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755화 (750/1,132)

< -- 755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

.

.

제롬의 남부 병력이 진주한 직후, 사오시안트 별궁에 주둔 중이던 근위대와 ‘진짜’ 보안국 요원들에게는 ‘별궁 보안구역에 적이 침입한 것 같으니 제롬 공의 지휘를 받아 소탕할 준비를 해라’라는 근위대장 쿠베의 지시가 하달되었다.

물론 똑똑한 쿠베는 그들이 놀라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황상께서는 아직 무사하시다’는 사실까지 아울러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별궁 내부에서 적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받은 건 시내와 별궁 외곽에 주둔하던 근위대 8군단이었다. 그리고 이전부터 별궁 안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던 근위대 경비대대에는 도리어 별궁에서 나와 제롬을 도우라는 의외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반역도’들을 소탕하기 위해 20층에 집결하고 있던 300여명의 근위대 경비부대와 100여명의 보안국 요원들은 다른 부대에 별궁을 내주고 철수하라는 이 뜻밖의 명령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쿠베가 바보가 아닌 한,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지만 당장은 그들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제롬 공의 지휘를 받으라는 대장의 명이다. 지금 적 기병 일부 병력이 성벽을 넘어왔지만 입구만 막으면 별 문제 없으니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흔들리지 말고…….”

가디언 경비대대장은 잔뜩 풀죽은 얼굴로 내려갈 준비를 서두르는 장병들에게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확인시켰다.

“예에.”

병사들이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로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허탈한 표정의 장병들은 겉으로는 주의사항에 귀를 기울이는 척했지만 명색이 황실 근위대인 자신들이 일개 제후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모멸감에 기분이 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적군이 성벽을 돌파해 별궁에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는 충분했다.

아니나다를까, 중대장 한 명이 볼멘소리를 했다.

“별궁 내부에 익숙하지도 않은 야전군단 놈들이 어떻게 여길 진압한다는 겁니까?”

“쿠베 대장도 생각이 있겠지. 이건 일시적일 뿐이야. 계속 그 휘하에 배속되는 건 아니다.”

대대장이 불만에 가득 찬 부하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집결을 끝낸 병사들은 하나같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

계단실 문을 열고 막 들어서려던 장교 가디언 중 한 명이 갑자기 아랫사람들을 저지하며 뒤를 휙 돌아보았다.

- 대장, 이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가디언이 문고리를 놓고 대대장에게 재빨리 수화를 보냈다.

“설마. 안에 경비병이 있을 텐데?”

대대장이 몇 명의 가디언들을 거느리고 문제의 계단실 문 앞으로 살그머니 다가갔다. 누군지는 몰라도, 기도비닉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오는 발소리가 안에서 요란스레 들려오고 있었다. 계단실 문 앞의 가디언이 ‘4명쯤 되는 것 같다’며 재빨리 수화를 보냈다.

그때, 누군가의 굵은 고함소리가 쩌렁 울렸다.

“씨발, 어딜 막아!”

고함소리와 동시에 계단실 문이 요란스레 확 열렸다. 그리고는 계단실을 지키던 병사 2명이 마치 장난감처럼 바닥에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

“공격!……엉?”

일제히 칼을 내지르려던 가디언들이 목표를 확인하고는 순간 자리에 바싹 얼어붙었다.

“오호, 여기들 모여 있었군.”

병사들을 쫓아낸 베흔이 손을 툭툭 털며 근위대 장병들에게 이를 살짝 드러내고 씨익 웃어보였다. 가디언들은 공격을 멈춘 채 뒤에 선 대대장의 눈치를 힐끔 보았지만 지금은 대대장조차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대장?……아니, 가짜……? 아니.”

“이 많은 놈들 중에 하나도 인사를 안 하냐?”

베흔이 앞을 막는 가디언을 옆으로 확 밀어내며 대대장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아니……그게……가짜 대장이 보안구역을 습격했다고…….”

당황하고 놀란 대대장이 병사들 코앞에서 말까지 더듬거렸다.

“우리 대장 맞습니다. 정말입니다.”

아리아노와 함께 베흔을 따라온 2명의 근위대 가디언이 냉큼 그를 거들었다.

“보안국 차림새를 한 괴한들이 황상을 납치해 가는 걸 쫓다가 22층에서 아깝게 놓쳤습니다!”

“하, 하지만…….”

익숙한 후배 가디언의 증언에 순간 당황한 대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디언들은 죽은 쿠마르의 머리와 코런덤의 시체를 바닥에 내던져 보였다.

“보안구역을 습격한 건 보안국장하고 그놈이 외부에서 끌어들인 가짜 보안국 요원들입니다! 쿠베 대장하고 이 빌어먹을 보안국장이 우릴 속인 겁니다!”

자신들의 상급자 머리를 본 보안국 요원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저, 저게 누구야? 누군지 알아?”

보안국 요원들이 자신들과 같은 차림새를 한 코런덤의 시체를 가리키며 쑥덕거렸지만 그가 누군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코런덤 시체는 그들의 동료는 아닌 것 같았다.

그때, 대대장이 차고 있는 할룩스로 또다시 쿠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대장이라고 주장하는 가짜 놈을 혹시 발견하거든 절대 대화도 하지 말고 죽여라. 공을 세운 부대는 2계급 특진을…….”

콧수염을 씰룩거리던 베흔이 갑자기 대대장의 허리에서 할룩스를 확 빼들었다. 그의 기세에 압도당한 대대장은 자신의 할룩스를 빼앗아드는 모습에도 감히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쿠베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똥개도 지 밥 주는 주인은 배신 안 하는데 정말 개만도 못한 놈이구나.”

베흔의 대답에 할룩스 너머에도 짧게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당혹스러움이 묻어난 한 마디가 돌아왔다.

“너……누구냐?”

“네놈 개밥그릇도 이제 다 끝난 줄 알아라.”

“……이 가짜 놈이 감히 누굴…….”

“나도 사람고기가 어떤 맛인지 한 번 봐야겠다.”

베흔은 자신이 진짜냐 아니냐 따위의 구질구질한 논쟁 따위에는 애당초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할룩스를 확 꺼 버렸다.

“저, 어…….”

4백의 근위대원들과 보안국 요원들은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베흔과 자신들의 지휘관인 대대장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대대장이 맘만 먹는다면 이미 중상을 입고 있는 이 옛 대장, 아니 정말 옛 대장인지 의심스러운 자를 죽이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지만 차마 공격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 때, 대대장의 눈에 베흔이 짊어지고 있는 플람베르주가 들어왔다. 그가 알기로, 그리고 모든 근위대원들이 알기로 이 칼은 분명히 황도를 빼앗길 때 카렐에게 함께 빼앗긴 것이었다.

대대장이 마지막으로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며 물었다.

“당신……도대체 어디 편입니까?”

“어디 편이냐고?”

베흔이 대대장에게 눈을 흘겼다. 그도 지금 한 번의 대답에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옛 부하들 앞에서 가슴을 쫙 펴 보이며 평소의 냉소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근위대가 황제의 이름으로 제국을 제압할 수 있게 해 주는 쪽이라면 어디든 그 편이다. 됐냐?”

대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베흔의 대답과 그의 칼, 그리고 쿠베의 이상한 행동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누구나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새 근위대장 쿠베가 별궁의 경비대대―이전부터 베흔과 자주 접했다보니 가장 익숙한―를 내보내고 그와 익숙하지 않은 야전부대를 내부에 투입하려 했던 속셈은 분명했다.

베흔이 대대장을 내려다보며 위압적으로 말했다.

“당장 1층으로 내려가.”

“에. 예?”

베흔의 ‘명령’에 대대장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밖에 남부 잡것 패거리가 있으니 내부의 근위대를 다 모아서 별궁에 못 들어오게 지키라고!”

베흔이 눈을 부라리며 실내가 쩌렁 울리도록 고함을 버럭 질렀다. 놀란 대대장은 조금 전 베흔에게 하려 했던 질문까지 목 뒤로 꿀꺽 삼켜버렸다.

“밖에 있는 병력이 압도적인데…….”

“성벽이 무너져서 밖에서 황제의 군대가 들어오는 중이다.”

“우리 8군단이 이곳에 투입될 겁니다.”

“그놈들도 못 들어오게 하라고! 내가 지휘할 테니까!”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베흔을 쳐다보던 대대장이 결국 천천히 부동자세를 잡았다. 눈앞의 이 ‘근위대장’은 자신이 진짜라고 설득도 하지 않았고, 별다른 근거 따위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고 있는 이 남자의 행동 자체가 증거였다.

“알겠습니다. 대장.”

대대장이 부하들에게 돌아섰다. 그리고는 손으로 아래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경비대대는 당장 1층으로 내려가 각 출입문을 봉쇄한다! 자세한 설명은 하지 말고 병력을 별궁 내부로 집결시켜! 장교들은 무슨 이유든 붙여서 8군단 놈들이나 남부 놈들이 못 들어오게 해!”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결정, 그리고 누가 보기에도 분명한 베흔의 모습에 장교를 맡은 가디언들의 목소리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베흔이 성큼 나서며 검은 제복 차림새의 보안국 요원들을 손짓했다.

“너희는 각 실을 모두 수색해 신분이 불확실한 자들, 이 빌어먹을 반역 국장을 따랐던 측근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몇 놈들은 기계실로 내려가서 제너레이터를 빨리 원상 복귀시켜. 빨리.”

사오시안트 시내와 별궁을 나누는 다리 위에 선 제롬은 항구에서 데려온 1천의 보병들과 시내 곳곳에서 집결한 1천의 근위대 8군단 병력들을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 이 정도면 무리는 없겠어.”

제롬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동맹군 기병의 숫자가 만만치 않았지만 별궁으로의 진입로가 워낙 좁고, 적에게 따로 중장비도 없으니 숫자상의 차이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시내와 별궁을 잇는 다리 위를 바삐 돌아다니며 병력 배치를 지휘하던 제롬은 조금 전까지 경비초소와 위병소를 지키던 수문장과 근위대 경비병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이봐, 저기 있던 근위대 놈들 어디 갔어?”

최고제후의 물음에 그곳 부근에 있던 무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조금 전에 볼일이 있다면서 궁 안으로 다 들어갔습니다.”

“빌어먹을, 겁쟁이 새끼들, 우리보고 다 맡으라 이 말이지?”

제롬이 불만을 터뜨렸다. 한두 명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다리와 위병소를 지키던 경비부대 소속 100명 가까운 가디언들과 병사들이 모조리 별궁 안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나저나, 저놈들은 왜 안 움직여?”

기다림에 진절머리가 난 제롬이 시계를 확인했다. 북쪽에서 다가오던 동맹군 기병들은 무슨 생각인지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새 제롬은 시내에 흩어져 있던 수비병들을 이곳에 모두 모아 재정비를 할 수 있었고 2천이 넘는 병력으로 다리 주변에 든든하게 방어선도 짜 놓을 수 있었다.

“멍청한 놈들, 누군지 몰라도 병법의 기본도 모르는 놈인가 봐. 상대가 정비할 시간을 주는 바보가 어디 있지?”

제롬이 여전히 해안가에 멈춰 있는 적군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하지만 그에 화답하듯, 시내 어딘가에서 갑자기 큰 불꽃이 솟구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다급한 연락이 그의 할룩스를 울렸다.

“각하! 시내의 중장비 군수품 창고가 기병들에게 기습을 당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보고하는 장교의 주변에서는 악을 쓰는 비명소리와 무언가 무너지고 부서지는 듣기 싫은 굉음이 울려오고 있었다.

“제길. 이거였나.”

제롬이 북쪽을 노려보며 눈가를 찡그렸다. 그가 시내의 병력을 모두 별궁에 모아놓은 새, 교활한 적은 도리어 진격을 멈추고 시내의 군수품 예비 창고를 습격한 모양이었다.

“누군가 우리 작계를 아주 잘 아는 놈이 지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모의 한 마디에 제롬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 군수품 창고를 뭣 하러 습격한 거지?”

제롬은 갑자기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전투는 어차피 하룻밤에 결판날 단기전이고, 군수품을 다 태워버리든 뭣을 하든 전황을 돌릴 수도 없는 판국이었다.

“적이 움직입니다!”

나팔소리에 고개를 번쩍 든 제롬은 비로소 적군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정연한 대오로 해안가 도로를 타고 다가온 기병들이 1스타디아 좁은 폭의 다리를 바라보며 정연하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거창! 최대한 집결해서 적 기병들을 꼬치처럼 꿰어 줘라!”

중무장한 남부보병들도 적을 향해 방패와 창을 빽빽하게 세웠다. 누가 보기에도 극히 교과서적인 대치상황이었다.

“어차피 못 뚫는다. 우리가 훨씬 유리해.”

제롬이 지휘관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이번엔 시가지 쪽에서 또 한 무리의 적군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유달리 육중한 실루엣 하나가 느릿느릿하게 뒤따라오고 있었다.

“이런.”

제롬을 비롯한 남부 무장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성벽을 넘어온 저 기병들이 시가지의 창고를 습격해 ‘약탈’해 온 건 근위대에서 운용하는 발리스타인 ‘아나콘다’였다. 바로 황도 아케메니아에서도 황궁을 때려 부수고 불바다로 만들었던 주역이었다.

“괜찮아. 아나콘다는 정확도와 관통력이 셀 뿐이지 살상력은 약해. 걱정할 필요 없다!”

제롬이 흔들리고 있는 무장들에게 침작하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아나콘다는 구조물을 부수는 정밀한 포격을 위한 무기지 대량학살용 발리스타는 아니었다.

집결을 끝낸 양군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하하, 거참 희한한 일이네.”

건너편 기병대 쪽에서 웬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어떤 년이야?”

제롬이 어딘지 귀에 익은 목소리에 잔뜩 긴장했다. 그때, 반대편 적군 쪽에서 어깨에 검은 깃발을 비스듬히 멘 무장 하나가 말굽 소리를 뚜벅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희한한 기계장치를 두르고 있어서인지 약간 마른 그의 몸이 실제보다 크고 기이해 보였다. 여자의 가는 목소리가 다시 습기 찬 해안가를 울렸다.

“왜 저 새끼하고는 꼭 절벽 앞에서 만날까?”

귀에 거슬리는 하이 톤의 웃음소리에 제롬은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이었다.

‘저년이야?’

조금 전 참모가 말한 ‘우리 작계를 잘 아는 무장’이 바로 릴라크임을 깨달은 제롬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한때 아랫사람이었던 저 여자에게 기세싸움에서부터 질 수는 없었다.

“잘됐구나, 두 번째로 또 떨어지면 황천길이겠지?”

“글쎄, 이번엔 절벽에 더 가까이 있는 건 네놈 같은데?”

릴라크가 냉큼 대답했다. 순간, 제롬은 자기도 모르게 등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절벽에 가까이, 아니 정확히는 절벽에 걸쳐진 다리 위에 서 있는 건 제롬 쪽이었다.

“허허, 원수를 갚고 싶다고? 그럼 어디 와 봐.”

제롬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넉살을 부렸다.

“지난번엔 애새끼 껴안고 절벽 바닥에서 피떡이 되었던가? 정말 볼만했어. 이번에도 또 보고 싶은걸?”

제롬이 큰 소리로 상대를 자극했다. 죽은 갓난아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에게도 내심 불편했지만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릴라크의 판단력을 흐리는 데 이만한 무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 새끼가…….”

죽은 딸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까지 애써 여유를 보이던 릴라크의 입가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고삐를 쥔 주먹과 박차에 일순간 힘을 꽉 주었던 그는 어색함이 빤히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혀를 쯧쯧 차며 냉큼 대꾸했다.

“내가 너처럼 미련한 줄 알고?”

릴라크가 아나콘다를 끌고 온 부대에 전방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명령을 내렸다.

“저 다리를 부숴버려.”

+++++++++++++++++++++++++++++++++++++++++++++++++++++

내용을 자르기가 애매해서 이번 편이 좀 많이 길어졌습니다.

(다음 편에 조금 짧아져도 양해 바랍니다. ^^;;)

혈맥 The Iron Vein 팬카페 :  http://cafe.daum.net/TheIronVein

The Iron Vein 개인지 구매사이트 : http://vein.zio.to/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