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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797화 (792/1,132)

< -- 797 회: [3부] 파트1. 인동초 향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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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걸 보십니까.”

사에나는 얼마나 보고 또 봤는지 손자국이 잔뜩 남아있는 파일과 황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타서 잘린 부분들을 채우기 전까지는 별 의미가 없는 내용입니다. 말도 안 되는 내용도 들어 있고 말입니다.”

“정말 중요한 열쇠이든 역공작이든 우리에겐 놈들 계획을 대충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퍼즐 조각이다. 지난 출혈열로 죽은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어설픈 공격 덕분에 나도 많은 힌트를 얻지 않았던가.”

카렐이 창밖을 내다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니사 라말라 박사와 수나 마구스가 전쟁이 끝나고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없어진 부분을 끼워 넣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둘은 지금도 계속 찾는 중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내 여기서 내가 죽을 연도가 타서 없어진 걸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기는 줄 아나?”

“…….”

“그걸 알았다면 아마 그 몇 년 전에 지레 앓다 죽었을 거야.”

카렐이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아샤드 경이 내 앞으로의 운명을 차라리 말해주지 않았다면 속은 더 편했겠지. ……아니, 상관없어. 어차피 ‘미래의 언젠가’이긴 자네들이나 마찬가지 아니던가.”

황제의 억지웃음에 사에나도 마지못해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워낙에 그 역시도 웃음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때, 루스탐이 문을 똑똑 두드리고 모습을 나타냈다.

“폐하, 레곤 대공주와 라자루스 법무대신이 아침 문안을 청하옵니다.”

“문안? 예고도 없이?”

카렐이 눈가를 찡그리며 방금 전의 서류를 얼른 감추었다.

“어제 하관에 빠졌다고 또 한 소리 듣겠군.”

카렐이 마지못해 그들을 들여보내라고 손짓을 보냈다. 잠시 후, 은쟁반을 받든 시종 대여섯을 동반한 대공주와 법무대신 아리아노 경이 황제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혀 보였다. 일반적인 아침인사와는 거리가 먼 요란스런 입장에 카렐이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아침 문안 치고는 꽤 정신이 없습니다, 고모님?”

“지난밤 옥체 무고하셨는지요?”

“고모님의 염려 덕분에.”

애써 웃음을 짓는 황제에게 법무대신 아리아노 경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남부에 있는 제 딸 오르테가 상심해 계신 황상께 작으나마 즐거움이 될까 하여 사소한 선물들을 조금 보내왔사옵니다.”

카렐은 옆에 있는 사에나에게 눈을 쫑긋거렸다. 실리적인 델루지 가 종부 오르테 부인이 의도도 없이 난데없이 선물을 보낼 사람이 아니었다. 시종들이 늘어놓은 은쟁반 위에는 남부에서 나는 이런저런 특산물들과 함께 보석함, 그리고 두툼한 책, 아니 허름한 보고서 한 권과 칩이 놓여있었다.

별 생각 없이 보고서를 펼쳤던 카렐은 ‘밀 붉은잎마름병 방제법’이라는 제목에 깜짝 놀랐다.

“이건……남부 델루지 가에서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던 기술 아니던가?”

“예, 그렇습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재산권을 떠나 공유가 필요한 기술이라 판단하여 그 권리를 황실에 바친다고 하였습니다.”

카렐이 다시 사에나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이 기술을 놓고 황실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줄기차게 델루지 가에 기술이전을 요구했지만 ‘적당한 대가만 있다면 넘겨주겠다.’는 어머니 오르테 부인과 ‘전략기술이라 절대 안 된다.’는 딸 세데스의 내분으로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별 대가도 없이 내놓을 정도라면 무언가 단단히 큰 대가를 요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딸의 동의를 얻은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단 내놓은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 제국민 전체를 대표해 오르테 부인의 용단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해 주게나.”

“미천한 딸년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주시니 영광이옵니다.”

“루스탐, 남극성당 장서고에 델루지 가의 600년 전 고(古)족보 원본이 보관되어 있으니 답례로 하사토록 하게.”

무난하고 적당한 선에서 답례품을 결정한 카렐은 자리에 앉으며 이 둘을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눈치를 보던 대공주가 헛기침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보니 태자 주페가 참으로 늠름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고모님.”

“태자도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테고, 한 단계 성장할 나이도 되었으니 일찌감치 안정된 짝을 찾아 미리 정혼을 해 두는 것이 어떨까 생각됩니다.”

그제야 오르테의 의도를 눈치 챈 카렐이 눈을 가늘게 뜨고 턱을 만지작거렸다. 대공주가 그런 황제에게 계속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델루지 가 종장 세데스 경은 얼마 전 남극성당 십경과정 박사를 졸업한 재원이고, 나이 차도 크지 않고, 외모 또한 출중하니 미래의 태자빈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카렐은 계속 턱을 만지작거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 역시 언젠가는 남부의 유력가와 황자들 중 하나와의 약혼을 맺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내심 고려는 하던 차였다.

“폐하?”

대공주가 눈을 쫑긋거렸다.

“뜻은 알겠으나 형인 장태자에게 아직 정해진 짝이 없습니다, 형이 아직 정혼을 하지 않았는데 동생이 앞서는 건 순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카이 장태자는 몸만 나으면 정혼하자고 나설 가문이 줄을 섰사오니 염려하실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목소리를 높인 건 대공주 쪽이었다. 세데스의 외조모인 아리아노 경보다 도리어 대공주가 더 강경한 눈치였다.

“언제는 카이가 불치병 환자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황제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웃음 띤 어조로 대답했다. 겉으로는 웃음이 깃들어 있었지만 장태자를 비난한 데 대한 간접적인 힐책이었다. 절친한 친구 세네피스의 영향인지, 대공주도 장태자 카이를 어지간히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카이를 장태자로 삼을 때 ‘몸이 완전해진 후에 책봉을 해도 늦지 않다.’며 가장 크게 불만을 드러낸 것도 대공주를 위시한 종친들이었다.

“그건…….”

대공주의 표정이 막 창백해지려는 찰나, 카렐이 다시 입을 열어 차가워진 분위기를 되돌렸다.

“말씀하시려는 뜻은 알겠습니다. 고모님. 사실 저도 조만간 카이의 혼처를 정할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카이의 혼처’라는 말에 대공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아는 한도 내에서, 저 부실한 장태자와 짝을 맺으려는 가문은 한 군데도 없었다.

“어딘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허어, 그런 대사를 내 어찌 정해지기도 전에 함부로 밝히겠소.”

카렐이 대답을 피하며 이를 드러내고 다시 웃었다. 장태자를 사위로 맞는 모험을 시도하는 가문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찾아보고 있다는 정도의 말인지 알쏭달쏭한 태도였다.

“지금은 동생 둘의 상중(喪中)입니다. 형제의 상이 있으면 최소 1년은 대소사를 피하는 것이 법도이니 그 후에 형인 장태자와 함께 약혼을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소.”

‘형과 함께’라는 조건이 달리자 대공주가 심란한 표정으로 아리아노 경을 돌아보았다.

“폐하, 파예드의 리쿠 학장이십니다.”

잠시 긴장감이 흐르던 실내에 또다시 루스탐의 목소리가 울렸다. 생각지도 않게 아들을 만나게 된 레곤 대공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루스탐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에 든 이 장신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우음?”

이전처럼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이 미모의 남자는 자신을 돌아보는 황제와 어머니 사이에서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일단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황제에게 먼저 공손히 절을 올렸다.

“이 미천한 유학자, 상의 부름을 받아 이곳으로 서둘러 달려왔나이다.”

“어미가 10번 불러도 얼굴 한 번 안 보여주는 녀석이.”

대공주의 뚱딴지같은 푸념에 아리아노 경은 그런 상황이 아닌 줄 알면서도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카렐은 대공주가 아들을 더 핀잔주기 전에 얼른 끼어들었다.

“정책이라면 몰라도 자식놈 짝을 찾아주는 문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황후나 어머니와 상의한 후에 적당한 시기에 고모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쪽에 조용히 서 있던 코리온은 ‘주페의 짝’이라는 말에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방에 모인 사람들을 한 번씩 힐끔 돌아보았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일단 의사를 분명히 전한 대공주와 아리아노 경은 인사와 함께 집무실을 나섰다.

코리온과 단둘이 남은 카렐이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이 남자를 돌아보았다. 집무실 한쪽에서 별 생각 없이 몸을 주무르고 있던 코리온이 정신을 퍼뜩 차리고 그에게 다가섰다.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발작이 있었는지요?”

“그대도 이미 느끼고 있을 것 아니요. 학장에겐 숨길 수가 없구려.”

카렐이 어깨를 움츠리고 가늘게 떨었다. 코리온은 갑자기 성큼 다가서서는 그의 어깨를 갑자기 꼭 안았다.

“……이제 좀 덜하십니까?”

갑작스런 접근에 본능적으로 물러섰던 카렐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지금 내게 애정표현 하는 거요?”

얼굴이 약간 붉어졌던 코리온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오해치 말아주십시오. 그저……상의 통증을 공유해서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플 뿐입니다.”

“푸훗, 알겠소.”

카렐이 그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어머니 세네피스가 손을 잡아주었을 때처럼, 온몸을 쑤시던 지독한 고통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주페를 세데스 경과 연결시키러 어머니가 오신 모양이군요.”

“그대 생각은 어떻소?”

“제 의견이 필요하십니까?”

“명색이 두 태자의 대부(代父)이고 당숙부이니 당연히 물어야지.”

“단순히 그 이유 뿐입니까?”

코리온이 다시 황제의 옆 얼굴을 돌아보았다.

“푸훗.”

카렐이 묘한 미소와 함께 입가에 웃음을 품으며 그의 어깨에 뺨을 부볐다.

“어쨌든, 어찌 생각하시오?”

“세데스 경은 범 같은 자입니다. 장태자가 아니고 주페를 원하는 의도도 빤하지 않습니까.”

“그게 태자의 배우자감으로 꼭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

“나이 어린 지금은 당연히 나쁩니다.”

코리온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아주 분명하게 대답했다. 카렐이 코리온의 얼굴을 빤히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알겠소. 그대 생각이 내 생각이요.”

“그런데, 설마 이것을 물으려 절 부르신 건 아니겠지요?”

“물론.”

카렐이 코리온의 허리를 안은 팔을 풀고 한 발 물러서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부탁 있소. 한동안 두 태자들과 함께 있어주시오.”

코리온이 굳은 얼굴로 황제를 계속 응시했다. 황제의 어두워진 표정을 지켜보던 코리온은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때가 된 겁니까.”

149층의 침실에서 옅은 새벽잠이 들어 있던 장태자 카이는 누군가 안에 드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불 속의 단검을 움켜쥐었다.

‘경비는?’

문이 있는 쪽에서 돌아누워 있던 카이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재빨리 눈동자를 굴렸다. 장태자 처소인 만큼 2명의 경호 가디언이 항상 곁을 지키고 있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들은 침입자의 존재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피를 타고 내려온 싸움꾼의 본능으로, 그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누구지?’

카이가 단검을 천천히 뽑으며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비록 지금은 자기 몸도 제대로 못 추스를 만큼 약해졌지만, 몇 년 전 갑작스레 몸이 나빠지기 전까지는 그도 누구보다 호기 넘치고 자신감에 찬 소년이었다. 그는 거칠기로 소문난 황제의 말 시알피도 다루어 보았었고, 황제에게서 직접 무기 쓰는 법을 열심히 배우던 좋은 때도 있었다.

“음?”

잠시 바싹 긴장했던 카이는 갑자기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칼을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비록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누군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경호원들을 내보낸 ‘그 사람’은 장태자의 침대에 천천히 다가왔다.

“미안하다, 깼구나.”

상대방 역시 카이가 깨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침대의 베일을 걷고 침대 모서리에 조심스레 걸터앉은 그는 막 일어나려는 카이의 가슴을 살며시 가로막았다.

“괜찮아. 누워 있어.”

“어머니?”

카이의 입에서 평소 거의 쓰지 않던 호칭이 나왔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쓸 수 없는 말이었지만 지금 이 방 안에는 둘 뿐이었다. 카렐은 그의 몸에 행여 찬바람이 닿을까 두툼한 깃털 이불을 꼭 여미어 덮어주었다.

카이는 가슴을 짚은 손을 살며시 붙들었다. 약하디 약한 그를 세상에서 지켜주고 있는, 그 누구보다 크고 강한 손이었다. X의 피를 받은 카이의 눈은 이 짙은 어둠 속에서도 상대방의 얼굴과 움직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그냥.”

카렐이 잠에서 덜 깬 아들의 창백한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카이는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황제의 무지개빛 눈동자를 마치 홀린 것처럼 멍하니 올려보았다.

“저도 그레이오팔이면 좋았을 텐데.”

“후훗, 글쎄다.”

카렐이 쓴웃음을 지으며 카이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카이가 그의 큰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도 폐하……아니, 어머니처럼 강하고 싶어요.”

카렐은 슬픔이 깃든 눈으로 이 깃털처럼 여린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카이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건 힘들……겠죠?”

13살 소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숙해버린 소년의 낮은 한숨이 카렐의 손끝에 전해져왔다.

“언젠간 그리 될 거다. 그래야 하고.”

카렐이 소년을 품에 꼭 안았다. 카이는 세상 누구보다 넓고 든든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제게 할 말 있어서 오신 거죠?”

카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카이도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황제의 큰 손이 그의 마른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사랑한다, 얘야.”

카렐의 속삭임에 카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혀 준 카렐은 다시 이불을 꼭꼭 여미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이마와 코에 한 번씩 입을 맞춰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때문인가요?”

침대 위의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카렐은 엷은 웃음만 남긴 채 돌아서서 문으로 멀어져갔다.

“전 걱정 마세요. 정말이에요.”

카이는 목소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문 앞에 선 황제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동생들도 걱정 마시고요. 제가 지킬 테니.”

“그래, 너만 믿는다.”

잠시 멈춰 섰던 카렐은 그에게 주먹을 번쩍 쥐어 보이고는 문을 나섰다. 여전히 침대에 누운 카이는 멀어지는 황제의 뒷모습에서 차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말……이에요.”

문이 닫히고, 혼자 남겨진 것을 실감한 카이는 결국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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