 죽였습니다. 근위대 차림새였으니 지금쯤 근위대를 조사한다고 설치고 있을 겁니다.”
보고를 마친 헤네티가 다시 재채기를 하고는 자신의 새 육체에 문제가 없는지 여기저기 살폈다.
“그래, 잘했다.”
아스탈이 씽긋 웃음을 지었다.
“네 새 육체도 이미 배양중이다. 훌륭히 완수했으니 또다시 죽어도 좋은 몸에 깃들 거다. 염려하지 말고 용감히 싸워도 된다. 이번 전투는 내 몸소 이끌 것이니.”
‘재생’을 약속받은 헤네티의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이 미천한 전사, 대신관님을 위해 이까짓 시한부 몸은 언제든 바칠 준비가 되어 있나이다. 부디 가장 위험한 임무를 주시어 충성을 증명하게 해 주시옵소서.”
그는 가슴에 손을 X자로 겹치며 자신에게 새 생명을 준 이 ‘대신관’에게 재차 충성을 맹세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의 새 몸도 그에게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늙으면서 조금씩 쓸모가 없어질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시작할 모양이군.”
아스탈은 함성소리가 조금씩 커져가는 북쪽을 돌아보았다. 쿠마르가 그에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성벽 밖에 동맹군 남부보병대 7만 정도가 이미 도착해서 기세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 기병은 도착하지 않았고요. 일부러 약점을 보여서 이쪽의 선제공격을 끌어내려는 수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연합군들도 안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력군도 안 왔는데 지금 공격하면 짤 없이 미끼에 걸리는 꼴이지. 쿠베나 제롬 놈도 아주 바보는 아닌 모양이야. 카렐 놈은?”
“밖에서 남부 보병대를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일어날 때까지 난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면 되는 건가.”
아스탈이 키득거리며 창고를 꽉 채운 상자들을 빙 둘러보았다. 이곳에만 2백 개, 항구의 창고 곳곳에 나머지 8백여 개의 상자들이 흩어져 보관되고 있었다. 그리고 5백여 개는 멀리, 황도 아케메니아에 이미 가 있었다.
그때, 아스탈의 할룩스로 짧은 메시지가 들어왔다. 문장을 본 순간, 지금껏 여유롭던 아스탈이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뭡니까?”
쿠마르가 걱정스레 물었다. 여전히 표정이 일그러진 아스탈이 무기 벨트를 조이며 짧게 대답했다.
“그 질긴 5세대 X 불청객 놈이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로 숨어들었던 모양이군.”
아스탈은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경호 헤네티들을 힐끔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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