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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726화 (721/1,132)

< -- 726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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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너도 이제 임자 있는 몸이니 하는 말이지만, 남자는 허리하고 하체야, 이것아. 허리 튼실하고 허벅지 굵직해야 밤에도 힘 제대로 쓰지 누구처럼 야리야리하니 길쭉하기만 해선…….”

“그분은 남자 아니신데요?”

“어쨌든!”

네피가 괜스레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아버지에게 솔이 능청맞게 대답했다.

“밤에도 힘 잘 쓰시고요.”

“그 양반이야 남는 게 힘인데 그럼 당연히 너한테 써야지!”

네피의 목소리가 좀 컸는지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병사들 중 몇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좀 꺼져, 이 새끼들아.”

네피가 이를 드러내며 주변에서 병사들을 모조리 쫓아냈다.

“그리고 이 빵도 말이에요…….”

그때, 시계를 본 솔이 급히 입을 열었다.

“어, 빨리 옷 입으세요.”

“왜? 딸 앞에서도 이 정도도 못 벗냐?”

“아니, 그게 아니고…….”

솔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화물 컨테이너 틈새에서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승사자라도 만난 것처럼 놀란 네피가 털이 시커먼 가슴을 빵봉지로 얼른 가렸다.

“황빈 마마께서 먼저 와 계셨군요.”

경호원 한 명 없이 군복 차림으로 불쑥 나타난 남부 5제후 마자리크 이그나토 경이 솔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의 등장에 기겁을 한 네피는 괜스레 엉뚱한 곳을 두리번거렸다.

“아,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그의 인사를 받아 준 솔은 아버지와 마자리크 경을 번갈아 쳐다보며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세요, 아버지.”

솔이 네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내가 뭘?”

“조금 전 저녁은 즐거웠습니다. 조금이라도 쉬고 나오셨는지요, 황빈 마마.”

마자리크 경이 솔에게 능청맞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 기겁을 한 네피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아, 아니 저녁이라니, 나 몰래 딸애하고 만났단 말이에요?”

“몰래? 내가 황빈 마마를 공식적으로 찾아뵙고 함께 저녁을 한 것까지 그대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려야 하나? 네피 대장군?”

이번에도 마자리크 경이 정색을 하며 되물었다.

“그러게요.”

이번엔 솔까지 맞장구를 쳤다. 네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 참견이냐’라는 식으로 양쪽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두 여자의 시선을 마주하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네피는 한 손에 먹다 만 크림빵 봉지를 든 채 그 둘의 눈치를 보았다.

“이 빵도 마자리크 경이 가문 병영에서 직접 구워서 가져온 거예요. 아버지 크림빵 좋아하신다고요. 궁에서는 배급제 때문에 요즘 크림빵 같은 건 안 나와요.”

도대체 딸네미가 맞는 것인지, 솔이 계속 마자리크 경 편을 들었다. 말문이 막힌 네피는 마자리크가 직접 구웠다는 이 빵을 최대한 맛있게 먹어주는 선에서 일단 상황을 ‘수습’하기로 했다.

“어쩐지, 막 찍어낸 빵 같지는 않더니. 뭐, 맛은 좋네.”

네피는 봉지에서 또 한 개를 꺼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조금 전까지도 별 생각 없이 먹었던 크림빵이 알고 다시 먹어보니 정말로 꽤 맛있었다.

“황빈께서 전쟁 끝나는 대로 황상께 허락을 얻어 내 영지인 일리안을 방문하시겠다고 말씀하셨으니 대장군 그대도 함께 오게나.”

“우읍!”

순간 네피는 하마터면 맛있게 씹던 크림빵을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마자리크 경은 이곳에서는 그저 제후들 중 한 명일 뿐이지만 자신의 영지인 남부 일리안에서는 노예까지 합치면 2천만 가까운 인구와 수백의 가문 종원을 이끄는 한 지역의 수장이고 종장이었다. 일리안의 오랜 토호인 이그나토 가는 세나우스 1세의 황후였던 테나스까지 낸, 교단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의 명문가였다.

수명개조 직후 태어난 마자리크도 제국의 상급제후들 중 나이가 꽤 많은 축이어서, 이제 막 200살을 조금 넘긴 네피가 세상 한 번 더 살 만큼의 풍파를 겪어 온 백전노장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한 델루지 가 출신 전 남편과의 사이에 장성한 자녀들도 여럿 두고 있었다.

그런 이그나토 가에 딸과 얼굴을 디밀 생각을 하니 네피의 눈앞이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델루지 가의 압력으로 마자리크가 남편을 여럿 두지 못했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기는 했지만.

“칠칠맞은 제 아들놈들이 천하절색으로 소문난 황빈마마를 빨리 뵙고 싶어 안달들입니다.”

네피가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 챈 마자리크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확 돌려놓았다. 얼굴이 빨개진 솔이 살포시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도 이제…….”

막 분위기가 좋아지려는 찰나, 무장한 누군가가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놈이야!”

네피가 재빨리 도끼를 빼들고 벌떡 일어나 이 두 여자들의 앞을 성큼 지키고 섰다.

“소속부터 밝…….”

위협적으로 고함을 지르던 네피가 말꼬리를 흐렸다. 어둠 속에서 소리도 없이 나타난 가늘고 마른 실루엣은 얼마 전 보벤을 잡을 때 보았던 ‘재수 없는 여자’ 헌병대 중랑장 사에나의 것이었다.

‘오늘은 도대체 만나는 여자들마다 왜…….’

“마자리크 경께서도 계시는군요.”

사에나는 네피의 손에 들린 크림빵을 힐끔 보았지만 곧 무표정하게 시선을 다시 서류로 돌렸다.

“황빈마마를 보아 이번만 못 본 것으로 해 드릴 테니 빨리 드십시오.”

네피가 발끈했지만 상대가 상대니 헌병에게 괜히 덤벼 좋을 것이 없었다. 그는 보란 듯 빵을 오물거리며 더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누구 마누란지 정말 밥맛이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사에나는 웬 관처럼 생긴 상자의 스케치를 내보였다.

“사오시안트에 있는 정보통이 새 정보를 보내주었습니다. 혹시 최근에 이런 형태의 나무상자가 반입된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사에나가 내민 쪽지를 건성 살핀 네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게 몇 번째야. 없다니까 그러네.”

네피가 짜증을 내며 적치장에 산처럼 쌓인 상자들을 가리켰다.

“5일 전부터 성 내로 반입된 물품은 마대에 포장된 식량 종류밖에 없어. 무기하고 건자재도 일부 들어왔지만 그건 지급받은 부대에서 모두 수량까지 확인해서 전수검사를 하고 있고. 애당초 사람이 들어갈 만한 포장물건 자체가 없어.”

“무기와 건자재요? 검수를 지급받은 부대에서 한다고요?”

사에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학장님께서 긴급히 필요한 식량과 물자 외에는 모든 물품 반입을 금지시킨 줄로 압니다만? 전투도 없었고 건물이 무너진 곳도 없었습니다. 지금 몇몇 부대들이 보안국에서 내사를 받고 있는데, 지급받는 부대에 검수를 맡길 수 있는 겁니까?”

꼬치꼬치 따져 묻는 사에나에게 네피가 대놓고 얼굴을 찡그렸다. 화를 낼까말까 고민하던 그는 ‘헌병’과 괜한 다툼은 피하기로 했다.

“그야 부대들에서 긴급하다고 하니까 보냈지, 서류들 확인해 봐. 검수는 우리도 했고 야전군 부대로 제대로 들어갔다고.”

‘알겠습니다’하고 넘어갈 줄 알았던 이 비서관은 ‘정말로’ 서류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네피의 속이 울컥했지만 사에나는 지극히 사무적인 표정으로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건자재 몇 물품이 곧 반입될 예정이군요.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 테니 검사하는 병사들에게 나무상자에 포장된 물품들을 각별히 조심시켜 주십시오.”

“잠깐. 나도 같이 가세.”

마자리크 경이 네피의 손에 들린 스케치를 확인하며 난데없이 사에나를 따라나섰다.

항구 적치장에는 밀린 화물과 컨테이너들이 층층이 쌓여 중간의 통로도 사람 한두 명이 가까스로 통과할 정도로 좁았다. 그렇다보니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러울 지경이었다. 문제의 짐들을 검수하러 나선 사에나와 마자리크 경도 사람 키 2배는 되는 컨테이너가 2층으로 쌓인 사이로 난 길을 일렬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자리크 경이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내 그대가 엄격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사에나는 ‘신경 쓰이는’ 마자리크 경이 굳이 함께 나선 이유를 눈치 채고 있었지만 전혀 모르는 척 곁눈질로 힐끔 돌아보았다. 네피와는 달리 이 여자는 상급제후에 한 지역 ‘제후’였고, 그가 힘을 쓸 수 있는 영향력 밖의 사람이었다.

“이런 일은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가디언에게 익숙한 업무가 아닐세, 무례하게 추궁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설명하는 편이 나았으리라는 생각은 안 드나?”

“그 문제는 저보다는……알겠습니다. 시정하도록 하지요.”

반박을 하려던 사에나는 일단 참기로 했다. 사실 그가 정말로 그의 말에 납득되어서는 아니었고 그의 할룩스가 ‘긴급 메시지’를 알리며 깜박거리고 있어서였다. 막 켜든 그곳에는 짧은 한 마디가 적혀있었다.

- 누군가 뒤를 쫓고 있습니다. 코나. -

‘코나’라는 이름에 사에나가 멈칫했다. 소리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그 무정부주의자가 지금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던 모양이었다.

사에나는 재빨리 할룩스를 끄고 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나? 마자리크 경?’

저들이 쫓는 대상이 둘 중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에나는 뒤를 따라오는 이 제후에게 ‘미행이 있다’는 것을 재빨리 수화로 알렸다. 그를 더 추궁하려던 마자리크 경이 순간 입을 딱 다물었다.

“기분 나쁜 곳이군.”

마자리크 경이 허리춤의 할룩스를 꾹꾹 누르며 농담처럼 중얼거렸다. 사방으로 컨테이너가 숲을 이룬 이 넓디넓은 적치장에서는 소리를 지른다고 바로 위치를 파악해 달려올 사람도 없었고, 두 사람의 양옆으로도 높은 컨테이너 박스가 벽을 이루고 있었다.

길은 앞 아니면 뒤 뿐이었고 둘 다 가벼운 군복 차림새에 칼 혹은 석궁 하나씩 지닌 것이 전부였다. 일단 이 좁은 공간부터 빠져나려 서두르던 둘은 이 좁은 통로의 거의 끝, 크레인과 차량들이 다니는 넓은 통로로의 출구에 거의 접근해갔다.

“쉿.”

마자리크가 앞서가던 사에나를 재빨리 붙들었다. 한쪽에서 스쳐 지나간 조명에 넓은 통로 오른쪽에 서 있는 무언가 육중한 형체의 그림자가 보였다. 언뜻 그림자 형태로 보아 컨테이너를 나르는 거대한 화물차량 같았고, 모퉁이에도 누군가 있는 것 같았다.

사에나는 재빨리 뒤로 돌아섰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도 몇 명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 달아나게 해서 차로 밀어버리려는 것일지도? -

노련한 마자리크가 재빨리 수화를 보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티 나지 않게 목표를 없애버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들로서는 숨을 수도, 달아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위에서 작은 돌 하나가 뚝 떨어졌다.

“여기.”

컨테이너 위에 있던 누군가가 창을 최대한 늘려 밑으로 늘어뜨렸다. 넓은 어깨, 엉거주춤한 실루엣을 보아 누군지 말하나마나였다. 코나가 컨테이너 더미 위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아무리 뛰어도 창끝까지 팔이 닿지를 않았고, 좁아서 도움닫기를 할 수도 없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제 동료입니다.”

사에나가 손과 어깨를 받쳐주며 눈짓했다. 마자리크는 괜한 눈치니 질문 따위로 시간을 끌지 않고 재빨리 그의 손과 어깨를 딛고 팔을 힘껏 뻗어 창자루를 잡았다. 그리고는 두 다리로 컨테이너 옆을 마찰력으로 단단히 디디고는 다시 아래로 팔을 뻗었다.

“내 손을 잡아라. 내 몸을 딛고 먼저 올라가.”

사에나는 조금 전까지도 자신에게 으르렁거렸던 이 제후의 손을 꽉 맞잡았다. 그때, 반대편에서 문제의 ‘괴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는 사역병 차림이었지만 손에 석궁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차가 있던 곳에서도 또 한 명이 불쑥 나타났다.

“젠장, 달아나려고 하잖아!”

사에나는 귀 옆을 쌕 하며 스치는 볼트를 직감하며 마자리크의 허리를 꽉 붙들고 위로 오르려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날아온 볼트가 그의 왼쪽 겨드랑이를 비스듬히 관통하며 등으로 피를 뿌렸다. 하지만 그의 부상에 더 놀란 건 도리어 적들이었다.

“이 새끼! 함부로 쏘지 마!”

움찔한 사에나는 팔에 힘을 주어 더 오르려 했지만 등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자리크가 그의 옷자락을 붙들려 했지만 왼팔에서 힘이 풀린 사에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이 정도 고통 따위는 그에게 문제가 아니었지만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놈이 떨어졌다! 도망가기 전에 잡아!”

사에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괴한들이 무기를 들고 양쪽에서 일제히 달려왔다. 2명, 그리고 반대편은 1명이었다. 어쩌면 더 몰려들지도 모르지만.

“날 사로잡으려고?”

그들의 외침을 들은 순간, 사에나는 저들의 목표가 바로 자신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훨씬 거물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왜 하필 자신을 노리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저놈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르니 조심해!”

‘내 정체를 아는 건가?’

벌떡 일어선 사에나는 구석에 몸을 붙이며 오른손만으로 재빨리 석궁을 빼들고는 달려오는 괴한들 중 한 명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헤네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 명이 그의 날카로운 사격에 다리를 맞고 자리에 휘청거렸다.

“아윽!”

그때, 될 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포기하고 있던 등 뒤에서도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자리크 경이 매달린 채로 집어던진 큰 칼에 팔을 베인 괴한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젠장! 왜 내가 여기서 싸움을…….”

위에서 창을 쥐고 있던 코나에게 손을 놓으라고 손짓한 마자리크는 그의 창을 쥔 채로 다시 바닥에 훌쩍 뛰어내려 조금 전 자신의 칼에 다친 적에게 바로 돌진했다.

“이놈!”

마자리크가 힘껏 올려친 창에 그자의 턱이 짓뭉개지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이 코런덤의 헤네티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같은 순간, 다른 쪽에서 다리를 맞고 절룩거리던 괴한이 두 번째로 날린 볼트가 사에나의 귀를 찢고 날아가 컨테이너 박스에 깊숙한 흠을 남겼다. 그리고 사에나의 응사가 그자의 이마를 정확히 뚫었다.

“헤네티들이 아닌가?”

사에나는 상대들이 생각 외로 강하지 않다는 데 도리어 당황했지만 그의 오판이었다. 그 사이, 그의 정면으로 돌진해 온 마지막 한 명이 팔꿈치로 사에나의 목 옆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충격에 머리가 멍해진 사에나는 그대로 다리가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익!”

사에나의 비명을 들은 마자리크가 뒤쪽에서 창을 내질렀지만 이 괴물은 그가 내지른 창을 한 손으로 덥석 움켜쥐고는 이 노련한 무장을 사정없이 힘으로 제압해서는 컨테이너에 처박아 버렸다.

마자리크도 단번에 제압해버린 그 괴력의 괴한은 목에 충격을 입고 바닥에 쓰러진 사에나를 깔고 앉아 그의 손에서 장갑을 벗겨냈다.

“맞군.”

사에나의 마구스 팔찌를 확인한 그자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다른 동료들에게 ‘빨리 오라’며 연락을 취했다. 이자가 지휘관인 헤네티고, 나머지 패거리가 몇 더 있는 모양이었다.

“네 신전에 좀 가 줘야겠다.”

“뭐?”

멍하니 위를 올려보던 사에나가 난데없이 이자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기겁을 하며 사에나를 밀어내려 했던 그 괴한은 머리 위에서 다가오는 빠른 기척을 그제야 눈치 챘다. 그리고 이 교활한 ‘마구스’에게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다는 것도.

“읍!”

쩍 하는 무시무시한 충격음과 함께 괴한의 몸이 굳어버렸다. 웬 검은 그림자가 컨테이너 위에서 뛰어내리며 그 힘으로 내리찍은 철퇴에 이자의 뒤통수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그리고 피와 체액이 우르르 쏟아져 사에나의 얼굴과 옷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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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ron Vein 개인지 구매사이트 : http://vein.zio.to/

개인지 작업관계로 한동안 연재주기가 좀 불규칙해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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