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4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사과의 말씀부터;;;]
이번 회를 2부 엔딩으로 하려고 했는데 손보고 잘라놓고 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제 계산착오로 어쩔 수 없이 2편으로 다시 쪼갭니다.
(그랬어도 이번 편 양이 제법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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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카렐.’
페로는 언덕 밑을 내려다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흰 단면을 드러낸 낭떠러지는 높이만도 700척(210m)이 넘는데다가 수직에 가까웠다. 게다가 군데군데 바위가 튀어나온 곳도 있는데다가 어느 곳은 도리어 앞으로 기울어 있는 아찔한 곳이라 사오시안트에서는 나름대로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절경이야말로 이 둘에게 완벽한 저승사자였다.
마음을 굳힌 페로는 쿠베가 미처 말릴 새도 주지 않고 손에 힘을 확 주어 쿠베의 벨트를 덥석 풀어버렸다.
“아악!”
벨트가 풀리자 놀란 쿠베가 악을 쓰고 벨트 자락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이 미친 놈!”
한 팔로 매달린 쿠베가 이 무모한 동행자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페로는 버둥대는 쿠베의 목을 뒤에서 붙들고 꺾어보려 용을 썼지만 특등급 가디언의 괴력을 당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두 남자의 필사적인 몸싸움 와중에 이 낭떠러지에 걸쳐진 와이어도 시계추처럼 좌우로 사정없이 요동을 쳤다.
“쿠베 대장! 쿠베 대장!”
쿠베를 싣고 갈 근위대의 109셔틀이 계속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곳의 승무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위에서 내려온 연기가 주변을 온통 채워 시야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바다의 강풍에 조종간을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까마득하게 기운 낭떠러지의 벽과 충돌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때, 쿠베가 붙들고 있는 줄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엉?”
페로가 위를 올려보았다.
“이 멍충이들아! 그냥 놔둬!”
페로가 공중에 대고 악다구를 썼지만 그들에게까지 들릴 리가 없었다. 위에서 줄을 잡은 킵과 베흔이 줄이 녹아 끊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타협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쿠베에게 살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열에 약해져 있던 와이어의 중간이 낭떠러지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힐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까지는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안도하며 위를 올려보았던 쿠베는 날카로운 팅 소리와 함께 갑자기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처럼 느꼈다.
“으악!”
줄이 끊어진 순간, 두 남자의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줄에 매달려 있던 쿠베와, 그의 어깨에 얹혀 있던 페로가 그대로 아래에 내리꽂혔다.
‘끝인가?’
아찔한 느낌에 페로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꽉 감은 순간, 쾅 하는 엄청난 충격이 그의 몸을 때렸다. 그는 절벽 중간, 혹처럼 볼록 튀어나온 바위에 부딪친 것임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우웁!”
페로는 자신보다 먼저 부딪친 쿠베의 짧은 비명을 들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그를 쥐고 있던 쿠베의 손이 확 풀렸다. 밑에서 두 사람분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쿠베가 손을 놓친 새, 페로가 비명을 지르며 아무 곳이나 손을 뻗었다.
“이익!”
바위를 타고 죽 미끄러지던 페로가 마구 팔을 휘저으며 비로 미끄러워진 바위를 결사적으로 붙들었다. 조금 전까지는 쿠베와 함께 죽겠다며 발버둥을 쳤었지만, 순간적으로 발동한 생존본능까지는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아아아악!”
페로가 가파르게 기운 돌 위에 몸을 바싹 붙이고 손가락 힘과 손바닥의 마찰로 가까스로 버티며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다. 먼저 떨어진 쿠베는 그보다 조금 아래쪽으로 더 많이 밀려나 마찬가지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떨어지며 다쳤는지 얼굴과 손이 피로 젖어 있었다. 줄이 끊어진 쿠베의 리프트 장치가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 멍청이 같은 놈들!”
페로가 두 손에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그는 발로 어떡해서든 바위를 디뎌보려 했지만 신발 밑창은 빗물에 미끄러워진 석회암 위에서 헛돌기만 했다. 그는 씩씩거리며 밑의 쿠베를 내려다보았다. 그 역시 살기 위해 바위를 필사적으로 붙든 채 위로 기어오르며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올라오지 마!”
페로가 뒤의 쿠베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어차피 말을 들을 상황은 아니었다. 이젠 목숨까지 궁지에 몰린 쿠베는 손가락과 손톱이 부서질 만큼 잔뜩 힘을 주어 위로 조금씩 기어 올라왔다. 당황한 페로는 이 괴물을 떨구어 버릴 수단을 찾았지만 이미 칼도 부서져 손에 가진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
“오지 말라고!”
쿠베에게서 멀어지려 필사적으로 버둥대던 페로는 허리춤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을 느꼈다. 그때, 그의 발밑에서 쿠베의 악을 쓰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네놈 때문이야!”
쿠베가 페로의 발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에 사로잡힌 그에겐 인질 생각 따위보다는 아무 것이나 움켜쥐고 위로 기어 올라가가야 한다는 한 가지 욕구만 남아있었다. 비와 수증기, 악취로 뒤섞인 검은 연기가 점점 더 짙게 수면 위로 깔리면서 숨 쉬기도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었다.
“잡히기만 해 봐라!”
눈이 붉어진 쿠베는 왼손으로 미끄러운 돌바닥을 필사적으로 쥐고 코앞에 보이는 페로의 발을 향해 오른손을 최대한 뻗었다. 하지만 같은 순간, 페로는 허리에 차고 있던 긴 양손검 칼집으로 쿠베의 왼쪽 손등을 힘껏 찍어버렸다.
“아악!”
손이 찍히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떼었던 쿠베는 몸이 뒤로 미끄러지자 기겁을 하고 페로의 칼집을 움켜쥐었다. 쿠베가 미끄러지며 페로도 얼떨결에 뒤로 죽 끌려갔지만 그는 미련 없이 그 칼집―할아버지 투모카프가 물려준―을 밑으로 확 밀어 손에서 놓아버렸다.
“이익!”
쿠베가 기겁을 하며 다시 바위를 붙들려 했지만 이미 미끄러지기 시작한 상태에서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그의 거구가 바위에서 완전히 밀려나 낭떠러지에 붕 내동댕이쳐졌다.
“우악!”
공중에 뜬 쿠베의 공포서린 시선과, 그를 돌아보는 페로의 커진 눈이 아주 짧게 마주쳤지만 페로는 두말없이 그를 외면해 버렸다.
“잘 가라, 이 새끼야.”
쿠베의 비명소리가 발밑의 허공 속으로 멀어져갔지만 페로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바위에서 미끄러진 쿠베는 날카로운 비명소리만을 남긴 채 이 까마득한 높이의 하얀 절벽 아래로 메아리와 함께 멀어져갔다.
“뒈져라, 빨리 뒈져!”
절벽 어딘가 사람의 몸뚱이가 차례대로 부딪치는 소름끼치는 울림이 아직 살아있는 페로의 귀를 때렸다. 하지만 페로는 미끄러운 바위에 다시 필사적으로 매달리려 기를 쓰느라 뒤로 멀어지는 쿠베의 비명소리를 들을 여유조차 없었다. 이대로 미끄러진다면 지금 쿠베에게 벌어진 참사가 그에게도 현실이 될 터였다.
페로는 이에서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팔다리에 힘을 주었다.
“학, 학.”
페로가 바위에 매달린 채 계속 힘을 주었지만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낭떠러지 위를 안타깝게 올려보았지만 그 위는 물론이고 그가 매달린 바위 부근까지 여전히 뜨거운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어서 다만 몇 척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페로는 시커먼 연기로 덮인 하늘을 올려보며 안타깝게 고함을 질렀다.
“젠장! 아무도 없냐고!”
어렵게 버티고 있던 와이어가 끊어진 순간, 충격을 받은 킵은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이대로라면 페로는 떨어져 죽은 것이 분명했다.
“끝장이야. 제기랄. 이걸 어떡해!”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모래더미 위에 나뒹굴었던 자이납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어렵게 메고 온 우베의 시체가 이미 그의 앞에 뒹굴고 있었다.
“아니라고!”
우베에 이어 또다시 죽음이라는 말에 반쯤 미친 자이납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는 낭떠러지 부근으로 급히 다가가려 했지만 뜨거운 열기를 못 버티고 결국 주춤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왜! 왜 나만 두고 다 가냐고!”
울부짖는 자이납의 등 뒤로, 거물의 등장을 알리는 우렁찬 나팔소리와 함께 수십 필의 군마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폐, 폐하?”
기병들의 선두에서 나타난 황제의 모습에 당황한 킵이 죄인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덩치 큰 황제를 이곳까지 태우고 쉴 새 없이 달려온 히르직스의 붉은 말은 거의 숨이 끊어질 듯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폐하, 폐하, 너무 서두르심은…….”
뒤이어 호위대장 카토가 헐떡거리며 모습을 나타냈다.
“아무리 급하셔도 어디에 적 매복이 있는지 모르는데 시내를 그렇게 마구 질주하시면 어떡합니까.”
곤혹스런 얼굴의 카토가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황제는 들은 척도 않은 채 말에서 뛰어내려 킵에게 소리부터 질렀다.
“총리는! 총리는 어디 있나!”
“그게…….”
멍한 얼굴의 킵은 제대로 대답을 못한 채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의 답답한 모습에 베흔이 짜증을 내며 그를 확 밀어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베흔은 불에 달궈져 끊어진 와이어 말단과 검은 연기로 휩싸인 낭떠러지를 가리켰다.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던 황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지만 베흔은 그 이유를 빤히 알면서도 뻔한 위로의 말 한 마디 꺼내지 않았다.
“유류화재라 저 불을 끄려면 한참 걸립니다. 시체를 찾으시려면 밑에서 배를 보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군요. 아니면…….”
생각없이 떠들던 베흔은 황제의 움켜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헛기침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폐하?”
황제의 눈이 또다시 벌겋게 변하고 있는 모습에 카토가 경악을 하며 사람들을 주변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맙소사, 물러나요!”
카토가 잠시 소동을 벌였지만 조금 전 일로 기운을 거의 잃었던 황제는 조금 쉬며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기는 했지만 조금 전처럼 감정을 폭발시킬 정도까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안 돼, 이건 아냐.”
목숨까지 내놓고 이곳에 달려온 목적을 상실해버린 카렐은 그대로 다리가 풀리며 앞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으읍!”
쓰러지는 황제의 가슴을 제일 먼저 받친 건 베흔이었다. 얼떨결에 황제를 안은 그는 주변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어딘지 어색한 시선을 무시하며 여전히 차갑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할 일을 하다 간 것이니 이제 그만…….”
그때, 잔뜩 숙연해진 분위기를 킵의 요란한 할룩스 소리가 흔들었다.
“리쿠르고스 셔틀입니다! 듣고 계십니까?”
“조용히 못해!”
신경이 곤두선 킵이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지만 셔틀 조종사의 목소리는 그보다 더 절박했다.
“총리 각하께서 절벽에 매달려 계신 것 같습니다!”
“뭐?”
넋을 놓고 있던 킵이 얼른 할룩스를 들었다. 연락을 보내온 건 조금 전 이륙을 명했던 페로의 셔틀 조종사였다.
“절벽 중간쯤의 바위에 매달려 계신 것 같습니다! 연기가 짙어서 확실치 않습니다만 옷 색깔을 보아 아무래도 각하 같습니다!”
“접근할 수 있나?”
“바람이 심하고 시야가 나빠서 접근 못 합니다! 위나 아래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위치가 많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적장 쿠베는 이미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카렐이 아직 흐린 눈을 번쩍 부릅뜨고 다시 낭떠러지를 휙 돌아보았다. 베흔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특수한 장비 없이는 저긴 접근도 못 합니다. 크레인 팔도 저기까지는 안 가고요. 소방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어느 세월에! 이미 도시 전체가 불바다고 사방에 소방대가 없어서 아우성인데!”
반쯤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던 카렐의 눈에 무언가가 딱 들어왔다.
“그럼 저건?”
황제가 손으로 가리킨 건 낭떠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3층으로 놓여 있는 컨테이너 더미였다. 카렐이 손끝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불 위에 저 컨테이너를 쓰러뜨려! 당장!”
“예?”
“절벽까지 갈 수 있게 길을 만들라고! 남아나는 게 가디언이니 아무나 내려보내!”
“후우, 꼭 누구 같군.”
황제의 뜻을 제일 먼저 알아챈 베흔이 마지못해 돌아섰다. 그는 킵과 페로 가디언들, 그리고 황제 근위가디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컨테이너 더미 위로 기어올랐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적이었지만 이제 가디언들 모두가 이 카리스마 넘치는 가디언의 말에 찍소리도 못하고 복종하고 있었다.
“밀어!”
거의 30명 가까운 괴력의 가디언들이 우루루 달라붙어 겹겹이 쌓인 3층의 컨테이너들을 위에서부터 힘껏 밀기 시작했다.
“더! 더!”
끼이익 소리를 내며 밀려간 거대한 컨테이너가 기름불로 온통 뒤덮인 바닥 위에 굉음을 내며 굴러 떨어졌다. 뒤이어 그 아래의 또 한 개가 먼저 떨어진 것의 위를 요란스레 굴러 훨훨 타고 있는 바닥 위에 비스듬히 떨어지며 절벽까지 징검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용을 쓴 가디언들은 불 위의 악취와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허겁지겁 다시 뒤로 물러 나와야 했다.
그 사이, 주변을 뒤지던 기병들이 조금 전 베흔이 크레인에서 내려올 때 탔던 묵직한 크레인 줄을 풀어 바닥에 질질 끌고 왔다.
“줄이 짧잖아! 절벽 절반까지만 내려간대도 400척(120m)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있는 만큼 가져왔습니다. 가는 리프트 와이어도 아니고 이런 굵은 줄 400척이면 거의 집채만해집니다.”
베흔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사실이었다. 당장 이 자리에서 다급히 그만큼의 줄을 구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누가 내려갈 거냐!”
베흔이 가디언들을 돌아보았다. 이 까마득한 절벽은 오랜 풍화로 누군가 일부러 다듬은 것처럼 매끈매끈해서 마땅히 잡을 곳도 없는, 최악의 난코스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강풍과 비, 몇 발짝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검은 연기로 꽉 차 웬만한 가디언도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줄이 짧으니 절벽을 좀 타야 할 것 같다. 사람을 업고 올라오려면 힘이 좋아야 하니…….”
베흔의 눈길이 킵을 향했지만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헤, 헨지라면 몰라도 전 절벽은 서투른데……”
“알았다.”
베흔이 기다렸다는 듯 답하자 처음에 빼려 했던 킵이 베흔의 눈빛을 힐끔 살폈다.
“아, 아니 제가 가겠습니다. 등을 다친 사람이 절벽을 타다니 말이 됩니까.”
눈치 빠른 킵이 얼른 처음의 말을 접었다. 베흔이야말로 지금 이 자리에서 황제를 제외하면 제대로 절벽을 탈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쿠베가 이미 죽은 마당에 저 야심만만하고 음흉한 남자가 아무도 못 보는 절벽 밑에서 제국 2인자인 페로의 목숨을 정말로 살려주리라 순진하게 믿지는 않았다.
“됐어, 네놈 절벽 못 타는 건 천하가 잘 아니까.”
베흔이 킵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며 줄을 쥐고 혼자 절벽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낮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훗, 이런 날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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