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54 회: 파트4. 시간의 축복 혹은 저주 -- >
.
.
.
“현신께서 쓰러지셨다!”
놀란 병사들이 쓰러진 바에자 주변에 우루루 몰려들었다. 그리고 몇몇은 사에나가 달아난 머리 위를 올려보며 일제히 석궁을 치켜들었다.
“저기다!”
공중에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들 사이로 검은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가로질러 뛰어가는 날렵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몇 발의 석궁이 그 사이로 날아갔지만 괜한 파이프만 때려 부쉈을 뿐이었다. 몸 빠른 가디언 둘이 그를 따라 재빨리 파이프에 매달려 뒤를 쫓기 시작했다.
“으잇!”
파이프가 터지며 솟구친 수증기에 밀려나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던 사에나가 얼른 다른 파이프를 붙잡고 중심을 잡았다. 곡면 때문에 가뜩이나 딛기 어려운 파이프에 뜨거운 열기와 물까지 더해지면서 걷기도 어려울 만큼 미끄러웠다.
“재수 없게시리!”
그는 수증기에 데어 순간적으로 녹아버린 코트 어깨자락을 움켜쥐고 계속 달렸다. 팔과 얼굴 한쪽도 심하게 덴 것 같았다.
“저쪽?”
그는 터빈실 모서리 벽에 고정된 오래된 철제 사다리만을 노려보고 파이프 사이를 다시 훌쩍 뛰어넘었다. 등 뒤로는 그보다 몇 배는 빠르고 체력이 우수한 가디언이 둘이나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이거나 먹어!”
그는 뒤로 휙 돌아서며 석궁으로 한 발을 갈겼다. 가디언들이 순간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애당초 그들을 노린 건 아니었다. 석궁에 맞아 터진 파이프에서 고열의 수증기가 확 솟구치며 뒤쫓아오는 적 가디언들의 길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막 돌아선 순간, 마찬가지로 이번엔 밑에서 쏜 적의 사격이 그의 앞으로 지나가는 파이프를 정확히 때렸다.
“앗!”
조금 전 얼굴을 데었던 그는 이번에는 아예 파이프 밑으로 휙 내려가 두 손으로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무리 고통을 덜 느끼는 괴물 같은 몸을 지녔다지만 초고온의 수증기에 몸을 내던지는 바보짓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었다.
“하악.”
파이프 틈새로 피어나온 수증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열기와 악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손을 놓고 떨어질 온도였지만 그는 데는 것도 아랑곳없이 파이프를 한 손 한 손 옮겨 짚으며 앞으로 더 나아갔다.
“빨리 잡아!”
그 사이, 수증기를 피해 빙 돌아 쫓아온 가디언들이 다시 거리를 좁혀왔다. 뜨거운 수증기를 가까스로 통과한 사에나는 체조선수처럼 몸을 날렵하게 튕겨 다시 파이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지겨운 놈들!”
그는 다시 파이프 위를 뛰기 시작했다. 벽에 불안하게 고정된 녹슨 사다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밑에서 또 몇 발의 볼트를 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해진 그는 파이프 위를 통해 다가가는 대신, 허공으로 그대로 몸을 날려 사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전하게 다가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크!”
그의 체중이 실리고 녹슨 나사 몇 개가 벽에서 뜯겨나가면서 사다리가 요란하게 끼익 소리를 울렸다. 이미 불에 덴 손바닥이 다시 녹슨 파이프에 긁히면서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줄줄 흘렀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악 소리를 지르며 손이 마비되었을 상황에서도 그의 손은 여전히 머리의 명령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손의 고통을 참으며 짜증스레 내뱉었다.
“빌어먹을 능력이라도 주셔서 고마워 죽겠군요!”
마구스의 그 많은 능력 중에 ‘하필’ 이런 능력만 물려준 어머니를 항상 원망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를 지켜주고 있는 건 이 빌어먹을 능력이었다. 그는 불안하게 소리를 내며 흔들거리는 사다리를 타고 천장을 향해 급히 올라갔다. 머리 위로는 옥상과 연결된 철제 뚜껑이 보였다.
그때, 사다리가 갑자기 요란하게 흔들거리자 사에나가 얼른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는 그새 뒤를 따라붙은 가디언 둘이 이 불안한 사다리에 3명이나 매달릴 수 있는지 흔들어 보고 있었다. 저들도 함부로 발사무기를 쏘지 못하는 것을 보아 자신을 죽이지 않고 어떡해서든 사로잡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사에나는 그들을 향해 석궁을 한 발 쏘았지만 움직임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사격으로 가디언을 잡는 건 무모한 시도였다.
“그 새끼 입에 정말로 재를 쳐넣어야겠어.”
사에나는 지친 다리와 쓰라린 손을 최대한 빨리 움직여 사다리를 최대한 빨리 올라갔다. 그가 멀어지는 모습에 당황한 가디언 중 한 명이 일단 무기를 등에 둘러매고 무작정 사다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스로 천장까지 도착한 사에나는 머리 위의 철문을 밀어서 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사에나는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들기기 시작했다. 제발 저 위에 누군가가 있기를, 그가 가디언들에게 생포당하기 전에 부디 문이 열리기를 바라면서 그는 필사적으로 문을 두들겼다.
“문 열어! 보안국장 쉐너 장군이다! 문 열란 말이다!”
“저기서 무슨 소리가 난다니까요.”
마리안은 자신의 손을 꼭 쥐고 말리는 세네피스에게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치며 계속 고집을 부렸다.
“누가 뭘 두들기고 있어요! 가까이 가서 들어봐야 돼요!”
마리안은 세네피스의 손아귀를 확 빠져나가서는 혼자 겁 없이 소리 나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지 말라니까! 옹주!”
세네피스가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워낙에 발이 빠른 이 꼬마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여기요!”
옥상 모서리까지 달려간 그 무모한 꼬마가 대뜸 바닥을 가리켰다. 그곳엔 이 터빈 건물 내부와 통하는 두꺼운 철제 뚜껑이 있었다. 뚜껑엔 거의 사람 키만한 굵은 가로대가 걸쳐진 채 굳게 잠겨 있었다.
헐레벌떡 뒤를 쫓아온 세네피스가 마리안을 얼른 문에서 떼어놓았다.
“건물 안쪽엔 이미 적들이 우글거린단다. 저걸 열면 안에서 적이 몰려나올 거다.”
“아니에요, 잘은 안 들려도 분명히 들어 본 목소리에요. 아, 쉐너 보안국장 목소리요!”
그때, 문짝이 또다시 쾅쾅 하고 세게 울렸다. 이번 울림은 보통 사람인 세네피스도 알아들을 정도였다.
“맙소사.”
그제야 문짝에 달라붙은 둘은 녹슨 철제 가로대를 기를 쓰고 벗겨냈다. 그 와중에 안에서 문을 두들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무언가 굉장히 다급한 상황이 분명했지만 녹이 잔뜩 엉겨붙은 가로대는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그때, 어린 마리안이 빗물이 잔뜩 고인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는 세네피스가 놀랄 만큼 큰 소리를 지으며 쇠막대를 힘껏 잡아당겼다.
“이익!”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에 세네피스가 귀를 막았고, 마리안은 고리가 부러지며 튕겨져 나온 가로대를 끌어안은 채 뒤로 벌렁 쓰러져 버렸다. 뒤이어 사에나의 피로 젖은 주먹이 쾅 소리와 함께 문을 요란스레 밀어젖히며 구멍 위로 불쑥 솟아올라왔다.
“쉐너 장군?”
허겁지겁 사에나를 끌어올리던 세네피스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뒤쫓아 올라오고 있는 적 가디언의 모습에 경악을 했다. 사에나가 뚜껑을 얼른 도로 닫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잠그십시오! 빨리요!”
“아, 안되는데…….”
도로 문을 잠그려던 사에나는 마리안이 방금 전 부러진 고리를 가리키자 기겁을 했다. 이대로라면 저들이 나와 자신은 물론이고 황태후와 옹주까지 모조리 잡아버릴 판이었다.
“제게 주시고 빨리 물러나십시오!”
그는 마리안이 들고 있던 녹슬고 긴 철제 가로대를 사다리 틈새에 끼워 넣고 지렛대삼아 힘껏 비틀었다. 벽에 박힌 나사 몇 개가 빠지며 사다리가 휘청거리자 올라오던 가디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에나는 파이프를 더 깊이 집어넣고 다시금 벽에서 힘껏 뜯어냈다.
“으앗!”
나사 수십 개가 더 떨어져 나가며 벽에서 뜯겨나간 사다리가 가디언 두 명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실내 쪽으로 엿가락처럼 기울기 시작했다.
“뒈져 봐라!”
사에나는 기울기 시작한 사다리를 막대로 다시 힘껏 밀었다. 녹슬고 낡은 사다리는 두 명분의 짧은 비명을 남긴 채 안쪽 어딘가로 기울며 어딘가에 부딪치는 요란한 소음을 몇 번 내고는 그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매달렸던 가디언들이 운 좋게 다른 것을 붙잡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구멍으로는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되어버렸다.
“두 분께서도 빨리 수송선으로 가십시오! 빨리요!”
문을 대충 덮은 사에나는 한 발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태후와 옹주에게 급히 손짓을 보냈다. 거의 동시에, 뒤늦게나마 퇴각을 결정한 남부보병들과 황실군들이 계단을 타고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빨리 올라와!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동료가 빠졌는지 살펴라!”
병사들과 함께 엉망진창이 된 전장을 빠져나온 마자리크도 계단을 올라 막 옥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쉐너 부장?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언제 올라왔지?”
그는 옥상 한구석에서 막 도망치고 있던 사에나를 보고는 정색을 하며 다가왔다. 그의 뒤로도 무참한 패전을 기록한 남부보병들과 황실군들이 참담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도망쳐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꼴이 왜 그래?”
마자리크는 자신보다 먼저 와 있는 그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빗속에서도 단정하던 검은색 코트는 군데군데 녹아 엉망이었고, 손과 얼굴 한쪽은 엉겨붙은 피와 화상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지경이었다.
“빨리 여길 뜨십시오. 빨리!”
사에나는 마자리크의 물음을 들은 척 만 척 급히 수송선을 가리켰다. 영문을 모르는 마자리크와 세네피스, 마리안은 엉망진창의 꼴로 윽박지르듯 하는 그의 재촉에 일단 허겁지겁 수송선으로 달렸다. 말을 끌고 올라오느라 늦어진 기병들과 둔한 남부보병들이 속속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제일 후미를 맡은 가디언들이 ‘빨리 좀 가라’며 악을 쓰는 소리가 계단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이들이 도망쳐오는 길을 따라 퇴각 도중에 죽은 병사들의 시체가 마치 발자국처럼 줄줄이 남겨져 있었다.
수송선 해치 앞에 선 마자리크는 피투성이가 된 몰골로 돌아오는 남부보병대 사관의 멱살을 붙들고 물었다.
“몇이나 당했나? 다 오고는 있는 거냐?”
“죄송합니다. 3분의 1은 당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될지도 모릅니다.”
마자리크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놓아주었다. 무장들이 빨리 들어가라며 재촉했지만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차마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미안한 건 나다.”
그는 차마 큰 소리로 할 수 없는 말을 입 속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그때, 마지막까지 후미를 지킨 가디언들이 비명을 지으며 계단실에서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출발! 출발하십시오! 빨리요!”
뒤이어 그들을 쫓아온 옛 근위대원들, 아니 이젠 교단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퇴각하는 가디언들의 등 뒤에 모습을 나타냈다. 황실군을 이끌고 수송선 해치 출입문에서 미리 대기하던 자말이 그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사격!”
경호대와 분견대 병사들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몇 발의 볼트를 다 털어 계단실 출구에 대고 일제 사격을 퍼부었다. 선두의 병사 몇이 쓰러지고 계단실 벽과 문이 박살이 나자 놀란 교단 병사들이 허겁지겁 안쪽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 사이 발 빠른 가디언들이 부상을 입은 동료들을 들쳐 메고 헐레벌떡 수송선에 올랐다.
“출발! 출발!”
자말이 브릿지와 연결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엄호사격에 잠시 몸을 피했던 교단 병사들이 너덜거리는 문짝과 방패로 앞을 가리고 다시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빨리 가라고! 계속 쫓아오잖아!”
수송선은 발전소를 적의 손에 놓아둔 채 허겁지겁 이륙하기 시작했다. 부근 어딘가 낙오병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도, 기다릴 수도 없었다. 교단 병사들이 쏜 석궁이 수송선 안에까지 날아들자 장병들이 기겁을 하고 몸을 낮추었다.
“결국 여길 내주는 건가.”
마자리크가 검은 빗속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지열발전소를 내려다보며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영지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등을 돌리고, 맏아들의 마지막 숨결이 서렸던 땅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대체 언제나 돌아올 수 있을지.”
멀어지는 땅을 내려다보며 터지려는 통곡을 애써 참던 그는 마지못해 해치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송선에 무사히 오른 남부보병들은 대충 세어 봐도 5백이 되지 않았다. 자말의 발더 분견대는 채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고, 황실 최고의 정예군 중 하나인 경호대도 처음 프리깃에서 포위 기습을 당했을 때 거의 3분의 1을 잃은 후였다.
“해치 닫습니다!”
조종사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울려나왔다. 그때, 사에나가 벌떡 일어나 인터폰에 대고 지시했다.
“문은 닫지 마라. 아직 구경거리가 하나 남았다.”
“예?”
조종사의 당황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사에나는 해치 아래로 열린 출입문 모서리로 대담하게 성큼성큼 나아갔다.
“할룩스 좀 빌려주게.”
자말의 할룩스를 빼앗듯이 가져간 그는 자신의 할룩스 코드를 누르고는 발밑을 발전소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망치는 황실 일행을 쫓아 올라온 수많은 적병들이 이미 발전소 옥상에 우글거리고 있었고, 나머지 병사들, 폭도들도 마치 시체에 몰려든 개미처럼 발전소 주변을 바글바글 채우고 자신들의 첫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황실을 문 미친개에게 몽둥이질 한 번 안 해 줄 수 있나.”
화상으로 일그러진 사에나의 입가에 악마 같은 웃음이 번졌다.
사에나에게 얼굴을 제대로 차이고 까무러쳤던 바에자는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누군가의 손가락을 빤히 보면서도 아무 정신도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바에자를 흔들었던 보병대 사관은 한참만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년은?”
“쫓고 있습니다.”
사관의 대답에 바에자가 얼굴을 찡그렸다. ‘쫓고 있다’는 건 다시 말하면 못 잡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눈앞의 지면이 흔들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충격 때문에 입도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고 침도 삼키기 어려웠다.
“그래, 내가 현신은 현신이야.”
그는 목 부분의 찢어진 갑옷을 만지작거리며 일단 스스로를 위로했다.
“정말 운도 좋지.”
황궁 지하에서 당시 적이었던 루토가 휘두른 망치에서 그를 구해 준 것도, 이번에 적의 위력적인 볼트를 막아 준 것도 이 갑옷이었다. 그때, 귓속에도 무언가 웅웅거리며 울리기 시작했지만 정신이 없어서인지 정말로 뭐가 들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이상한 소리가 나는구나.”
바에자가 눈을 부릅뜨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이 헛것을 들었나 생각했지만 뜻밖에 그의 앞에 있는 병사들도 무언가를 느낀 듯한 얼굴이었다.
“저기 같습니다.”
사관이 터빈실 중앙께를 가리켰다. 그곳에도 다른 곳처럼 검은 재 상자가 줄을 맞춰 놓여 있을 뿐 별반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 3명이 석궁과 칼을 들고 소리가 나는 곳에 조심조심 다가갔다.
“이것 같습니다.”
그들은 상자를 에워싸고 재빨리 주변을 확인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그렇다고 특별한 물건도 없었다. 그렇지만 말소리인지, 어딘가 부딪치는 진동음인지 알 수없는 이상한 소음은 어딘가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계속 주변만 두리번거리던 병사 한 명이 상자 안쪽을 가리켰다.
“상자 안 어딘가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
그때, 그들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지 갑자기 코를 킁킁거렸다.
“뭐지? 뭐 탄내가 나는데?”
“이, 이런.”
억지로 몸을 일으켰던 바에자가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휙 돌아섰다.
“모두 나가!”
바에자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큰 터빈실 안을 웅웅거리고 울렸다. 난데없는 명령에 놀란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출입문으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 충격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는 바에자도 사관의 어깨에 기대어 필사적으로 바깥을 향해 뛰었다.
“다 떨어져! 전 병력 이 건물에서 최대한 멀어지라고 해!”
+++++++++++++++++++++++++++++++++++++++++++++
혈맥 The Iron Vein 팬카페 : http://cafe.daum.net/TheIronVein
The Iron Vein 개인지 구매사이트 : http://www.tasawwuf.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