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57 회: Part 5. 오염된 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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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각하는 수송선 안에서 부하들을 둘러보던 자말은 구석진 방에 따로 놓인 시체들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 많은 전사자들의 시체와 약간 떨어진 한구석에는 ‘배신자’인 마야의 시체도 함께 놓여있었다. 주변의 눈치를 힐끔 살핀 그는 마야에게 조용히 다가가 위에 덮인 필름을 슬쩍 들쳐보았다.
“마야…….”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죽은 약혼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비록 자신을 배신하고 의도치 않게 가족들의 몰살까지 불러왔지만 양어머니 제네르와 놀랄 만큼 닮은 그의 얼굴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나 정말 좋은 남편이 되어 주고 싶었는데.”
차가워진 마야의 손을 어루만지며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려던 그는 시신의 꼭 쥔 주먹 안에 무언가가 쥐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
“뭐지?”
자말이 마야의 주먹을 억지로 펴 보았다. 다행히 아직 사후경직은 생기지 않았는지 손가락은 비교적 쉽게 펴졌다. 동시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자말의 손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게……뭐야.”
자말은 자신의 손에 떨어진 백금 팔찌에 화들짝 놀랐다. 오팔과 검은 오닉스로 장식된 황실 문장의 이 팔찌는 황제가 제위 전쟁이 끝난 직후 최고 공신인 제네르의 손목에 몸소 채워 준 것이었다. 그날 이후 제네르는 ‘내가 죽거든 같이 묻어라.’라며 이 팔찌를 단 한 번도 몸에서 떼어놓은 법이 없었다.
“어머니 팔찌가 왜 여기…….”
자말이 혹시 다른 눈이 없나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야의 시신을 수습할 때만 해도 분명 없던 물건이니 이 수송선에 탄 이후 제네르가 마야의 손에 일부러 쥐여 준 모양이었다.
“이건 안 되는데.”
자말이 급히 팔찌를 품에 감추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황제의 하사품을 허락도 없이 타인의 부장품, 더군다나 ‘배신자’로 낙인찍힌 사람의 손에 넣어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실을 누군가 알기라도 한다면 제네르에게는 파면감 그 이상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셨지.”
황망한 얼굴로 급히 일어선 자말은 품에 있는 팔찌를 몇 번이나 더듬어 보았다. 똑똑한 제네르가 이런 행동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
“설마……이런!”
불길한 느낌이 퍼뜩 든 자말은 시체가 있는 선실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다친 제네르를 위해 따로 내 준 함교 옆 작은 선실로 무작정 달려갔다.
“어머니! 어머니! 뭐 하세요!”
거의 사색이 다 되어 달려간 자말이 문을 힘껏 밀지만 단단한 문은 굳게 잠겨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빨리 문 여세요! 빨리요!”
다급해진 그가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겼어도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는 급한 맘에 벽에 매여 있던 작업용 도끼를 무작정 뽑아 있는 힘껏 문짝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문고리가 뜯겨나가자 그는 도끼를 내던지고는 몸을 날려 문짝을 다시 힘껏 들이받았다.
“아쿠!”
문짝을 부수고 안에 난입한 자말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벌렁 쓰러지고 말았다. 막 넘어진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공중에 매달린 채 파르르 떨리고 있는 누군가의 다리였다.
“안돼요! 안된다고요!”
자말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끔찍한 광경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등에 메고 있던 히르직스의 창을 공중에 힘껏 휘둘러 제네르의 목을 맨 긴 담요자락을 힘껏 잘라냈다. 예리한 창날에 얇은 담요자락은 북 소리를 내며 찢겨나갔다.
“우윽!”
그때까지도 가늘게 숨이 붙어 있던 제네르의 몸이 쿵 소리를 내며 차가운 선실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어머니! 눈 뜨세요! 제발요! 제발요!”
자말은 쓰러진 제네르를 품에 껴안고 가슴을 주먹으로 마구 두들겼다. 이전에 배운 응급처치법이니 뭐니 하는 것도 머리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를 잃으면 안 된다는 처절한 절박감 뿐이었다.
“왜 죽은 가족들만 보이고 전 눈에도 안 들어오시나요!”
자말이 제네르의 가슴을 두들기며 울부짖었다. 그가 목을 맨 기둥 옆에는 [소신 유학자의 기본인 제가(齊家)조차 못 하였으니 어찌 하늘과 황상의 용안을 감히 올려보겠나이까.] 라는 짧은 글이 쓰인 쪽지가 놓여있었다.
자말의 품 안에서 힘겹게 끓는 숨을 내쉬던 제네르가 비로소 고개를 움직여 그를 돌아보았다. 목을 맸을 때의 충격으로 시뻘겋게 변한 눈동자, 담요에 쓸려 생긴 목의 붉고 깊은 생채기가 조금 전 보고 온 마야의 시체를 그대로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왜 이러셨어요! 왜요!”
자말은 다시 피가 돌며 따뜻해진 그의 손, 다시 심장이 뛰는 가슴을 몇 번이나 만지며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팔의 부상 때문에 좀 더 치명적인 수단을 쓸 수 없던 것이 자말에게는 너무도 고마웠다.
“절 사랑하시면 굳건하게 살아 계셔야죠! 대체 왜 이러셨냐고요!”
자말이 그를 껴안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울부짖었다. 어차피 대답은 필요 없었다. 가족이 몰살당했고, 아끼던 친동생이 그 배후였고 첩자였다. 이 자존심 강한 유학자가 목을 맨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자말의 가슴이 더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자말을 쳐다보면 제네르는 눈물이 가득 고인 새파란 눈동자를 힘없이 닫으며 양아들의 가슴에 천천히 고개를 기댔다. 그는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목 어딘가가 상했는지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자말은 눈물로 젖어있는 제네르의 뺨과 이마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춰 주었다.
“다 알아요, 안다고요. 제가 아니면 누가 알겠어요. 예?”
사에나의 결과 보고를 듣는 내내 황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적 마구스 중 하나인 바에자를 제거한 것 같다는 것을 빼면 뭐 하나 좋은 내용이 없었지만 격한 분노와 흥분에 날뛰지도, 슬픔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둘째 주페가 잡혀갔다는 말에 갑자기 휘청거려 아랫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황제가 다시 안정된 것을 확인한 사에나가 말을 이었다.
“산을 떠날 때 호드르 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돌며 육안으로 정찰했습니다. 재에 파묻혀 있던 사이에 저들은 이미 주요 능선과 봉우리에 병력을 배치하고 에너지 방벽 포스트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3천의 황실 파견군이 방금 도착했지만 섣불리 저들 입 속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자칫 고립될 우려가 있어 일단 외곽에 머물라 했습니다.”
“…….”
“지금 이그나토 가의 페스트 주둔군 기지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응급 환자들이 많으니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황제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사에나도 그가 마음을 정리할 동안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땀내 쩐 작업복 차림새의 황제와, 비록 군데군데 탔지만 장군 계급장의 제복 차림새로 자리에 꿇어앉은 이 심복 사이에 짧고도 긴 것 같은 침묵이 흘렀다.
이 무거운 침묵은 [과근접]을 알리는 셔틀의 경고음에 비로소 끝을 맺었다. 카렐이 탄 셔틀이 무언가 다른 비행체에 아주 가까이 접근했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그제야 고개를 쳐들고 창밖 어딘가로 시선을 돌렸다.
“상장군의 상태는 지금 어떤가.”
뜻밖에 황제의 첫 물음은 납치당한 아들 이야기도, 절망적인 전황 문제도 아니었다. 바닥에 꿇어앉아 황제의 반응만 기다리던 사에나조차 예상 못한 상황에 당황했을 정도였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양자 자말 하크로딘 비장에게 곁을 지키라 했습니다. 쓸데없는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불쌍한 친구 같으니.”
카렐이 한숨을 내쉬며 셔틀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를 힐끗 올려본 사에나는 어딘가를 노려보는 황제의 붉은 시선이 입에서 내뱉는 동정어린 말투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이곳에서 원수를 대신 갚아 줄 터이니.”
카렐이 잠시 말의 뒷부분을 끌었다. 사에나는 가늘게 뜬 황제의 붉어진 눈이 마치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시선 같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상장군에겐 짐의 한쪽 팔이 된 이상 허락도 없이 먼저 가는 불충을 저지르면 절대 용서치 않겠다고 전해라.”
“명심하겠나이다.”
“황실 병원선을 그리로 보내지. 내 어의도 함께. 상장군의 남편 시로도 가면 훨씬 든든하겠지. 종마장에 자주 드나들어 그쪽 지리도 잘 알 테니. 황실군 3천은 시로에게 맡기도록.”
“적의 전력을 고려해 비엔에 주둔하는 나머지 파견군도 동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천으로 호드르 산을 탈환하는 건 무리입니다.”
“탈환? 거길 왜 탈환하나?”
카렐이 정색을 하며 그제야 사에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차가운 황제의 시선에 사에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속셈이 무언가 대충 감이 오는 것도 같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폭도들이 페스트 전체를 집어삼키려 하였으나 정예 황실군이 그들을 바로 제압해 호드르 산이라는 깡촌에 처박아 포위한 거다. 그게 짐의 결론이고, 제국 공식 기록에 쓰여질 내용이다.”
“……소장 생각이 짧았나이다.”
사에나가 눈가에 힘을 주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내게 가장 힘들었던 게 뭔지 아는가? 적의 실체가 없으니 싸우고 싶어도 도무지 싸울 수가 없다는 거였어. 그래서 출혈열 창궐 때도 놈들의 뿌리를 뽑는 데 실패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젠 우리에게도 ‘싸울 수 있는’ 적의 실체가 생기지 않았나.”
“어쩌면 저들의 손길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크게 번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그나토 가와 델루지 가 말이냐?”
“예. 마자리크 경의 차남과도 아직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제위 전쟁에서 반역 도당에 가담했다가 죽은 류한 델루지 경의 아들입니다. 이번에 죽은 적장자 윌더 경과는 달리 아버지 쪽인 델루지 가 쪽에 기운 놈입니다. 델루지 가도 이번 일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사에나가 이런저런 걱정과 의혹이 섞인 보고를 계속 올렸지만 황제는 계속 코웃음만 치고 있었다.
“잠깐.”
황제가 손가락을 쳐든 건 침묵하라는 뜻이었다. 사에나가 즉시 보고를 멈추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내 말할 때까지는 섣불리 덮치지 마라. 잔치가 적당히 무르익어야 누가 초대장을 주머니 속에 숨기고 있는지 알 것 아니냐. 그 전에 잔칫상을 엎어선 안 되지.”
나름 진지하게 보고를 올리던 사에나는 순간 말길이 탁 막혀버렸다. 뜻밖에도 일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는 쪽은 황제였다.
“그 전까지는 잔가지 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주페 태자의 일은 어찌해야 하겠나이까.”
사에나가 당혹스런 얼굴로 얼른 주제를 돌렸다.
“뒤로만 추적해라, 공식적으로는 아무 언급도 하지 마라. 죽이려고 데려간 건 아닐 거다.”
사에나는 다시 황제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반쯤 뜬 황제의 눈은 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듯 불그스름한 빛을 뿜고 있을 뿐,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폐하의 아들입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존명하겠나이다.”
사에나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납치된 아들 이야기를 하며 저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지금까지 두 명의 자녀들을 연이어 잃으면서도 황제는 공개 석상에서는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일이 없었다. 비록 슬픔을 이기지 못해 무시무시한 발작을 일으키고 의식까지 잃었을지언정, 최소한 겉으로 보이는 황제는 땅이 무너져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크고 큰 하늘이었다.
황제는 셔틀 창밖으로 무언가를 계속 응시하며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저 안에 누가 탔든……용서 못 할 이유가 생겼군.”
사에나는 황제가 조금 전부터 계속 주시하던 것이 무언지를 그제야 눈치 챘다. 수베르의 정체불명 농장을 막 출발한 교단의 또 다른 수송선이 분명했다.
“조심하십시오. 그곳에도 분명 적 병력이 타고 있을 겁니다.”
“그러기를 바래야지.”
“예?”
“일단은 치안군에게 맡겨 놨으니 악명 높은 치안군들이 황제의 정의로운 충견으로 변신했는지 구경이나 좀 해야겠다.”
“치안군 말씀입니까?”
사에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도 황제가 제후 지역의 치안군들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프게이트를 관리하는 것이 그들이다 보니 티 안 나게 저 수송선을 저지하려면 당장은 그들의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카렐이 굳은 얼굴로 계속 창밖을 응시했다. 앞서가던 수송선과의 거리가 거의 달라붙을 듯 가까워지면서 이젠 육안으로도 똑똑히 분간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상시 지키는 플레렌 가의 치안군 순찰셔틀이 다가가는 모습도 보였다.
카렐은 사에나에게 이제 됐다며 손짓을 보냈다. 바닥에 꿇어앉은 그의 형상이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이젠 여기 차례로군.”
“말씀하신 대로 플레렌 가 치안군에 저 수송선을 검문하라고 통지는 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북부에서 밀수품 단속에 협조 요청한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계를 보며 루스탐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런데 수송선을 원거리에서 나포할 수 있는 대형 프리깃은 먼 곳에 있어서 당장은 올 수 없다는 연락입니다.”
“먼 곳? 그게 응당 있어야 할 곳이 워프게이트인데 대체 어디 가 있다는 거냐!”
첫 기대부터 무너지면서 카렐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예상대로 저기에 전직 근위대 무장병력 수천이 타고 있다면 검문에 응하겠습니까? 외람되오나 저들이 도주한다 해도 잡을 수단이 없습니다. 설사 응한다 해도 수색하러 들어간 순찰셔틀의 치안군들은…….”
“영광스런 죽음일지, 더 기분 나쁜 결과일지는 봐야지.”
“기분 나쁜 결과라뇨?”
자이납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수송선 위쪽에 바싹 다가간 치안군 순찰셔틀은 별다른 저항 없이 상부의 도킹용 문과 결합되며 일상적인 검문 단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일행이 탄 평범한 승용셔틀도 게이트 통과를 기다리는 다음 순서인 양 그 뒤에 바싹 붙은 채로 조용히 대기했다.
“어, 뜻밖인데요?”
창에 거의 얼굴을 들이대고 그 광경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자이납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수송선은 치안군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도, 그들이 탔던 셔틀을 떼어내고 도망을 치지도 않은 채 조용히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잠시 후, 셔틀의 할룩스가 울리기 시작했다.
“검문 결과 아무 이상 없다. 등록 서류에도 이상 없고 화물도 사전에 신고된 대로 남부에 수출하는 농기계가 맞다.”
플레렌 가 치안군 쪽에서 들어온 연락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잔뜩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체 무슨 엉터리 첩보로 우릴 귀찮게 하는 거냐. 철수하겠다.”
“그럴 리가 없는데.”
루스탐이 당혹스런 얼굴로 황제를 돌아보았다. 치안군 쪽에서의 장황한 보고가 끝난 후, 카렐이 갑자기 이를 드러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베네루스 자네는 알 것 같은데.”
“예?”
베네루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수송선을 쳐다보았다. 내부에 병력과 장비를 모두 싣는 군용 수송선과는 달리 다양한 컨테이너 화물을 날라야 하는 민간 수송선이었다. 다른 것들처럼, 이 수송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넓적한 본체 아래에 거대한 특수 컨테이너 여러 개를 마치 새끼처럼 밑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 농기계라고 했나요? 저 컨테이너는…….”
컨테이너를 쳐다보던 베네루스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내가 이래서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그랬다.”
카렐이 격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 썩어빠진 새끼들이 또 날 실망시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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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올리는 것이라......이번에도 또 길게 왕창 올립니다.
그런데 며칠동안 안 올리니 어떻게 된 게 작가인 제가 더 답답하네요.
다음주중에 다음편 올립니다. ^^;;
아참, 이번 파트는 내용상.....좀 끔찍한 씬이 많습니다. ^^;;;