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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831화 (826/1,132)

< -- 831 회: 파트 3. FimbulWinter - 세 번째 겨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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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깜짝 놀란 주페와 코리온이 뒤를 휙 돌아보았지만 암흑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는 않았다. 일행의 곁에 남은 분견대 기병 사관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따라오십시오!”

지금까지 그럭저럭 느긋하게 가고 있던 일행들이 짙은 어둠과 장애물 따위는 일단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로 간 다른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분명 제네르가 오는 건 아니었다.

“별 것 아냐, 마리안. 오빠 말 굉장히 잘 타니까 걱정 마! 응?”

주페는 허리를 안은 여동생의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말에 힘껏 박차를 가했다. 등줄이 축축해진 것이 공포에 질린 마리안의 거친 숨결 때문인지, 자신이 식은땀을 흘려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뒤에 계속 와, 계속 쫓아온다고.”

마리안이 연신 뒤를 돌아보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하나, 둘……열 명은 되는 것 같아.”

“먼저 가고 계십시오! 이 길만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희가 뒤를 지키겠습니다!”

다급해진 나머지 기병들이 길을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은 어둠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일행은 일단 무작정 달렸다. 눈이 밝은 세네피스가 앞에서 길을 인도했고 나머지 일행은 그의 등만 보며 달릴 수밖에 없었다. 길은 좁고, 험한데다가 계속 굴곡이 있다보니 말을 타고 달려도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괜찮아, 마리안, 오빠 여기 있어. 오빠 있으니까 괜찮아.”

주페는 고삐를 쥐고 있던 한 손을 놓고 허리를 꽉 붙들고 있는 마리안의 손등을 꼭 쥐어주었다. 그는 마리안을 위험한 뒤에 앉힌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뒤 보지 말고! 오빠만 꽉 잡아!”

주페는 옆에서 함께 말을 달리고 있는 코리온을 힐끔 돌아보았다. 그가 알기로도 이 당숙은 상장군만큼이나 말을 잘 타는 사람이었지만 이 급한 와중에도 나란히 달리는 주페 쪽을 계속 살피며 속도를 맞추고 있었다.

“그놈들이 뒤에 거의 다 왔어!”

마리안이 겁먹은 목소리로 외친 순간, 주페 역시 등 뒤에서 몇 번의 비명에 뒤이어 거친 말굽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말굽소리가 조금 전 기병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주페는 조금 전 뒤를 지키겠다며 뒤로 간 세 기병들의 운명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마리안! 괜찮다고!”

떨고 있는 동생 들으라며 일단 큰소리는 쳤지만 진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주페였지만, 이번만은 두려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휙 돌려 대체 누가 추격해오는지를 보려 했다.

“앗!”

시커먼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검은 망토와 마스크, 거의 어린아이 키만한 긴 칼날이 공중에서 번들거리는 모습이 그의 눈에 확 들어왔다.

“마리안!”

공포에 질린 주페가 몸을 확 움츠렸다. 칼날이 내리꽂히기 직전, 옆을 함께 달리던 코리온이 주페의 말 엉덩이를 후려치며 외친 고함이 먼저 귓가를 때렸다.

“보지 말고 계속 가라! 주페!”

순간 두 마리의 말이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주페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코리온이 탔던 말과 웬 거대한 검은 말이 공중에서 뒤엉킨 채 옆의 절벽으로 내리꽂히는 모습이 보였다. 코리온이 목에 두르고 있던 보랏빛 비단 머플러가 뒤엉킨 두 마리의 육중한 말 사이에서 잠시 눈에 보였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주페가 본 코리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숙부!”

주페가 절벽이 있는 오른쪽을 내려다보며 목이 찢어져라 외쳤지만 무언가 절벽 밑으로 요란하게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점점 멀어질 뿐 코리온도, 큰 칼을 휘두르던 검은 말의 괴한도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왜, 왜 나 때문에…….”

주페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았다. 코리온이 주페의 뒤에 붙은 괴한에 무작정 몸으로 달려들어 그자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 분명했다.

“또 와, 오빠!”

마리안의 비명에 주페가 비로소 놓았던 정신을 퍼뜩 차렸다. 그가 살려야 할 동생이 등 뒤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꽉 잡아!”

그는 마리안을 뒤에 태운 것을 또다시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코리온이 말한 대로 악을 쓰며 고삐를 움켜쥐었다. 바닥의 돌덩이도, 울퉁불퉁한 바닥도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검은 망토 괴한들은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맙소사, 안 돼.”

주페는 적의 말굽이 바로 뒤에 따라붙은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두 동생이 무기력하게 죽은 이후, 그는 처음으로 끔찍한 절망감과 맞닥뜨렸다. 동시에 주페는 자신이 탄 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울며 앞으로 휘청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악!”

검은 기병이 던진 칼에 엉덩이를 찔린 말이 결국 다리가 확 꺾이고 말았다. 말이 속도를 받은 채 앞으로 주저앉으면서 주페 역시 안장에서 그대로 튕겨나가 흙바닥에 무기력하게 내리꽂혔다.

“우웁!”

안장에서 떨어진 주페는 거친 흙바닥 위에서 몇 바퀴를 굴러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몸은 흙투성이가 되었고,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지금은 몸의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아무튼, 다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마리안! 일어나!”

주페는 바닥에 넘어진 채 울고 있던 동생을 힘껏 일으켜 세우고는 그 작은 손을 움켜쥐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넘어지는 주페의 말에 걸려 잠시 속도를 늦추었던 검은 기병들이 쓰러진 말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뒤를 조여오고 있었다. 정말로 나는 소리인지, 환청인지는 몰라도 적들이 하는 말이 그의 귀에 들어왔다.

“황태후와 소년만 잡아라. 계집아이는 처치해 버려.”

지금까지도 무사히 도망치고 있던 건 제일 앞에서 길을 뚫고 있던 한 명뿐이었다. 아이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정신을 퍼뜩 차린 세네피스는 급히 말을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뒤를 결사적으로 쫓아오고 있는 어린 주페와 마리안의 모습이 그의 푸른빛 시야에 아주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검은 옷차림의 기병 둘이 이미 그들의 뒷덜미를 잡을 듯 바싹 따라붙어 있었다.

“태자! 옹주!”

세네피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황자들에게 정 없고 무뚝뚝한 황태후였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도망쳐오는 아이들을 차마 버려두고 혼자 갈 수는 없었다.

“저 한심한 것들!”

그는 방향을 휙 돌려 그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구하겠다는 것인지 당장 떠오르는 생각 따위는 없지만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잡았다!”

그 사이, 주페의 뒤를 바싹 따라붙은 기병이 달리는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몸을 날렸다.

“우악!”

육중한 어른의 몸에 받힌 주페가 앞으로 벌렁 넘어지며 마리안을 잡은 손을 얼른 놓아버렸다.

“가! 도망가! 마리안!”

적에게 깔린 주페가 동생에게 팔을 뻗으며 악을 썼다. 오빠의 비명에 놀란 마리안은 차마 도망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빨리! 너 빠르니까 가서…….”

뭐라 더 말하려던 주페의 입을 그 검은 괴한이 사정없이 틀어막아 버렸다. 뒤이어 또 다른 검은 기병이 무섭게 돌격해오는 모습에 마리안도 다시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혼자였다.

“처치해!”

부하들의 제일 뒤를 따라온 ‘금속 장갑’이 도망치는 마리안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외쳤다. 무려 3명의 기병들이 자그만 소녀 하나를 노리고 무섭게 달려들었고, 마리안도 비명을 지르며 계속 도망쳤다.

“뭐 저리 빨라!”

아스탈의 명령을 받은 기병들은 도망치는 자그만 계집아이의 발이 생각 외로 빠른 데 순간 당황했다. 그들이 큰 고함을 지르며 말에 속도를 붙였지만 뒤를 점점 조여오는 말굽소리와 함께 마리안의 걸음도 질세라 더 빨라져갔다.

“젠장!”

기병들이 욕을 내뱉었다. 짙은 암흑에 파묻힌 구불구불하고 좁은 오솔길에서는 중무장한 덩치 큰 기병의 걸음이 다람쥐처럼 빠른 꼬마의 두 다리보다 도리어 불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10살도 되지 않은 계집아이가 말을 따돌릴 만큼 빠르다는 것도 쉽사리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디까지 가나 보자!”

꼬마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에 당황한 기병이 손에 든 창을 힘껏 던졌다. 쌔액 소리를 내며 날아든 창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마리안의 발치에 무서운 기세로 내리꽂혔다.

“엄마!”

바람처럼 도망가던 마리안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벌렁 나동그라지며 제자리에서 핑그르 돌았다. 겁을 먹고 혼비백산한 마리안은 계속 도망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바닥에서 헛발질을 하며 다시 엎어지고 말았다.

“엄마, 엄마, 어떡해.”

몇 번이나 일어나려다가 다시 넘어진 마리안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방금 꽂힌 창이 치렁치렁한 비단포와 바지자락을 뚫고 땅에 박혀 있었지만 패닉에 빠진 어린 소녀에겐 창부터 빼내야 한다는 합리적인 생각은 할 여유조차 없었다.

“옹주! 이리 오라니까!”

의미 없이 옷자락만 잡아당기며 울던 마리안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건 평소에 그리도 무서워했던 황태후 세네피스였다.

“다리가 안 움직여요, 어떡해요.”

마리안이 울며 팔을 뻗었다. 영문도 모르고 소리를 질렀던 세네피스는 이 소녀가 왜 흙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울고 있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바보같이!”

그는 헐레벌떡 말을 몰아 달려가서는 마리안의 옆에 훌쩍 내려섰다. 적 기병이 코앞이지만 당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세네피스는 이 소녀의 옷자락을 붙들어놓은  긴 창을 쥐고 온 힘껏 뽑아냈다. 다리가 굳은 채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던 소녀를 막 일으켜준 순간, 검은 기병은 이미 이들의 등 뒤에 쇄도해 있었다. 세네피스는 그를 데리고 자신의 말에 가려 했지만 채 안장에 손을 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애당초 돌아온 것이 잘못이었다.

“이런!”

이미 한참 늦었음을 깨달은 세네피스에게는 아무런 선택이 없었다. 죽음을 각오한 그는 마리안을 품에 꼭 안고 몸으로 감싸며 바닥에 웅크렸다.

“이년은 또 뭐야!”

마리안과 ‘어른’의 모습을 본 검은 기병이 반사적으로 창을 빼들고 바닥에 웅크린 이 둘의 머리 위를 덮쳤다.

“아악!”

거친 군마의 발소리를 느낀 마리안이 비명을 지르며 세네피스의 팔을 꽉 안았다. 세네피스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휙 돌렸다.

“감히 어느 놈이!”

순간, 그에게 칼을 내리치던 ‘검은 기병’과 그의 눈동자가 딱 마주쳤다. 기병이 쓴 보안 렌즈 위로 이 표적의 눈에서 뿜어나는 살기어린 무지개빛 광채가 선명하게 반사되었다.

“뮤?”

내리찍던 창과 달리던 속도를 제때 잡지 못한 그 기병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이 둘의 몸 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네피스와 마리안의 몸통을 당장 뚫을 듯 내리꽂히던 창끝이 허공을 헛돌고는 땅바닥에 푹 꽂혔다.

“학, 학.”

창날이 스친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진 세네피스는 여전히 눈을 크게 뜬 채 그 기병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창날이 스친 팔과 허벅지를 타고 선홍색의 피가 조금씩 번져나갔다.

“뮤……세네피스…….”

기병이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공포는 세네피스의 존재 때문은 아니었다. 이 귀한 여인의 몸에 난 생채기는 바로 그의 손으로 낸 것이었다. 코런덤 부(副)여단장이고 헤네티 2인자인 X-1-2 슈라는 창을 내리찍은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보며 파르르 떨었다.

세네피스는 당황한 상대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품에 있는 소녀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빨리 가라, 옹주.”

“예?”

“가! 빨리!”

세네피스는 품에 있던 마리안을 뒤로 확 떠밀었다. 잠시 멈칫거렸던 마리안은 앞에서 머뭇대고 있는 기병의 말 다리 사이, 좁은 공간을 번개처럼 휙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런!”

발 밑으로 도망치는 마리안을 눈 뜨고 놓쳐버린 슈라가 기겁을 하며 다시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지만 세네피스의 말이 좁은 길 중간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보니 바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마리안을 쫓는 무리들이 말을 옆으로 치우고 오솔길을 어렵게 빠져나가는 사이, 다른 두 기병들이 혼자 남아있던 세네피스를 와락 붙들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빌어먹을! 뭐 하는 짓이냐!”

검은 말을 타고 마지막에 나타난 남자는 한 손에 눈에 확 띄는 ‘금속제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는 세네피스를 짓누른 기병들에게 격분한 음성으로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누가 이렇게 거칠게 다루라고 했어!”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붙들린 세네피스는 그들이 윗사람의 호통에 놀라 잠시 손을 뗀 사이, 어린 마리안이 혼자 달아난 어둠 속을 향해 악을 썼다.

“계속 가! 황상에게 여기 일을…….”

당황한 기병들이 그의 비단 머플러로 입을 확 막아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채 울부짖던 세네피스의 마지막 외침도 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조금 전의 ‘금속 장갑’이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서는 쓰러진 그의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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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 The Iron Vein 팬카페 :  http://cafe.daum.net/TheIronVein

The Iron Vein 개인지 구매사이트 : http://www.tasawwuf.pe.kr

글 올리고 몇 시간 후에 다시 왔는데 추천수도 거의 없고 코멘트도....ㅠ.ㅜ

아마추어 글쟁이에게 힘 좀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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